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폐기물 냄새로 범인을 찾는다

2화: 같은 냄새의 세 번째 트럭
흰 탱크로리 안에는 빈 통이 들어 있었다.
차량 무게는 폐기물이 실린 숫자였지만, 탱크를 열자 남은 건 밀폐 용기 세 개뿐이었다. 용기 바깥에는 녹색 중화액이 묻어 있었다. 운전자 정봉수는 폐기물이 어디서 빠졌는지 몰랐다. 그는 새벽에 차량을 인수했고, 지정된 좌표를 따라 처리장으로 왔다고 했다.
“운전 중에 탱크를 열었습니까?” 단속원 윤필재가 물었다.
“아니요. 봉인이 그대로였어요.”
“봉인 번호를 기억합니까?”
봉수는 고개를 저었다. “운송표에 있었는데, 제가 받은 건 사본이었습니다.”
필재는 차량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탱크 외부의 봉인과 계기판, 운송표를 촬영했다. 빈 용기 세 개는 분석팀이 오기 전까지 그대로 두었다. 처리장 반장 강예린은 자신의 기록에는 이 차량이 새벽 한 시 사십 분에 들어왔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정문 카메라에 들어온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끊겨 있었습니다.”
“그럼 입고 시간은 누가 적었죠?”
“제가 확인했어요. 그날 다른 차량이 먼저 와서 시간을 착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예린은 표정을 숨기려 했지만 손끝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야간조가 처리장을 돌본 뒤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탱크로리 앞에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 직원 한 명이 인수증을 정리했을 수 있었다.
“그 직원 이름은요?”
“확인하고 말하겠습니다.”
필재는 바로 이름을 요구하지 않았다.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직원을 특정하면, 예린이 그를 방패로 내세운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는 처리장 CCTV와 출입 카드 로그를 보존해 달라고 요청하고 봉수의 운송사에 배정 내역을 보내 달라고 했다.
봉수는 자신의 회사가 길드 연합의 외주를 받아 일한다고 했다. 폐기물을 운반할 때마다 두꺼운 장갑과 호흡기를 지급받았지만, 내용물 이름은 라벨로만 알았다. 이번에는 라벨이 비에 젖어 떨어졌고, 관리자는 빈 차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탱크가 비어 있지 않은데도요?”
“무게는 보지 않았습니다. 계기판은 조수석 쪽이라 제가 확인할 수 없어요.”
“그럼 누가 측정했습니까?”
“회사에서 보내 준 숫자를 받았어요.”
봉수는 자신이 폐기물을 버린 사람으로 몰릴까 두려워했다. 그는 전에 다른 운전자가 불법투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면허를 잃는 걸 봤다. 그 운전자는 실제로 지시를 받았지만, 지시 메시지를 지우고 혼자 책임을 졌다고 했다.
필재는 그 이야기를 문서에 적기 전에 확인 가능한 정보가 있는지 물었다. 봉수는 회사 배차 담당자 이름과 번호를 알려 주었다. 대신 동료 운전자의 이름은 적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필재는 동료 이름은 현재 조사 범위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소라는 하천에서 찍은 두 번째 영상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둔치에 서 있던 탱크로리의 뒷바퀴와 녹색 물체가 잠깐 보였다. 차량이 떠난 뒤 20분이 지나 물고기 한 마리가 떠올랐다. 그러나 번호판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
“영상 속 차가 봉수 씨 차일 가능성은 있습니까?” 태경이 물었다.
“색과 차종은 비슷합니다. 번호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 영상은 경로의 참고 자료로만 남기죠.”
소라는 주민 게시판에 하천 출입 금지 안내를 붙이고, 업체를 특정한 글은 삭제했다. 댓글에서는 그녀가 길드에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녀는 답글을 달려다 손을 멈췄다.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반찬 가게에 손님이 적다고 했지만, 소라는 그 얘기를 필재에게 바로 꺼내지 못했다.
처리장 카메라 기록은 다음 날 복구됐다. 정문에 들어온 차량은 두 대뿐이었다. 세 번째 차량은 내부 진입로를 거치지 않고 옆 공터를 통해 임시 적치장 뒤로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그 구역은 처리장 관리인과 공사 업체만 출입할 수 있었다.
예린은 그 길이 공식 통로가 아니라고 했다. 폐쇄된 도로였고, 안전 펜스가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펜스 자물쇠는 최근에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열쇠는 예린과 시설 담당자가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제가 열어 준 적은 없습니다.” 예린은 말했다.
“누가 열쇠를 복사할 수 있습니까?”
“시설 담당자와 본부 관리자요.”
예린은 출입문 아래의 흙을 살폈다. 탱크로리 타이어 자국은 없었지만, 그 옆으로 작은 운반차 바퀴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은 네 종류였다. 신발 밑창에 흰 분진이 묻어 있었다. 필재는 그 분진을 채취해 처리장 외곽의 공사 자재와 비교하기로 했다.
“냄새는 이쪽에서 더 진합니까?” 예린이 물었다.
필재는 마스크를 벗지 않고 환기구 방향에서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진한 건 맞지만, 바람이 갇혀서 그렇습니다. 차가 지나간 방향을 증명하지는 않아요.”
그는 냄새를 맡은 시간과 위치를 기록했다. 하천에서 맡은 향과 같았지만, 처리장에 오래 쌓인 중화액도 비슷한 냄새를 낼 수 있었다. 필재는 후각이 기억을 끌어올릴 때마다 시료 번호를 먼저 확인했다. 지난번 자신이 잘못 단속한 운전자는 같은 중화재를 다른 업체에서 싣고 다녔다는 이유로 의심받았다.
오후에 운송사 배차표가 도착했다. 봉수의 차량은 원래 새벽 1시 20분에 공공 처리장으로 가야 했다. 중간에 길드 계약업체의 호출을 받고 민간 처리장으로 변경됐다. 호출자는 회사 공용 전화로 표시되어 있었다. 배차표에는 ‘현장 반납, 빈 차 복귀’라고 적혔다.
봉수는 그 지시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호출을 받은 건 배차실 전화였고, 그때는 다른 운전자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전화 통화 기록을 확인해도 되는지 망설이다가, 회사가 자기 책임으로 돌릴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기록을 확인하면 다른 운전자가 곤란해집니까?” 필재가 물었다.
“그 사람은 아이 둘을 혼자 키워요. 저보다 더 급해요.”
“기록을 숨기면 둘 다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 이름 공개와 기록 보존은 다릅니다.”
봉수는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보여 줬다. 새벽 1시 18분에 배차실 번호가 찍혀 있었다. 통화는 24초였다. 그는 그 전화를 받은 뒤 방향을 바꿨다.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
태경은 봉수에게 운전 경로를 지도에서 직접 표시하도록 했다. 그는 처리장 정문이 아니라 뒷 공터로 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누가 유도했는지는 못 봤어요. 초록 조끼를 입은 사람이 손전등을 흔들었고, 저는 내리라는 말을 못 들었습니다.”
“그때 탱크 봉인은 확인했습니까?”
“차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봉인 번호는?”
“사본에 있던 숫자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봉수는 말을 멈췄다. 회사가 준 사본에는 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실물 봉인은 차를 인수할 때 보지 못했다. 그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 탱크는 이미 봉인된 상태였다.
분석팀은 빈 용기에서 하천 시료와 같은 중화액을 찾았다. 다만 폐기물 본체는 용기에 남지 않았다. 용기 안쪽에 긁힌 자국이 있어, 내용물이 다른 곳에서 비워진 뒤 세척된 것으로 보였다. 처리장에 정식 반입됐다면 이런 용기가 중화 구역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구역 센서에는 기록이 없었다.
예린은 임시 적치장의 자물쇠를 다시 살폈다. 안쪽에 흰 분진이 묻어 있었고, 문턱 아래에는 작은 녹색 천 조각이 걸렸다. 그 천은 처리장 유니폼과 같은 색이었다. 예린은 직원 옷을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필재는 모든 옷을 검사하는 방식은 피하자고 했다.
“그럼 어떻게 확인하죠?”
“당직표에 기록된 인원부터 자발적으로 작업복을 보여 주도록 하세요. 거절이 곧 혐의가 되지는 않도록 설명하고요.”
예린은 직원들을 모아 상황을 알렸다. 한 명은 작업복을 내놓았고, 다른 직원은 화를 냈다. 그는 야간 근무 수당도 못 받았는데 범인 취급까지 받는다며 자리에서 나갔다. 예린은 그를 잡으려다 멈췄다. 필재가 직원의 퇴로를 열어 주었다.
“원하면 나중에 와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직원은 아무 말 없이 나갔다. 예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직원들을 지키려다 기록을 뭉개 버렸네요.”
“이제라도 기록을 분리해서 남기면 됩니다.”
밤이 되자 소라의 영상에 새로운 차량이 찍혔다. 이번에는 번호판이 보였지만, 차량은 민간 처리장과 계약한 건설 업체 소유였다. 필재는 번호를 조회했다. 차량은 폐기물 운반 허가가 없는 소형 트럭이었다.
트럭은 처리장 뒷문을 지나지 않고, 하천 둔치로 향했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녹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소라가 확대 화면을 열자, 손에 작은 금속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 상자 옆면에 처리장 인수증 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소라는 영상을 멈추고 주민에게 바로 연락하지 않았다. 화면 속 작업복이 예린의 직원과 비슷했지만, 번호표는 보이지 않았다. “공개하면 사람들이 처리장으로 몰려갈 거예요. 우리 엄마 가게도 그 근처고요.”
필재는 영상 복사본을 보안 저장소에 옮기고 촬영 시각을 기록했다. “공개를 미루는 건 증거를 숨기는 것과 달라요. 오늘은 하천 접근 금지와 물고기 접촉 금지만 다시 안내합시다.”
예린은 직원들에게 먼저 연락해, 누구도 혼자 취조받지 않도록 노조 담당자를 불러오겠다고 했다. 직원이 화를 내고 나간 뒤였지만, 그는 그를 찾아가 억지로 데려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출입 로그를 보존하고, 다음 교대가 오기 전 임시 적치장 열쇠를 두 명이 함께 관리하도록 바꿨다.
봉수는 배차실 동료에게 전화해 당시 통화 기록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지시를 들은 건 아니라서, 네 이름을 말하지 않을게. 그래도 기록은 지워지지 않게 해 줘.” 전화 너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봉수는 전화를 끊고 한참 손바닥을 바라봤다.
필재는 그들의 결정을 기록지에 적었다. 아무도 아직 책임자를 알지 못했지만, 증거를 보존하고 다음 운행을 안전하게 바꾸는 일은 지금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