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조각가와 봄을 약속한 종지기

1화: 한 철의 약혼
얼음 새의 날개가 무너져 내렸다. 나디아는 쇠끌을 던지고 두 손으로 조각의 옆구리를 받쳤다. 축제 광장에 모인 관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얼음 덩어리가 아이들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한 남자가 목재 받침을 밀어 넣었다.
“손을 빼요!” 그가 소리쳤다.
“받침이 미끄러져요.”
남자는 어깨를 들이밀어 기둥을 고정했다. 얼음 날개가 갈라지는 소리가 귀를 긁었다. 나디아는 망치로 균열을 따라 세 번 쳤다. 날개가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 눈밭에 박혔다.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남자의 뺨에 얕은 상처를 냈다.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나디아는 무너진 조각을 보며 숨을 골랐다. “미안합니다. 받침이 약했어요.”
“제가 보강을 미뤘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종탑의 관리관 루한입니다.”
“조각가 나디아예요. 제 작품은 제가 책임집니다.”
“이 받침은 축제 목수가 만들었습니다. 제 관리 책임도 있어요.”
루한은 청동 망치를 들고 있었다. 손목에는 종을 점검할 때 쓰는 진동 끈이 묶였다. 그는 망치로 얼음 조각의 잘린 면을 두드렸다. 둔한 소리가 나자 눈썹이 모였다.
“진동이 안쪽에 갇혔습니다. 겉만 두드리면 더 갈라져요.” 나디아가 말했다.
루한은 손목 끈을 얼음의 단면에 댔다. 진동 끈 끝의 작은 구슬이 미세하게 떨렸다. “종탑에서 나온 울림과 같습니다.”
“당신은 조각을 본 적이 있습니까?”
“축제 준비 때마다 봅니다. 하지만 작품 내부의 구조는 몰랐어요.”
“그럼 작품을 세우기 전에 물어봤어야죠.”
“맞습니다.”
그는 자기 실수를 분명히 말했지만, 나디아는 그게 책임을 다하는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받침이 부러지면 누가 새로 만듭니까?”
“왕실에서 목수를 부를 겁니다.”
“목수는 여기 있어요. 에브린 씨가 고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 목재 값은 왕실이 내야 해요.”
루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감독관에게 요구를 전달하러 갔다. 잠시 뒤 돌아온 그는 목재 비용을 왕실 예산으로 바꿨다고 했다. 에브린은 못 박힌 판자를 살피며 말했다. “돈을 내는 건 시작이지, 다음 사고를 막는 건 따로예요.”
“검수표에 이름을 올리겠습니다.” 루한이 말했다.
“그럼 직접 현장에 나오세요. 서류만 보고 도장을 찍으면 다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알겠습니다.”
나디아는 그가 바로 약속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보통 관리관은 책임을 부하에게 넘기거나 규정 탓을 했다. 루한은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 남았다. 그게 매력인지 그저 의무감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에브린은 빠진 못을 뽑아 나디아에게 건넸다. “이 못을 봐요. 새것처럼 보이게 검은 기름을 발랐는데, 머리 안쪽엔 왕실 물자 표식이 없어. 저렴한 못을 바꿔 넣은 거야.”
“납품 장부를 확인해야겠네요.”
“장부는 축제 감독관이 가져갔어. 나한테는 사본만 남았지.”
“사본과 대조할 원본을 달라고 하겠습니다.” 루한이 말했다.
“당신이 요청하면 돌려줄까요?”
“아니요. 그래서 나디아 씨와 같이 가죠.”
그는 그녀를 협상에 동등한 당사자로 불렀다. 나디아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지만, 쉽게 믿지는 않았다. “약혼자가 되면 내게 뭘 요구할 건가요?”
“공식 행사에서 같이 서는 것, 그리고 종탑 보수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사실대로 답하는 것.”
“그게 약혼자에게 요구할 일인가요?”
“아니요. 왕실 후원자에게 요구할 일입니다. 약혼은 그들이 붙인 이름일 뿐이죠.”
“그럼 다른 이름을 붙일 수도 있어요.”
“무엇이라고요?”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루한은 생각하듯 입술을 다물었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이 소리, 종탑에서 들은 적 있습니까?” 나디아가 물었다.
“종에 균열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요?”
“며칠 전부터.”
“그런데 보고하지 않았군요.”
“수리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축제가 시작되면 소리를 더 확인하려 했어요.”
나디아는 날개 파편을 세어 봤다. “축제는 종이 안전하다고 증명하는 행사가 아니에요.”
루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디아는 목재 받침의 마감 상태를 확인했다. 못이 하나 빠져 있었고, 나머지 둘은 새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비용을 아끼려고 보강재를 재사용했다.
축제 감독관이 다가왔다. “왕녀께서 조각을 다시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내일 사진 촬영이 있어요.”
“이 받침으로는 안 됩니다.” 나디아가 말했다.
“얼음만 새로 깎으면 됩니다.”
“같은 구조물에 새 조각을 올리면 또 무너져요.”
감독관은 루한을 돌아봤다. “종지기께서 책임져 주시죠. 봄종만 울리면 얼음은 안정됩니다.”
“봄종은 얼음을 안정시키는 장치가 아닙니다.” 루한이 말했다.
그의 단호함에 감독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축제를 취소하자는 겁니까?”
“안전 점검 전까지 조각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 결정은 왕녀께서 하실 겁니다.”
감독관은 왕실 깃발을 펄럭이며 떠났다. 나디아는 깨진 조각을 천으로 덮었다. “당신이 봄종 관리관이면 균열을 고칠 수 있나요?”
“종을 울리는 건 가능합니다. 수리는 별도 장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런데 왜 당신이 종을 지키죠?”
“우리 집안은 세대를 이어 종을 관리했습니다. 봄을 알리는 소리가 끊기면 마을은 농사 시기를 놓칩니다.”
“봄을 부르는 종이 아니라 알리는 종이라고 했죠?”
“예. 왕실은 종이 봄을 부른다고 선전합니다. 그게 축제 관객을 끌어모으니까요.”
나디아는 그를 다시 봤다. 왕실 관리관이 왕실의 선전을 반박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왕녀 셀마의 전령이 작업장에 찾아왔다. 나디아는 차가운 장갑을 벗지 않은 채 편지를 받았다. 전령은 한 철 약혼 계약서를 함께 내밀었다. 루한과 약혼해 축제의 공식 후원자로 서면, 왕실이 조각에 새 얼음과 목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조각을 후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나디아가 말했다.
“축제의 상징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두 가문이 약혼하면 왕실은 봄종의 보수 예산을 지원합니다.”
“루한도 이 제안을 알고 있습니까?”
“관리관께서는 동의하셨습니다.”
나디아는 계약서를 접지 않았다. “그럼 내일 직접 물어볼게요.”
다음 날 아침 루한은 광장으로 왔다. 그는 왕실 휘장을 달지 않았다. 나디아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약혼에 동의했어요?”
“제안은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왜 나한테 묻지도 않았죠?”
“당신이 거절할 수 있다는 걸 알아서요.”
“그런데 왜 제안했죠?”
“왕실이 수리 예산을 내걸었습니다. 약혼을 거부하면 보수가 또 미뤄질 수 있어요.”
“그건 당신의 업무 문제지 내 결혼 문제가 아니에요.”
루한은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조건을 달려고 합니다.”
“어떤 조건요?”
“축제 홍보에 당신 작품을 쓰지 말 것. 봄종 수리 비용을 공개할 것.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 계약을 끝낼 것.”
“그리고 약혼을 연애처럼 연출하지 마세요.”
“그럴 생각 없습니다.”
“왕실 앞에서 그 말을 할 수 있어요?”
“해야 한다면요.”
나디아는 그를 살폈다. 그는 단지 왕실에서 도망치려는 사람은 아니었다. 종의 균열을 공개하면 자신의 집안도 책임을 져야 했다. “저도 조건이 있어요. 조각은 제 소유로 두고, 위험하면 제가 직접 해체할 권리를 가져요. 그리고 약혼은 한 철만이 아니라 제가 필요하면 오늘도 끝낼 수 있어요.”
루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그들은 왕실 서기관 앞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잔치도 반지도 없었다. 나디아는 자기 이름을 적고, 약혼 기간 옆에 ‘철회 가능’이라고 덧붙였다. 서기관이 고치려 하자 루한이 손을 얹었다.
“그대로 기록하세요.”
서기관은 못마땅한 얼굴로 잉크를 말렸다. 나디아는 약혼자가 된 남자와 광장으로 걸었다. 둘 사이에는 손 한 뼘의 거리가 남아 있었다.
“서로를 모른 채 약혼했네요.” 나디아가 말했다.
“서로의 조건은 압니다.”
“조건은 사람을 다 설명하지 않아요.”
“그럼 알아 가면 되겠습니까?”
나디아는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축제가 끝나기 전에요.”
광장에 세워진 봄종이 갑자기 울렸다. 바람도 없는데 종이 진동했다. 나디아의 새 조각 안쪽에서 가느다란 균열이 빛났다.
루한은 종탑을 올려다봤다. “종의 균열이 작품까지 전달됩니다.”
“그럼 약혼 첫날부터 같이 고칠 일이 생겼네요.”
“그렇습니다.”
나디아는 망치를 들고 얼음 조각 쪽으로 향했다. 녹기 시작한 표면 아래에서, 봄종과 똑같은 금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얇은 철자를 균열에 대고 소리를 들었다. 맑은 울림 대신 속이 빈 떨림이 돌아왔다. 루한이 진동 끈을 붙이자 끈이 종탑 쪽으로 팽팽해졌다.
“얼음 조각이 종과 연결된 건 아니네요.” 나디아가 말했다. “같은 진동을 받고 있어요.”
“종탑에서 이 정도로 떨리면, 곧 금이 더 벌어질 겁니다.”
“그럼 축제를 멈춰야죠.”
루한은 왕실 감독관에게 그 말을 전하러 갔다. 잠시 뒤 돌아왔을 때 표정이 굳어 있었다. “왕녀께서 축제 취소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나디아는 조각의 안전 울타리를 직접 설치하기 시작했다. 루한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울타리 말뚝을 묶었다. 공식 약혼 제안은 오기도 전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같은 위험을 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