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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9화

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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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타오르는 시체밭

"미쳤냐? 거길 네 발로 기어 들어가겠다고?"

서울 외곽 정비소의 낡은 철문을 열자마자 박기문의 고함이 천장을 때렸다.

작업대 위에 공구를 팽개친 박기문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관리청 직인이 찍힌 단말기 화면이 쥐여 있었다.

"경기 남부 흑연 암혈? 오염도 72%짜리 B급 사고 현장을 F급 1인 업체가 단독 수주해? 관리청 윤아린 팀장인지 뭔지 하는 작자가 네 목숨 값으로 8천만 원을 부른 거다!"

"목숨 값 아닙니다. 공정 비용이죠."

강도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메고 온 알루미늄 케이스를 작업대에 내려놓았다.

"너 B급 마수 본 적 있어? 흑염 살무사랑 화염 암랑은 일반 마수랑 차원이 달라. 놈들이 뿜어내는 유황 독기는 방호복 필터를 삼십 분 만에 녹여버린다. 중견 길드 공격대가 궤멸당하고 도망친 지옥 구덩이야."

박기문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쾅쾅 쳤다.

"태성이 발을 뺀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들어가면 사방이 불바다고 바닥 전체가 독성 슬러지인데 거기서 혼자 무슨 재주로 오염도를 15% 밑으로 떨어뜨려? 실패하면 사업자 면허 영구 취소에 헌터 자격 박탈이라고 적혀 있잖아!"

"반장님."

도현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박기문의 숨이 턱 멎었다. 도현은 품에서 관리청 정식 특별 인가서와 계약서 전문을 펼쳤다.

"제5조를 봐주세요."

박기문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형광색으로 강조된 특약 조항이 눈에 들어왔다.

[특약: 던전환경관리법 제9조에 의거하여 현장에 방치된 마수 사체, 골격, 마석 파편 및 오염 부산물 일체의 소유권과 반출 권한은 클린 던전에 영구 귀속된다.]

"……부산물 소유권?"

"예. 태성을 비롯한 대형 길드 방역팀이 왜 거절했겠습니까? 위험한 것도 있지만 돈이 안 돼서입니다. 마석은 깨졌고 사체는 화염에 오염돼서 팔아먹을 데가 없거든요. 관리청 입장에서도 썩어 문드러지는 골칫덩이 쓰레기일 뿐이고요."

도현이 장갑을 고쳐 쥐었다.

"하지만 저한테는 아닙니다. 그 쓰레기들이 제 진짜 보수입니다."

"도현아……."

"제 몸 하나 간수 못 하고 뛰어들 만큼 무모하지 않습니다. 암갑 도마뱀 사태 때도 제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도현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박기문은 도현의 단단한 눈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젊은 녀석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은 F급 하청 청소부의 것이 아니었다. 사지로 뛰어드는 광인의 눈도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사냥터로 향하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박기문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뒤쪽 창고로 걸어갔다.

잠시 뒤 그가 들고 나온 것은 묵직한 내열 차폐 슈트와 고농도 알칼리 흡착 팩이었다.

"……내가 아끼던 A급 내화 세라믹 내피다. 유황 가스는 못 막아줘도 화염 마력 복사열은 반토막 내줄 거다."

"반장님."

"닥치고 입어. 죽어서 나오면 저 특약인지 뭔지도 휴짓조각이니까."

박기문은 거칠게 도현의 어깨를 툭 쳤다.

도현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내화 장비를 챙겨 정비소를 나섰다.


오후 네 시, 경기 남부 산악 지대.

바위산 중턱에 뚫린 거대한 동굴 입구는 핏빛과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B급 던전 '흑연 암혈'의 게이트 주변은 마치 활화산 분화구처럼 뜨거운 지열을 토해내고 있었다.

게이트 외곽에는 관리청 경비 병력과 통제 차량 서너 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 중이었다. 중무장한 경비대원들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게이트 상단의 대형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B급 던전: 흑연 암혈]
[현재 잔여 오염도: 72.8%]
[상태: 마력 폭주 안개 포화 / 2차 폭발 위험 '심각']

붉은 경고등이 요란하게 회전하며 숲속을 붉게 물들였다.

덜컹거리며 언덕을 올라온 낡은 트럭에서 도현이 내렸다. 고열 차폐 슈트 위에 방호 재킷을 걸치고 특수 폐기물 카트와 고압 분사기를 챙겨 든 차림이었다.

"정지! 여기는 1급 통제 구역이다. 일반인 접근 금지…… 응?"

바리케이드를 지키던 경비대장이 도현을 보고 멈칫했다.

"클린 던전 대표 강도현입니다. 긴급 특수 정화 작업으로 투입되었습니다."

도현이 단말기를 내밀자 경비대장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클린 던전? 당신 혼자야? 인력도 장비 트럭도 없이 이 손수레 하나 들고 왔다고?"

"작업은 혼자 진행합니다."

주변에 서 있던 경비대원들 사이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미치겠군. 관리청 본청에서 특수 방역팀을 보낸다더니 고작 1인 청소부를 보냈어? 그것도 F급 각성자를?"

경비대장이 서류를 확인하더니 혀를 찼다.

"강도현 씨.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들어가는 거요? B급 화염 암랑 사체만 서른 구가 넘고 흑염 살무사들이 뿜어낸 독안개가 천장까지 꽉 찼소. 공격대 헌터들도 살이 타서 실려 나온 생지옥인데 거길 혼자 카트 끌고 들어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윤아린 팀장이 승인한 서류니 막지는 않겠소만 이거 하나만 적고 들어가쇼."

경비대장이 내민 종이는 '현장 사망 시 이의 제기 포기 각서'였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사각.

서명을 끝낸 도현이 바리케이드를 밀치고 게이트 앞으로 걸어갔다.

"어이, 강 대표! 살아서 못 나오면 저 카트는 그냥 고철 처리할 테니 그리 아쇼!"

뒤에서 조롱 섞인 외침이 들려왔지만 도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쉬이이익-!

게이트의 붉은 장막을 통과하는 순간 살갗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열기와 유황 냄새가 전신을 덮쳤다.

폐부 깊숙이 찌르는 독성 마력에 숨이 턱 막혔다.

[경고: 환경 독소 '유황 흑염 안개'에 노출되었습니다.]
[피부 강화(Lv.1)의 효과로 표피 화상이 일부 경감됩니다.]
[체내 마력 저항이 부족하여 지속 노출 시 내장 손상이 우려됩니다.]

붉은 반투명 경고창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도현은 당황하지 않고 방독 마스크의 밸브를 조인 뒤 발밑을 살폈다.

동굴 바닥은 용암이 식은 것처럼 검게 굳어 있었고 곳곳에서 붉은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끔찍하게 찢겨 나간 마수들의 거대한 사체가 끝도 없이 널려 있었다.

길이 5미터가 넘는 거대한 흑염 살무사들의 뒤틀린 몸뚱이.

황소만 한 덩치에 바위 같은 등갑을 두른 채 내장이 터져 죽은 화염 암랑들.

공격대가 퇴각하면서 난도질해 놓고 간 B급 마수 사체 수십 구가 뿜어내는 마력이 공중에서 불꽃을 튀기며 뒤엉키고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죽음의 무덤이었지만 도현의 눈동자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사체마다 검붉은 빛을 발하는 마력의 잔향이 굵은 기둥을 이루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노다지다.'

도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


도현은 가장 가까운 흑염 살무사의 거대한 머리통 앞에 멈춰 섰다.

대가리 한쪽이 대검에 으깨졌지만 독니 부근의 마력선에는 여전히 짙은 유황 마력이 고여 있었다.

도현은 내열 장갑을 벗어 던졌다. 맨손을 살무사의 찢어진 독낭과 이마뼈 사이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화아악!

[특성: 부산물 흡수(EX)가 발동합니다.]

[대상: B급 마수 '흑염 살무사'의 잔여 근력과 화염 마력을 흡수합니다.]

순간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거대한 마력의 격류가 손바닥을 타고 척추를 강타했다.

쿠구구궁!

혈관 속으로 펄펄 끓는 쇳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E급 지네나 C급 도마뱀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에너지 질량이었다.

"크윽……!"

도현은 턱을 악물었다. 온몸의 모세혈관이 터질 것처럼 팽창하며 전신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근력 +3
체력 +2
마력 +2
고유 잔향: 화염 내성 축적도 24%

[경고: 고등급 마력의 급격한 유입으로 체내 마력 과부하가 발생합니다.]
[체온이 위험 수치(39.8℃)에 도달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심장이 찢어질 듯 고동쳤다.

도현은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B급 마수의 잔여 정보는 F급의 그릇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뜨겁고 거대했다.

'여기서 멈추면 타 죽는다.'

도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미리 준비해 온 고농도 알칼리 흡착제를 바닥에 쏟아부었다.

치이익!

살무사의 사체가 검은 재로 바스러지며 주변의 잔여 마력이 급격히 상쇄되었다. 사체가 사라지자 그 일대를 메우고 있던 화염 안개가 한 웅큼 걷혔다.

도현은 끓어오르는 몸의 열기를 피부 강화의 막으로 억누르며 이를 갈았다.

과부하의 고통 너머로 전신의 뼈마디가 재조립되는 듯한 폭발적인 완력이 차오르고 있었다.

팔뚝의 근육이 단단하게 팽창했고 흐릿하던 시야가 맹수의 눈처럼 선명해졌다.

도현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한 놈으로는 부족해."

도현은 옆에 쓰러진 화염 암랑의 거대한 흉곽으로 다가갔다.

갈비뼈 사이로 굳어버린 심낭을 쥐어짜듯 움켜쥐었다.

콰아아-!

[대상: B급 마수 '화염 암랑'의 응축 골격과 화염 정수를 흡수합니다.]

근력 +4
체력 +3
화염 내성 축적도 51%

이번에는 고통이 짧았다. 첫 번째 흡수로 확장된 혈관과 강화된 근력이 쏟아져 들어오는 에너지를 무섭게 집어삼켰다.

도현의 신체 능력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통로를 따라 전진하며 도현은 마수 사체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불타버린 살무사의 독낭.

암랑의 억센 다리 힘줄.

깨진 채 뒹구는 붉은 마석 조각들.

근력 +2
체력 +3
민첩 +3
화염 내성 축적도 78%

손을 댈 때마다 거대한 맹수들의 시체가 한 줌의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 중앙 보스 전초 광장에 도달했을 때 도현의 몸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장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화르륵!

도현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유황 불길이 피부 표면에서 맑은 백색의 파동으로 튕겨져 나갔다.

[조건 충족: B급 화염 부산물의 대량 흡수로 특수 계열이 각성합니다.]
[고유 패시브: 화염 내성(Lv.1)을 획득했습니다.]
[화염 및 열기 피해를 40% 경감하며 유황 독가스에 대한 저항력이 부여됩니다.]

숨통이 확 트였다.

폐부를 찌르던 유황 안개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달궈진 쇠판 같던 공기가 미지근한 봄바람처럼 느껴졌다.

도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의 눈앞에는 B급 레이드의 진짜 결전지였던 거대한 지하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광장 바닥은 지옥 그 자체였다.

서른 구가 넘는 화염 암랑과 거대한 살무사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마력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 시체 산 꼭대기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크르르르……!

도현의 발소리에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공격대의 맹공에 한쪽 눈과 다리를 잃었지만 죽은 동족들의 피와 마력을 핥아먹으며 살아남은 돌연변이 암랑 우두머리였다.

놈의 덩치는 일반 승용차보다 컸다. 등 뒤에서는 검붉은 불꽃이 용암처럼 분출하고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놈이 있었군."

도현이 중얼거렸다.

우두머리 암랑의 붉은 눈동자가 도현을 포착했다. 침입자를 찢어 죽이겠다는 살의를 담아 놈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콰앙!

바닥 암반이 부서져 나가며 거대한 화염의 덩어리가 도현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예전의 도현이었다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었을 속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도현은 달랐다.

도현의 동공이 가늘게 좁혀졌다. 맹렬하게 쇄도하는 암랑의 궤적이 손에 잡힐 듯 또렷하게 읽혔다.

스윽.

도현은 반 발자국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거대한 앞발이 스쳐 지나가며 돌바닥을 굉음과 함께 박살 냈다. 파편이 비 오듯 튀었지만 피부 강화와 화염 내성을 두른 도현의 피부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공격대 헌터들이 네놈 처리를 깜빡하고 갔나 보네."

도현의 오른팔이 허공을 갈랐다.

그의 손에는 청소용 특수 황동 와이어가 들려 있었다.

도현은 와이어를 암랑의 부러진 턱밑으로 번개처럼 찔러 넣었다.

쩌어엉!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거대한 맹수가 허공에서 강제로 멈춰 섰다.

크아악?!

암랑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일개 인간의 완력에 자신의 돌진이 가로막힌 것이었다.

도현의 팔뚝에 굵은 힘줄이 솟아올랐다.

스탯 흡수로 축적된 괴력이 폭발했다. B급 마수 사체 스무 구를 집어삼키며 완성된 A급 전위 헌터급의 완력이었다.

"내려와라."

도현이 와이어를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쾅-!!

거대한 맹수의 몸뚱이가 바닥에 메아리치는 굉음과 함께 처박혔다. 암반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암랑이 비명을 질렀다.

놈이 몸부림치며 화염 브레스를 뿜으려 아가리를 벌렸다.

하지만 도현은 틈을 주지 않았다.

품에서 꺼낸 알칼리 중화제 캡슐을 놈의 목구멍 안으로 깊숙이 쑤셔 박았다.

치이이익!

"커허억!"

거품이 터져 나오며 불꽃이 강제로 꺼졌다. 놈이 균형을 잃고 헐떡이는 순간 도현의 주먹이 우두머리의 이마뼈를 강타했다.

빠개액!

단단한 암석 갑각이 부서지며 놈의 거대한 몸집이 축 늘어졌다.

광장에 완벽한 정적이 찾아왔다.

도현은 거친 숨을 고르며 늘어진 암랑의 정수리에 손을 올렸다.

화아아악-!

[변종 마수 '화염 암랑 우두머리'의 잔여 정수를 흡수합니다.]

근력 +5
체력 +4
민첩 +3
마력 +4

거대한 빛이 도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두머리의 사체가 검은 잿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도현은 천천히 광장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깔린 수십 구의 사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 시작하지."

도현은 카트에서 흡착포와 대형 믹서 노즐을 꺼내 들었다.

남들이 버리고 간 피비린내 나는 쓰레기밭.

그 지옥을 향해 도현의 거침없는 포식이 시작되었다.


던전 게이트 바깥.

시계 바늘이 밤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게이트 앞은 여전히 삼엄했다. 경비대원들은 모닥불 주위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벌써 일곱 시간이 넘었어. 저 안에 들어간 청소부 녀석 뼈도 안 남았겠지?"
"뼈가 문제요? 방호복째로 녹아서 형체도 없을 거요."

경비대장이 한숨을 쉬며 단말기를 꺼냈다.

"윤아린 팀장한테 작업자 실종 및 사망 보고 올려야겠다. 슬슬 게이트 매몰 폭파 준비를……."

그때 관측 차량 안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장님! 모니터 좀 보세요! 계측기가 미쳤습니다!"

"뭐? 또 오작동이야?"

경비대장이 관측 차량으로 달려갔다.

모니터에 표시된 흑연 암혈의 실시간 마력 수치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잔여 오염도: 72.8%]
[잔여 오염도: 54.1%]
[잔여 오염도: 31.0%]
[잔여 오염도: 18.2%]

수치가 초 단위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경비대장의 턱이 덜덜 떨렸다. 던전 내부를 꽉 채우고 있던 유황 마력 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던전 안의 모든 오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마침내 전광판에 선명한 녹색 글씨가 박혔다.

[현재 잔여 오염도: 9.4%]
[상태: 환경 안전 기준 도달 / 마력 폭주 위험 완전 해제]
[판정: 긴급 특수 정화 완료]

"9.4%……?"

관측관의 손에서 볼펜이 툭 떨어졌다.

관리청이 제시한 한계선은 15%였다. 대형 길드 방역팀 수십 명이 들어가도 달성하지 못할 거라던 수치를 고작 반나절 만에 한 자릿수로 깎아버린 것이었다.

스스스스……

게이트를 가로막고 있던 붉은 유황 연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서늘해진 밤공기 속에서 게이트 장막을 젖히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온몸에 검은 그을음과 피비린내를 묻힌 사내.

한 손에는 밀봉된 폐기물 카트를 끌고 다른 한 손에는 황동 와이어를 쥔 채 도현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밤안개 속에서도 서늘한 금빛을 띠며 빛나고 있었다.

경비대원 수십 명이 넋을 잃은 채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F급 하청 청소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B급 공격대장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도현은 멍하니 서 있는 경비대장 앞으로 다가가 작업 보고서를 내밀었다.

"수치 확인하셨습니까?"

"어…… 어?"

"9.4%입니다. 약속대로 15% 밑으로 맞췄습니다."

도현이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계약서대로 안에 있던 부산물은 제가 전량 수거했습니다. 확인 서명 부탁드립니다."

경비대장은 떨리는 손으로 펜을 쥐었다.

도현의 눈앞에는 경이로운 상태창이 조용히 떠올라 있었다.

[강도현]
[등급: F급]
[근력: 39 | 민첩: 26 | 체력: 35 | 마력: 22]
[보유 특성: 부산물 흡수(EX)]
[고유 패시브: 피부 강화(Lv.1), 화염 내성(Lv.1)]

순수 육체 스탯 근력 39, 체력 35.

이미 웬만한 B급 최상위 전위 헌터를 훌쩍 뛰어넘고 순간적인 폭발력은 A급에 버금가는 수치였다.

F급 청소부 강도현.

남들이 버리고 간 잿더미 속에서 그는 마침내 괴물의 발톱을 완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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