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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전용 수면실의 꿈 기록관2화

헌터 전용 수면실의 꿈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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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잠에서 깬 뒤의 빈자리

문지아는 환자의 이름을 지운 채 세 개의 꿈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

검은 복도라는 표현은 같았지만, 방의 수와 바닥 상태, 소리의 방향은 달랐다. 태원의 꿈에는 다섯 개 문과 손전등이 있었고, 세라의 꿈에는 물비린내와 꺼지는 천장이 있었다. 세 번째 환자는 돌아가는 발자국만 기억했다. 지아는 공통점보다 차이를 먼저 표시했다.

“셋이 같은 사건을 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수면의학자 한도윤이 물었다.

“아직은요. 환자들도 서로의 내용을 모르고 있습니다.”

“기록을 비교하면 그들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도울 수도 있겠죠.”

“먼저 각자에게 비교를 원하는지 물을 겁니다.”

도윤은 동의했다. 병동 환자들이 서로의 꿈을 들으면 기억을 섞을 수 있었고, 누군가는 더 불안해질 수 있었다. 그는 복도 악몽이 수면 중 감각 잔상일 가능성을 설명했다. 실제 장소와 닮은 장면이 나올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기억의 증거는 아니었다.

태원은 자기 기록을 다시 읽고 싶다고 했다. 지아는 상담실에서 그의 동의를 다시 받았다. 태원은 꿈에 나온 문을 그려 보았다. 세 번째 문 아래로 물이 새고, 손전등은 손잡이가 부러져 있었다. 그는 손전등을 들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 복도 끝에서 흔들었다고 했다.

“그 사람이 팀원이었습니까?”

태원은 오래 침묵했다. “그럴 수도 있어요.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떠올리려고 해도 되지만, 떠오르지 않으면 비워 둘 수 있어요.”

“제가 누군가를 두고 도망쳤던 것 같아요.”

“꿈에서 그렇게 느꼈다는 말과 실제로 도망쳤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태원은 그 문장을 읽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과거 레이드의 구조 보고서에서 자신이 생존자로 분류된 사실을 안다고 했다. 그날 현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길드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혼자 나온 이유를 묻지 못했다.

지아는 7년 전 검은문 던전의 공략 기록을 찾아보려면 환자 동의와 자료 열람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태원은 자기 이름으로 당시 레이드 로그와 구조 보고서를 신청하고 싶다고 했다. 꿈 기록은 첨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록이 없으면 요청이 기각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꿈을 증거로 쓰고 싶진 않아요.”

지아는 그의 선택을 확인서에 적었다. 그는 공략 기록의 열람만 허락했고, 다른 환자의 꿈과 대조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지아는 세라의 기록을 보여 주지 않았다.

세라는 병동 복도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을 본 뒤, 상담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준혁은 카메라가 병동 밖으로 나갔다고 알려 줬지만, 세라는 자기 꿈이 밖으로 새어나갔을까 걱정했다. 그녀는 꿈 세부를 적지 않겠다는 결정을 유지했다.

“기록이 없으면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을까요?”

“기록이 있어도 꿈은 실제 사건의 증거가 아니에요. 상담을 거부해도 치료받을 수 있고요.”

“제가 본 복도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그럼 꿈의 세부를 다시 말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과거 레이드 기록이나 공개된 지도부터요.”

세라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단, 자신의 이름과 꿈은 조사 자료에 포함되지 않아야 했다. 지아는 외부 자료를 찾는 목적만 적고, 환자 정보 없이 검은문 던전 공략 기록을 검색했다.

병동 간호사 이준혁은 환자들의 수면 시간과 악몽 발작 시각을 확인해 주었다. 세 환자는 같은 날 입원하지 않았고, 같은 수면 보조제를 쓰지도 않았다. 그러나 새벽 2시 무렵에 깨어나는 일이 세 차례 겹쳤다. 준혁은 그중 하나가 외부 복도에서 들린 낙하음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에 소리가 남아 있나요?” 지아가 물었다.

“병실 안 음성은 저장하지 않습니다. 복도 감지기만 있어요.”

“그럼 환자 꿈과 연결할 수 없겠네요.”

“네. 시간이 겹친다고 원인이 같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준혁은 그 말을 하면서도 복도 소음 기록을 확인했다. 새벽 두 시, 병동 끝 창문이 바람에 흔들린 로그가 있었다. 창문 진동이 검은 복도라는 꿈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복도 소리가 잠을 끊었을 가능성은 있었다.

도윤은 수면 검사 자료를 살폈다. 세 환자 모두 깊은 수면이 짧았지만, 뇌파 패턴은 서로 달랐다. 태원은 통증으로 깨는 순간이 많았고, 세라는 꿈을 기억하지 못한 채 심박이 빨라졌다. 세 번째 환자는 잠에서 깬 뒤 바로 물을 찾았다.

“공통 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지아가 물었다.

“환자들이 공통 표현을 썼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어요. 원인이 같다는 결론은 낼 수 없습니다.”

도윤은 병동 회의에서 ‘검은 복도 유행’ 같은 이름을 붙이지 말자고 했다. 영상 채널이 환자들의 꿈을 소재로 쓰기 시작하면 서로의 기억이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지아는 환자 상담의 비공개 범위를 다시 확인하고, 병동 밖에 촬영 금지 안내를 붙였다.

그날 오후, 태원의 공략 기록 열람 요청이 접수됐다. 길드에서 보내온 답변은 짧았다. 7년 전 검은문 레이드 기록은 ‘작전 정보 보호’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당시 생존자 명단과 공략 완료 날짜만 확인해 줬다.

태원은 생존자 명단을 읽었다. 이름 네 개가 있었지만, 그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은 자신과 같은 파티였고, 나머지 셋은 지원조였다. 그는 복도 끝에서 손전등을 든 사람이 누구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저 사람들을 만나면 기억날까요?”

“모르겠습니다. 만나고 싶은지도 먼저 생각해 보세요.” 지아가 말했다.

태원은 “오늘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는 명단을 접지 않고 상담실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름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번호를 누르지도 않았다.

지아는 그가 선택한 경계를 기록했다. 만나지 않겠다는 선택도 정보를 피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결정을 남기는 일이었다. 그녀는 태원의 꿈을 레이드 기록에 첨부하지 않았고, 기록 열람 요청서에서 꿈에 관한 문장도 삭제했다.

세라는 과거 공개 지도 한 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검은문 던전의 입구와 안전 구역만 표시된 지도였다. 지아는 태원의 요청과 무관하게 자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세라는 지도를 보며 복도 자체보다 모서리에서 느껴지는 냄새가 익숙하다고 했다.

“뭘 맡으셨는지 말하고 싶지 않으면 괜찮아요.”

“녹슨 물 냄새요. 그런데 그건 흔한 냄새잖아요.”

“맞아요. 그 말만으로 장소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세라는 한동안 지도를 보다가 접어 달라고 했다. 지아는 지도를 치우고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 대신, 과거 레이드 자료를 열람하는 것에만 동의했다.

저녁 근무를 앞두고 태원은 수면실 복도에서 지아를 불렀다. 그는 명단 속 한 이름을 오래 봤지만, 결국 전화를 걸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 사람을 본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연락하면 내가 기억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요.”

그는 명단 속 이름을 한 번 더 읽었다. 아무 감정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지아는 이름을 덮어 주지 않았다. 태원이 보지 않겠다고 할 때까지 종이를 그대로 두었다. 그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 사람을 배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 선택이 아니에요.”

“그럼 제가 뭘 해야 하죠?”

“지금은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게 전부일 수 있어요. 나중에 연락하고 싶다면, 그때 어떤 말을 할지 같이 준비할 수 있고요.”

태원은 종이를 접지 않은 채 파일 안에 넣었다. 그는 연락처를 적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상담에서는 꿈에 나온 손전등을 그려 보고 싶다고 했다.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보다, 빛이 어디를 비췄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지아는 그 목표를 기록했다. 손전등의 방향은 기억의 빈자리를 메우기보다, 태원이 떠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장면을 선택하게 해 줄 수 있었다.

“기억을 확인할 기회는 나중에도 있어요. 지금 안 하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 끝에서 간호사 준혁이 병실 문을 닫으며 손을 들었다. 유리창에 비친 형광등이 한 칸씩 꺼졌다 켜졌다. 태원은 그 빛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병동 조명이 고장 난 게 아니었다. 창밖의 공사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태원은 그걸 확인한 뒤에야 다시 걸었다.

그날 밤, 준혁은 7년 전 구조 호출이 있었던 병원 이송 기록을 찾았다. 한 생존자는 도착한 기록이 있었지만, 이름란이 비어 있었다.

준혁은 그 기록을 지아에게 넘기기 전에 환자 정보가 없는 사본인지 확인했다. 이름란만 빈 게 아니라, 병동과 이송 차량 번호도 일부 지워져 있었다. 누군가 개인정보를 보호하려고 가린 것인지, 기록이 나중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빠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문서만으로 누군지 찾을 수 있나요?”

“아니요. 번호 하나라도 남아 있는 원본을 찾거나, 당시에 근무한 사람의 기억을 확인해야 합니다.”

준혁은 자신이 그때 인턴 간호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출이 울렸다는 기억만 있고, 누구를 맞았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아는 그 진술을 꿈 기록과 별도 파일에 저장했다. 두 기록 사이에 선을 그어 두었다. 파일명도 서로 다르게 붙였다. 화면을 잠근 뒤 복도를 나왔다.

복도 끝에서 환자가 지아를 불렀다. 그녀는 꿈 기록이 아닌 진료 일정표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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