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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1화

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

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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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유찰된 푸른 핵의 울림

강태오는 망치를 한 번만 두드렸다.

무대 위 유리 케이스 안에서 푸른 핵이 낮게 울렸다. 객석에 앉은 입찰자들은 진품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태오는 다음 호가를 부르지 않았다. 같은 크기의 핵보다 잔향이 반 박자 늦게 돌아왔다. 울림 하나가 안쪽에서 한 번 더 부딪혀 나오는 듯했다.

“출품 번호 17번, 청월 지하층에서 회수된 마수핵입니다. 시작가는 삼천만 원.”

경매장의 조명이 핵 표면을 비췄다. 감정사 오지선은 무대 옆에서 감정서를 들고 있었다. 서류에는 ‘결함 없음, 안정도 92퍼센트’라고 인쇄됐다. 태오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지선은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감정 결과를 의심받는 게 불쾌한 표정이었다.

“삼천만 원.”

첫 호가는 객석 뒷줄에서 나왔다. 곧 다른 손이 들렸다. 태오는 숫자를 부르며 목소리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입찰자들이 빠르게 손을 들 때마다 마이크가 객석의 숨소리와 옷깃 스치는 소리까지 받아들였다. 그는 호가가 오르는 속도에 맞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삼천오백. 삼천오백만 원 나왔습니다.”

고개를 숙인 남자가 손을 들었다. 입찰표에 적힌 이름은 최성우. 소규모 장비업자였다. 그가 입찰할 수 있는 금액의 두 배였다. 태오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낙찰 능력을 확인하는 건 경매장 규정과 담당자 몫이었다.

객석 한가운데서 임수아가 손을 들었다. 그녀는 작은 수리 공방을 운영하며 이번 핵을 자르고 남은 재료를 사려 했다. 시작가만으로도 부담이라던 사람이었다. 태오는 그녀가 참가비를 낼 때 입술을 깨물던 얼굴을 기억했다.

“삼천육백.”

최성우가 바로 손을 올렸다. “사천.”

수아는 망설이다가 손을 내렸다. 그녀의 옆에 앉은 동료가 작은 소리로 “그만하자”고 말했다.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는 호가를 이어 갔다.

“사천만 원, 한 번.”

마지막 순간, 객석 앞줄에서 붉은 넥타이를 맨 남자가 손을 들었다. 얼굴은 가려져 있었고 입찰표에는 대리인 코드만 적혔다. 낙찰 금액은 오천이백만 원. 성우가 그 숫자를 듣고도 손을 들었지만, 현장 담당자가 신용 한도를 확인하느라 지연됐다.

태오는 다음 호가를 부르지 않았다. “입찰 확인을 위해 잠시 진행을 멈추겠습니다.”

운영자 박유찬이 무대 뒤에서 손짓했다. 일정이 밀리고 있었다. 그는 태오에게 계속 진행하라고 눈으로 압박했다. 태오는 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확인에 시간이 걸립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사이 태오는 케이스 안을 다시 살폈다. 푸른 핵의 빛은 일정하지 않았다. 유리 너머에서 울림이 두 번 이어졌다. 첫 번째는 맑았고, 두 번째는 마른 뼈가 부딪히듯 둔탁했다. 진품의 중심부와 외피가 다른 재질일 때 나는 소리였다.

“감정사님, 이 핵을 두 번 두드렸습니까?”

지선이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표준 감정은 외부 센서로 했습니다. 직접 타격하지 않았어요.”

“센서 결과에 두 층의 반응이 있었나요?”

“정상 공명 하나였습니다.”

“그럼 제가 들은 건 환경음일 수도 있습니다.”

태오는 그 말로 감정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유리 케이스 밑의 스피커가 저음으로 진동하고 있었고, 객석 환풍기가 핵의 잔향을 흐릴 수 있었다. 사고가 나면 현장 소리를 증거로 쓰기 어려워진다. 그 사실을 알고도 그는 경매를 멈추지 않았다. 가격을 확인하는 동안 안전팀이 케이스의 외부 센서를 점검하고 있었다.

수아는 무대 옆으로 와 태오에게 입찰표를 건넸다. “저 대리인, 사전 호가를 내지 않았어요. 입찰 자격 확인이 끝났는지 확인해 주세요.”

“담당자가 확인 중입니다.”

“지난번에도 대리 입찰이었어요. 낙찰 뒤 출품자가 바뀌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손이 떨렸다. 태오는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수아는 자신이 지난 경매에서 부산물을 사려다 운송이 미뤄졌고, 결국 다른 재료를 받았다고 했다. 공식 이의제기 기한은 지났지만, 출품표가 바뀐 기록은 여전히 보관돼 있을 수 있었다.

태오는 수아의 제보를 즉석에서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운영자에게 경매 정지를 요청했다. 유찬은 손님 앞에서 사고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확인되지 않은 의심으로 전체 경매를 멈추면 손해가 큽니다.”

“그럼 감정과 입찰 기록을 확인할 때까지만 보류하죠. 낙찰자가 정해졌어도 물건은 넘기지 않겠습니다.”

“그 권한을 진행자가 마음대로 행사할 수는 없어요.”

“케이스 안전 경보가 들어오면 진행자는 즉시 멈출 수 있습니다.”

태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객석 쪽에서 짧은 경보음이 났다. 주변 소리에 묻힐 정도로 작았다. 붉은 넥타이의 대리인이 먼저 몸을 돌렸다. 그가 문으로 향하는 순간, 케이스 안의 푸른 핵이 번쩍였다.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태오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무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안전팀이 케이스 앞의 차폐막을 내렸지만 한쪽 레일이 걸렸다. 유리 안에서 푸른 빛이 불규칙하게 퍼졌다. 수아는 객석에 앉아 있던 노인을 부축해 통로로 옮겼다. 지선은 케이스에 손을 대려다 태오에게 제지당했다.

“손대지 마세요. 전원부터 끊으세요!”

유찬은 무대 뒤 차단기를 내렸다. 조명이 꺼지고 비상등만 남았다. 핵의 빛은 어둠 속에서 오히려 선명해졌다. 두 번째 울림이 케이스 바깥으로 번졌고, 금속 받침대가 떨렸다.

도겸이 객석 문을 열어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한 줄로 나가세요. 밀지 마세요. 다친 분은 손 들어 주세요.”

붉은 넥타이의 대리인은 사라져 있었다. 태오는 그를 쫓으려다, 객석 앞쪽에서 넘어져 손목을 다친 손님을 발견했다. 그는 수아와 함께 부상자를 일으켜 출구로 옮겼다. 그 사이 케이스의 모서리가 터졌다. 안전팀이 차폐막을 겨우 닫았지만, 파편 하나가 바닥을 굴러 태오의 구두 앞에 멈췄다.

핵은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케이스 안쪽에는 검은 금이 길게 그어져 있었다. 태오는 그 금을 보며 이전에 들은 두 번째 공명을 떠올렸다. 외피가 진품이고 중심부는 다른 재료일 가능성이 있었다.

“감정표가 틀렸어요?” 유찬이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태오는 숨을 골랐다. “하지만 이 물건은 처음 들은 소리와 달랐습니다. 그걸 확인하지 않고 계속 경매한 건 제 선택이었습니다.”

지선은 감정표를 움켜쥐었다. “센서 결과는 정상이었어요. 제가 직접 검사했습니다.”

“그럼 센서가 왜 한 층만 읽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등에 유리 가루가 박혀 피가 맺혔다. 수아가 구급함을 들고 다가왔다. 지선은 손을 감추려 했지만, 수아는 조용히 소독 솜을 내밀었다.

“지금은 검사보다 손부터요.”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태오는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경매장에는 부서진 케이스와 뒤집힌 의자만 남아 있었다. 그는 이번 회차의 경매를 전부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낙찰금은 확인이 끝날 때까지 보류하고, 피해자 치료비와 환불 절차를 먼저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나오지 못한 손님들은 대피 통로에서 서로의 손목을 붙잡았다. 한 여성이 태오에게 소매를 잡고 물었다. “제 아들이 그 안에 있었어요.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태오는 의료진이 옮긴 부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수아에게 출구 쪽을 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여성이 아들을 찾을 때까지 그는 경매장 문밖에 서 있었다. 그녀가 구급차 옆에서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태오는 손을 놓았다.

유찬은 운영실에서 그를 기다렸다. “오늘 경매를 멈춘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제가 들은 이상음을 무시한 책임은 지겠습니다. 다친 사람의 치료도 돕겠습니다.”

“경매장도 문을 닫을 수 있어요.”

“그럼 문을 닫기 전에 기록을 확인해야죠.”

태오는 사고 전 잔향 로그를 요청했다. 도겸은 보안실에서 객석 카메라와 케이스 센서 기록을 함께 열었다. 10초 전부터 케이스 앞에 누군가 서 있었지만, 얼굴은 카메라 사각에 가려졌다. 출입 카드 기록에는 점검자 한 명이 찍혔다. 그는 이미 퇴근한 상태였다.

“경보음이 로그에 남았습니까?”

“센서 경고는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음성에는 박수와 의자 끄는 소리만 있어요.”

태오는 이어폰을 끼고 녹음을 다시 들었다. 박수 사이, 아주 짧게 금속성이 높은 소리가 섞였다. 그는 그 소리를 알아봤다. 경매용 작은 망치가 테이블에 닿을 때 나는 소리였다. 하지만 진행자가 망치를 두드린 때는 핵을 소개하던 시작 순간뿐이었다.

“누가 망치를 들고 무대 쪽으로 갔습니까?”

도겸은 출입 영상을 확대했다. 붉은 넥타이의 대리인은 케이스 앞에 간 적이 없었다. 대신 오지선이 감정표를 들고 무대 뒤 통로로 사라졌다가, 사고 4분 전에 돌아왔다.

지선은 자신이 검사실로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엔 감정 센서와 보관함이 있었다. 태오는 그녀가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핵이 무대에 도착한 뒤 검사실로 이동했는지, 누가 봉인 라벨을 확인했는지부터 다시 맞춰야 했다.

그때 안전팀장이 달려왔다. 폭발 케이스에서 회수한 봉인 조각에는 번호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번호를 조회하자 공식 감정 목록에 존재하지 않는 코드가 떴다.

푸른 핵은 유찰될 물건이었다. 누군가는 값이 오르도록 대리 입찰을 만들었고, 그 전에 감정표와 다른 물건을 케이스에 넣었다. 태오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경매가 끝난 뒤에도, 그가 불렀던 가격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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