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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관의 마지막 호위3화

설령관의 마지막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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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관문을 여는 순서

연비가 남쪽으로 보낸 세 번의 불빛은 길을 찾았다는 뜻이었다. 노진은 출발 순서를 정하기 전에 피난민과 사신단의 선택을 다시 확인했다. 다친 사람들은 가운데 걷고, 아이와 노인은 말이 끄는 수레에 타기로 했다. 사신단은 수레를 비우고 문서 상자를 직접 나눠 들겠다고 했다.

막수는 부관을 감시할 경비를 남겨야 한다며 출발을 미루려 했다. 피난민들은 문을 열면 적군이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하는 원본 군령을 관문에서 공개하면 양국이 이를 조작이라며 부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녀는 각자의 목적이 다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이 문서를 본국에 가져가고 싶습니다. 동시에 원본을 믿어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노진은 문서를 함께 확인할 사람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사신단과 관문 수비대, 피난민 대표가 같은 문장을 읽고 각자의 기록을 남긴다. 그 자리에서 누구도 문서를 소유하지 않는다. 막수는 수비대가 적국의 문서를 읽는 것 자체가 반역으로 보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럼 당신은 문서를 읽지 않았다고 기록하면 됩니다. 하지만 본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남겨야 합니다.”

막수는 한참 고민한 뒤 원본을 확인하는 데 동의했다. 그는 전쟁을 시작한 군령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문서의 문구가 자신이 받은 명령과 달랐다는 사실도 기억했다. 그때는 전달 과정에서 바뀌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의심하지 않은 선택을 인정했다.

문서 상자의 봉인을 풀자 안쪽에서 얇은 종이 한 장이 더 나왔다. 겉의 군령에는 두 나라 장군의 서명이 있었고, 안쪽 종이에는 서명을 대신 쓴 서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서기는 양국에 같은 내용을 전달한 관료였다. 그의 이름은 사신단과 수비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설하는 문서가 진짜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원본의 필적과 봉인을 감정해야 했다. 그러나 수비대의 기록과 문서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명확했다. 군대가 받았던 명령은 ‘관문을 지켜라’였고, 원본은 ‘관문을 공격하라’고 적혀 있었다.

막수는 자신이 관문을 닫은 날, 피난민들이 눈 속에 남았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는 진짜 명령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 연비의 어머니도 그날 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연비는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막수를 용서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제 어머니 이름을 당신 기록에 올리지 마세요. 우리 가족이 공개할지 정하겠습니다.”

막수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는 수비대의 판단이 틀렸음을 진술하되, 피해자의 이름은 가족이 원할 때까지 감추기로 했다. 설하도 자기 가족이 문서 조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공개했다. 그녀는 서명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름을 먼저 밝히지 않고, 조사에 필요한 기록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눈보라가 잠시 약해지자 그들은 수레를 수리했다. 바퀴 축은 부관이 밤에 손댄 흔적이 있었다. 그는 문서가 공개되기 전에 수레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 했다. 부관은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인정했다. 그는 상관의 명령을 따랐고,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고 증거를 막으려 했다.

노진은 그에게 왜 관문으로 돌아왔는지 물었다. 부관은 사신단을 막으려 했지만, 밖의 무장한 사람들이 자신까지 노릴 거라 생각해 관문 안으로 들어오고 싶었다고 했다. 막수는 그를 체포하겠다고 말했다. 부관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전쟁이 끝나면 정식으로 심문을 받겠다고 했다.

“당신을 호위해야 합니까?” 노진이 물었다.

“아니. 나는 죄를 지었소.”

“죄를 지은 사람도 눈보라 속에서 죽게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도망가게 두지도 않겠습니다.”

부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수레의 축을 직접 고치고, 남은 피난민의 짐을 옮겼다. 노진은 그를 사신단과 떨어뜨려 호송하기로 했다. 그의 안전과 구금은 별도의 합의가 필요했다.

출발 직전, 실종됐던 호위가 관문 뒤쪽에서 나타났다. 그는 눈보라 속에서 문서 상자를 빼앗으려 한 자들과 싸우다 발을 다쳤다. 그는 문서를 숨기려 한 게 아니라, 상관이 보낸 추적자에게서 지키려 했다. 그의 이름은 서진이었다. 설하는 그를 보자 안도했지만, 왜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당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혼자 결정했군요.”

서진은 사과했다. 설하는 그가 다친 이유를 묻고, 부상을 치료한 뒤 함께 가겠다고 했다. 둘은 서로를 믿는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위험을 만나면 먼저 알리기로 했다.

연비와 동생이 남쪽 눈기둥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동생을 안고 있다가 노진을 보자 손을 흔들었다. 길은 아직 험했고, 눈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관문에 남아 있는 식량을 작은 자루로 나눠 들었다. 누구도 말을 앞세워 타지 않았다.

막수는 관문 수비대의 절반을 남겨 두고, 나머지는 피난민과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그는 이전처럼 한 명의 지휘관이 출발 순서를 정하지 않았다. 각 가족이 걷는 속도를 확인하고, 가장 느린 사람에 맞춰 움직였다. 수비대는 뒤에서 길을 정찰하고, 사신단 호위는 문서 상자를 맡았다.

길을 막은 눈더미 앞에서 노진은 오래된 호위의 결정을 떠올렸다. 과거에는 계약 대상인 상인을 먼저 보내고 인질을 남겼다. 그 상인은 살아남았지만, 인질은 죽었다. 이번에는 단 한 사람을 먼저 보내는 대신, 모두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었다. 눈더미를 치우는 동안 이동 속도는 느려졌지만 누구도 뒤처지지 않았다.

바람이 거세지자 모두가 서로를 밧줄로 연결했다. 설하는 문서 상자를 노진과 나눠 들었다. 막수는 부관과 같은 줄에 묶였다. 연비는 동생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한 걸음씩 눈길을 밟았다.

관문에서 멀어질 때, 막수는 설하에게 군령 원본을 공개하는 날짜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설하는 그 날짜를 자신이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살아남은 병사와 가족, 피난민이 함께 모일 때 보여 주자고 했다. 막수는 동의하고 자신의 수비대 기록을 그 자리에 가져가기로 했다.

노진은 그 약속을 기록했다. 이번 계약의 마지막 호위는 문서 한 상자만 보호하는 일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길로 묶되, 각자가 자신의 이름과 선택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이었다.

남쪽 고개에서 눈보라가 잦아든 순간, 산 위에서 눈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연비는 동생을 업고 달아나는 대신 뒤처진 노파에게 손을 내밀었다. 막수는 부관의 팔을 붙들었다. 수레가 바위틈에 걸려 축이 부러지자 문서 상자가 눈더미 아래로 미끄러졌다.

설하가 상자를 좇으려 했지만 노진이 그녀를 세우고 먼저 사람들을 바위틈으로 보냈다. 서진은 다친 발을 끌며 상자를 끌어안았다. 상자를 건져 낸 순간 눈이 덮쳤고, 봉인은 찢어졌지만 안의 종이는 남았다. 말은 일어서지 못했다. 노진은 짐을 사람들에게 나눠 들리고 말이 숨을 돌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서두르면 모두를 잃을 수 있었다.

산등성이에서 화살이 날아와 설하의 문서 주머니를 꿰뚫었다. 공격자들은 문서 전체가 아니라 특정 종이를 노리고 있었다. 부관은 화살에 묶인 천에서 자신에게 불태우라고 명령한 상관의 표식을 알아봤다. 그는 문서를 막으려 한 사람이 아니라 명령을 거부한 뒤 쫓기고 있었다.

막수는 반대편 능선으로 나가 자신이 관문 수비대장이라고 외쳤다. 공격자들이 그에게 시선을 돌린 틈에 노진은 피난민을 아래 길로 이끌었다. 막수는 어깨에 화살을 스치고도 돌아왔다. 노진이 상처를 묶으려 하자 그는 계속 걷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혼자 버티지 않고 모두에게 상태를 알린 뒤 내린 선택이었다.

초소에 닿자 설하는 젖은 종이에서 수신 날짜를 읽었다. 군령이 관문에 도착하기 사흘 전, 이미 문구가 바뀌어 있었다. 부관은 그 날짜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당시 관문을 방문한 사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신은 다음 날 남쪽 초소를 지나갈 예정이었다.

노진은 호위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바깥에서 관문 깃발을 단 행렬이 다가왔다. 예정보다 하루 빨랐다. 누군가 피난 행렬의 길을 알고 앞질러 온 것이었다. 설하는 부관에게 저 사신이 당신이 두려워한 상관인지 물었다. 부관은 대답하지 못하고 칼을 내려놓았다.

“숨어 있을 겁니까, 직접 증언할 겁니까?” 노진이 물었다.

부관은 문서 상자를 끌어안았다. “내가 말하겠습니다.”

노진은 빗장을 풀었다. 이번에는 적인지 아군인지 묻기 전에, 누가 다쳤고 누가 두려워하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밖의 사신은 초소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부관을 가리키며 반역자라고 외쳤다. 경비들이 창을 들었고, 피난민들은 아이들을 등 뒤로 숨겼다. 설하는 군령을 펼쳐 사신에게 문구를 읽으라고 했다. 그는 읽기를 거부하고 원본을 요구했다.

노진은 칼을 뽑지 않았다. 대신 찢어진 문서 조각을 설하와 서진에게 나눠 맡겼다. 사신이 한 장을 빼앗아도 날짜와 서명은 다른 손에 남도록 했다. 부관은 자신이 받은 명령을 말하겠다고 했지만, 막수가 먼저 나섰다. 그는 관문을 닫았던 자신의 결정과 피난민을 남긴 일을 증언했다.

그 증언은 사신의 말을 잠시 멈췄다. 그러나 사신 뒤편의 호위가 활을 겨눴다. 연비는 동생을 초소 안으로 밀어 넣고, 눈기둥 하나를 넘어뜨렸다. 기둥이 굴러가며 말의 길을 막았다. 그 짧은 틈에 노진은 피난민과 사신단을 옆문으로 옮겼다.

서진은 부상 때문에 뒤처졌다. 설하는 그와 함께 남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녀에게 먼저 안전한 곳으로 가라고 했다. 설하는 선택을 혼자 하지 않겠다고 답하고, 둘은 어깨를 맞대고 걸었다. 노진은 마지막으로 문서 상자를 들어 올렸다. 무게 때문에 무릎이 떨렸지만 내려놓지 않았다.

행렬이 초소를 벗어나자 사신의 호위가 따라붙었다. 부관은 더 이상 숨지 않겠다고 했고, 자신을 향해 온 말을 맞서서 진술할 준비를 했다. 노진은 그를 앞에 세우지 않았다. 다친 사람과 아이들을 먼저 골짜기 아래로 보내고, 막수와 함께 뒤를 막았다.

그들이 다음 피난처에 도착했을 때, 문서의 마지막 장에는 낯선 서명이 드러나 있었다. 그 이름은 사신이나 장군이 아니라, 노진이 과거 호위했던 상인의 것이었다. 그는 예전 인질을 두고 살아남았던 그 상인이 전쟁 군령의 전달책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진은 이번 호위가 과거의 선택을 지우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인질이 남긴 아이가 살아 있다면, 이번에는 직접 사과하고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설하에게 문서의 이름을 공개하기 전 당사자를 찾자고 했다.

문밖에서 막수의 부하가 눈에 젖은 화살을 가져왔다. 화살깃에는 다음 공격 지점이 적혀 있었다. 그곳은 그들이 향하는 마을이 아니라, 노진의 옛 인질이 살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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