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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옥상에 농장을 열었습니다1화

던전 옥상에 농장을 열었습니다

던전 옥상에 농장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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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토마토가 비늘을 삼킨 날

박이든은 토마토 화분을 버리려고 했다.

이든이 농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에는 빚만큼 오래된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씨앗은 환경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같은 종자라도 어떤 흙에 뿌리내렸는지에 따라 뿌리가 달라지고, 뿌리가 달라지면 열매의 맛도 달라진다고 했다. 이든은 그 말을 믿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연구는 던전 안에서 멈췄다.

그는 토마토 화분을 옮기기 전에 바닥의 배수구를 확인했다. 물이 고이는 위치와 옥상에 드리우는 그늘을 표시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종이 리본으로 기록했다. 같은 화분이라도 그늘 쪽은 곰팡이가 먼저 생겼다. 작물을 살리려면 부산물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 전체를 관찰해야 했다.

“이렇게 적으면 나중에 뭐가 달라져요?” 누리가 물었다.

“원인을 한 번에 맞힐 수는 없어도, 틀린 방법을 반복하지는 않죠.”

이든은 병든 잎의 위치를 도면에 점으로 찍었다. 검은 반점이 시작된 줄기와 비늘이 떨어진 자리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비늘이 잎에 직접 닿은 게 아니라, 흙을 따라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비늘을 제거한 화분과 남겨 둔 화분을 나누어 비교하기로 했다.

누리는 비늘을 손대지 않도록 투명 격리막을 설치했다. 그녀는 정화 마법의 농도를 높이지 않고 낮은 단계부터 시작했다. 마력이 너무 높으면 작물의 표면이 먼저 굳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과거에 이 차이를 놓쳐 치료가 가능한 약초를 폐기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에는 시간을 만들죠.”

“길드가 내일까지라고 했잖아요.”

“수치가 안정되면 요청해서 연장하겠습니다. 위험하면 제가 폐기할게요.”

선우는 두 사람의 기록을 훑었다. 그는 부산물이 길드 소유라는 규정은 지키되, 표본 검사를 위해 이든에게 임시 보관을 맡길 수 있다고 했다. 단, 실험 중 작물이 오염되면 이든이 폐기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그 조건은 불공정합니다.” 누리가 말했다.

“그럼 길드에 위험물을 보관하는 비용을 청구하세요.”

“우리가 실험해 주는 건데요.”

“그래서 결과를 길드에 넘기면 검사 비용을 보상으로 산정할 수 있습니다.”

이든은 거래 조건을 종이에 적었다. 부산물 소유권, 작물 소유권, 검사 결과의 사용 범위, 폐기 책임을 따로 나눴다. 선우는 그가 제안한 문구를 보고 잠시 말을 멈췄다.

“이 정도로 계약을 나누는 헌터는 드뭅니다.”

“예전에 한 줄만 읽고 서명했다가 팀이 망가졌어요.”

그는 자신이 잘못한 일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팀 식량을 맡았던 그는 던전 입구에서 냉장 보관 상자를 잘못 배치했다. 그러나 식량 손실이 임무 실패의 전부는 아니었다. 길드가 납품 수량을 줄이고도 보고서에 정상 지급으로 기록한 사실을 확인했을 때, 이든은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는 실수의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감췄다.

선우는 임시 보관 조건에 서명했다. 그는 길드가 부산물을 무조건 소유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에는 폐기 표시가 찍힌 재료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잎맥이 검게 물들었고, 줄기 아래쪽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푹 꺼졌다. 화분 흙에는 하얀 곰팡이가 피었다. 상가 옥상은 바람이 세고 배수도 좋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물을 조절했지만 병든 잎은 계속 번졌다.

“이 정도면 살릴 수 없어요.”

옥상 문 앞에 서 있던 한누리가 말했다. 그녀는 폐상가의 주인이 임시로 고용한 안전 담당자였다. 비가 새는 곳을 점검하다 화분을 발견했다고 했다.

“뿌리는 아직 살아 있어요.”

“줄기 안쪽이 썩었을 수도 있죠.”

“그러면 잘라서 확인하면 됩니다.”

이든은 가위를 들고 병든 줄기를 잘라 냈다. 단면은 갈색이었지만 뿌리 가까운 쪽은 단단했다. 그는 흙을 파내다 작은 검은 비늘을 발견했다. 던전 회색도마뱀의 부산물이었다. 길드가 바닥에 버리고 간 잔해 중 하나였다.

“그걸 흙에 넣었어요?” 누리가 물었다.

“아니요. 어제 바람이 불어서 날아왔나 봅니다.”

“던전 부산물은 독성이 있을 수 있어요.”

“알아요. 그래서 장갑을 꼈습니다.”

“장갑이 있다고 안전한 건 아니에요.”

이든은 비늘을 핀셋으로 집어 유리병에 넣었다. 토마토의 검은 잎은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그는 바람이 화분을 흔들지 않도록 작업대 옆에 작은 가림막을 세웠다. 같은 자리에 놓인 일반 흙 화분은 비교용으로 남겨 두었다. 누리는 두 화분의 잎을 번갈아 보고, 병반의 위치를 투명 필름에 옮겨 그렸다. 검은 얼룩이 눈에 띄게 넓어지면 즉시 실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든은 화분에 이름표를 붙이는 대신 숫자를 적었다. 작물의 상태를 사람의 감정으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습관이었다. 토마토가 살아날 거라고 말하면 그는 희망을 증거로 착각할 것 같았다. 그는 관찰 결과만 적고, 하루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비교하기로 했다.

그는 화분 주변의 마력 농도를 측정했다. 바늘은 평소보다 낮게 움직였다. 비늘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흙 속의 오염을 흡수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흙의 일부를 다른 화분에 나눠 담고 비늘을 한 조각 더 넣었다. 급수량과 햇빛을 같게 맞췄다. 한쪽에는 일반 흙을, 다른 쪽에는 비늘을 섞은 흙을 사용했다. 실험은 통제해야 했다. 한 번의 변화만으로 원인을 단정하면 안 됐다.

누리는 그가 적어 놓은 수치를 읽었다. “왜 이런 걸 기록해요?”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해요.”

“헌터였다고 들었어요. 농사꾼은 언제부터였죠?”

“헌터를 그만둔 뒤부터요.”

이든은 이유를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던전에서 식량을 맡았다가 보급 상자를 잘못 배치해 팀원 한 명을 위험에 빠뜨렸다. 실제로는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가 먼저 책임을 인정했다. 그 뒤 길드에서는 그의 이름을 실패한 보급 담당자로 기억했다.

옥상 출입문이 열렸다. 맹선우가 저울과 시세표를 들고 올라왔다. 그는 길드 농산물 평가사였다. 폐상가 옥상에 던전 부산물이 쌓였다는 신고를 확인하러 온 참이었다.

“이 비늘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바닥에서 주웠습니다.”

“소유권은 길드에 있습니다.”

“버린 물건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든은 임시 허가서의 날짜와 시간을 다시 읽었다. 허가가 끝나면 부산물은 길드로 돌아가야 했고, 표본은 반드시 격리 보관해야 했다. 그는 허가서에 실험 목적과 중단 조건을 덧붙여 달라고 요청했다. 선우는 규정을 확인한 뒤, 작물에 이상 반응이 보이면 누리가 즉시 중단할 권한을 갖는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누리는 자신의 이름이 책임자로 기록된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서명했다. 안전 판단이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게 이든도 보조 확인자로 적었다.

선우는 비늘을 만지지 않고 확인했다. 부산물은 공식 폐기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길드 소유였다. 이든이 가져가려면 반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선우는 그 규정을 보여 주며 화분을 치우라고 했다.

“작물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시험 중입니다.”

“증거가 있습니까?”

이든은 두 화분을 나란히 놓았다. 일반 흙의 잎은 계속 말라 가고 있었지만, 비늘을 넣은 화분은 검은 반점이 멈췄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회복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관찰 결과일 뿐입니다. 더 확인해야 합니다.”

선우는 그가 확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저울을 접었다. “그 태도로는 사업을 못 합니다.”

“사업을 하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럼 옥상 점유 계약은 왜 신청했죠?”

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폐상가를 정리하며 작은 농장을 만들 생각이었다. 길드에서 버린 작물과 부산물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계약이 검토 중이었다.

누리는 창고에서 분무기를 가져왔다. 그녀는 주변 화분을 모두 격리하고, 비늘 주변 흙을 봉투에 담았다. 부산물을 그냥 땅에 묻으면 마력이 다른 토양으로 퍼질 수 있었다. 이든은 그녀의 안전 절차를 따르며 오염 구역을 표시했다.

“농장을 열려면 먼저 정화법부터 배워야겠어요.” 누리가 말했다.

“가르쳐 주실 건가요?”

“제가 실패한 방법부터요. 성공한 척하는 건 싫어서요.”

그녀는 지난번 던전 약초를 잘못 분류해 동료가 피부 발진을 겪었던 일을 짧게 털어놓았다. 던전 부산물을 치료에 쓸 때는 종마다 정화 횟수를 달리해야 했지만, 당시 누리는 마력 농도만 보고 판단했다.

선우는 길드 소유 부산물에 손을 댄 책임을 이든에게 물었다. 이든은 비늘을 무단으로 가져가려 한 적은 없고, 발견 즉시 보관했다고 말했다. 서로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어서 그는 발견 위치와 시각, 화분 상태를 종이에 적었다. 선우는 그 기록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반출 허가를 임시로 내주었다.

“내일까지입니다. 결과가 없으면 폐기합니다.”

“그때까지 관찰하겠습니다.”

해가 기울자 토마토 잎의 가장자리에 새싹이 하나 돋았다. 세 사람은 말을 멈췄다. 이든은 잎을 건드리지 않았다. 검은 반점은 아직 남아 있었고, 회복이 시작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렀다.

그는 화분 아래쪽 흙을 조심스럽게 파 보았다. 흰 뿌리 끝이 한쪽으로 길게 자라 있었다. 화분의 배수구를 지나 옥상 바닥의 금을 향하고 있었다.

이든은 진동의 주기와 옥상의 바람 방향을 따로 기록했다. 화분을 옮기지 않은 채 주변 화분의 상태도 확인했다. 같은 움직임이 다른 작물에서도 나타나는지 알아야 원인을 좁힐 수 있었다.

금 아래에서는 아주 낮은 진동이 올라왔다.

이든은 진동이 멎을 때까지 화분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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