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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폐기물 냄새로 범인을 찾는다3화

게이트 폐기물 냄새로 범인을 찾는다

게이트 폐기물 냄새로 범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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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비어 있는 폐기물 인수증

처리장 인수증 번호는 강예린의 서명란에 적혀 있었다.

예린은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자기가 작성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의 서명과 닮았지만 마지막 획이 너무 길었다. 필재는 서류를 손에서 놓으라고 했다. 종이의 접힌 자국과 잉크 번짐을 먼저 촬영하고, 원본은 봉투에 넣었다.

“누가 제 이름을 썼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은 모른다고 기록하겠습니다.”

“제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말도 적어 주세요.”

“당신 진술로 따로 남길게요. 다만 필적 확인 전에는 사실로 확정하지 않겠습니다.”

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증거 봉투에 넣었다. 누구를 보호하려고 기록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빈 인수증은 오히려 처리장 사람들 중 누군가가 서명을 흉내 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윤필재는 소라의 영상을 프레임별로 살폈다. 소형 트럭에서 내린 사람은 금속 상자를 들고 하천 둔치로 향했다. 상자에 적힌 번호는 처리장 인수증과 일치했지만, 그 번호가 진짜 처리물에 붙은 것인지 복제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영상에서 얼굴은 모자에 가려졌고, 작업복은 색만 비슷했다.

“손잡이를 잡을 때 오른손을 씁니다.” 소라가 말했다. “아까 정문에 온 탱크로리 운전자는 왼손으로 문을 열었어요.”

“같은 사람일 가능성을 낮추는 단서지만 확정은 아니에요.” 필재가 답했다.

소라는 영상의 원본을 외부 저장소에 복사했다. 그 과정에서 파일 촬영 시간이 기기 시계보다 7분 늦게 설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녀는 주민들과 함께 가로등 시계를 찍어 시간 차이를 보정할 수 있었다. 필재는 수정 전 파일과 보정표를 모두 남겼다.

처리장의 야간 근무표에는 예린, 설비기사, 계량 담당자 두 명이 있었다. 계량 담당자는 세 번째 차량을 기억하지 못했다. 설비기사는 뒷문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근무표가 실제 교대와 맞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직원 한 명이 병가로 빠져 있었고, 대체 인력은 이름 대신 외주 번호로 기록되어 있었다.

예린은 외주 인력 목록을 내놓지 않으려 했다. “이름을 밝히면 다음 계약에서 빠질 겁니다. 그 사람은 겨우 일용 계약을 받았어요.”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도 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재가 말했다. “다만 그 사람에게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예린은 노조 담당자와 함께 외주 인력을 불렀다. 그는 얼굴을 가리지 않고 왔지만, 질문을 듣자 바로 나가려고 했다. 그날 뒷문 열쇠를 건넨 건 자기였다고 말했다. 시설 담당자에게서 문을 잠깐 열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상자 하나를 통과시켰다. 안에 든 것이 폐기물인 줄은 몰랐다.

“왜 기록에 안 썼습니까?”

“출입증이 제 번호로 찍히면 다음 일자리를 못 구한다고 했어요. 시설팀에서 정문 출입처럼 처리해 준다고 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날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 줬다. 발신 번호는 회사 공용 전화였고, 내용은 ‘뒷문 잠깐 열어 두고 인수증은 내가 정리한다’였다.

필재는 메시지를 촬영해 원본을 보존했다. 외주 인력은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진술서를 썼다. 예린은 그가 근무표에서 누락되어 있었다는 걸 알고 얼굴을 굳혔다.

“그 사람을 제가 등록했어야 했어요. 인원이 부족해서 외주 번호만 받고 넘겼습니다.”

“그 판단이 기록을 비게 만들었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정식 인력을 더 뽑아 달라고 요청했을 때 거절당했어요.”

“그 요청은 어디에 남아 있습니까?”

예린은 본부에 보낸 이메일을 찾아냈다. 답장은 없었다. 그녀는 직원들을 잃을까 봐 이름을 감췄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 이제는 그 선택을 인정하고, 누락된 인력 근무도 함께 제출하기로 했다.

단속팀은 하천의 임시 폐쇄 범위를 넓혔다. 소라와 주민들은 안내선을 옮기고, 물고기 사체가 더 발견되면 위치만 기록하고 만지지 말라고 알렸다. 한 주민이 자신의 아이가 어제 물가에서 놀았다고 걱정했다. 태경은 보건소에 연락해 증상이 있으면 바로 진료받도록 안내했다. 소라는 주민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연락처를 전달했다.

그날 저녁, 분석팀은 금속 상자 안쪽에서 게이트 잔류물의 흔적을 찾았다. 인수증 번호는 처리장에서 사용한 정식 번호였지만, 실제 반입 중량은 0으로 기록돼 있었다. 빈 상자에 번호만 붙여 하천에 가져간 것이었다. 진짜 폐기물이 어디로 갔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필재는 상자 바닥에서 섬유 조각을 발견했다. 녹색 작업복과 비슷한 색이었지만, 소재는 처리장 유니폼과 달랐다. 공사 업체의 반사 조끼와 같은 섬유였다. 번호판이 나온 소형 트럭도 그 업체 소유였다.

태경은 업체에 연락하기 전에 운송 계약을 확인하자고 했다. “지금 가서 따지면 증거를 지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천에 또 버릴 수도 있어요.” 소라가 말했다.

“우선 위험한 배출을 막고, 동시에 기록을 보존해야 합니다.” 필재가 답했다. “업체에 자발적 운행 중지를 요구하고, 거부하면 행정 조치를 준비하죠.”

공사 업체는 자신들의 트럭이 하천에 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폐기물 운반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차량을 쓴 운전자는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밤에 빈 상자를 옮기는 일만 지시받았고, 안에 든 것은 몰랐다고 했다. 상자 안쪽의 잔류물이 나오자 그의 말은 일부 맞을 수도 있었다.

“누가 시켰습니까?” 필재가 물었다.

운전자는 담당자 이름 대신 “현장 소장”이라고만 말했다. 자기 아이가 같은 공사 업체의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했다. 이름을 말하면 계약이 끊기고, 그 어린이집도 옮겨야 할까 봐 두려워했다.

필재는 그에게 이름을 지금 당장 말하라고 하지 않았다. “차량이 언제 어디로 갔는지 먼저 진술하세요. 지시자는 문자나 배차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배차표를 꺼냈다. ‘빈 상자 하천 반출’이라고 적혀 있었고, 배차 코드 옆에는 회사 공용 전화와 같은 번호가 찍혀 있었다. 글씨는 예린의 인수증에 적힌 서명과 비슷한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렇다고 같은 사람이 썼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날 밤 예린은 처리장 직원들과 짧은 회의를 열었다. 그녀는 누락된 외주 인력 등록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대체 인력의 출입과 작업을 이름으로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한 명은 그 조치 때문에 더 많은 일이 늘어난다고 불평했다. 예린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사람 이름을 몰라서 책임을 대신 지게 할 수는 없어요.”

필재는 회의에 끼어들지 않았다. 예린이 자기 직원에게 직접 말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인수증의 빈 서명란을 다시 확인했다. 거기에는 도장이 하나 찍혀 있었지만 인주가 아니라 녹색 중화액이었다. 누군가 젖은 장갑으로 서류를 눌렀다.

소라는 하천 봉쇄선을 따라 새벽 사진을 찍었다. 기름막은 얇아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필재는 상류와 하류의 시료를 다시 채취해 봉인했다. 첫 시료보다 냄새가 약해졌다. 하지만 물속 바닥에서만 맡을 수 있는 쇠 향은 그대로였다.

“비어 있는 인수증 하나로 범인을 찾을 수는 없네요.” 소라가 말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옮겼다고 주장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요.”

필재는 수첩에 질문을 적었다. 인수증에는 빈 서명란, 비어 있는 차량 기록, 비어 있는 적치장 카메라가 있었다. 세 가지 공백은 우연히 겹쳤을 수도 있었다. 그 공백을 만든 사람은 아직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소라와 함께 하천 하류의 물길을 따라 걸었다. 기름막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바위 틈마다 푸른 잔류가 얇게 들러붙어 있었다. 소라는 새벽에 찍은 사진과 지금 모습을 나란히 놓았다. 물고기 사체는 더 늘지 않았지만, 갈대 사이에서 작은 게 한 마리가 뒤집힌 채 발견됐다.

소라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사람들이 보면 괜찮아졌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만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표본 담당자가 올 때까지 위치만 남기죠.”

그녀는 사진을 찍고, 주민 단체방에는 하천 접근 금지가 계속된다고 알렸다. 누군가 ‘또 겁만 준다’고 답했지만, 소라는 다투지 않았다. 대신 언제 다시 확인할지 시간을 적었다. 필재는 그 모습을 보며 냄새와 마찬가지로 경고도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리장으로 돌아오자 예린이 야간조 직원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 직원은 뒷문 자물쇠를 바꿨고, 자신의 서명과 인수증의 서명이 다르다고 직접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서류를 정리했지만 중량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예린은 그 진술을 듣고도 즉시 믿어 주지 않았다. 대신 교대 근무표와 출입 로그를 함께 보자고 했다.

“저를 의심해도 됩니다.” 직원이 말했다. “다만 제가 안 한 일까지 뒤집어쓰진 않을게요.”

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 해. 나도 네 서명을 확인 없이 받아 적었으니까.”

둘은 서로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같은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필재는 그 결정이 책임을 나누는 첫 단계라고 보았다.

출근 시간 직전, 처리장 정문에 새 안내문이 붙었다. ‘야간 폐기물 인수는 잠정 중단합니다.’ 서명자는 처리장 반장 강예린이었다. 안내문 아래에는 누군가 검은 펜으로 한 줄을 더 적어 놓았다.

‘중단하면 남은 폐기물이 하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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