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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민원실의 최연소 변호사1화

게이트 민원실의 최연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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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명단에 없는 아이

민원실의 출입문은 세 번 밀어야 열렸다.

최라온은 문손잡이에 체중을 실었다. 두 번은 잠금쇠만 흔들렸고, 세 번째에야 문이 열렸다. 협회 본부 건물 지하에 붙은 민원실은 오래된 창고를 고쳐 만든 곳이었다. 유리창에는 ‘헌터 및 게이트 피해 상담’이라는 안내지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비가 들이쳐 종이의 모서리가 젖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보상금 환수 통지서가 놓여 있었다. 접수인은 C급 헌터 김태식. 계약 범위 이탈과 전리품 손실을 이유로 2천만 원을 돌려줘야 했다. 그는 헌터 등록증을 두 손으로 쥔 채 의자 끝에 앉아 있었다.

“저는 사람을 구했습니다.”

“보고서에는 계약 지역을 무단 이탈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이를 찾으러 갔어요.”

“계약 부속서에 아이 이름이 있습니까?”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없었습니다. 길드장은 그 아이가 근처에 있다는 걸 몰랐다고 했어요.”

라온은 통지서를 뒤집어 조항 번호를 확인했다. 계약서 본문에는 구조 대상이 세 명으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부속서에는 두 명만 등록돼 있었다. 태식은 현장에 있던 아이가 구조팀의 계약 인원이라고 생각했다. 길드장은 아이가 일반 시민이므로 별도 구조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가족은 어디 있습니까?”

“병원에 있습니다. 아이는 무사해요.”

“본인에게 연락해도 괜찮겠습니까?”

“부모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라온은 태식의 답을 기다렸다. 그가 법률 상담을 원하는지, 환수 통지를 다투고 싶은지, 아이의 가족에게 사과하고 싶은지 먼저 알아야 했다. 태식은 사과는 이미 했지만, 길드가 보상금을 빼앗아 가면 동생의 치료비를 낼 수 없다고 했다.

“우선 환수 집행을 멈추고 싶습니다.”

“그럼 긴급 이의 신청과 계약 원본 확보가 필요합니다. 성공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사람을 구한 것도 증거가 되나요?”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라온은 민원 신청서에 원하는 구제 내용을 적게 했다. 태식은 ‘환수 중단’에 동그라미를 치고, 구조 사실 확인은 별도 항목으로 썼다. 그는 자신이 착한 일을 했다는 평가보다 실제 비용을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민원실 문이 열렸다. 현장 조사관 박건우가 젖은 작업화를 털며 들어왔다. 그는 게이트 사고 현장을 조사해 영상과 위험 기록을 모으는 사람이었다. 라온은 협회 심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영상 원본을 가져왔습니다.”

건우는 작은 저장 장치를 책상 위에 올렸다. 길드가 제출한 영상은 태식이 계약 지역을 벗어나 아이를 향해 뛰는 장면을 보여 줬다. 하지만 영상 오른쪽 아래의 시간 표시가 4분씩 건너뛰었다. 건우는 원본 파일과 길드 제출본의 해시값을 대조했고, 두 파일이 달랐다고 했다.

“이것만으로 편집이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까?” 라온이 물었다.

“프레임이 빠졌습니다. 저장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원본으로 확인해야겠네요.”

건우는 당시 구조팀의 카메라가 별도로 기록됐다고 했다. 길드가 제출한 파일은 협회 서버에서 내려받은 사본이었다. 원본은 현장 책임자에게 있어야 했다. 라온은 즉시 보존 요청을 보내자고 했다.

협회 감사관 권슬기가 민원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환수 집행이 이틀 뒤 예정돼 있다고 알렸다. 그 전에 이의 신청이 접수되면 보류할 수 있지만, 현장 조사 기록과 계약 원본이 필요했다.

“부속서가 빠져 있다면 계약 효력이 다툼 대상이 됩니다.”

“누가 부속서를 관리하죠?”

“길드와 협회 양쪽입니다.”

“그럼 양쪽의 원본을 동시에 보존해야겠군요.”

슬기는 협회 서버에 등록된 부속서 번호를 확인했다. 계약서에는 세 번째 부속서가 존재했다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문서함에는 파일이 없었다. 삭제 기록에는 어제 오후 5시 18분, 사용자 계정 ‘법무검토2’가 남아 있었다.

“계정 사용자 이름은요?”

“확인 권한이 필요합니다.”

“보존 요청부터 하죠.”

라온은 사건을 맡겠다고 결정했다. 다만 협회 직원 계정의 기록을 개인적으로 열람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슬기는 감사 절차로 접근 로그를 보존하겠다고 했다. 건우는 현장 조사를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들은 병원으로 가기 전에 아이의 가족에게 연락했다. 보호자는 아이의 이름과 진술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라온은 그 조건을 접수 기록에 적었다. 구조 사실을 확인하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현장에는 게이트가 사라진 뒤에도 바닥의 마력 흔적이 남아 있었다. 건우는 안전선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발견된 계단 아래에는 낡은 장난감이 떨어져 있었다. 태식은 그 장난감을 보자 손을 떨었다.

“그때 아이가 이걸 잡고 있었어요.”

“현장에 남아 있었습니까?”

“네. 제가 들고 나왔습니다.”

라온은 장난감을 증거로 제출할지 태식에게 물었다. 태식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장난감이 사라지면 가족이 아이의 말을 믿지 않을까 걱정했다. 라온은 원본을 봉인하고 사진과 접수증을 가족에게 주기로 했다.

건우가 계단 난간 아래에서 작은 표식 하나를 발견했다. 구조팀의 마력 로프를 고정하는 고리였다. 고리에는 태식의 길드 표식이 없었다. 대신 협회 표준 장비 번호가 찍혀 있었다.

“이 장비는 누가 설치했죠?”

“공략팀 기록에는 없습니다.”

“그럼 기록되지 않은 구조 인력이 있었을 수 있어요.”

라온은 환수 통지서에 적힌 계약 인원 수를 다시 떠올렸다. 명단에 없는 아이, 계약에 없는 장비. 그는 현장 사진을 저장하고 장비 번호를 적었다.

그날 밤 태식은 민원실에서 나가기 전에 환수 통지서의 각 항목을 다시 읽었다. 전리품 손실, 계약 범위 이탈, 위험 수당 선지급. 세 항목의 합계는 2천만 원이었지만, 어느 항목이 얼마인지 세부 계산은 없었다.

“이 금액을 지금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계좌에서 자동 차감된다는 통지가 있습니다. 자동 차감은 이의 신청 기간이 끝난 뒤라고 적혀 있어요.”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요?”

“그때는 분할 납부나 민사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습니다.”

태식은 동생의 치료비 청구서를 꺼냈다. 그는 가족에게 자신의 보상금이 환수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라온은 청구서를 사건 기록에 포함할지 물었다. 태식은 치료비 규모가 왜 급한지 보여 주는 자료로는 제출해도 좋다고 했다. 주민 번호와 병원명은 가리기로 했다.

라온은 동의서에 공개 범위와 사용 목적을 적었다. 태식은 내용을 천천히 읽고 서명했다. “제가 서명했다는 이유로 길드가 가족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나요?”

“그럴 수 없도록 제한을 넣겠습니다. 다만 법적 절차에서 자료 열람 신청이 들어오면 별도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는 가족의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사건의 필요를 설명하는 방법을 찾았다. 동생이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위반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수금이 왜 즉각적인 피해가 되는지는 보여 줄 수 있었다.

건우는 구조 현장에서 가져온 사진을 설명했다. 계단 아래의 마력 흔적은 게이트가 닫힌 뒤에도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아이가 있었던 자리와 길드 로프가 걸린 위치를 이어 줬다. 건우는 현장 접근 시각과 측정 장비를 기록했고, 사진마다 촬영 방향을 표시했다.

“이 흔적이 태식 씨의 스킬 때문일 수도 있습니까?” 라온이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른 헌터가 남긴 마력인지 확인하려면 비교 표본이 필요합니다.”

“그럼 단독 증거로 쓰지 않겠습니다.”

슬기는 장비 표식 번호를 협회 창고 목록과 대조했다. 목록에는 같은 번호의 로프 고리가 사고 하루 전에 반납됐다고 적혀 있었다. 반납 확인 서명은 창고 담당자의 것이 아니었다. 슬기는 그 불일치를 감사 기록에 남기고, 확인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사실 조회를 보냈다.

라온은 사건 파일을 세 부분으로 나눴다. 구조가 있었는지, 계약 대상이 누구였는지, 환수액 산정이 맞는지. 각 질문마다 필요한 증거가 달랐다. 한 가지 영상이 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 아이를 구했다는 걸 보여 주고, 계약서에서 아이의 이름이 빠진 과정을 찾고, 2천만 원 계산도 따로 다툽니다.”

“그렇게 나눠야 시간이 걸리겠네요.” 태식이 말했다.

“그렇지만 틀린 부분을 정확히 고칠 수 있습니다.”

태식은 통지서를 봉투에 넣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구조 당시의 장면을 설명했다. 아이가 계단 아래에서 울고 있었고, 길드 팀장은 철수 명령을 내렸다. 태식은 무전을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다. 그는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어서 계약 구역을 벗어났다.

라온은 그 행동을 영웅담으로 바꾸지 않았다. 그가 팀장에게 보고했는지, 위험을 알렸는지, 구조 장비를 제대로 썼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태식은 질문마다 자신의 기억과 모르는 부분을 구분했다.

그날 밤 협회 서버에서 보존 요청 접수 번호가 도착했다. 보리는 접수 번호와 보존 범위를 별도 기록했다. 부속서 원본은 삭제되지 않았지만 열람 권한이 제한되어 있었다. 작성일은 구조 당일보다 세 시간 늦었다.

보리는 파일의 생성 시각과 서버 저장 시각을 각각 적었다. 작성일이 늦다는 사실만으로 조작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계약 담당자의 설명을 기다리기로 했다.

문서의 마지막 줄에는 태식의 서명 대신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구조 대상 3인. 추가 기록자 최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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