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옥상에 농장을 열었습니다

2화: 뿌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든은 새벽부터 두 화분의 무게를 쟀다. 일반 흙에 심은 토마토는 잎이 더 말라 있었고, 비늘을 넣은 화분은 뿌리 끝이 배수구 쪽으로 늘어났다. 그는 수치를 표에 적고 사진을 찍었다. 변화는 관찰됐지만, 작물이 살아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누리는 정화 마법의 기본 절차를 보여 줬다. 작은 원 안에 물을 붓고 마력을 낮은 강도로 흘려 부산물의 잔류를 확인했다. 물이 맑아도 토양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잔류 마력이 흙의 염분과 반응해 색을 바꿀 수 있었다.
“제가 예전에 놓친 건 반응 시간이었어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부산물마다 달라요. 최소한 세 번 측정하고, 변화가 없을 때 다음 단계로 가요.”
이든은 급수량과 정화 시각을 적었다. 누리는 화분을 격리할 경계를 만들었다. 둘은 실험 구역을 나누고, 누구든 정화에 참여한 뒤 이름과 시각을 기록하기로 했다. 선우가 옥상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어제 허가한 부산물 외에 추가로 사용한 게 있습니까?”
“없어요.” 이든이 말했다.
선우는 토양 표본을 검사했다. 흙에는 소량의 던전 포자가 섞여 있었다. 비늘이 오염을 흡수했지만, 완전히 중화하지는 못했다. 그는 작물의 수확을 금지하고 반출을 보류했다.
“열매를 먹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먹지 않아도 포자는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누리는 정화막을 치고 바람 방향을 표시했다. 그 과정에서 옥상 바닥의 균열이 더 길어진 것을 발견했다. 뿌리 끝이 균열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이든은 화분을 옮기려 했지만, 뿌리가 바닥에 고정되어 쉽게 빠지지 않았다.
“잘라 내면 안 돼요.”
“게이트 쪽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자르면 안 됩니다. 뿌리 끝에 포자가 묻어 있을 수 있어요.”
선우는 건물 아래의 던전 감지기를 확인했다. 기계는 꺼져 있었지만, 배터리는 새것이었다. 센서가 고장 났다고 생각한 그는 길드에 점검을 요청했다. 대기 시간은 4시간이었다. 세하는 없지만, 그들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
이든은 화분을 고정하고 뿌리 주변 흙을 조금씩 걷어냈다. 뿌리는 지면 아래의 균열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균열의 끝에 금속 덮개가 있었다. 상가 건축 도면에는 없는 시설이었다.
선우가 덮개의 표식을 읽었다. 폐쇄된 소형 게이트 배수구였다. 2년 전 던전을 정리한 뒤 막았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실제 덮개는 안쪽에서 밀려 올라온 흔적이 있었다.
“게이트가 다시 열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누리가 물었다.
“가능성입니다. 아직 탐지기 결과가 없어요.”
“하지만 작물 뿌리가 여기로 향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방향과 게이트 활성화는 같은 증거가 아닙니다.”
선우는 이번에는 이든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해했다. 그는 길드에 연락해 감지기와 봉쇄 장비를 요청했다. 그사이 누리는 덮개 주변에 정화선을 그었다. 이든은 뿌리 끝이 닿지 않도록 젖은 천을 대고, 화분의 수분을 낮췄다.
땅 아래에서 두 번의 진동이 올라왔다. 덮개가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센서의 바늘이 움직였다. 누리는 정화선을 강화하려다 손을 멈췄다. 마력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포자가 반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확신할 수 없는 수치를 말했고, 이든은 추가 측정을 기다렸다.
정화 실험이 시작되자 누리는 마력수를 한 번에 붓지 않았다. 표면에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30초를 기다렸다. 흙이 빛을 내면 반응이 지나치게 빠른 것이고, 색이 바뀌면 흡수 성분을 확인해야 했다. 처음 두 번의 측정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세 번째 방울이 닿자 검은 비늘이 아주 가늘게 떨렸다.
“중화됐나요?” 이든이 물었다.
“아니요. 움직였어요. 그게 좋은 반응인지 나쁜 반응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누리는 즉시 정화를 중단하고 토양을 격리했다. 흙을 파헤치면 포자가 날릴 수 있어 투명 덮개를 씌웠다. 이든은 화분을 들지 않고 아래쪽에 받침대를 끼웠다. 뿌리를 끊지 않고도 배수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이 양쪽에서 천천히 들어 올렸다.
뿌리 끝은 화분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것은 바닥의 틈을 따라 한쪽으로 감겨 있었다. 이든은 뿌리에 붉은 실을 묶어 길이 변화를 기록했다. 누리는 실이 뿌리를 조이지 않게 풀어 둔 채 눈금을 표시했다.
선우는 건물 지하의 감지기 점검을 위해 관리인에게 연락했다. 관리인은 장치가 정상이라고 했지만, 최근 점검 기록은 없었다. 선우는 담당자와 통화 내용을 보존하고, 현장 출입 허가가 필요한지 확인했다. 그는 이든에게 말없이 지하로 내려가면 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 문을 열지 말고,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보죠.” 이든이 말했다.
누리는 뿌리가 지하로 내려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배수구를 열지 않고 금속 덮개 주변의 진동을 측정했다. 이든의 감각은 뿌리 끝에서 낮은 마력을 느꼈다. 그 감각만으로 게이트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장비가 기록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선우는 상가 건물의 도면을 찾았다. 옥상 아래에는 폐쇄된 소형 게이트 배수구가 있었다. 그곳은 2년 전 정리됐다고 신고됐지만, 봉쇄 확인서에 현장 사진이 붙어 있지 않았다. 선우는 해당 서류를 보관한 길드에 원본 자료를 요청했다. 회신은 아직 없었다.
누리는 토양 표본을 작은 용기 세 개에 나눠 담았다. 하나는 정화 전, 하나는 낮은 마력 처리 뒤, 하나는 일반 흙과 섞은 뒤의 상태였다. 용기마다 날짜와 시간을 적었다. 이든은 같은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하기 위해 그늘막 아래 상자를 마련했다.
“표본을 섞으면 안 됩니다.”
“알아요. 두 번째 용기는 제가 가져가서 다시 측정할게요.”
“결과를 다른 사람이 재현할 수 있도록 기록도 같이 주세요.”
누리는 잠깐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식물을 살리고 싶어서요.”
토양을 옮기던 중 두 번째 화분의 잎이 갑자기 말렸다. 이든은 물을 더 주려다 멈췄다. 잎은 시들었지만 흙은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그는 뿌리 주변의 온도를 쟀다. 중앙은 따뜻했지만 가장자리는 차가웠다. 마력수는 한쪽에만 모여 있었다.
누리는 원인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고 정화선을 끊었다. 이든은 화분을 덮어 외부 공기와 분리했다. 잠시 뒤 잎이 더 이상 오그라들지 않았다.
“살아났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더 나빠지진 않았습니다.”
둘은 실패한 실험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물의 양, 정화 시각, 잎의 변화와 중단 시점을 모두 표에 남겼다.
길드 조사팀은 감지기와 봉쇄 장비를 들고 올라왔다. 팀장은 먼저 덮개의 전압과 표면 온도를 확인했다. 장비는 낮은 파동을 기록했지만 즉각적인 개방 징후는 없었다. 그는 덮개를 봉쇄하는 대신 주변에 감지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작물이 뿌리로 게이트를 자극하는지 관찰할 시간을 하루 더 주었다.
그 결정에는 조건이 붙었다. 이든은 옥상 농장에 혼자 남지 말아야 했고, 누리는 정화 상태를 2시간마다 확인해야 했다. 선우는 길드 기록과 현장 기록이 서로 다르면 둘 다 보존해야 했다. 세 사람은 역할을 나눠 서명했다.
감지선을 설치하는 동안 작물의 잎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바람은 반대 방향에서 불고 있었다. 이든은 화분을 회전시키지 않고, 잎의 각도와 뿌리의 위치를 그렸다. 식물이 덮개에서 멀어지는지 가까워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뿌리를 잘라 내면 신호가 끊기지 않을까요?” 조사팀장이 물었다.
“끊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뿌리 자른 자리에 포자가 모일 수 있습니다.” 누리가 말했다.
“그 근거는요?”
“지금 확인 중입니다. 아직 검증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추측과 관찰을 구분했다. 팀장은 즉시 절단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절단하지 않은 표본과 안전한 뿌리 끝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이든은 화분 옆 흙을 작은 틀에 나눠 담아 실험군을 만들었다.
낮은 마력 정화를 받은 뿌리는 덮개에서 멀어졌다. 처리하지 않은 뿌리는 방향을 유지했다. 그러나 표본이 두 개뿐이라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었다. 누리는 같은 조건으로 반복할 수 있는 화분을 더 준비하기로 했다.
선우는 길드 본부에 작물 소유권과 실험 데이터 사용 조건을 문의했다. 본부는 일단 부산물을 회수하고, 이후 모든 결과를 길드에 귀속시키겠다고 답했다. 선우는 그 문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든이 만든 토양과 씨앗까지 길드가 가져갈 근거가 없었다.
“계약서에 소유권을 나눠 적겠습니다. 부산물은 길드 자산, 씨앗과 작물은 재배자 자산, 안전 데이터는 공동 사용.”
“본부가 받아들일까요?” 누리가 물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왜 거부했는지 기록하죠.”
이든은 선우에게 계약 초안을 부탁했다. 그는 농장을 지키기 위해 규정 밖에서 싸우는 대신, 다음 사람이 같은 문제를 겪지 않도록 규정 안에 문장을 남기고 싶었다.
4시간 뒤 길드 조사팀이 도착했다. 감지기는 낮은 게이트 파동을 기록했다. 즉시 붕괴할 위험은 없었지만, 봉쇄 장비는 필요했다. 조사팀장은 농장을 전부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던전 뿌리가 작물에 연결됐다면 민간 구역에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작물을 태우면 포자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어요.” 누리가 말했다.
“안전한 방법이 있습니까?”
이든은 화분 하나를 가리켰다. 뿌리가 덮개로 향하는 작물은 위험했지만, 나머지 화분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먼저 뿌리나침반이 어떤 조건에서 생기는지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길드 조사팀은 하루의 시간을 허락했다.
그날 저녁, 이든은 화분 아래쪽 뿌리를 따라 얇은 은색 섬유를 발견했다. 아버지의 재배 노트에 그려진 뿌리와 모양이 같았다. 노트에는 그 옆에 ‘옥상은 안전하지 않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누리가 물었다. “아버지가 여기 온 적이 있나요?”
“몰라요. 이 노트는 오래됐고, 일부가 비어 있어요.”
이든은 노트의 빈 페이지를 빛에 비췄다. 종이 뒤쪽에 눌린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 글씨는 농장 아래 게이트의 좌표와 같았다.
뿌리 끝이 금속 덮개 안쪽에서 한 번 더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