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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민원실의 최연소 변호사2화

게이트 민원실의 최연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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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네 분의 공백

라온은 부속서 원본 열람을 신청했다. 협회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승인 범위를 제한했다. 구조 대상의 이름은 가려졌지만, 작성 시각과 수정 로그는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문서에는 대상 세 명이 등록되어 있었고, 수정본에서는 한 명이 빠졌다.

“누가 수정했는지 바로 볼 수 있습니까?” 건우가 물었다.

“로그의 사용자 계정만 나옵니다. 실제 사용자는 감사 절차를 거쳐야 해요.” 슬기가 답했다.

라온은 수정 전후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한 명의 이름은 지워졌지만, 페이지 번호와 서식은 그대로였다. 이름 칸을 삭제한 뒤 문서의 줄 간격이 조정됐다. 자동으로 바뀔 수 있는 서식이었지만, 삭제 시각은 사고 보고서 제출 직전이었다.

“이름을 지운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범위에서 빼면 길드가 구조비를 안 줘도 됩니다.” 태식이 말했다.

“그럴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의도는 다릅니다.”

라온은 길드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그는 태식이 아이를 구조한 건 사실이지만, 계약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상금 환수는 정당하다고 답했다. 추가 구조비는 회사 판단에 따라 지급할 수 있으나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건우는 게이트 현장의 카메라 시간을 확인했다. 길드 제출 영상은 구조 시작 시각을 4분 늦게 표시했다. 원본 카메라의 내부 시계가 틀렸을 가능성을 점검해야 했다. 그는 카메라의 정비 기록과 배터리 교체 내역을 확보했다. 사고 당일 시간 보정은 정상으로 기록돼 있었다.

“시간 차가 생긴 원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라온이 물었다.

“게이트 안에서는 기기 시계가 늦거나 빨라질 수 있어요. 다른 장비와 비교해야 합니다.”

건우는 현장 로프 고리에 남은 마력 잔류를 측정했다. 고리는 사고 기록에 없는 시간대에 설치된 것으로 보였다. 그는 표본을 채취해 길드 장비와 협회 장비의 재질을 비교하기로 했다.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소유자를 단정하지 않았다.

태식은 구조 당시 자신의 기억을 설명했다. 그는 아이를 발견한 뒤 팀장에게 무전을 보냈고,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네 분 뒤 팀원들이 도착했다. 길드는 그가 무단 이탈한 시점부터 영상 시간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라온은 무전 로그를 확인했다. 태식의 첫 호출은 14시 07분 12초에 전송됐고, 팀장의 응답은 없었다. 다음 기록은 14시 11분 20초였다. 그 사이 현장 통신망이 끊겼다. 영상의 첫 프레임은 14시 11분으로 표시됐다.

“첫 호출보다 영상이 늦습니다.”

“영상 카메라가 늦게 켜졌을 수 있습니다.” 슬기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무전 로그와 장비 로그를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협회 감사실에서 현장 기록 보존을 승인했다. 다만 태식의 소속 길드가 원본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제 제출 명령은 별도 심사가 필요했다. 라온은 긴급 보전 신청서를 준비했다. 환수 집행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날 오후 보호자가 민원실로 찾아왔다. 아이는 사고 이야기를 반복해서 묻는 것을 힘들어했지만, 자기 장난감이 경찰에게 넘어간 사실은 알고 싶어 했다. 라온은 증거 봉투의 상태와 반환 시점을 설명했다. 보호자는 아이의 말을 직접 녹음한 파일이 있지만, 공개하지 않기를 바랐다.

“재판에 꼭 필요한가요?”

“현재로선 아닙니다. 다른 자료로 구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먼저 보겠습니다.”

“아이가 법정에 서야 하나요?”

“가능하면 피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진술이 필요해지면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받겠습니다.”

보호자는 녹음 파일을 넘기지 않았다. 라온은 그 결정을 존중하고 상담 기록에 파일의 존재만 적었다. 사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모든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건우는 길드 사무실에서 구조 장비 목록을 확보했다. 협회 표준 고리는 사고 전날 반납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창고 출입 기록에는 사고 다음 날 다시 들어온 흔적이 있었다. 담당자는 장비를 분실했다가 찾았다고 보고했다.

“그 고리가 현장에 있던 것과 같은 번호입니까?”

“숫자는 다섯 자리 중 세 자리만 보입니다. 감정이 필요합니다.”

슬기는 표준 장비 번호를 대조하는 공식 요청을 넣었다. 협회는 하루 안에 답을 주지 않았고, 환수 집행을 멈추려면 임시 결정이 필요했다. 라온은 긴급 심문에서 보여 줄 자료를 추렸다. 무전 로그, 부속서 수정본, 장비 표식, 구조자의 진술을 시간 순으로 배열했다.

“우리가 증명할 것은 태식 씨가 규칙을 잘 지켰다는 게 아닙니다.” 라온이 말했다. “계약에 없는 구조 대상이 있었다는 것과, 그 사실을 사후에 누가 지웠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무전 응답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이 계약 위반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되, 구조 상황과 지시 부재를 함께 설명하기로 했다.

긴급 심문 전에 라온은 길드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길드장은 변호사와 함께 나왔고, 태식의 계약 이탈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구조 대상이 계약에 없었으니 추가 보상 의무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럼 부속서 원본을 제출해 주세요.”

“개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름을 가린 사본을 먼저 제출하셔도 됩니다. 다만 존재 여부와 작성 시각은 확인해야 합니다.”

길드장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라온은 계약서에 붙은 페이지 번호를 보여 줬다. 본문에는 ‘부속서 3’이 인용되어 있었고, 사본에는 부속서 1과 2만 있었다. 페이지가 없어진 것인지, 별도 파일이 사라진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길드 측 변호사는 태식이 현장으로 뛰어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무전이 끊겼다는 것은 태식의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라온은 통신 기록이 보존 요청에 포함됐다고 답했다. 양측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면담 내용은 각자 기록했다.

건우는 협회 현장 기록실에 가서 카메라 원본의 보관 상태를 확인했다. 파일은 봉인 저장 장치에 있었고, 열람 이력은 세 번 남아 있었다. 두 번은 사고 조사 때, 한 번은 환수 통지 전날이었다. 마지막 접속은 길드 본부가 아니라 협회 법무 부서에서 발생했다.

“누가 열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접속 계정과 단말 번호는 있죠?”

“네. 감사관이 정식으로 추적 중입니다.”

건우는 파일을 재생하기 전에 복사본을 만들었다. 영상에는 소리 트랙이 없었다. 구조자의 무전은 별도 통신 서버에 저장됐다. 두 기록을 동기화하면 태식이 실제로 언제 요청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라온은 파형을 맞추는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건우와 기술 감정 담당자가 원본의 시간 오차를 계산하고,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했다. 라온은 보고서가 나온 뒤 주장할 수 있는 범위를 검토했다.

슬기는 협회 법무 계정 목록을 감사실에서 확인했다. 계정은 퇴직자와 현직 직원이 함께 쓰던 공유 계정이었다. 누가 접속했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였고, 이는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계정을 즉시 차단할 수 없었다. 진행 중인 계약 검토가 멈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접근 로그를 복사하고, 해당 계정의 변경 권한만 일시 제한했다.

“계정을 막으면 다른 사건들이 처리되지 않아요.”

“변경 기록을 지울 수 있는 권한만 막으면 됩니다.” 라온이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누가 불편해하더라도 접근 기록은 남기죠.”

당사자인 태식은 길드의 공개 게시판에서 ‘팀원을 버리고 시민에게 달려간 헌터’라는 글을 봤다. 글에는 그의 실명이 있었다. 그는 댓글을 달고 싶어 했지만, 라온은 일단 게시물을 저장하고 작성자를 확인하자고 했다. 태식은 침묵이 또 다른 굴복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박하고 싶다면 해도 됩니다. 다만 가족이나 아이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태식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짧은 입장문을 작성했다. 그는 구조 사실과 계약 이탈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길드의 의도는 주장하지 않았다. 라온은 문장을 검토했지만, 대신 쓰지 않았다. 입장문은 태식의 말이어야 했다.

태식은 심문 전날 밤까지 입장문을 여러 번 고쳤다. 처음에는 길드가 자신을 모함한다고 썼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는 없었다. 라온은 사실과 추측을 나눠 적자고 했다. 태식은 구조 사실과 계약 이탈을 인정하고, 길드의 의도는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정리했다.

입장문에는 아이의 이름과 병원 정보가 없었다. 태식은 자신이 구한 사람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가족이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익명으로도 구조 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최종본을 직접 서명했다.

“내가 말한 걸 변호사가 고친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쓴 문장을 그대로 보존합니다. 제가 바꾼 건 법률 용어가 아니라 개인정보뿐이에요.”

건우는 게시글 원본을 저장하고 삭제 요청을 보냈다.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태식은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사건 자료를 법정에 제출하는 쪽을 택했다. 그 선택은 즉각적인 비난을 멈추게 하진 못했지만, 피해자의 이름이 더 퍼지는 일은 막았다.

심문 전날, 협회에서 부속서 수정 로그가 도착했다. 파일은 협회 법무 계정에서 변경됐지만, 접속한 단말은 길드 본부의 회의실이었다. 수정 시각은 구조 영상에 공백이 생긴 바로 그 네 분과 겹쳤다.

단말 사용자 이름은 라온이 2년 전 협회에서 일할 때 쓰던 계정 코드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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