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새벽의 공작부인

3화: 약혼보다 먼저 열린 심리
왕궁 출석 요구서는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묶어 놓았다. 세레나는 리아에게 물었다.
“내일 출석할 수 있겠어?”
“저는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네 어머니의 혐의가 다시 열릴 수 있어.”
리아는 쪽지를 접어 탁자에 두었다. “그래서 제가 증언해야 해요. 제가 입을 다물면 그들이 어머니의 이름을 마음대로 쓸 테니까요.”
세레나는 그 선택을 막지 않았다. 그녀는 카시안과 함께 왕궁 법무관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법무관은 세레나만 부른 심리라며 거절했다. 카시안은 계약서의 조항을 꺼내 보였다. 동맹 당사자는 심리의 관련 증거를 검토할 권리가 있었다. 법무관은 마지못해 세 사람의 동석을 허용했지만, 리아의 증언은 별도 기록으로 남긴다고 했다.
심리는 왕궁의 작은 회의실에서 열렸다. 벽에는 왕실 문장이 걸려 있었고, 긴 탁자 가운데 서리 장부의 사본이 놓여 있었다. 에드릭 바스 회계원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세레나는 그를 보자 손에 땀이 찼다. 어제 그의 장갑을 확인했지만, 오늘은 장갑 대신 잉크 얼룩 하나 없는 흰 손수건을 손에 쥐고 있었다.
“벨로르 영애가 북부 군량에 관한 기밀 문서를 외부 세력에 넘겼다는 진술이 접수됐습니다.” 법무관이 말했다. “그 문서를 로웬 변경백에게 보여 주었습니까?”
“장부의 사본을 검토하게 했습니다. 왕실의 자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문서 공유를 인정하는군요.”
카시안이 앞으로 나섰다. “북부 군량은 변경령의 예산과 연결된 공적 기록입니다. 벨로르 영애가 조사 중인 사본은 숫자 조작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원본 대조도 없이 기밀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합니다.”
법무관은 그에게 발언을 제한하라고 했다. 카시안은 계약서 사본을 탁자 위에 놓았다. 의회에 접수된 동맹 계약은 왕실 서기관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법무관은 잠시 문서를 살핀 뒤 심리를 계속했다.
에드릭이 말했다. “그 사본은 벨로르 가문의 인장이 찍힌 비공식 자료입니다. 장부를 위조한 흔적도 없습니다. 영애께서 약혼식을 앞두고 북부와 거래를 만들려는 이유가 의심스럽습니다.”
“그 사본은 어디서 얻었습니까?” 세레나가 물었다.
“왕실 기록고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원본을 가져오십시오. 북부로 보낸 곡물의 인수표와 날짜를 대조하겠습니다.”
에드릭은 답을 미뤘다. “기록고는 심리 대상이 아닙니다.”
리아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저는 그 사본을 필사한 사람입니다. 원본이 아닙니다. 그런데 필사 요청서에는 ‘초안 대조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왕실 기록고에서 온 문서는 아니었습니다.”
법무관은 리아의 이름과 직책을 확인했다. “그럼 어디서 받았습니까?”
“벨로르 가문 창고에서요. 하지만 제가 받은 날과 문서에 적힌 작성일이 다릅니다. 저는 그 차이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리아는 필사 기록장을 펼쳤다. 문서가 도착한 날짜, 봉인을 연 사람, 잉크가 마른 정도, 페이지 번호를 하나씩 읽었다. 세레나는 리아가 이런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는 줄 몰랐다. 리아는 자신의 어머니가 왕실 장부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은 뒤, 아무도 날짜와 출처를 믿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신은 문서가 어디서 왔는지 남겨 두었다.
“이 기록은 오늘 처음 만든 것 아닙니까?” 에드릭이 물었다.
리아는 기록장의 종이 가장자리를 보여 줬다. 각 페이지에는 월별 재고표와 필사 작업이 함께 적혀 있었다. 기록은 한 달 전부터 이어져 있었고, 뒷면에는 잉크가 스며든 자국도 남았다. 법무관은 그 자료를 증거로 받아들였다.
에드릭은 장부 사본의 숫자가 잘못된 인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시안은 북부 창고의 인수표를 꺼냈다. 장부에 적힌 곡물 수량보다 실제 수령량이 세 배 적었다. 다만 인수표에는 창고 관리인의 서명이 없었다.
“북부가 자체적으로 숫자를 바꿨을 가능성은요?” 법무관이 물었다.
“그래서 독립 증인이 필요합니다.” 카시안이 답했다. “상단 회계사와 의회 서기관을 포함해 원본을 대조해야 합니다.”
법무관은 에드릭에게 기록고의 원본을 제출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서리 장부의 사본을 봉인하고, 원본 대조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심리가 끝나기 직전 왕실 기록관이 봉인된 서류 한 장을 가져왔다. 서리 장부 유출 혐의가 추가로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리아의 어머니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래전 기록관이었던 이사벨 모렌은 장부를 훔쳐 북부로 도망쳤으며, 딸 리아가 그 문서를 현재의 공작 영애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리아는 창백해졌지만 문서를 놓지 않았다. 세레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싶었으나, 리아가 자기 손으로 종이를 펼치는 것을 기다렸다.
“이 진술서는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썼습니다.” 리아가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기록관이었다는 사실 외에는 틀렸어요. 어머니는 북부로 간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 근무일에 중앙 기록고의 근무표에 서명했습니다.”
에드릭이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근무표는 사라졌습니다.”
“사본이 있어요.” 리아가 답했다. “저는 어머니의 급여 정산표를 갖고 있습니다. 급여가 지급된 날짜와 기록고 근무표의 날짜가 같습니다.”
법무관은 심리를 중단하고 정산표 제출을 요청했다. 리아가 그것을 꺼내자 에드릭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세레나는 그의 손수건에 푸른 잉크가 묻은 자국을 발견했다. 장갑에 묻은 잉크와 같은 색이었다. 그는 손수건을 접어 숨겼지만, 카시안도 그 흔적을 보았다.
“회계원님, 어제 사용한 잉크입니까?” 카시안이 물었다.
“개인 문서에 쓰는 잉크입니다.”
“기록고 문서와 같은 종류인지 확인해야겠군요.”
법무관이 손수건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에드릭은 거부했다. 그 거부가 곧 유죄를 뜻하지는 않았다. 심리는 다시 정회됐고, 다음 날 원본 문서와 필체를 함께 감정하기로 했다.
회의실 밖에 나오자 리아는 벽에 손을 짚었다. 세레나는 그녀의 팔을 붙들려다 손을 거뒀다. 리아가 원하지 않는 위로까지 대신 고르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이름이 나왔을 때, 숨이 안 쉬어졌어요.” 리아가 말했다. “그런데 제가 말하지 않으면 또 누군가 어머니 대신 거짓말을 하겠죠.”
세레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그녀 역시 과거의 기억을 감춘 채 리아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그 믿음이 리아의 선택을 빼앗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내가 네 말을 듣고 있을게. 네가 원하면 손을 잡아도 될까?”
리아는 잠시 그녀를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세레나는 그 손을 감싸 쥐었다. 리아의 손끝은 차가웠고, 놓치지 않으려는 힘이 조금씩 돌아왔다.
“다음 질문에도 제 이름으로 답할 거예요.”
“그래. 내가 옆에 있을게.”
그들은 공작저로 돌아와 이사벨의 급여 정산표를 다시 읽었다. 종이에는 매월 같은 날짜에 지급된 급여와 기록관 서명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달의 서명만 달랐다. 리아는 어머니의 필체를 익숙하게 알아봤다. 마지막 서명은 누군가가 흉내 낸 것이었다.
세레나는 잉크색과 문서 작성 순서를 비교했다. 급여표의 숫자는 갈색, 마지막 서명은 푸른색이었다. 서명 위에 종이를 덧대어 잉크를 긁어낸 흔적도 보였다. 누군가 이사벨이 기록고를 떠난 것처럼 꾸몄다.
“누가 이 서명을 위조했을까?” 세레나가 물었다.
리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숨기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근무일에 이사벨은 서리 장부가 바뀌었다고 기록관장에게 보고했다. 그 뒤 급여가 끊겼고, 왕실은 그녀가 도주했다고 공표했다.
“어머니가 남긴 편지가 하나 있어요. 제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맡겨 둔 겁니다. 다만 편지에는 봉인 문양이 있어 열 수 없었어요.”
리아는 옷 안쪽의 작은 주머니에서 접힌 편지를 꺼냈다. 검은 밀랍 봉인에는 두 개의 선이 교차한 문양이 있었다. 세레나는 그 문양을 본 적이 있었다. 약혼 의정서의 새 조항 옆에 찍힌 왕실 법무관의 보조 인장과 같았다.
카시안은 편지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걸 열면 법무관이 당신 어머니의 문서를 조사할 겁니다.”
“이미 어머니 이름이 심리에 나왔어요.” 리아가 말했다. “숨겨도 안전하지 않아요.”
세레나는 봉인을 확인했다. “우리가 함께 열고, 문서 상태를 기록하자. 한 부는 의회 서기관에게 맡기고, 원본은 네가 보관해.”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편지를 직접 열었다. 안에는 짧은 문장과 숫자 목록이 있었다. ‘북부 곡물 인수량은 원본과 다르다. 원본은 새벽 회의실 아래에 있다. 서명을 고친 자는 인장함 열쇠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마지막 줄에는 이사벨의 서명이 있었다. 필체는 급여표의 옛 서명과 일치했다. 모아 둔 기록과 대조하자 위조 흔적이 분명해졌다.
“새벽 회의실이 어디죠?” 리아가 물었다.
“왕궁 안에 있습니다.” 카시안이 답했다. “약혼 의정서에 서명하는 방입니다.”
세레나는 숨을 들이켰다. 전생의 기억에서 그 방은 불이 번진 뒤 무너졌다. 그 안에 서리 장부 원본이 있다면, 약혼식을 그대로 치르는 순간 증거가 사라질 수 있었다.
그녀는 왕실 전령이 가져온 의정서를 다시 펼쳤다. 약혼식은 다음 날 아침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보류 요청은 아직 심사 중이었다. 세레나는 새벽 회의실 아래의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의회 심리를 앞당겨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왕실 서기관이 문을 두드렸다.
“약혼 의정서 서명식이 오늘 밤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왕세자 전하께서 직접 참석하십니다.”
세레나는 리아의 편지와 의정서를 번갈아 보았다. 누군가는 그들이 원본에 닿기 전에 서명식을 앞당겼다. 카시안은 서명란 위에 손을 얹어 종이가 바람에 넘어가지 않게 했다.
“오늘 밤 안에 새벽 회의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세레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 계약은 서로의 위험을 나누되, 명령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카시안에게 부탁할 수 있었지만, 대신 결정할 수는 없었다.
“도와 달라고 부탁해도 될까요?”
카시안은 의정서에서 손을 떼고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이오.”
그는 손을 내밀었지만, 세레나가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그 손을 잡았다. 약혼의 의무 때문이 아니라, 오늘 밤 혼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무서워요.” 세레나가 말했다.
“나도 그렇소. 그래도 당신이 가겠다면 함께 가겠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안은 의정서를 접어 옆에 두었다. 두 사람은 먼저 리아에게 편지를 돌려주고, 그 뒤 새벽 회의실로 향하기로 했다. 문밖에서 왕실 전령이 재촉했지만 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시안의 손이 여전히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