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헌터 전용 수면실의 꿈 기록관1화

헌터 전용 수면실의 꿈 기록관

헌터 전용 수면실의 꿈 기록관

AD
스폰서 광고

1화: 세 사람이 본 검은 복도

문지아는 잠꼬대를 기록하지 않았다.

새벽 두 시, 병동 끝 방에서 누군가 “복도가 막혔어”라고 중얼거렸다. 간호사 이준혁이 침대 난간을 잡고 환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켰다. 지아는 출입문 밖에서 기다렸다. 환자의 숨이 고르게 돌아올 때까지 녹음 버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방금 뭐라고 했는지 들으셨어요?” 준혁이 물었다.

“들었지만 기록하지 않았어요.”

“혹시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환자가 깨어나서 자기 말로 알려 주지 않으면, 우리가 들은 문장이 그 사람의 기록이 될 수는 없어요.”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악몽이 심한 헌터들이 잠결에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일으키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 때로는 소리보다 움직임이 더 위험했다. 그는 환자 이름을 확인하고, 손목에 연결된 측정기를 살폈다. 지아는 의료진 호출 기록만 남겼다.

아침 회진이 끝난 뒤, 병동 게시판에는 세 환자의 꿈 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서로 다른 방의 환자들이 모두 ‘검은 복도’를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 문구는 지아가 만든 요약이 아니었다. 접수 간호사가 각자의 요청을 짧게 옮긴 결과였다.

“세 명이 같은 꿈을 꾼 걸까요?” 박태원이 물었다.

태원은 한 달 전 레이드에서 무릎과 어깨를 다쳤다. 그는 회복실에서 수면을 돕는 약을 줄이고 있었고, 밤마다 잠에서 깨곤 했다. 지아는 그를 안다고 해서 꿈 기록에 먼저 끼워 넣지 않았다.

“아직은 모릅니다. 복도라는 단어만 같아요.”

“내 꿈에도 검은 복도가 나왔습니다.”

“그 기억을 기록하고 싶으세요?”

태원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안에서 누가 나를 불렀는지 모르겠어요. 이름은 안 들렸고, 손전등만 보였습니다.”

“그럼 기억나는 데까지만 말해 주세요. 모르는 부분은 비워 둘 수 있어요.”

태원은 상담실로 들어갔다. 지아는 녹음기를 꺼내 책상 위에 놓고, 작동시키기 전에 기록 범위와 보관 기간을 설명했다. 태원은 자신의 말이 의료진에게만 공유되는 데 동의했다. 외부 연구나 홍보에 쓰는 것은 거부했다.

태원은 검은 복도에 문이 다섯 개 있었고, 세 번째 문 아래로 물이 새고 있었다고 말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 손전등을 흔들었지만, 그는 따라가지 못했다. 발을 떼면 무릎이 무너져 통증이 올라왔다. 그 뒤는 기억나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몸에 통증이 있었습니까?” 지아가 물었다.

“무릎은 늘 아파요. 그날 꿈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아는 ‘통증 원인 미상’이라고 적었다. 태원은 세 번째 문이 과거 던전의 폐쇄 구역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 실제로 가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확인하고 싶으십니까?”

“모르겠어요. 알아내면 나아질지, 더 망가질지 모르겠습니다.”

“그 결정은 오늘 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그는 문손잡이를 잡고 잠시 서 있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 손등에 핏줄이 섰다. 지아는 그가 나갈 때까지 질문하지 않았다.

두 번째 환자 윤세라는 꿈 상담을 신청했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는 정찰 헌터였고, 레이드 이후 소리와 냄새가 자주 떠올랐다. 검은 복도는 기억나지만, 사람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기록하지 않을게요. 다만 원하시면 이야기만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해요. 대화 중에 제가 메모하지 않는 걸 확인하셔도 돼요.”

세라는 지아의 빈 손을 확인한 뒤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복도 바닥에서 물비린내가 났고, 천장등이 한 칸씩 꺼졌다고 말했다. 태원의 꿈과 달리 문은 세 개뿐이었다. 손전등은 없었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따라왔다.

“그 소리가 팀원일 수도 있나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세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상담을 마칠 때 지아가 기록 여부를 다시 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상담을 했다는 사실만 진료 기록에 남겼다. 꿈의 세부는 쓰지 않았다.

세라는 상담실을 나가다 복도 모퉁이에서 멈췄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병동 입구를 찍고 있었다. 환자 보호자처럼 보였지만, 가슴에는 영상 채널 로고가 달려 있었다. 지아가 다가가자 그는 수면 회복에 대한 인터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환자 동의 없이 병동을 촬영하실 수 없습니다.”

“얼굴은 안 찍었습니다. 요즘 같은 악몽을 꾸는 헌터가 늘었다던데, 다들 불안하니까요.”

세라는 그 말을 듣고 어깨를 움츠렸다. 지아는 그녀를 안쪽 휴게실로 안내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병동 관리자에게 촬영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승인 범위는 로비뿐이었다. 준혁이 관리자에게 확인하는 동안 지아는 세라에게 상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저 사람들한테 제 꿈을 말하지 마세요. 제 이름도요.”

“말하지 않을게요. 원한다면 다른 면담실로 이동할 수도 있어요.”

세라는 잠시 망설이다 병실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 뒤 지아는 카메라 촬영 범위가 병실 문에 닿지 않도록 이동을 요청했다. 촬영자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환자 동의가 없으면 촬영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장비를 내렸다.

세 번째 환자는 기억을 꺼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는 꿈에서 복도를 봤다는 접수만 했고, 지아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준혁은 환자의 침대 옆에 앉아 수면등을 낮췄다. 환자가 조용히 잠든 뒤에도 지아는 병실 문을 열지 않았다.

점심 무렵, 수면의학자 한도윤이 지아의 기록 방식을 확인했다. 그는 야간에 들은 말이 기록에 없다는 사실을 보고 물었다.

“반복되는 단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환자의 진술로 보관하는 건 다릅니다.”

“동의가 늦어지면 단서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그 사람의 말로 남겨야 하는 단서라면 기다려야 합니다.”

도윤은 지아의 원칙을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의료진이 개입해야 할 악몽 발작과 기록관이 개입할 시점을 구분하자고 했다. 환자가 위험해 보이면 기록보다 안전이 먼저였다. 지아는 그 조항을 업무 메모에 넣었다.

“지아 씨가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고 하면, 기억이 더 흐려질까 봐 불안하지 않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불안해요. 그래도 제 불안을 환자 기록으로 바꾸고 싶진 않아요.”

도윤은 창밖 병동 복도를 바라봤다. 그는 예전에 환자 한 명이 잠결에 말한 이름을 가족에게 전달한 적이 있었다. 가족은 그 이름을 사고 책임자의 이름으로 받아들였고, 환자는 깨어난 뒤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도윤은 그 일을 보고서에 남겼지만, 환자와 가족의 관계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저는 기록이 중립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적느냐에 따라 방향이 생긴다는 걸 늦게 배웠죠.”

지아는 그가 자신의 원칙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은 수면 기록과 의료 기록의 경계를 다시 정했다. 발작과 신체 안전은 의료진이 즉시 적는다. 꿈의 내용은 환자가 깨어나 말하고 동의한 뒤에 기록한다.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상담 여부만 남긴다.

저녁 교대 때 준혁이 지아에게 작은 종이를 건넸다. 세 번째 환자가 깨어난 뒤, 꿈에서 검은 복도를 봤다고 스스로 말했고 상담을 요청했다는 메모였다. 그는 그 내용을 환자 앞에서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지아는 상담실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환자가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꿈속에는 검은 복도가 있었고, 문 아래로 물이 흐르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젖은 발자국이 이어졌다. 그 발자국은 복도 안쪽이 아니라, 자신이 들어온 문으로 되돌아갔다.

지아는 세 환자의 꿈을 한 표에 합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시간, 다른 방, 다른 세부가 있었다. 공통 단어는 하나뿐이었다. 검은 복도.

“다른 두 분도 같은 꿈을 꿨나요?” 환자가 물었다.

“그분들 기록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같은 꿈인지도 몰라요.”

“그럼 왜 제게 묻죠?”

“당신이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세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건 원할 때 결정할 수 있어요.”

환자는 기록에 이름 대신 번호를 쓰겠다고 했다. 지아는 그 선택을 반영했다. 그에게는 복도의 문 숫자가 기억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부분은 빈칸으로 남았다.

병동이 조용해진 밤, 지아는 환자 이름이 없는 세 개의 기록을 따로 보관했다. 하나에는 물이 흐르는 문이 세 번째, 하나에는 문이 세 개, 하나에는 돌아가는 젖은 발자국이 있었다. 서로 다른 장면을 하나의 사실로 합치면 안 됐다.

태원은 퇴실 직전, 지아에게 레이드 기록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환자 기록을 공개하는 대신, 자기 이름으로 과거 공략 로그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아는 그가 직접 신청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거기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요?”

“꿈이 실제 사건을 말해 준다는 뜻은 아니게 됩니다.”

“그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날 새벽, 병동 모니터에는 새로운 상담 요청이 접수됐다. 요청자는 꿈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고 적었지만, 검은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요청서 아래에는 레이드 구역 번호가 써 있었다. 7년 전, 폐쇄 처리된 검은문 던전의 복도였다.
지아는 요청자의 이름을 열람하지 않고, 구역 번호부터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