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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받지 않습니다3화

반려견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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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함께 걷는 속도

입양 행사가 열리는 토요일 아침, 훈련장에는 의자와 안내 배너만 세워져 있었다. 보리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는 없었다. 홍세미 실장은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구조동물 돌봄 상담과 후원 문의를 받기로 했다. 건우는 병원 로비 CCTV를 라온과 함께 확인했다. 새벽에 고구마를 두고 간 사람은 병원 세탁실 직원 박정희였다.

정희는 보리를 찾으러 나갔다가 후문 근처에서 그림자를 봤다고 했다. 개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고, 삶은 고구마 몇 조각을 놓고 왔다. 보리가 달아난 화면을 본 뒤에는 자신이 겁을 줬을까 걱정했다.

“보리한테 고구마를 준 이유가 있나요?” 라온이 물었다.

“병원에 처음 왔을 때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그때 삶은 고구마는 조금 먹더라고요. 제가 그걸 기억했어요.”

“그 사실을 누가 알려 줬죠?”

정희는 건우를 바라봤다. “선생님이 말해 줬어요. 그래서 보리가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건우는 그 말을 듣고 굳었다. “제가 그 정보를 전달한 시각이 언제였죠?”

“지난주에요. 입양 행사 준비하면서요. 선생님이 보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제가 행사 때 보리를 데리고 나와도 된다고 허락한 건 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찾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정희는 죄책감에 손을 비볐다. 라온은 고구마를 먹인 행동 자체를 탓하지 않았다. 문제는 보리를 찾기 위해 병원 직원들이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주었는지, 그리고 누가 안전 책임을 맡았는지였다.

“정희 씨가 잘못해서 보리가 사라졌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병원이 찾는 업무를 나누고, 위치 정보를 관리하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그럼 제 이름을 공개할 건가요?”

“원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습니다.”

세미가 상담실 문을 닫았다. “입양 행사를 취소하면 병원 관리 소홀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후원자에게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미 보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감출 수 없어요.” 라온이 말했다. “누구를 비난할지 고르는 게 아니라,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병원 내부 절차를 다 알려야 한다고요?”

“찾는 데 필요한 범위와 돌봄 절차는요. 직원 개인 정보는 동의 없이 공개하지 않습니다.”

건우는 입양 신청서를 보드에서 떼어 책상 위에 놓았다. “제가 보리를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행사에서 그걸 홍보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병원에서 찾고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야 해요.”

세미는 보드의 ‘보리 입양 상담’ 항목을 지웠다. 행사 손님들은 이미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입양 홍보 대신 현재 보리를 찾고 있다고 안내했다. 보리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과 방향만 설명했다. 발견하면 가까이 가지 말고 병원 번호로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사장 한쪽에서 여성이 일어났다. “저는 어제 훈련장 근처에서 개를 봤어요. 사진은 안 찍었는데, 손수레 밑에 누워 있었어요.”

라온은 지도를 펼쳤다. 그곳은 첫 수업에서 보리가 손수레 소리에 멈춘 자리와 가까웠다. “몇 시쯤이었나요?”

“저녁 여섯 시쯤요. 다가가진 않았어요.”

건우는 그 시간의 병원 CCTV 기록을 확인했다. 보리가 보인 장면과 일치했다. 그런데 장소는 병원 뒤편 공원이 아니라 동네 분식집 옆 골목이었다. 라온은 그쪽으로 가자고 했지만, 행사 방문자들에게 함께 찾으러 나가자고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움직이면 보리를 더 몰아낼 수 있었다.

“저와 건우 씨만 먼저 갈게요. 병원은 문을 열어 두고, 세미 실장님은 전화 받을 사람을 한 명 정해 주세요. 위치 정보는 한 곳에 모아야 합니다.”

“나도 가겠습니다.” 세미가 말했다.

“행사장을 비우면 연락이 끊겨요. 여기서 역할을 맡아 주세요.”

세미는 잠시 망설이다가 접수대에 앉았다. 정희는 제보 전화를 받겠다고 자원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고구마를 더 가져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라온은 그 약속을 강요하지 않았다. 먹이를 더 두는 것이 보리에게 나쁘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여러 사람이 다른 음식을 주면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분식집 골목은 음식 냄새와 오토바이 소리로 복잡했다. 라온은 건우에게 길을 건너기 전에 잠시 기다리자고 했다. 가게 주인은 보리가 새벽마다 골목 끝으로 왔다고 전했다. 손님이 다가가면 뒤로 숨었고, 가게 앞 종이상자 밑에 누워 있기도 했다.

“보리가 여기에서 편한 걸까요?” 건우가 물었다.

“편한지 알 수는 없어요. 비를 피할 수 있고, 조용한 시간대가 있다는 정도죠.”

가게 주인은 문을 열어 두면 보리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라온은 실내로 몰지 말고, 종이상자를 그대로 두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상자에서 떨어진 털을 확인하고 냄새를 더해 보지 않았다. 건우는 병원 수건을 꺼내려 했지만, 보리와 연결된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들은 수건을 가게 안쪽에 두고, 인도 건너편에서 기다렸다.

오후 햇빛이 골목 벽을 넘어올 때, 보리가 나타났다. 귀는 뒤로 눕고 몸은 낮았다. 꼬리는 배 밑에 말려 있었다. 건우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보리는 멈췄다. 그는 곧 무릎을 굽혀 옆으로 앉았다. 시선은 보리에게 고정하지 않았다.

“보리야, 여기 있어.”

그가 낮게 말한 뒤 조용해졌다. 보리는 두어 번 코를 움직이고 종이상자 밑으로 들어갔다. 라온은 건우에게 칭찬하거나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가 한 행동을 보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리로 남겨 두었다.

분식집 주인이 물을 내놓으려다 멈췄다. “물은 괜찮아요?”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멀어져 주세요.” 라온이 설명했다.

주인은 물그릇을 놓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보리는 상자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대신 몇 분 뒤 몸을 돌려 물을 마셨다. 건우는 눈을 감았다 뜨며 숨을 내쉬었다. 찾았지만, 아직 안전하게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들은 이동장과 포획망을 가져오지 않았다. 보리를 급히 잡으면 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다칠 수 있었다. 라온은 병원에 작은 이동장을 가져오라고 하고, 입구를 열어 바닥에 놓게 했다. 안쪽에는 보리가 먹던 사료를 조금만 두었다. 건우는 그릇을 들고 가까이 가지 않았다.

“보리가 들어가지 않으면요?” 그가 물었다.

“오늘 데려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공간을 안전하게 두고 다시 오죠. 병원에 있는 게 더 안전한지, 이곳에 숨는 게 더 나은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건우는 턱을 다물었다가 풀었다.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데려가는 게 항상 돌아오는 건 아니군요.”

“맞아요.”

그는 물그릇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보리는 상자 밑을 나와 거리를 재듯 골목을 건너다 이동장 입구를 맡았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다. 건우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에는 이동장 안에서 사료를 먹고, 입구를 다시 넘었다.

“한 번 더 들어갈지 보죠.” 라온이 속삭였다.

보리는 이번엔 이동장 안에서 엎드렸다. 몸을 숨긴 채 골목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건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라온은 그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리가 놀라지 않도록 선택했다는 걸 알았다.

십 분쯤 지나 보리는 이동장 밖으로 나왔다. 건우는 숨을 삼켰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보리는 그에게 두 걸음 접근해 신발 냄새를 맡았다. 한 번의 접촉도 없었다. 건우가 말하지 않자 보리는 다시 물그릇 쪽으로 갔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요.” 라온이 말했다.

“보리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아도요?”

“지금 선택을 존중한 겁니다. 이동장에 들어갔어도 바로 문을 닫지 않았어요.”

그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다시 오기로 했다. 건우는 분식집 주인에게 위치 정보를 병원만 공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제보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병원으로 돌아오자 세미는 행사 방문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입양은 보류하고, 보리가 돌아올 때까지 병원 안에서 쉴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해할까요?” 세미가 물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라온이 답했다. “무엇이 위험했고 우리가 어떻게 고치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세미는 사건 보고를 작성했다. 산책 담당자의 실수, 후문 개방 기록, 훈련 중단 지침의 부재를 함께 적었다. 건우는 자신이 보리를 입양하려는 사람이라고 밝혔고, 중립적 심사를 요청했다. 라온은 보고서를 검토하되 특정 보호자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세미도 홍보 사진을 다시 쓰기 전까지 보리의 상태와 병원의 동의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보리는 이동장 안으로 스스로 들어왔다. 문은 닫지 않았다. 병원 직원들이 주변을 비우고, 건우는 복도 끝에 앉아 있었다. 보리는 다섯 번이나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마침내 안에서 몸을 말았을 때, 건우는 세미에게 문을 닫아도 되는지 확인했다.

“오늘은 문을 열어 둡시다.” 라온이 말했다. “내일 수의사와 이동이 필요한지 결정하죠.”

건우는 아쉬워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작은 성과는 보리를 입양하는 것이 아니라, 보리가 병원으로 돌아와 안전한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일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둘은 훈련장까지 천천히 걸었다. 건우는 걸음 속도를 라온에게 맞췄다.

“이번 주말에 같이 걷자고 하려 했는데, 오늘은 아닌 것 같네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보리를 찾느라 제가 당신에게 기대고 싶어졌는지, 그냥 함께 걷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라온은 그 질문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 “그걸 구분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저를 위로 담당으로 정하지는 마세요.”

“그럼 산책 제안은 받아 줄 건가요?”

“다음 주 수업 끝나고 20분 정도요. 훈련장 밖에서.”

“보리 없이요?”

“네. 그때도 말을 잘 못하면 그냥 걸으면 되겠죠.”

건우는 웃었다. “좋습니다.”

병원에 돌아온 라온은 새 기록지에 보리가 이동장에 들어갔다 나온 횟수와 주변 소음을 적었다. 마지막 칸에는 ‘귀환’이라고 쓰지 않았다. 아직 보리는 병원에 완전히 적응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선택한 휴식 공간’이라고 썼다.

그 기록 아래에 세미가 덧붙였다. 입양 행사는 취소했고 병원은 구조동물의 산책 동선을 직원 개인에게 맡기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그 주말, 병원은 새로운 안전 대기점을 만들기로 했다. 라온은 그 일을 도우면서도 건우의 입양 신청서를 심사하지 않을 사람이 따로 지정됐는지 확인했다.

다음 주 수업 전, 보리는 접이식 물그릇을 보고 한 걸음 다가왔다. 건우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라온은 그가 먼저 물었다는 걸 기억했다. “오늘은 저랑 걸을래요?”

그녀는 웃었다. “오늘은 네가 속도를 정해요.”

보리는 줄을 느슨하게 한 채 둘 사이를 걸었다. 어느 쪽에도 끌리지 않았다. 공원 입구에 손수레가 보였지만, 이번에는 보리가 한 번 멈춘 뒤 스스로 다른 길을 골랐다. 라온과 건우는 그 뒤를 따라갔다. 다만 그들이 선택한 길은 공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멀리 병원 후문 쪽에서 누군가 새 이동장을 놓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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