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이혼 도장부터 찍었습니다

6화: 첫 번째 투자
겨울 아침의 찬 공기가 상점 위층 방의 덧문 틈으로 스며들었다.
아리아드네는 책상 위에 가죽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환전소에서 바꾼 금화 중 정확히 팔백 골드를 세어 담은 주머니였다. 묵직한 가죽 표면 위로 제국 공인 환전소의 붉은 납 봉인이 단단히 물려 있었다.
그 옆에는 상업 등록소에서 발급받은 아스테리아 상단 등록증과 입찰 신청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계단을 오른 마리가 김이 피어오르는 보리차와 호밀빵 두 조각을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왔다. 마리의 시선이 책상 위의 묵직한 돈주머니에 멎었다.
"상단주님, 세수하실 따뜻한 물도 길어 두었습니다."
"고마워, 마리."
아리아드네는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서류의 빈칸을 점검했다. 마리는 차를 내려놓은 뒤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상단주님. 정말 그 돈을 전부 폐광에 쓰시는 건가요?"
마리의 목소리에는 숨기지 못한 걱정이 묻어 있었다.
"어제 공고를 보니 철이 다 떨어져서 버려진 곳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팔백 골드면 수도 안쪽에 작은 집을 두 채나 살 수 있는 돈인데요."
"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땅속이 텅 비어 있는 건 아니야."
아리아드네는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남들이 다 파먹고 버렸다고 믿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싼 법이지."
전생의 기억 속에서 붉은 산맥 제3 갱도는 단순한 폐광이 아니었다. 에테르의 막대한 가치가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저곳은 그저 곡괭이나 부러뜨리는 돌산으로 취급받을 뿐이었다.
지금 사두지 않으면 일 년 뒤에는 팔천 골드로도 흙 한 줌 살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 미래를 지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떠벌리는 것은 장사꾼의 안목이 아니라 미치광이의 헛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오늘 정오가 지나면 갱구를 돌로 막아 버린다고 했어. 기회는 몇 시간 남지 않았단다."
아리아드네는 입찰서와 상단 등록증을 가죽 가방에 넣었다. 팔백 골드 주머니도 가방 안쪽에 단단히 고정했다.
"가게 앞문 빗장을 걸고 뒤쪽 통로 자물쇠도 확인하자. 입찰 마감 전에 등록소에 도착해야 해."
"예, 상단주님. 덧문도 닫아 두겠습니다."
마리는 더 묻지 않고 외투를 챙겨 입었다. 두 사람은 상점 문을 걸어 잠근 뒤 차가운 아침 안개가 낀 거리로 나섰다.
수도 상업 등록소는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제1공매실 앞에는 창고와 목재소를 차지하려는 상단 대리인들과 귀족 가문의 집사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 복도 끝에 자리 잡은 제2공매실은 한산했다.
'특수 자산 및 폐광 매각 접수처.'
문패 아래 적힌 글자가 무색하게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다. 방 안에는 난로가 희미한 열기를 뿜고 있었고 벽면 게시판에는 먼지가 앉은 서류들이 빽빽했다.
책상 뒤에 앉은 주무관 발렌틴은 소매를 걷어올린 채 하품을 삼켰다. 그 옆 소파에서는 낡은 모피 코트를 걸친 자원 브로커 둘이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리아드네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내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눈부신 플래티넘 블론드 헤어와 단정한 외투, 차분한 걸음걸이는 먼지투성이 공매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리는 긴장한 기색으로 아리아드네의 반 걸음 뒤를 따랐다.
아리아드네는 망설임 없이 접수 창구로 다가갔다.
"공매 번호 107호, 붉은 산맥 제3 폐광의 입찰서를 접수하러 왔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브로커 하나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폐광? 저 젊은 아가씨가 지금 광산을 사겠다고 온 거요?"
발렌틴 주무관도 안경을 고쳐 쓰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가씨, 서류 번호를 잘못 적어 오신 것 아닙니까? 107호는 2년 전 철맥이 끊겨 채굴업자들도 도망친 곳입니다. 오늘 정오까지 안 팔리면 갱구를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재가 난 폐기물인데요."
"잘 알고 왔습니다."
아리아드네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창구 위에 내려놓았다.
"아스테리아 상단 대표 아리아드네 명의의 입찰 신청서입니다. 공매 규정에 적힌 구비 서류를 모두 갖췄습니다."
브로커 중 하나가 흙먼지 묻은 손가락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다가왔다.
"이봐요, 아가씨. 광산은 장난감이 아니오. 거긴 지층이 험해서 갱도 보수비만 수백 골드가 깨질 거요. 몇 푼 건져 보겠다고 들어갔다가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무덤이란 말이오."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돌려 브로커를 응시했다. 차가운 붉은 자줏빛 눈동자가 남자의 시선을 단칼에 꿰뚫었다.
"제국 상업 법령에 귀족 가문의 허락이나 남성 상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입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까?"
"그, 그런 법이야 없지만……."
"그렇다면 남의 사업에 값을 치르지도 않고 참견하는 무례는 그만두시죠."
단호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에 브로커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며 물러섰다.
아리아드네는 다시 발렌틴 주무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무관님. 공매 약관 제14조에 따르면 본 매각 건은 지표 채굴권뿐 아니라 심층 암반의 일체 광업권과 해당 토지의 영구 소유권을 포함합니다. 또한 전 소유자의 체납 세금과 미지급 채무는 관청에서 전액 소멸 처리하는 조건이 맞습니까?"
발렌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겉모습만 보고 물정 모르는 영애라 여겼던 상대가 약관의 세부 조항까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 맞습니다. 관청 압류 자산이므로 기존 채무는 승계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입찰서를 접수해 주십시오. 최저 매각가 팔백 골드, 전액을 현금 보증금으로 즉시 납부합니다."
아리아드네는 팔백 골드가 든 가죽 주머니를 대리석 창구 위에 올려놓았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금화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썰렁한 공매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발렌틴은 주머니에 찍힌 제국 환전소의 납 봉인을 확인하더니 마른침을 삼켰다.
"상단 등록증과 신원 증명서, 보증금 납부 확인되었습니다. 접수 번호 1번, 공매 번호 107호에 입찰 등록합니다."
발렌틴이 인장을 묻혀 접수증에 힘껏 찍었다. 그가 건넨 접수증을 받아 든 아리아드네의 손끝은 흔들림이 없었다.
정오를 알리는 수도 중앙 시계탑의 청동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깊고 웅장한 종소리가 열두 번 울리는 동안 제2공매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종소리가 멎자 발렌틴 주무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국력 712년 12월 6일 정오를 기해 특수 자산 정기 공매 입찰을 마감합니다."
그는 책상 모서리에 놓인 무거운 철제 입찰함을 창구 중앙으로 끌어당겼다. 봉인을 뜯고 뚜껑을 열자 안에서 나온 봉투는 단 한 장뿐이었다.
발렌틴은 봉투를 뜯어 서류를 펼쳤다.
"공매 번호 107호, 붉은 산맥 제3 광산 지구."
그는 입찰장 구석에 앉아 있던 아리아드네를 바라보았다.
"단독 응찰입니다. 응찰자, 아스테리아 상단 대표 아리아드네. 응찰 가액, 최저 매각가인 제국 금화 팔백 골드."
발렌틴이 작은 나무망치를 들어 세 번 내리쳤다.
탕. 탕. 탕.
"경쟁 입찰자가 없으므로 공매 번호 107호는 아스테리아 상단에 최종 낙찰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망치 소리가 멎는 순간 마리가 작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을 모았다. 브로커들은 죽은 땅을 팔백 골드나 주고 샀다며 혀를 찼지만 아리아드네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구로 걸어갔다.
발렌틴은 미리 작성해 둔 양도 계약서에 관청의 인장을 찍고 아리아드네의 서명을 받았다. 영수증과 함께 건네받은 서류철 맨 위에는 황금빛 독수리 문장이 박힌 정식 문서가 들어 있었다.
'제국 광업권 및 부지 영구 양도 증서.'
소유자 칸에 적힌 '아스테리아 상단 대표 아리아드네'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발렌틴은 책상 아래 캐비닛에서 누렇게 바랜 도면 뭉치와 두꺼운 일지 한 권을 꺼내 계약서 위에 얹어 주었다.
"이건 이전 채굴업자가 남긴 구 갱도 실측도와 굴착 기록철입니다. 양도 서류의 부속물이라 함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주무관님."
"이제 그 광산은 완전히 당신 것입니다. 다만 갱도가 무너지더라도 관청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약관에 적힌 내용을 다시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리아드네는 양도 증서와 도면 뭉치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공매실을 나서기 전 그녀는 복도 창가에 서서 누런 굴착 일지를 펼쳤다. 손가락은 정확하게 기록의 마지막 장을 짚었다.
'심도 120미터 지점. 기존 철맥 완전 소실. 붉은빛이 감도는 비정상적인 경질 암반층 출현. 강철 곡괭이의 마모와 파손율이 극심하여 인부들의 굴착 거부 발생. 수익성 악화로 채굴 중단 및 폐광 건의.'
아리아드네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붉은빛이 도는 경질 암반층.'
전생에 제국 전역의 마력석 유통을 독점했던 거대 상단들이 피를 흘리며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지층이었다.
철을 캐던 광부들에게는 곡괭이나 깨먹는 쓸모없는 돌덩이에 불과했으나 아리아드네에게는 제국 최고의 부를 안겨줄 보물창고였다.
실측 기록에 적힌 수치는 명확했다. 보석은 땅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단주님, 다 되신 건가요?"
마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리아드네는 일지를 덮어 가방에 넣었다.
"그래. 이제 우리 광산이야."
오후의 맑은 햇살이 아스테리아 상점의 유리창을 비추고 있었다.
상점으로 돌아온 아리아드네는 임시로 닦아 놓은 나무 책상 위에 영구 양도 증서와 구 갱도 실측도를 나란히 펼쳤다.
가방에서 검은 개인 장부를 꺼낸 그녀는 펜촉에 잉크를 묻혀 숫자를 적어 내려갔다.
점포를 사고 상단을 등록한 뒤 남았던 현금은 천육백육십 골드였다. 오늘 광산 매입으로 팔백 골드가 정확히 지출되었다.
남은 사업 자금은 팔백육십 골드.
아리아드네는 장부의 지출 내역 아래에 세부 예산을 다시 나누어 적었다.
창과 문 수리에 배정한 예산 육십 골드.
마리의 급여와 두 사람의 생활비, 점포 유지비를 포함한 운영 예산 육백 골드.
그리고 첫 투자 준비금 천 골드 중에서 남은 투자 잔여금 이백 골드.
팔백육십 골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마리가 난로에서 끓여 온 따뜻한 차를 책상 모서리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상단주님. 이제 우리 광산에 광부들을 모아야 하나요?"
"아니. 당장은 아무도 부르지 않을 거야."
아리아드네는 찻잔을 감싸 쥐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인부를 모아 곡괭이를 대면 소문만 나. 수도의 광업 조합이나 귀족들이 눈을 번뜩이며 캐려 들겠지. 게다가 겨울이라 땅이 얼어붙어 인건비만 두 배로 들어."
조급하게 덤벼들 이유가 없었다. 에테르의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아직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금 고갈과 불필요한 시선이었다.
"남은 투자비 이백 골드 중 일부만 써서 눈이 더 내리기 전에 믿을 만한 노련한 목수 두 사람을 구하자. 갱도 입구 붕락을 막을 버팀목을 세우고 배수로 상태만 조용히 확인해 둘 거야."
"예, 상단주님.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마리는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게 사람을 쓰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아리아드네의 모습에서 깊은 신뢰를 느끼는 듯했다.
아리아드네는 책상 위의 양도 증서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비록 지금은 남들이 폐광이라 부르는 버려진 땅이지만 저 붉은 바위산은 훗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스테리아의 거대한 성벽이 되어줄 것이다.
창밖으로 해가 기울며 상점 골목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 멀리 귀족들이 모여 사는 북부 저택 지구 어딘가에서 카일론 펠른은 여전히 오만한 얼굴로 서류를 뒤적이고 있을 것이다.
아리아드네가 떠난 공작가의 금고가 얼마나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지 그 자신은 아직 꿈에도 모른 채.
아리아드네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자유를 향한 첫 번째 쐐기는 완벽하게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