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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2화

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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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박수 소리에 섞인 경보

태오는 사고 다음 날, 경매장 마이크를 켜지 않았다.

객석을 비우고 남은 사람은 태오와 보안 담당 이도겸, 감정사 오지선, 운영자 박유찬, 그리고 사고 직후 영상을 찍어 둔 임수아뿐이었다. 유리 케이스는 봉인됐고, 푸른 핵은 임시 차폐 상자 안에 옮겨졌다. 태오는 상자에서 멀찍이 떨어져 잔향 로그를 들었다.

박수, 의자 끄는 소리, 누군가의 기침. 그 사이로 작은 금속음이 한 번 스쳤다. 그는 재생을 멈추고 같은 구간을 다시 돌렸다.

“이건 망치 소리 같습니다.”

지선은 팔짱을 끼었다. “감정 망치는 무대 위에 고정돼 있었어요.”

“그럼 다른 금속이 부딪힌 걸 수도 있겠죠.”

“소리 하나로 누굴 의심하는 건 위험합니다.”

태오는 이어폰 한쪽을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소리만 말하는 겁니다. 이걸로 누구를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도겸은 사고 직전 보안 기록을 띄웠다. 카드 태그에는 케이스 구역으로 들어간 사람 없다고 나왔다. 하지만 영상에는 무대 뒤 통로를 오간 지선과 시설 직원 둘이 찍혀 있었다. 누가 무엇을 옮겼는지는 카메라 각도 밖이었다.

“무대 뒤로 들어갈 때마다 카드 태그가 남아야 해요.” 도겸이 말했다. “기록이 없는 건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날도요?” 태오가 물었다.

“문 센서가 경고를 보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오작동해서 확인하지 않았어요.”

유찬은 테이블을 쳤다. “지금 와서 센서 오작동을 문제 삼으면 경매장 자체가 폐쇄될 수 있어.”

“사람이 다쳤습니다.” 수아가 말했다. “폐쇄될까 봐 점검을 미루면 다음에는 더 크게 다칠 거예요.”

유찬의 얼굴이 굳었다. 수아는 지난 경매에서 출품품이 바뀐 일을 신고하려 했지만, 그때도 안전팀에서 ‘단순 오배송’으로 처리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공방 이름이 거래 목록에 올라가면 대형 길드가 납품을 끊을까 봐 더 밀어붙이지 못했다.

태오는 그녀에게 당시 서류를 다시 제출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가진 게 있습니까?”

수아는 오래된 휴대전화를 꺼냈다. 영상 한 조각이 남아 있었다. 지난 경매가 끝난 뒤 출품품을 포장하던 작업자들이 같은 색 라벨을 붙이는 장면이었다. 화면은 흔들렸고 얼굴은 찍히지 않았다. 그러나 라벨 번호의 앞 두 자리가 보였다.

도겸은 사고 때 회수한 봉인 조각 번호와 대조했다. 앞자리는 같았지만 뒷자리가 달랐다. 감정 목록에 없는 코드였다. 지선은 팔짱을 풀었다.

“라벨은 한번 쓰면 폐기돼요. 같은 번호를 다시 쓸 수 없습니다.”

“그럼 폐기 기록을 확인하죠.” 태오가 말했다.

유찬은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운영실 문을 닫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이걸 어디까지 공개할 생각이지?”

“확인된 사실만요. 사고 원인도 범인도 아직 모릅니다.”

“투자자가 오후에 옵니다. 경매장을 위험한 곳이라고 발표하면 거래가 끊길 거야.”

“안전을 확인하기 전까지 경매를 멈추자는 제 말은 바뀌지 않습니다.”

유찬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직원 월급이 밀리면 이 경매장에 남아 있는 스무 명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고 했다. 태오는 그 사정을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매를 다시 열어야 월급이 나온다는 말로 부상자들의 치료를 미룰 수도 없었다.

그들은 라벨 보관실로 갔다. 지선이 번호를 정리하는 동안 도겸은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폐기 처리된 봉인 라벨은 세 달 전부터 매주 일정한 수량이 누락되어 있었다. 출고 기록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창고에 반납되지 않았다. 담당자의 서명은 모두 시설팀장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팀장님은 지난달에 퇴사했어요.” 도겸이 말했다.

“퇴사 전에 라벨을 넘겨받은 사람이 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도겸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는 퇴사 처리 파일과 인수인계 문서를 뒤졌다. 서류에는 새 담당자 이름이 있었지만, 서명이 이전 팀장과 달랐다. 누군가 빈 양식에 이름을 덧쓴 흔적이 있었다.

지선은 라벨 보관함을 살펴보다 낮은 서랍에서 찢어진 뒷지를 발견했다. 같은 라벨 번호들이 연필로 적혀 있었다. 그녀는 번호 하나를 보고 표정을 바꿨다. 그 번호는 사고 난 핵의 감정표에 붙었던 것이었다.

“이건 제 필체가 아니에요.”

태오는 그녀가 말한 대로 적었다. “누가 썼는지 모르십니까?”

“제가 감정할 때는 라벨을 직접 붙이지 않습니다. 표본 담당자가 붙여요. 저도 최종 표에서 번호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지선의 말이 흐려졌다. 그녀는 감정 결과를 센서에 맡기고, 라벨 번호를 한 번도 대조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경매장의 안전과 자신의 자격 모두가 흔들릴 수 있었다.

“표본 담당자는 누구였습니까?”

“오늘은 외주 인력이었어요. 이름을 확인해야 합니다.”

도겸은 외주 출입 명단을 조회했다. 이름은 정식 등록되지 않았고, 일회용 방문증으로 들어왔다. 출입 때 찍힌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그의 퇴실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수아는 영상의 배경에서 같은 방문증을 알아봤다. “지난 경매에도 이 사람이 있었어요. 핵을 옮기던 카트 옆에 서 있었습니다.”

“얼굴을 본 적 있습니까?”

“아뇨. 그때는 작업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카트는 어디로 갔죠?”

수아는 영상을 확대했다. 카트는 무대 뒤 문으로 들어갔다. 그 문은 닫히지 않고 조금 열린 채로 남았다. 작업자 한 명이 문턱에 발을 걸쳐 두었다. 정식 출입 기록은 없었다.

태오는 사고 음성의 박수 구간으로 돌아왔다. 금속음은 문이 열리기 직전에 들렸다. 그 뒤에 낮은 경보가 났지만 객석의 박수에 묻혔다. 경매장 마이크를 움직여 소리를 분리해 보자, 고음 뒤로 세 음의 경고 신호가 드러났다.

“케이스 센서 경보와 같습니까?”

도겸은 기록된 알림음을 재생했다. 소리는 세 음으로 이어졌다. 영상 속 소리와 같았다.

“경보가 울렸는데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건가요?” 유찬이 물었다.

“누군가는 들었을 수 있어요.” 태오가 말했다. “그때 무대 뒤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지선은 자신의 감정표를 다시 살폈다. 센서가 기록한 진동은 안전 범위였지만, 검사 로그에는 핵을 측정한 시간이 네 분 비어 있었다. 그녀는 그 공백을 센서 오류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 사이 감정실 문이 열렸다는 출입 기록이 있었다.

“내가 핵을 검사했을 때는 차폐 상자 안에 있었습니다. 그 뒤 무대에 오기 전까지 누가 만졌는지 확인하지 않았어요.”

“왜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경매가 시작되기 직전이었어요. 운영팀이 급하게 올려 달라고 했죠.”

그 말에 유찬은 시선을 돌렸다. “일정이 밀려 있었어. 하지만 누구에게도 교체하라고 시키지 않았어.”

태오는 그를 바로 몰아세우지 않았다. 그는 객석 카메라 기록과 감정실 출입 로그, 라벨 폐기 기록을 따로 저장했다. 서로 다른 자료를 하나로 섞지 않았다. 각 자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표시했다.

수아는 부상자 병실로 가겠다고 했다. 다친 관람객은 손목을 다쳤지만 퇴원했고, 경매장에 돌아와 진술하겠다고 했다. 수아는 그에게 영상 공유를 강요하지 않고 연락처만 남기기로 했다.

“그 사람에게 먼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해 주세요.” 태오가 부탁했다. “사고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됩니다.”

오후에 유찬은 경매를 일주일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반발했지만, 안전 점검과 낙찰금 환불을 먼저 하겠다고 했다. 지선은 감정표에 ‘재검토 중’ 표시를 붙였다. 도겸은 출입문 센서를 새로 달고 그 앞에서 시험했다. 이번에는 문이 열린 채로 있자 경보음이 즉시 울렸다.

태오는 그 경보가 들리는지 객석 끝까지 걸어가 확인했다. 문 가까이에서는 선명했지만,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는 음향 담당자에게 알림 위치를 바꾸자고 요청했다. 경보는 구석이 아니라 진행자와 보안팀이 동시에 들을 수 있는 통로에 설치됐다.

수아가 경매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병실에서 부상자의 가족에게 영상 사본을 보여 줬다고 했다. 그 가족은 그가 먼저 퇴원할지, 조사에 나설지 직접 고르도록 두었다. “아들이 또 다칠까 봐 무서워했어요. 그래도 자기 말을 듣고 싶어 하더라고요.” 수아는 영상 파일을 복사해 보안팀에 건넸다. 태오는 고맙다는 말만 하고, 그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도겸은 라벨 출고 목록에서 추가 오류를 발견했다. 사고 핵의 봉인 번호는 원래 다른 품목에 배정되어 있었다. 그 품목은 입고 뒤 감정실에 가지 않고 바로 운송 창고로 이동했다. 출품자는 소규모 광산조합이었다. 누군가 두 물건의 번호를 바꿔 붙였고, 감정표의 정상 판정은 다른 핵의 검사 결과였을 수 있었다.

지선은 자신의 감정 원본을 열어 보았다. 그녀는 날짜별로 검사 소리와 센서값을 따로 기록해 두었다. 사고 핵의 검사 시각은 로그와 일치했지만, 표본 번호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믿었던 절차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원본 파일을 외부 감정기관에 보내겠다고 했다.

저녁 무렵, 경매장으로 익명의 택배가 도착했다. 안에는 찢어진 감정표와 숫자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태오는 종이의 앞면을 읽지 않고 봉투째 보존했다. 도겸이 CCTV를 확인하러 간 사이 지선은 찢어진 가장자리를 알아봤다.

“이건 사고 핵의 감정표 사본이에요.”

종이 아래에는 세 글자가 남아 있었다. ‘북항 창고’. 태오는 경매 목록에서 북항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반년 전 밀수 의심으로 거래가 취소된 부산물 보관소였다.

그 시각, 경매장 밖 유리창을 지나던 붉은 넥타이의 대리인이 잠시 멈췄다. 그의 손에는 새 방문증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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