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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우체국은 새벽에만 배달합니다2화

구미호 우체국은 새벽에만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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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구미호 국장의 감춘 꼬리 하나

“그 편지는 내가 썼어.”

구월의 말에 새봄은 봉투를 내려놓았다. 어머니의 글씨가 적힌 주소 아래로 푸른 불이 번졌다. 이목이 분류대를 정리하다 멈췄다.

“국장님이 왜 수취인 이름을 쓰셨죠?”

“내 글씨가 아니야.”

“그럼 누가 썼어요?”

“봉투가 기억한 사람.”

구월은 편지를 집어 들었다.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푸른 불이 그녀의 손목에 감겼다. 새봄은 그 불빛이 손목에서 끝나지 않고 코트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봤다.

“저 불은 뭐예요?”

“배달 표식.”

“거짓말할 때 파랗게 빛나는 건가요?”

“네가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 빛나.”

이목이 헛기침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국장님 성격이 파랗다는 뜻이지.”

구월은 이목을 노려봤다. “네가 장부를 정리했나?”

“방금 시작했습니다.”

“새벽 네 시까지 끝내.”

이목은 얼른 분류대 뒤로 숨었다. 새봄은 봉투를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구월이 손을 놓지 않았다.

“이 편지는 배달 완료야. 수취인이 거부했으니까.”

“그런데 주소가 새벽 네 시의 빈 골목으로 바뀌었어요.”

“주소가 바뀌었다고 배달을 다시 시작하는 건 아니야.”

“그럼 왜 편지가 계속 뜨거워져요?”

구월의 손가락에 푸른 불이 매달렸다. 그녀는 봉투를 서랍에 넣고 열쇠를 돌렸다. “네가 그 주소에 갈 이유는 없어.”

“아까는 배달이 제 일이랬잖아요.”

“내가 실수했어.”

“국장님은 실수하면 인정도 빨리 하시네요.”

“계약 위반보다야 낫지.”

새봄은 서랍을 열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가져와 어머니의 이름을 찾았다. 강미정, 마지막 배달일 3년 전. 그 아래 수취 결과는 비어 있었다. “이 기록은 수취 거부가 아니에요.”

이목이 멀리서 대답했다. “그날 장부가 찢어졌어.”

“누가 찢었어요?”

“기억이 안 나.”

구월의 코트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새봄은 그녀의 뒤로 돌아가려 했고, 구월은 의자를 밀어 통로를 막았다. 그 순간 코트 아래로 푸른 꼬리 하나가 미끄러져 나왔다. 털 끝마다 편지 봉투 조각이 붙어 있었다.

“저건 꼬리네요.”

“봐 버렸구나.”

“꼬리에 왜 편지가 묶여 있어요?”

“봉인이라니까.”

구월은 꼬리를 코트 안으로 감췄다. 그러나 불빛 하나가 새봄의 발끝까지 굴러왔다. 그 안에는 찢긴 우편 장부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수취인 칸에 어머니 이름이 적혀 있었고, 옆에는 구월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새봄은 조각을 주웠다. “국장님, 어머니 편지를 숨겼어요?”

“숨기지 않았어. 맡아 둔 거야.”

“수취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보관함으로 옮겨.”

“왜 빈 골목 주소가 나타났죠?”

구월은 입을 다물었다. 이목은 장부를 덮고 다가왔다. “국장, 이제 그만 말해. 새봄이는 이미 주소를 봤어.”

“네가 말할 자격은 없어.”

“내가 마지막 배달을 했으니까.”

새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목은 손등의 우표 자국을 만졌다. “3년 전, 빈 골목에서 편지를 배달했어. 수취인이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내가 거절 기록을 안 남겼어. 그때부터 주소가 장부에 남았지. 편지가 여전히 배달 중인 것처럼.”

“왜 기록하지 않았어요?”

“수취인이 울어서. 그 사람한테 더 묻지 못했어.”

“그래서 편지를 보관했어요?”

“아니. 국장님이 대신 보관했지.”

구월은 새봄을 향해 몸을 돌렸다. “편지는 네 어머니가 보낸 게 아니야. 어머니 앞으로 온 거야. 발신인 이름은 아직 몰라.”

“그럼 누구 편지인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네 어머니가 받지 못하는 편지를 끝까지 들고 다니는 건, 배달이 아니라 네 마음을 붙잡는 일이야.”

새봄은 반박하려다 멈췄다. 어머니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않은 뒤, 그녀는 연락이 오기만 기다렸다. 다시 전화하면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돌아가신 뒤에는 사과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편지 하나가 그 기회를 돌려줄 거라 믿고 싶었다.

“내용을 알려 주실 수는 없어요?”

“수취인만 읽을 수 있어.”

“어머니가 못 읽으면 누가 받아요?”

“거절 기록을 남기고 네가 반송할 수 있어.”

“그럼 왜 아무도 그렇게 안 했어요?”

구월은 꼬리를 드러냈다. 털 사이로 봉투의 실밥이 감겨 있었다. “내가 꼬리 하나를 이 주소에 묶었기 때문이야. 주소가 지워지면 편지도 사라질까 봐.”

“주소 없는 사람을 붙잡아 둔 거네요.”

“그 사람을 붙잡은 게 아니야. 편지를 보존했어.”

“그 둘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구월은 대답하지 않았다. 새봄은 편지를 쥐고 나가려 했지만, 코트의 꼬리가 문을 막았다. 불빛이 아홉 줄로 뻗었다가 하나만 남았다.

“새벽 네 시까지 십 분.” 이목이 말했다. “빈 골목이 열릴 때야.”

“지금 갈게요.”

“혼자 가면 안 돼.” 구월이 말했다.

“주소에 갈 이유가 없다고 했잖아요.”

“그건 내 판단이 틀렸어.”

“국장님은 실수를 인정한다면서요.”

“그래. 그럼 같이 간다.”

구월은 코트의 단추를 풀었다. 남은 여덟 개 꼬리가 그림자처럼 일렁였다. 묶인 꼬리에서 푸른 불이 타올랐다. 새봄은 편지를 가방에 넣었다. 수취인에게 전달할 수 없더라도, 거부를 기록할 수는 있었다.

이목이 낡은 장부를 들었다. “빈 골목 주소를 찾으려면 그날 기록을 다시 써야 해.”

“누가 거부했는지 알아요?”

“이름은 없어. 그날은 얼굴만 기억나.”

“그럼 그 얼굴을 찾아야죠.”

“찾으면 그 사람이 다시 울 수도 있어.”

“울지 않게 하려고 거절을 기록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게 나았어요?”

이목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장부를 품에 넣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구월은 꼬리를 코트로 감췄다. 새봄은 문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시계가 세 시 오십구 분을 가리켰다. 골목의 끝에 아무것도 없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새벽 네 시라고 적힌 세탁소 간판이 나타났다.

골목 안쪽으로 바람이 불었다. 비가 없는데도 편지 모서리가 젖었다. 새봄은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구월이 손을 뻗어 봉투를 붙잡으려 했지만, 새봄은 한 걸음 물러섰다.

“수취인에게 제가 직접 물을게요.”

“그 주소 안에 있는 것은 수취인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럼 누군지 확인하면 되죠.”

“주소가 사람의 기억을 흉내 내기도 해.”

“국장님은 왜 그 말을 이제 해요?”

“네가 주소를 알아냈으니까.”

이목은 장부의 찢긴 모서리를 꺼내 빈 골목의 간판과 맞춰 봤다. 찢긴 종이가 딱 맞았다. “이 골목은 3년 전 한 번 열렸어. 그때 우편을 거절한 사람은 분명 여기 있었어.”

“그런데 왜 기록에서 지워졌죠?” 새봄이 물었다.

“거절 도장을 찍으면 편지가 끝나고, 주소도 사라져. 내가 기록을 미뤘어. 그 사람이 답을 생각할 시간을 주려 했지.”

“시간을 준 게 아니라 우편을 붙잡아 둔 거네요.”

이목은 웃지 않았다. “맞아. 그 뒤로 나는 그 사람을 찾지 못했어. 우체국에서도 주소가 비어 버렸고.”

구월의 꼬리에 묶인 불이 골목 입구에서 흔들렸다. “네가 늦춘 동안 이 편지가 세 사람을 붙잡았어. 수취인과 발신인, 그리고 주소를 지키려는 나까지.”

“왜 꼬리를 묶었어요?” 새봄은 구월을 향해 물었다.

“그 주소가 없어지면 편지의 기록도 지워질 거라 생각했어. 난 오래 산 탓에 사라지는 걸 막는 게 옳다고 믿었지.”

“그 사람은 사라지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구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은 네가 묻고, 그 사람이 답해야 해.”

새봄은 숨을 들이켰다. 골목 벽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문마다 다른 시대의 우편번호가 붙어 있었다. 가까운 문에는 47번지, 그 옆에는 0-0, 맨 끝에는 번호가 아예 없었다. 편지는 마지막 문을 향했다.

“저기예요.” 새봄이 말했다.

문고리를 잡자 안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 번, 잠시 쉬고 한 번. 우체국에서 배달 완료를 알릴 때 이목이 장부를 두드리는 박자였다.

“문을 열까요?” 새봄이 물었다.

“문 안의 사람이 열어야 해.” 구월이 답했다.

그녀는 초인종 대신 봉투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강미정 앞으로 온 편지입니다. 받거나, 거절한다고 말해 주세요.”

문 너머가 조용해졌다. 누군가 문틈으로 숨을 내쉬었다. 새봄은 그 숨에서 오래된 우표 풀 냄새를 맡았다.

그때 문고리 아래로 흰 손이 나왔다. 손에는 오래된 우표가 붙어 있었다. 새봄은 편지를 집어 들지 않고 한 발 물러났다. 누구든 먼저 문을 열어야 했다. 안쪽의 사람은 문을 밀지도 당기지도 못한 채 손만 내놓고 있었다.

“저 사람이 이목 씨를 따라 하고 있어.” 구월이 속삭였다.

“왜 하필 이목 씨 얼굴이죠?”

“마지막으로 본 사람의 모습을 주소가 기억한 거야.”

이목은 장부를 꽉 쥐었다. “내가 그때 편지를 들고 있었으니까. 저 사람은 내 얼굴로 거절을 기다리는 거야.”

새봄은 그를 보았다. “이번에는 대신 대답하지 마요.”

“알아.”

“정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은 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새봄이 그의 소매를 잡아 한 번 더 멈춰 세웠다.
“이번엔 기록할 수 있게 해요.”

이목은 문 앞에서 결국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간판 아래 서 있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는 우체국 배달원 이목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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