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받지 않습니다

2화: 사라진 구조견
건우는 병원 후문에 도착하자마자 뛰려 했다. 라온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잠깐. 보리가 뛰는 걸 보면 쫓길 수 있다고 느낄 거예요.”
“그럼 천천히 가면 늦잖아요.”
“빨리 움직이되 보리 쪽으로 몰지 말아요.”
건우는 걸음을 멈췄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기침했다. 라온은 그에게 보리의 마지막 산책 경로를 그려 달라고 했다. 산책 담당자는 강아지 운동장 앞에서 목줄을 놓쳤다고 보고했지만, 정확한 시각은 적지 않았다. 병원 직원은 “몇 분 전”이라고만 기억했다.
“보리는 문이 열리면 어디로 가요?”
“큰길은 피합니다. 소리 큰 곳도요. 처음 구조됐을 때는 병원 뒤 창고에 숨어 있었어요.”
“그 다음엔요?”
“그건 제가 모릅니다.”
건우의 답은 짧았다. 라온은 그가 보리의 모든 과거를 알지 못한다는 걸 부끄러워하는 듯한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는 묻지 않았다. 대신 병원 직원에게 창고 출입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창고 안은 약품 상자와 오래된 이동장으로 가득했다. 한쪽 구석에 접힌 천이 있었고, 그 아래 작은 털이 붙어 있었다. 건우가 가까이 가려 하자 라온이 손을 들었다.
“흔적을 확인하고도 만지지 마세요. 냄새가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보리가 여기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은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있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병원 운영실장 홍세미가 현관으로 내려왔다. 그는 손에 행사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입양 행사 취소 공지를 올리면 후원자들이 항의할 거예요. 일단 행사장은 열어두고, 보리가 오면 촬영을 진행하죠.”
“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요?” 건우가 물었다.
“그건 행사와 별도로 찾아야죠. 사람이 많이 모이면 더 빨리 볼 수도 있고요.”
라온은 포스터를 보았다. 보리의 사진이 크게 들어가 있었고, ‘순한 성격, 가족을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보리는 사람 손길을 피했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얼어붙었다. 순하다는 말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틀리진 않지만, 그 문구는 어떤 가족을 기다리는지 대신 정하고 있었다.
“사진과 문구는 내려야 합니다.” 라온이 말했다. “실종 중인 개의 위치를 공개하면 추격하거나 보호하려는 사람이 몰릴 수 있어요.”
세미는 포스터를 접었다. “행사 취소 비용도 생각해야 해요. 장소 대관과 봉사자 시간을 이미 썼어요.”
“보리의 상태를 숨겨서 입양을 서두르면 더 큰 비용이 생깁니다.”
“그럼 당신이 책임질 건가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는 행동교정과 수색 동선 조언입니다. 병원 책임과 입양 결정은 운영실장님과 건우 씨가 해야 해요.”
건우가 입을 열었다. “저는 촬영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 보리 위치를 확인하기 전에는 행사도 연기해야 해요.”
세미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후원금이 줄어들 수 있어요.”
“그걸 감당하지 않으려고 보리를 위험에 두진 않겠습니다.”
“입양을 원하는 가족에게 사실을 알려도 지원해 줄 사람이 있을까요?”
“그걸 확인하는 게 입양 상담 아닙니까?”
세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포스터를 접어 겨드랑이에 끼웠다. “행사장에는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대신 보리를 찾을 때까지 병원도 같이 움직이게 해 주세요.”
라온은 병원 뒤 공원을 돌아보며 지도를 펼쳤다. 목격 가능한 장소를 셋으로 나눴다. 보리가 소리를 피해 숨을 만한 곳, 물이나 냄새를 따라갈 곳, 사람을 피해 빠져나갈 수 있는 그늘. 건우는 접이식 물그릇과 보리의 담요를 들었다. 라온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 주기 전에 먼저 말을 걸었다. “강아지 찾는 중입니다. 붙잡거나 이름을 부르지 말아 주세요. 보신 시간과 방향만 알려 주세요.”
한 아이가 자전거길 쪽에서 갈색 개를 봤다고 했다. 건우는 곧장 그 방향으로 향하려 했다. 라온이 그를 멈췄다.
“그 아이가 본 게 보리인지 확인됐나요?”
“갈색이라고 했잖아요.”
“그 공원에 갈색 개가 많아요. 사진으로 확인하고 위치만 기록해요.”
아이의 보호자는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 줬다. 개의 목에는 빨간 목줄이 있었다. 보리의 목줄은 파란색이었다. 건우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아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잘못 알려 줬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려 준 게 도움이 됐어.”
다음 제보는 병원 뒤 골목에서 왔다. 청소 노동자가 갈색 그림자를 봤지만, 개가 쓰레기봉투에 다가오자 물러났다고 했다. 라온은 그곳에서 보리가 잘 먹던 건사료를 조금 놓았다. 건우가 담요를 펼치려 하자, 그녀는 냄새가 강한 간식을 쓰지 말라고 했다.
“왜요?”
“다른 개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요. 보리한테 익숙한 냄새를 조금만 두는 게 안전해요.”
“병원 냄새도 익숙한가요?”
“익숙하다고 편안한 건 아니죠.”
건우는 담요를 다시 접었다. 그는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보리가 아는 곳과 보리가 원하는 곳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해가 기울 때까지 보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 직원들은 공원과 주차장을 나누어 살폈고, 세미는 입양 행사를 연기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일부 후원자는 왜 준비한 행사를 취소하느냐고 항의했다. 세미는 담당자와 통화하며 “보리가 지금 안전한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반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흔들리지 않았다.
건우는 공원 벤치에 앉아 병원 기록을 확인했다. 라온은 그의 옆에 물병을 내려놓았다. “마셔요.”
“보리가 내가 데려가려는 걸 알까요?”
“그건 알 수 없어요.”
“제가 무서워서 도망간 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찾는 방법이 달라지나요?”
“제가 더 잘했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지금 보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건우는 손에 든 물병을 열었다. “선생님은 위로를 참 잘 안 하네요.”
“위로보다 정확한 게 필요한 순간이라서요.”
“그럼 지금은 정확한 게 뭔가요?”
“우리는 보리가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병원과 공원 주변을 확인했고, 아직 다치거나 잡혔다는 신고는 없습니다. 다음 제보를 기다리면서 위험한 길을 막고 있어요.”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은 안심이 되지 않았지만, 죄책감보다 다룰 수 있었다. 그는 라온의 물병을 돌려주었다. “고맙습니다.”
“그건 위로가 아니라 수분 보충이에요.”
“그래도요.”
라온은 어깨를 으쓱했다. 눈가가 조금 풀렸다. 건우는 그 표정을 더 보고 싶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저녁 일곱 시, 병원 접수대에 있던 보조 직원이 전화했다. 뒷문 앞에 놓아 둔 보리의 물그릇이 조금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카메라에는 개가 찍히지 않았다. 건우는 뛰어가려 했지만 라온이 손목을 잡았다.
“그릇을 옮기지 마세요. 보리가 와서 냄새를 맡았을 수도 있어요.”
그들은 멀찍이 서서 주변을 살폈다. 그릇 옆에는 젖은 발자국 두 개가 있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자국이 번졌다. 라온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기록하고, 그 뒤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건우는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어했지만, 추적이 보리를 더 멀리 몰아낼 수 있었다.
“오늘 밤은 병원 후문을 열어 두겠습니다.” 세미가 말했다. “직원 둘이 번갈아 지킬게요.”
“문 앞에 사람을 세우면 보리가 들어오지 않을 수 있어요.” 라온이 말했다. “카메라 확인은 멀리서 하고, 문 안쪽에 익숙한 물건 하나만 두세요.”
건우는 자기 가방에서 접이식 물그릇을 꺼냈다. 보리와 첫 수업에서 쓴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문 바로 안쪽이 아니라 비를 맞지 않는 벽 뒤에 놓았다.
“보리가 오면 제가 잡지 않을게요.”
“그 약속을 지키면 충분합니다.”
세미는 당직표를 바꿔 야간 직원이 혼자 정문을 지키지 않도록 했다. 건우도 근무를 바꾸려 했지만 라온은 그가 쉬지 않으면 다음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잠깐 눈을 붙이고, 라온은 병원 현관에서 교대자를 기다렸다. 둘은 말을 하지 않고 따뜻한 캔커피를 나눠 마셨다. 건우가 뚜껑을 열어 준 캔은 그녀 쪽으로 밀려 있었다.
밤새 비가 내렸다. 새벽 세 시, 카메라의 움직임 감지 기록에 그림자가 스쳤다. 동물인지 나뭇잎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건우는 영상을 확대했다. 라온은 시간과 방향을 기록한 뒤 병원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아냈다.
“보리일 수도 있어요.” 건우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확인 전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 확인하러 가야죠.”
“해 뜬 뒤에요. 지금은 통로에 조명이 없고, 비에 바닥이 미끄러워요. 뛰어들면 우리도 다칩니다.”
건우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새벽을 기다렸다. 밝아진 뒤 정원에 도착했을 때, 벽 아래에서 찢어진 파란 목줄 조각이 발견됐다. 보리는 목줄을 벗고 더 멀리 갔을 수도, 누군가가 주워 옮겼을 수도 있었다.
건우는 천 조각을 쥔 채 굳었다. 라온은 그것을 빼앗지 않았다. “지금은 이 흔적을 따라가되, 보리를 발견해도 거리를 지키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가가지 않는 선택은 할 수 있어요.”
정원 가장자리, 낡은 손수레가 세워져 있었다. 바퀴 한쪽에 보리의 털과 같은 갈색 털이 걸려 있었다. 건우는 숨을 들이켰다. 라온은 그를 보지 않고 바닥의 바퀴자국을 살폈다. 자국은 공원 방향이 아니라 병원 지하 주차장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지하 출입문이 밤새 열려 있었다는 보고였다. 문을 열어 둔 사람은 경비 기록에 없었다. 보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을 수도, 반대편으로 나갔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찾는 길은 이제 병원 내부로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