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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3화

던전 부산물 경매는 목소리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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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망치 대신 마이크를 든 밤

태오는 망치를 무대 뒤 서랍에 넣었다.

그날 밤 예정된 비공개 경매에는 붉은 넥타이의 대리인이 다시 등록해 있었다. 운영자 박유찬은 그를 내보내고 행사를 취소하자고 했다. 외부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매를 열면 안전팀의 허가를 받을 수 없었지만, 참석자들이 이미 보증금을 넣었다. 유찬은 취소하는 순간 경매장이 신뢰를 잃고 문을 닫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럼 안전 점검부터 공개합시다.” 태오가 말했다.

“사고 경위를 공개하겠다는 건가?”

“확인된 사실만요. 다친 손님을 무대에 세우거나, 의심받는 직원을 이름으로 몰지는 않겠습니다.”

유찬은 얼굴을 돌렸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누가 책임지는지 먼저 물어.”

“저도 그 질문을 피하지 않을 겁니다.”

태오는 경매장 문을 닫지 않는 대신 객석을 절반만 열고, 위험 부산물 거래는 모두 보류한다고 알렸다. 입찰자들은 항의했다. 특히 북항 창고에서 온 중개인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고성을 질렀다. 도겸은 출입문을 지키되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내 고객이 오늘 거래를 해야 합니다. 물건은 안전하다고 감정됐어요.”

“감정 번호가 다른 품목에 붙어 있었습니다.” 지선이 말했다.

“그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외부 감정 결과는 아직입니다. 그래서 거래를 보류하는 겁니다.”

“그럼 당신이 틀렸다는 것도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지선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태오는 그녀 대신 답하지 않았다. 지선은 스스로 말할 때까지 한 걸음 물러섰다.

“맞습니다. 제가 검사한 건 표본 번호가 다른 핵이었을 수 있습니다. 제 감정표를 재검토 중이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 이름을 붙여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끝까지 들렸다. 몇몇 입찰자는 불만을 터뜨렸고, 한 사람은 자리에서 나갔다. 수아는 객석 뒤에서 조용히 지선에게 물을 건넸다. 지선은 손을 뻗지 못하고, 잠시 뒤에야 병을 받아 들었다.

태오는 경매 시작 시간에 무대로 올라갔다. 그는 망치를 들지 않았다. 마이크만 쥐고, 사고 당시 발견된 사실을 순서대로 말했다. 감정표의 번호가 목록과 다르다는 점, 케이스 센서에 경보가 남았다는 점, 문이 열린 상태로 기록이 비어 있다는 점. 추정은 추정이라고 구분했다.

객석에서 누군가 외쳤다. “그럼 어제 우리에게 팔려고 한 건 가짜였습니까?”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검사 중입니다.”

“왜 경매에 올렸죠?”

태오는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제가 이상한 공명을 들었고,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때 경매를 완전히 멈추지 못한 건 제 판단입니다. 사고 뒤에는 전부 중지했습니다.”

유찬이 무대 아래에서 그를 바라봤다. 운영자에게 책임을 넘기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태오는 그가 승인한 일정과 안전 점검을 숨기지도 않았다. 기록된 결정은 운영자 본인의 설명이 필요했다.

유찬은 결국 무대에 올라왔다. “경매를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지시는 제가 했습니다. 센서 점검을 다음 날로 미뤘고, 문이 열린 채로 있었다는 경고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물건을 바꿨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그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말을 멈췄다. “부상자 치료비는 경매장 부담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거래 취소와 환불도 전부 진행하겠습니다.”

객석은 조용해졌다. 누구도 그 말을 승리라고 여기지 않았다. 경매장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직원들은 다음 달 월급을 걱정하게 됐다. 하지만 부상자의 비용을 입찰자에게 돌리지는 않기로 했다.

태오는 금속 망치 대신 마이크를 들고 입찰표 보관실로 향했다. 경매를 계속하는 자리가 아니라, 거래를 멈춘 이유를 서로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입찰자들은 자신의 호가 기록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출품자들은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했다. 증인들은 원한다면 익명으로 진술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나온 사람은 푸른 핵을 낙찰받으려던 최성우였다. 그는 입찰 한도를 넘겨 손을 들었다. 실제 구매 의사가 아니라, 대리인 호가가 오르는지 확인하려 한 행동이었다.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묻자 그는 북항 창고에서 가짜 부산물이 돌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내가 말하면 거래처가 끊길 거라서요. 아직 증거도 없었고.”

그는 자신이 가진 운송 영수증을 내놓았다. 몇 달 전 같은 번호의 상자가 경매장에 들어왔다 나갔고, 운송 목적지는 북항 창고였다. 영수증에는 두 번 찍힌 봉인 번호와 찢긴 라벨의 흔적이 있었다.

도겸은 출입 기록을 겹쳐 보았다. 상자가 나간 시간에는 시설팀 카드 하나가 찍혔지만, 그 카드는 퇴사한 팀장 명의였다. 그 뒤에는 붉은 넥타이의 대리인이 경매장을 빠져나간 기록이 있었다. 그는 사고 당일뿐 아니라 이전 경매에서도 같은 통로를 이용했다.

“대리인의 이름은 확인됐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도겸은 명단을 살폈다. “등록된 이름은 이정길입니다. 그런데 사진은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방문증에 붙은 얼굴과 신분증 사진이 달라요.”

그는 당장 체포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태오는 대리인의 이름을 방송하지 않았다. 대신 출입 기록 원본을 경찰에 제출하고, 참석자들에게 낙찰금을 동결한다고 안내했다.

그 순간, 수아가 무대 옆의 오래된 운송 카트를 가리켰다. “사고 핵을 옮기던 카트가 저기 있어요. 손잡이 안쪽에 푸른 가루가 묻어 있습니다.”

안전팀이 카트를 격리했다. 손잡이에는 같은 차폐 안료가 묻어 있었고, 바닥 바퀴에는 북항 창고의 적재장에 쓰이는 붉은 페인트 조각이 끼어 있었다. 확실한 출처를 말해 주는 증거는 아니지만, 감정실과 무대 사이에서 물건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좁혔다.

지선은 외부 감정기관과 통화했다. 검사는 밤새 걸릴 예정이었다. 그녀는 감정 원본을 넘겼고, 자기 검사 시간의 공백도 보고서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찬은 입찰자들에게 다음 경매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한 입찰자가 의자를 밀치며 나갔다. 유찬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에게 사고 당시 근무를 기록한 사람을 따로 불러 불이익 없이 진술하게 하겠다고 공지했다.

행사가 끝난 뒤 태오는 무대 바닥에서 작은 금속 조각을 발견했다. 망치 머리의 도금 조각이었다. 사고 당시 그는 망치를 건드리지 않았다. 도겸이 보관실을 확인했지만, 망치는 서랍 속에 온전하게 들어 있었다. 무대 위 조각은 다른 망치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누가 가져왔을까요?” 수아가 물었다.

“아직 몰라요.” 태오는 조각을 봉투에 넣었다. “이건 누군가 망치 소리를 내서 경보를 가리려 했다는 가설을 시험할 단서입니다.”

그는 경매 음성을 다시 틀었다. 금속음이 들린 직후 누군가 숨을 참았다. 그 뒤로 의자 다리가 끌렸다.

지선이 조용히 말했다. “그 숨, 내가 쉬는 소리예요.”

태오는 그녀를 봤다. 지선은 사고 직전 무대 뒤로 갔다. 그녀는 핵을 검사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요청한 다른 상자에 감정표를 다시 붙였다. 그때 자신이 표본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누가 부탁했습니까?”

“유찬 대표님에게서 직접 들은 건 아니에요. 시설팀 직원이 바뀐 라벨을 가져왔어요. 감정실에서 다시 붙여 달라고 했습니다.”

“왜 그랬죠?”

“급하다고 했어요. 출품자가 라벨을 잃어버렸다고.”

지선은 자신이 거절하지 않은 이유를 털어놓았다. 감정 일정이 밀려 있었고, 라벨은 봉인 전에 확인하는 게 관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절차를 믿었지만, 확인 책임은 자기에게도 있었다.

“제가 그 일을 했습니다. 기록에서 숨기지 않을게요.”

태오는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럼 그 상자를 언제 봤는지, 누가 들고 왔는지부터 천천히 적어 주세요.”

지선은 종이를 받아 이름을 적었다. 마지막 획이 종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때 도겸의 무전기가 울렸다. 경찰이 북항 창고로 향하던 운송 차량을 세웠다는 연락이었다.

차량 안에는 빈 차폐 상자 하나와, 경매장 운영자 유찬의 서명이 찍힌 운송표가 있었다.

운송표에는 사고 핵이 들어왔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 상자는 비어 있었다. 서명 날짜는 세 달 전이었다. 유찬은 그때의 납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서명이 자기 것일 수 있다고 인정했지만,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이름만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오는 그 답을 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보관실 근무자와 결제 내역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유찬은 투자자와 통화하러 나갔다. 문이 닫히자 지선이 무대 계단에 앉았다. 그녀는 손에 감긴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라벨을 붙였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처럼 보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사실은 기록될 겁니다. 다른 사실도 같이 기록할게요. 누가 가져왔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건 무엇인지.”

“결국 제 이름은 남겠죠.”

“네. 숨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려 했다고 단정하지도 않을 거예요.”

지선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오래 일한 경매장에서 해고될까 두려웠고, 자신이 놓친 검사가 다음 감정 업무까지 막을까 걱정했다. 태오는 그녀를 위로한다고 모든 잘못을 가볍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원본을 내놓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수아는 잠시 뒤 그들 곁에 앉았다. 그녀는 지난번 출품품이 바뀌었을 때 항의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태오는 “그때 말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수아는 거래를 끊길까 두려워 침묵했고, 경매장은 그 침묵을 안전한 절차라고 착각했다.

“내가 본 영상을 지금 내놓으면 공방이 거래처를 잃을 수 있어요.”

“그럼 익명으로 제출하거나 외부 조사관에게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수아 씨가 해요.”

수아는 잠깐 생각한 뒤 영상 원본을 봉인된 저장 장치에 복사했다. 경매장 내부에는 편집본만 남기고 원본은 외부 조사기관에 직접 제출하겠다고 했다. 도겸은 그 선택을 문서에 적고, 저장 장치의 해시값을 확인해 사본이 바뀌지 않게 기록했다.

유찬이 돌아와 결과를 들었다. 그는 즉시 사고 경매의 모든 거래를 취소하고, 환불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 일부를 담보로 잡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한동안 월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도겸은 그 결정을 막지 않았다. 대신 인력 감축 전에 안전 설비 비용과 운영비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찬은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내가 숨긴 게 있으면 더 나올 거예요. 이번에는 직원들이 먼저 알아야 합니다.”

태오는 사고 당일의 음성에서 경보가 울린 시각을 표시하고, 낙찰 타임라인과 나란히 놓았다. 경매 진행을 멈췄던 순간, 케이스 앞에 들어간 방문증, 망치 소리, 감정표가 바뀐 시간. 한 줄에 올려놓자 경매장은 조용한 작업실이 아니라, 각자 책임을 넘기던 사람들이 지나간 통로처럼 보였다.

그는 다음 조사 질문을 적었다. “진품 핵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질문 밑에 북항 창고와 운송 카트 번호를 적었다. 옆에는 ‘출처는 아직 미확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날 밤 태오는 망치를 서랍에서 꺼내지 않았다. 대신 마이크를 충전하고, 기록을 복사한 봉투를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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