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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받지 않습니다1화

반려견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받지 않습니다

반려견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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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첫 산책 수업

보리는 훈련장 문 앞에서 네 발을 모두 멈췄다. 공원 산책로에는 전동 손수레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손수레 바퀴가 보도블록 틈을 넘을 때마다 덜컹 소리가 났다. 보리의 귀가 뒤로 눕고, 꼬리가 배 쪽으로 말렸다.

“괜찮아. 내가 끌어당기지 않을게.”

최건우는 리드줄을 짧게 쥐려다 손가락을 폈다. 구조견을 맡은 지 열흘, 그가 제일 많이 되뇐 말이었다. 줄을 느슨하게 두면 보리가 뛰어갈까 무섭고, 팽팽하게 잡으면 겁먹는다는 걸 알았다. 알면서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정라온은 보리와 손수레 사이를 막지 않았다. 그녀는 공원 벤치 옆에 쪼그려 앉아 간식 하나를 바닥에 놓았다. 보리의 시선은 간식이 아니라 손수레에 붙어 있었다.

“거리를 더 벌릴게요.” 라온이 말했다.

건우가 줄을 잡은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보리는 앞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라온은 간식을 집어 들지 않았다.

“이게 왜 도움이 되죠?” 건우가 물었다.

“지금은 간식을 먹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보리가 손수레를 볼 수 있고, 돌아설 수도 있는 거리를 찾는 중이에요.”

“그럼 저희는 그냥 기다리는 겁니까?”

“기다리는 것도 행동이에요.”

라온은 목소리를 낮게 유지했다. 건우는 그녀가 보리보다 자신을 먼저 보는 걸 알아차렸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라온은 말없이 손바닥을 아래로 향했다. 줄을 느슨하게 하라는 신호였다.

손수레가 공원을 빠져나가자 보리의 귀가 조금씩 세워졌다. 개는 고개를 돌려 라온을 봤다. 그녀는 간식을 보리 쪽으로 굴렸다. 보리는 냄새를 맡고 입에 넣었다. 건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아, 잘했어.”

“칭찬은 괜찮지만, 지금 다가가진 마세요.” 라온이 말했다.

“왜요?”

“보리가 선택한 거리를 유지할 시간을 주세요.”

건우는 한 발을 내디디려다 멈췄다. “제가 늘 망치네요.”

“그렇지 않아요. 멈춘 게 방금의 선택이에요.”

그 말에 건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개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저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

“둘 다에게 하는 말입니다.”

라온은 긴 리드줄을 원형으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보리가 줄을 밟지 않도록 곡선을 만들고, 물그릇은 벤치 아래에 두었다. 건우는 그녀가 장갑을 낀 손으로 줄을 옮기는 모습을 지켜봤다. 손목의 시계가 반짝였다. 그는 시간을 확인하려다 시선을 거뒀다.

“처음 만난 개한테는 보통 몇 번이나 수업해요?”

“정해진 횟수는 없어요. 개가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달라요.”

“병원에서는 입양 행사가 다음 주라 빨리 안정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보리가 안정됐다고 보여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사람들이 안심해야 하는 건가요?”

건우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보리가 사람 손에 놀라 병원에 실려 왔던 첫날을 떠올렸다. 구조 당시 사진에는 이동용 운반대가 있었다. 정확한 과거는 기록에서 지워져 있었다. 홍세미 실장은 보리가 이제 안전한 곳에 있으니 입양 가족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건우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실장님은 홍보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보리가 동의했나요?”

“개가 동의한다는 말을 쓸 수 있나요?”

“그 말을 쓰기 어렵다고 해서 확인을 생략해도 되는 건 아니죠. 촬영 장소, 시간, 거리, 멈춤 신호를 정하고 보리가 피하면 중단하면 됩니다.”

“그럼 행사에 늦을 수도 있겠네요.”

“그건 병원 일정의 문제예요. 보리의 몸이 일정을 맞춰야 하는 건 아닙니다.”

건우는 어깨를 내렸다. 라온은 단호했지만 무례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를 탓하기보다 선택지를 설명했다. 건우는 그 방식이 어쩐지 부러웠다. 병원에서 그는 늘 “괜찮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나중에 밤을 새워 해결했다.

“제 이름은 최건우입니다. 동물병원 야간 테크니션이에요. 보리는 제가 입양하려고 해요.”

“입양 신청은 하셨어요?”

“아직요. 보리가 나를 무서워하는데, 내가 데려가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리가 당신을 무서워한다는 결론은 어떻게 내렸어요?”

“손을 내밀면 물러나요.”

“그럼 손을 내밀지 않는 것부터 해 보면 되죠.”

건우는 웃었다. “해결이 너무 간단한데요.”

“간단한 행동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라온은 자기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다. 건우가 알아서 묻기 전에 그녀는 수업 일지를 펴고, 날짜와 날씨만 기록했다. “보리가 멈춘 시각, 손수레 거리, 간식에 반응한 순간. 사람의 해석은 따로 적을게요.”

“해석이 틀리면요?”

“다음 수업에서 고치면 됩니다.”

그때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 벨이 울렸다. 보리는 다시 몸을 굳혔다. 건우의 손이 본능적으로 리드줄을 당겼다. 줄이 팽팽해지기 직전, 라온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건우 씨.”

그는 손가락을 폈다. 보리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자전거가 멀어지자 보리는 두 번 코를 킁킁거렸다. 이번엔 간식이 아니라 벤치 아래에 둔 물그릇으로 다가갔다. 물을 조금 마신 뒤, 라온 쪽이 아닌 건우의 신발 앞에 앉았다.

“지금은 뭘 하면 돼요?” 건우가 물었다.

“그대로 있어 주세요.”

“말도 걸지 말고요?”

“보리가 먼저 움직일 때까지요.”

건우는 숨을 참지 않으려고 천천히 내쉬었다. 보리는 그의 신발 끈을 냄새 맡았다. 건우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라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보리가 일어나 벤치 쪽으로 돌아가자 건우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작은 거리를 그들은 성공이라고 불렀다.

그때 공원 관리인이 손녀를 데리고 훈련장 쪽으로 왔다. 아이는 보리의 목줄에 달린 노란 매듭을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강아지 만져도 돼요?”

건우가 먼저 “안 돼”라고 하려다 멈췄다. 라온은 아이와 보리 사이에 선을 긋지 않고, 대신 충분한 간격을 두었다. “오늘은 보리가 사람 손을 가까이서 보는 연습을 안 했어요. 여기서 구경만 할 수 있어요. 보리가 가까이 오더라도 손을 내밀지 않을 거예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할머니 옆에 쪼그려 앉았다. 보리는 아이를 보고 몸을 낮췄다. 건우의 얼굴이 굳자 라온이 물었다. “이건 겁먹은 신호일까요, 쉬려는 걸까요?”

“귀가 뒤로 가고 있어요. 겁먹은 것 같아요.”

“그럼 아이가 물러나면 어떻게 될까요?”

관리인은 손녀와 함께 두 걸음 뒤로 갔다. 보리는 한동안 쳐다보다가 벤치 밑으로 들어가 몸을 말았다. 건우가 다가가려 하자 아이가 먼저 일어났다.

“다음에 봐도 돼요?”

“보리가 괜찮으면요.” 라온이 답했다.

아이는 할머니 손을 잡고 떠났다. 보리는 벤치 아래에서 나와 바닥에 굴러간 간식을 먹었다. 아무도 만지지 않았지만, 세 사람은 한 번의 만남을 안전하게 끝냈다.

수업이 끝나고 라온은 훈련장 문 옆에서 보리의 기록을 정리했다. 건우는 휴대전화로 병원에 연락해 사진 촬영을 미루자고 요청했다. 홍세미 실장은 일단 행사 포스터만 찍고, 보리의 사진은 당일 상태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건우는 그 답을 라온에게 보여 줬다.

“그것도 괜찮을까요?”

“포스터에 보리 사진이 없고, 행사 날 촬영을 거부해도 입양 후보를 만날 수 있다면요.”

“그 조건을 실장님에게 직접 말할게요.”

“제가 대신 말할 필요는 없네요.”

“그렇습니다.”

건우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훈련장은 연애 상담을 안 한다고 써 있는데, 사람 상담은 해 주시네요.”

라온은 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가리켰다. ‘반려견 행동교정 공간입니다. 보호자의 연애 상담은 접수하지 않습니다.’

“사람 상담도 접수하지 않아요.”

“그럼 방금 건요?”

“수업료에 포함된 안전 안내입니다.”

그는 웃으며 병원 쪽으로 걸어갔다. 라온은 웃지 않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움직였다. 그녀는 노트에 마지막 줄을 적었다. ‘보리, 건우의 신발 냄새 확인. 접촉 없음. 거리 유지 성공.’ 그 아래 ‘건우, 줄을 당기려다 멈춤’을 쓸까 하다 지웠다.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건우는 병원으로 가기 전 보리의 낡은 장난감도 보여 줬다. 천으로 만든 당근 끝이 뜯겨 솜이 조금 나와 있었다. “이걸 던져 주면 잡으러 갈까요?”

“지금은 안 던지는 게 좋아요. 보리가 물건에 관심을 보이면 그때 바닥에 두고 기다리세요.”

건우는 장난감을 가방에 넣었다. 보리는 냄새를 맡았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건우는 서운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 애썼고, 라온은 그 모습을 못 본 척해 주었다. 선택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지 않았다.

그 순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홍세미 실장은 행사 전날 보리가 보호 구역을 벗어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담당자는 CCTV를 확인 중이고, 입양 설명회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보리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라온이 물었다.

“병원에 없어요. 아침에 산책 담당자가 데리고 나갔다가 줄을 놓친 것 같아요.”

건우는 걸음을 멈췄다. 그의 손에서 접이식 물그릇이 바닥에 떨어졌다. 뚜껑이 열리며 물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은요?”

“십 분 전이에요. 정문 CCTV에는 안 보여요.”

라온은 훈련장 문을 닫고 긴 리드줄을 챙겼다. “보리가 마지막으로 안전하다고 느낀 곳부터 확인하죠. 쫓지 말고, 이름을 부르며 몰아넣지 않겠습니다.”

건우는 떨어진 물그릇을 주워 가방에 넣었다. “보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모른다고 말하는 게 맞아요.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죠.”

공원 입구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보리의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라온은 손수레가 지나가던 길을 살폈고, 건우는 병원으로 연락해 보호 구역 출입문을 잠그지 말라고 했다. 수업은 끝났지만, 둘의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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