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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피하려다 국민 헌터의 계약 연인이 되었다11화

세무조사 피하려다 국민 헌터의 계약 연인이 되었다

세무조사 피하려다 국민 헌터의 계약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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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제국을 뒤흔든 열애 속보

붉고 푸른 통신 마법구들이 에셀 영지 상공을 유성우처럼 갈랐다.

그것은 단순한 연락망이 아니었다. 제국 수도 황도의 정보망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쏘아 올린 긴급 신호탄들이었다.

같은 시각 수도 황도의 중심가인 개선문 광장.

제국 최대의 마법 영사창 수십 개가 일제히 황금빛 섬광을 뿜어냈다. 거리를 오가던 귀족들과 시민들 그리고 모험가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영사창 상단에 붉은색 마력으로 벼려낸 특대 활자가 요동쳤다.

[긴급 속보 : 제국 최고의 성검 카일 폰 델마르와 북부 에셀 영주 전격 열애 인정!]
[벨로크 감찰관 면전에서 '내 연인' 공개 선언! 입맞춤 위협까지 불사!]
[교단의 살아있는 성자가 변방의 빚더미 영주에게 마음을 빼앗겼나?]

정적이 흐른 것은 단 1초였다.

그 직후 개선문 광장은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카일 님이…… 열애를 인정했다고?!"

"말도 안 돼! 그 냉혹한 성검께서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는데 연인이라니!"

"에셀 영주? 대체 그 여자가 누구야? 변방의 듣도 보도 못한 시골 영주잖아!"

황도의 유력 일간지 <임페리얼 헤럴드>와 <마탑 가십 타임스>의 윤전기가 마찰열로 타들어 갈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리에 뿌려진 호외를 낚아채려는 인파로 인쇄소 골목이 마비되었다.

카일의 거대 팬덤인 '델리아'의 황도 총본부는 순식간에 통곡과 격문의 도가니로 전락했다.

"교단의 계략이다! 우리 카일 님이 협박당하고 있는 게 분명해!"

"당장 북부로 가자! 에셀이라는 곳으로 가서 진상을 밝혀내야 해!"

수도 전역의 고속 마차 정류장과 장거리 순간이동 마법진으로 귀족들의 전령과 취재 기자들 그리고 눈물범벅이 된 팬들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황도에서 시작된 거대한 해일이 북부의 작은 영지 에셀을 향해 맹렬히 쇄도하고 있었다.


밤새 영주성 집무실 창문에는 황도에서 날아든 통신 마법구들이 빗방울처럼 부딪쳤다.

창틀에 맺힌 마력 잔흔을 바라보며 에블린은 깃펜을 힘차게 털어냈다. 그녀의 눈 밑에는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눈동자만큼은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한스, 보고하세요."

탁자 맞은편에 선 한스는 밤을 꼴딱 새운 탓에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양피지 뭉치를 넘겼다.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황도 3대 일간지는 물론이고 서부와 남부의 지방 신문사들까지 특파원을 급파했습니다. 인근 상업 도시의 순간이동 관문에서 에셀로 향하는 고속 마차 표가 3일 치 전부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관문 통행량은요?"

"방금 들어온 전령에 따르면 북부 관문 앞 도로에 벌써 취재 마차와 모험가들의 행렬이 2킬로미터 넘게 늘어섰답니다! 날이 밝으면 수백 명이 한꺼번에 영지 정문으로 밀고 들어올 텐데 이대로라면 광장이 짓밟히고 맙니다!"

한스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평생 조용하던 변방 영지에 제국 전역의 눈과 발이 쏠렸다. 감당할 수 없는 군중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에블린의 입가에는 서늘하고도 매혹적인 미소가 번졌다.

"짓밟히긴 왜 짓밟혀요.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황금 덩어리들인데."

"예? 황금이라니요?"

"그 수백 명의 기자와 구경꾼들이 길바닥에서 잘 수는 없잖아요. 밥도 먹어야 하고 목도 축여야 하죠. 게다가 카일 님의 얼굴을 1초라도 더 보겠다고 몸이 달아오른 사람들이에요."

에블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긴 겉옷을 걸쳤다.

"창고에 보관해 둔 목재 펜스와 마법 차단막을 전부 꺼내세요. 던전 정문 앞 광장을 세 구역으로 분리합니다."

"세 구역이요?"

"첫째는 환전소 대기 구역. 둘째는 슬라임 카페 철야 라운지. 셋째는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할 프레스존이에요. 관문 경비대에게 전하세요. 공식 취재증이 없는 자는 프레스존에 발도 못 들이게 막으라고요."

"하지만 취재증은 어디서 발급합니까?"

"어디서 발급하긴요."

에블린이 눈을 찡긋거렸다.

"영주성 공식 환전소에서 아주 비싸게 팔아야죠."

그때 집무실 구석 소파에 단정히 앉아 차를 마시던 카일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단정한 은빛 정복 차림의 그는 밤을 새웠다는 기색조차 없이 완벽한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늘한 청안이 에블린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잠은 한숨도 자지 않고 또 돈 벌 궁리만 하는군."

"돈 벌 궁리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에요, 카일 님."

에블린이 카일 앞으로 다가서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이 자본주의 제국에서 가장 안전한 방패가 뭔지 아세요? 바로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예요. 저 기자들이 우리 덕분에 특종을 잡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교단이 아무리 우리를 모함하려 해도 그들이 먼저 나서서 반박 기사를 써줄 테니까요."

카일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림자가 에블린을 부드럽게 감쌌다.

"네 말이 맞다면 오늘 광장에 모일 하이에나들을 제대로 길들여야겠군."

"자신 있으세요? 어제처럼 살벌하게 칼을 빼 들면 기자들이 도망갈 텐데요."

"도망가게 두지 않아."

카일이 나직하게 속삭이며 에블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손끝에서 은은한 박하 향이 피어올랐다.

"네가 짜놓은 판이라면 기꺼이 최고의 주연이 되어주지."

그 서늘한 목소리와 깊은 눈빛에 에블린의 귓가가 화끈거렸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돌리며 집무실 문을 열어젖혔다.

"좋아요. 그럼 황도의 귀하신 나리들에게 에셀 영지의 매운맛을 보여주러 가죠."


아침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자마자 에셀 영지 정문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마차 수십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멈춰 섰고 마법 렌즈와 양피지 뭉치를 든 기자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열어라! 당장 문을 열어라!"

"카일 폰 델마르 경의 인터뷰를 요청한다! <임페리얼 헤럴드>의 수석 특파원이다!"

"영주 에블린은 당장 나와서 공식 해명을 하라!"

취재진과 호사가들이 영지 광장으로 난입하려던 찰나 번쩍이는 마법 방벽과 목재 펜스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비병들이 창대를 세우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모든 취재진은 우측 제1환전소로 이동해 취재석 표를 발권받으십시오! 무단 침입 시 던전 영업 방해죄로 즉시 추방됩니다!"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취재석 표? 취재를 하는데 돈을 내라고?"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돈을 요구해! 우리는 황실 공인 언론인들이다!"

<마탑 가십 타임스>의 베테랑 기자 레녹스가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다.

그 순간 마법 방벽 너머에서 맑고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실 공인 언론인이라도 에셀 영지의 사유지에서는 영지 자치법을 따르셔야죠."

에블린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아한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차려입은 그녀의 자태는 변방의 궁색한 영주라는 소문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눈부셨다. 붉은 머리칼이 아침 햇살을 받아 화려하게 일렁였다.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일순 잦아들었다.

에블린은 확성 마법석을 쥐고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먼 황도에서 에셀까지 밤길을 달려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이 원하시는 카일 폰 델마르 경과의 공식 기자회견은 잠시 후 오전 10시 영주성 앞 프레스존에서 진행됩니다."

그녀가 손짓하자 경비병들이 거대한 안내판을 들어 올렸다.

[에셀 영지 공식 프레스존 안내]

  • 일반 취재석(스탠딩 구역): 10 에셀 코인
  • 특등석(단상 바로 앞 1열, 질의권 1회 보장, 마력 영상 영사 허용): 50 에셀 코인
  • 주의: 제국 골드 현금 결제 절대 불가. 전액 에셀 환전소 코인으로만 결제 가능.

안내판을 확인한 기자들의 턱이 쩍 벌어졌다.

"50 에셀 코인?! 골드도 안 받고 영지 전용 화폐로만 받는다고?"

"특등석 질의권 하나에 금화 50닢 상당을 내라는 소리잖아! 이건 명백한 날강도 짓이다!"

기자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에블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다.

"선택은 자유입니다. 특등석은 단 스무 자리뿐이거든요. 황도의 1면 톱기사를 다른 신문사에 넘겨주고 뒤에서 발꿈치나 드실 분들은 그냥 서 계셔도 무방합니다."

"크윽……!"

레녹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스무 자리. 만약 경쟁사인 <임페리얼 헤럴드>가 저 자리를 독점하고 카일의 독점 사진과 인터뷰를 따낸다면 가십 타임스는 폐간 위기에 몰릴 수도 있었다.

"저리 비켜! 내가 먼저 환전한다!"

레녹스가 체면도 잊은 채 환전소 창구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이 레녹스! 치사하게 혼자 가기냐!"

"나도 환전소로 간다! 비켜라!"

조금 전까지 고결한 언론 윤리를 외치던 기자들이 펜과 가방을 팽개치고 환전소 앞으로 쇄도했다.

"금화 백 닢을 전부 에셀 코인으로 바꿔 줘! 특등석 표 두 장 내놔!"

"줄 서세요! 새치기하면 영구 제명입니다!"

환전소 직원들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철컥철컥 소리와 함께 황금빛 에셀 코인이 쏟아져 나가고 영지의 금고에는 묵직한 제국 금화 자루가 탑처럼 쌓여갔다. 환전 수수료 3%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닢씩 굴러떨어졌다.

게다가 환전소 옆 슬라임 카페 창구도 불이 났다.

[신메뉴: 카일 & 에블린의 첫사랑 딸기 슬라임 쉐이크 (에셀 코인 전용)]

밤을 새워 목이 타들어가던 기자들과 구경꾼들이 앞다투어 음료를 사 마셨다.

"이거 뭐야? 쫀득쫀득한 게 왜 이렇게 맛있어?"

"피로가 싹 가시네! 한 잔 더 줘!"

단 30분 만에 프레스존 특등석 스무 자리는 완판되었고 일반석 수백 석마저 매진되었다.

지켜보던 한스가 침을 꼴깍 삼키며 에블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영주님…… 환전소에 입금된 금화만 벌써 삼천 닢을 넘겼습니다. 슬라임 카페 매출은 평소의 다섯 배입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한스."

에블린이 찻잔을 기울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돈을 냈으니 이제 진짜 쇼를 보여줘야죠."


오전 10시 정각.

영주성 앞 프레스존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찬 기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특등석에 앉은 기자들은 마법 기록석을 손에 쥔 채 숨을 죽였고 수백 개의 마력 영사 렌즈가 단상을 향해 일제히 초점을 맞추었다.

끼이익.

영주성의 육중한 문이 열렸다.

"나오신다!"

탄성과 함께 단상 위로 두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에블린 에셀과 카일 폰 델마르였다.

카일은 눈부시게 정갈한 제복 차림이었으며 그의 커다란 손은 에블린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단상 중앙으로 향했다.

파바바박!

마법 렌즈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며 하얀 섬광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카일은 평소 교단의 공식 석상에서 보여주던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줄곧 곁에 선 에블린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고 푸른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기자들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카일 폰 델마르 경! 제국 최고의 영웅이신 경께서 어찌하여 변방의 에셀 영주와 연인이 되신 겁니까!"

"<임페리얼 헤럴드>입니다! 어제 벨로크 감찰관이 제기한 탈세 및 위장 계약 혐의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쇼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실입니까?!"

날카롭고 공격적인 질문들이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에블린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확성 마법석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카일의 손이 더 빨랐다.

카일이 에블린의 손을 감싸 쥐며 그녀를 제 뒤편으로 반 보 물러서게 했다. 완벽한 보호의 제스처였다. 그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 기자들의 펜촉이 일제히 멈추었다.

카일의 서늘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광장 전체를 울렸다.

"위장 계약?"

카일이 조소하듯 입매를 비틀었다.

"교단과 재무부가 보낸 자들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묻겠다. 내가 누군가의 강요나 거짓으로 연인을 흉내 낼 사람으로 보이나?"

기자석에서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일 폰 델마르. 제국 최강의 검이자 황제의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오만한 영웅이었다. 그런 남자가 고작 세무 조사를 피하려고 거짓 연애를 연출한다는 것은 그의 성정을 아는 자라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카일은 에블린의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그의 시선이 오롯이 에블린의 녹색 눈동자에 닿았다.

"이곳 에셀 던전과 에블린 영주의 곁에서 나는 처음으로 온전한 안식을 얻었다. 교단의 그 어떤 화려한 신전보다 이 영지의 바람이 내게는 더 절실하다."

광장이 숨을 멈추었다.

카일의 청안에 번진 감정은 연기가 아니었다. 진실로 에블린을 향해 타오르는 맹목적인 신뢰와 애정이었다.

카일이 다시 고개를 돌려 기자들을 싸늘하게 쏘아보았다.

"에블린 영주는 내 유일한 연인이다. 만약 교단이든 재무부든 내 연인에게 거짓 죄목을 씌워 위협하려 든다면…… 제국의 성검이 누구를 베어야 할지 나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콰아아앙!

카일의 말끝과 함께 그의 몸에서 푸른빛의 순수한 성광 마력이 치솟았다.

단상 주변의 마법 차단막이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S급 헌터의 압도적인 무력이 뿜어내는 선전포고였다.

"히익……!"

특등석에 앉아 있던 기자들이 의자를 뒤로 빼며 사색이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열애 인정이 아니었다. 제국 1위 헌터가 자신의 모든 명성과 무력을 걸고 에셀 영지의 방패가 되겠다고 전 제국민 앞에서 맹세한 것이었다.

"써라."

카일이 차갑게 명령했다.

"한 글자도 왜곡 없이 황도 본당과 황실에 똑똑히 전해라."

몇 초간의 얼어붙은 정적 끝에 미친 듯한 마력 기록음이 광장을 채웠다.

사각사각! 파바박!

기자들은 손가락이 부러져라 양피지에 글을 갈겨썼고 마법 영사창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선 환상적인 모습을 담아내느라 쉴 새 없이 번쩍였다.

에블린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카일의 손을 꽉 쥐었다.

비즈니스 쇼라고 생각했건만 카일의 눈빛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심장을 통째로 뒤흔들 만큼 뜨거웠다.

'이 남자…… 정말 연기인 걸까. 아니면…….'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카일은 놓치지 않았다.

카일은 에블린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며 오직 둘만이 들을 수 있는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이 정도면 네 몸값으로 충분한가 영주님?"

에블린의 목덜미가 새빨갛게 타올랐다.

회견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두 사람이 단상 뒤편으로 퇴장하는 순간 영지 관문 쪽에서 거대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우-!

대지를 뒤흔드는 육중한 지동과 함께 북부 관문 경비병이 헐레벌떡 광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영……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에블린이 놀라 돌아보았다.

"또 무슨 일이에요?!"

경비병이 턱을 떨며 북쪽 지평선을 가리켰다.

"하늘색 망토를 두른 기마대와 마차 수백 대가 관문을 뚫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깃발에 은빛 검과 푸른 장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카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깃발은 다름 아닌 카일의 제국 최대 팬덤 '델리아'의 상징이었다.

"우리 카일 님을 홀린 시골 영주의 얼굴을 직접 보겠다며…… 수천 명의 델리아 회원들이 영지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스캔들이 몰고 온 진짜 폭풍이 이제 막 에셀 영지의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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