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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조각가와 봄을 약속한 종지기2화

얼음 조각가와 봄을 약속한 종지기

얼음 조각가와 봄을 약속한 종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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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녹아내린 조각

봄종은 한밤중에 세 번 울렸다. 첫 번째 울림에 나디아는 잠에서 깼고, 두 번째에 작업장 창문이 흔들렸다. 세 번째 종소리가 그치자, 새로 깎은 얼음 꽃의 한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코트를 걸치고 광장으로 달려갔다. 조각의 중심부가 물처럼 녹고 있었다. 새벽 기온은 영하였고, 주변의 눈은 단단히 얼어 있었다. 얼음 꽃만 빠르게 녹는 건 자연스러운 해빙이 아니었다.

루한은 종탑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청동 망치가 들려 있었고, 입술에는 피가 묻었다.

“종을 울렸어요?” 나디아가 물었다.

“아니요. 균열이 혼자 울렸습니다.”

“종이 울릴 때마다 조각이 녹나요?”

“종은 진동만 보냅니다. 조각 내부의 공기층이 그 진동과 공명하는 것 같아요.”

“그걸 알면서도 광장에 세우자고 했어요?”

“저는 세우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왕실이 설치를 강행했죠.”

“그 사실을 어제 말했어야 해요.”

“맞습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나디아는 조각의 표면을 만졌다. 얇은 물막이 손끝을 적셨고, 얼음 아래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왔다. “이 작품은 더는 버티지 못해요. 안쪽에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게 종소리를 증폭시켰어요.”

“사람들을 대피시키겠습니다.”

“아니요. 먼저 받침을 보강해야 해요. 쓰러지면 시장 천막까지 덮칩니다.”

둘은 목수 에브린을 깨워 광장에 불렀다. 에브린은 받침을 보고 이를 갈았다. “왕실 계약서에는 두께가 세 치인 보강재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한 치 반이야. 납품처가 중간에 바꿔치기했어.”

루한은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놓았다. “제가 검수했습니다.”

“서류만 봤죠.”

“그렇습니다.”

나디아는 그를 보며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손가락질해도 조각은 무너질 터였다. “불을 피워 얼음을 녹이면 더 빨리 쓰러져요. 차가운 물로 표면을 적셔 무게를 아래로 옮기고, 안쪽 지지대를 빼야 합니다.”

“그럼 조각이 망가집니다.” 에브린이 말했다.

“사람이 다치면 작품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나디아는 망치를 들었다. 조각의 하단부에 균열선을 새겼다. 어느 지점에서 분리해야 무게가 바깥으로 쏠리지 않는지 계산했다. 루한은 나무 지지대를 받쳤고, 에브린은 보강재를 교체했다. 작업이 시작되자 얼음 파편이 얼굴과 손에 튀었다.

“왼쪽으로 조금 더!” 나디아가 외쳤다.

루한이 지지대를 밀었다. 얼음 꽃의 무게가 흔들렸다. 나디아는 몸을 기대며 망치로 마지막 연결부를 쳤다. 꽃잎이 땅으로 떨어지는 대신 낮은 수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물이 튀고 사람들의 함성이 터졌다.

조각은 절반만 남았다. 그 형상은 부서진 꽃처럼 보였다. 나디아는 숨을 고르며 손바닥을 폈다. 유리처럼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박혀 피가 맺혔다.

루한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상처를 감싸요.”

“당신부터요. 입술이 찢어졌어요.”

“괜찮습니다.”

“그 말은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는 피 묻은 손수건을 받아 입술을 눌렀다. 둘은 나란히 남은 얼음 조각을 바라봤다. 축제의 공식 조각은 망가졌지만, 녹은 물이 수조를 채웠다.

미끄러진 파편 때문에 광장 바깥의 작은 얼음 다리가 무너졌다. 그 아래에는 축제 장비를 옮기던 아이 둘이 있었다. 나디아는 망치를 내려놓고 달려갔다. 루한이 먼저 손을 뻗어 아이들을 끌어냈다. 얼음 조각이 그의 등 뒤로 쏟아졌다. 그는 팔로 아이들을 감쌌고, 어깨의 옷이 찢어졌다.

“루한!”

그는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를 절었다. 나디아가 그의 몸을 지탱했다. 그의 체중이 그녀 어깨에 기울었다.

“괜찮습니다.”

“오늘 그 말은 금지예요.”

“다친 건 작은 긁힘뿐입니다.”

“그럼 앉아서 보여 주세요.”

그는 불평하지 않고 수조 옆에 앉았다. 나디아는 소매를 걷어 상처를 확인했다. 얼음이 박힌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깨진 조각을 조심스럽게 빼고 천으로 압박했다.

“당신은 작품이 망가지는 게 두렵지 않아요?” 루한이 물었다.

“두렵죠. 내가 만든 것이니까요.”

“그런데도 부쉈습니다.”

“망가지는 것과 실패하는 건 달라요. 이 작품은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끝났어요. 그걸로 괜찮습니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에 묻은 피를 바라봤다. “당신 동생도 얼음 조각을 만들었습니까?”

나디아는 손을 잠시 멈췄다. “어떻게 알았어요?”

“조각 밑면에 아이가 그린 표식이 있었어요. 작은 물고기.”

“동생이 남긴 표시예요. 겨울마다 작품에 숨겨요.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동안 그 애도 축제에 있는 것 같아서.”

“동생은 어디 있습니까?”

“멀리 살아요. 얼음 조각이 녹으면 자기 표식도 사라진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작년엔 작품을 덮어 두려 했어요.”

“그건 성공했나요?”

“아니요. 덮어 둔 얼음은 안쪽부터 깨졌습니다.”

루한은 나디아의 손을 잡았다. “당신 작품을 보존하려고 다른 걸 망가뜨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당신은 어떻게 알아요?”

“종도 똑같습니다. 오래 버티게 하려고 균열을 감추면, 언젠가 더 크게 깨집니다.”

나디아는 붕대를 묶었다. “그럼 균열을 보여 줘야겠네요.”

셀마 왕녀가 광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남은 얼음 조각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공식 작품을 왜 해체했습니까?”

나디아가 답했다. “사람이 다칠 수 있어서요.”

“축제는 왕국의 상징입니다.”

“상징이 사람을 덮치면 안 됩니다.”

왕녀는 루한을 보았다. “종의 균열을 보고했습니까?”

“아니요. 보고를 늦춘 건 제 책임입니다.”

“그 사실을 공개하면 관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럼 물러나겠습니다.”

나디아는 그가 자신을 보지 않고 답하는 걸 들었다. 그 말은 약혼을 지키기 위한 연기가 아니었다. 그의 일과 명예를 실제로 걸고 있었다.

셀마는 축제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에브린은 목재 보강재를 정식으로 교체하는 데 최소 이틀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봄종을 울리면 남은 조각도 녹을 수 있었다.

“종이 울리지 않으면 봄이 늦어집니다.” 루한이 말했다.

“종을 고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마을의 밭이 얼어 있습니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요. 종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수조로 녹은 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나디아의 작품은 반쪽짜리 꽃으로 남았지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물을 나누어 봄 온실로 옮겼다.

축제가 중단되자 상인들이 광장으로 몰려왔다. 천막 주인 하나가 나디아의 도구 상자를 발로 차며 소리쳤다. “당신 작품이 망가져서 내 가게가 문을 못 열잖아!”

상자 뚜껑이 열리며 끌과 나무쐐기가 눈밭에 흩어졌다. 나디아는 몸을 숙여 하나씩 주웠다. 루한이 상인과 그녀 사이에 섰지만, 나디아는 그를 물렸다.

“내 작품이 무너진 책임은 내가 집니다. 하지만 받침을 규격보다 얇게 납품한 건 제가 아니에요.”

상인은 손에 든 장부를 흔들었다. “왕실은 축제 비용을 이미 냈어.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지 말고 다시 세워!”

에브린이 그 장부를 받아 두 페이지를 펼쳤다. 목재 구입비가 세 번 청구됐지만 실제 납품은 한 번뿐이었다. 상인은 자기 서명을 부인하려 했으나, 잉크 도장이 겹쳐 있었다.

“이건 감독관 사무실에서 받아 온 복사본입니다.” 나디아가 말했다. “원본을 공개하면 확인할 수 있어요.”

“축제는 어차피 망했어. 더 손해 보게 하지 마.”

“제가 작품을 해체한 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손해를 숨기면 다음엔 아이가 다칠 수도 있습니다.”

상인은 말을 잃었다. 그는 장부를 도로 가져가려 했지만, 에브린이 손을 놓지 않았다. 루한은 왕실 기록관에게 증인으로 남아 달라고 요청했다. 관객들도 모여들어 납품 수량을 직접 확인했다. 축제 비용이 어디로 새었는지 책임이 조금씩 드러났다.

상인은 결국 장부를 내려놓았다. “감독관이 명령했어. 목재를 바꾸면 남는 돈을 나눠 주겠다고.”

“누구에게요?”

“왕실 축제 사무국에.”

루한은 그 진술을 적어 서명받았다. 그가 기록관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는 손이 떨렸다. 왕실 내부의 부패를 적는 건 그의 집안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나디아는 상자를 다시 닫았다. “당신도 약혼을 깨고 물러날 수 있어요.”

“이 일 때문에요?”

“왕실이 당신을 책임자로 몰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혼자 두진 않겠습니다.”

그 말에 그녀는 웃지 않았다. “이건 약혼 조건이 아니에요.”

“제가 고른 일입니다.”

상인들은 손해를 주장하며 흩어졌지만, 에브린은 받은 목재 일부를 광장 보수에 쓰기로 했다. 나디아는 못과 보강재를 구분해 주민들에게 보여 줬다. 행사장은 축제 장식 대신 임시 안전 구역으로 바뀌었다. 관람객들은 서운해했지만, 무너진 조각 아래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나디아에게 조각을 복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 딸이 좋아하던 꽃입니다.”

“복원할 수 있지만, 같은 모양으로 세우면 위험이 반복될 수 있어요.”

“그럼 바꿔 주세요. 꽃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꽃이 나게.”

나디아는 그 말을 기억해 두었다. 작품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대신, 깨진 부분을 보여 주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녁 무렵, 나디아는 얼음 조각의 바닥에서 새로운 균열을 발견했다. 그 균열은 봄종의 파손선과 정확히 같았다. 표면에 청동 가루가 박혀 있었고, 루한은 그 색을 알아봤다.

“종탑에서 떨어진 파편입니다.”

“얼음에 섞였다고요?”

“누군가 종의 조각을 작품 안에 숨겼을 수 있어요.”

나디아는 얼음꽃을 살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봄종 자체를 열어 봐야겠네요.”

루한은 그녀의 손에 붙은 붕대를 다시 조여 묶었다. “내일 함께 갑시다.”

“약혼자라서요?”

“동료라서요.”

“좋아요. 약혼자는 나중에 다시 결정하죠.”

그는 미소를 지었다. 광장 너머에서 종이 저절로 한 번 울렸다. 이번에는 얼음 조각뿐 아니라 마을 우물의 물까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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