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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74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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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세 줄의 열쇠

북쪽 길에서 네 번째 울림이 사라진 뒤에도 술집 안의 잔들은 한참 동안 떨렸다.

카일은 빈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문은 안쪽 빗장으로 잠겨 있었고 열쇠 항아리는 손님들이 보는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술집 주인이 창고에서 나왔다. 그녀는 등불을 들고 앞치마 끈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네 번이었죠?”

“세 번 뒤에 한 번이었습니다. 문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카일은 장부 옆에 쪽지를 펼쳤다.

‘확인 시각: 밤.’

‘직접 관측: 술집 안에 있던 두 사람.’

‘소리의 위치: 북쪽에서 들렸다는 진술.’

‘발화자: 확인 전.’

“열쇠를 확인해 봐요.”

“확인은 합니다. 받는 사람은 만들지 않습니다.”

주인은 항아리로 다가갔다. 세 줄과 숫자 16이 새겨진 열쇠는 다른 열쇠들과 맞닿아 있었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함께 보았다.

그때 북쪽 벽 안쪽에서 소리가 울렸다.

한 번.

잠시 뒤 세 번.

장부가 저절로 펼쳐졌다.

‘받는 사람은 이미 왔습니다.’

문장은 주인의 목소리를 흉내 냈지만 숨이 이어지는 방식은 사람과 달랐다.

―문을 열어.

파멸의 별이 낮게 웃었다.

―이번에는 네가 받을 차례다.

카일은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손등의 검은 흔적이 뜨거워졌지만 선을 잡지 않았다.

“오늘 밤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 밖에 누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은 장부와 항아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아침에 확인해요. 내가 열쇠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열쇠를 확인하는 동의와 누군가에게 넘기는 동의는 다릅니다.”

“알아요.”

주인은 쪽지 끝에 이름 대신 손가락을 눌렀다.

“내가 열쇠를 확인하는 건 동의해요. 넘기는 건 동의하지 않아요.”

카일은 그 말을 적었다.

새벽이 오기 전 북쪽에서 작은 울림이 열여섯 번 이어졌다.


해가 뜨자 북쪽 다리 공사 감독이 술집으로 들어왔다. 뒤에는 망치의 철심을 다시 박았던 작업 인부가 서 있었다. 이름이 지워진 젊은 인부도 한쪽 구석에 멈췄다.

감독은 항아리를 보자 손을 내밀었다.

“그 열쇠는 공사장 물품입니다. 내놓으십시오.”

주인은 항아리를 몸 뒤로 옮겼다.

“가져간 사람은 없습니다. 밤새 공개된 탁자 위에 있었습니다.”

“공사장 물건을 민간인이 보관할 권리는 없소.”

카일은 빈 종이를 꺼냈다.

“3-16은 사람 번호입니까? 보관실 번호입니까?”

“사람 번호입니다. 명단에 없는 인부를 확인하는 번호였소.”

“그런데 열쇠에도 같은 숫자가 있습니다.”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작업 인부가 대신 입을 열었다.

“다리 아래 세 번째 기둥 옆에 3-16이라고 적힌 철문이 있습니다.”

“그 문은 폐쇄된 창고다.”

“직접 열어 본 적 있습니까?”

카일이 묻자 감독은 시선을 피했다.

“서기가 관리했소.”

“서기의 이름은요?”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

“누가 적었는지 확인할 때 중요합니다. 당신은 문을 직접 보았고 3-16을 사람 번호라고 들었습니다. 열쇠를 마지막으로 쥔 사람과 장부를 쓴 사람은 모릅니다. 아직 받을 권한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감독은 카운터를 쳤다.

“그 인부의 일당도 당신이 멋대로 넘겼지. 이번에도 공사장을 방해하면—”

“그 사람은 보관실에서 자기 망치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카일이 젊은 인부를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였습니까?”

젊은 인부는 목을 삼켰다. 이름을 말할 때와 같은 막힘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쇠가 세 번 부딪혔습니다. 잠시 멈췄다가 한 번 더 울렸습니다. 내가 쓰던 망치 머리가 철심에 닿을 때와 같은 소리였습니다.”

“방 안의 소리라고 확정할 수 있습니까?”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들은 건 맞습니다.”

“그 사실만 적겠습니다.”

카일은 종이에 썼다.

‘젊은 인부: 보관실 방향에서 세 번과 한 번의 쇳소리를 들음.’

감독은 항아리를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주인이 물러났다.

“나는 열쇠를 확인하러 갑니다. 당신에게 건네러 가는 게 아닙니다.”

“나는 가지 않겠소. 문을 열면 책임이 생긴다.”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 술집을 나갔다.

주인은 항아리를 들었다.

“문을 여는 건 내가 결정합니다. 안에 들어갈지와 무엇을 가져올지는 그때 따로 정해요.”

카일은 세 줄을 적었다.

‘조사 동의: 술집을 여는 사람.’

‘증언 동의: 이름이 지워진 인부.’

‘물건 양도: 확인 전.’

젊은 인부가 말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그 소리가 내 것인지 아닌지는 내가 말할 수 있습니다.”


북쪽 다리 아래에는 얼음이 얇게 깔린 물길이 있었다.

세 번째 기둥과 네 번째 기둥 사이에 반쯤 묻힌 철문이 있었다. 철문 한가운데에는 세 줄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 숫자 16이 찍혀 있었다.

작업 인부가 숨을 삼켰다.

“저 문입니다.”

열쇠 태그의 작은 화살표가 철문의 홈을 가리켰다. 주인은 항아리에서 열쇠를 꺼냈다.

“내가 돌립니다.”

“돌리는 행위는 방을 조사하는 동의입니다. 안에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넘기는 동의는 아닙니다.”

“알고 있어요.”

주인은 열쇠를 구멍에 넣었다.

열쇠는 절반만 돌아갔다.

철문 안쪽에서 세 번의 소리가 울렸다. 이어서 한 번의 쇳소리가 났다.

젊은 인부의 얼굴이 굳었다.

“저 소리입니다.”

카일은 문턱에 쪽지를 세웠다.

‘문을 여는 사람: 술집을 여는 사람.’

‘직접 확인자: 작업 인부와 이름이 지워진 인부와 바렌.’

‘문 안의 수령자: 확인 전.’

작업 인부가 쪽지를 내려다봤다.

“사람이 있다면요?”

“그 사람이 직접 말하게 합니다.”

주인이 열쇠를 한 번 더 돌렸다.

잠금쇠가 풀렸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쏟아졌다. 안쪽에는 열여섯 개의 철제 걸쇠가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열다섯 개에는 번호가 찍혀 있었고 하나는 비어 있었다. 빈 걸쇠 아래에는 세 줄 표식이 남아 있었다.

작업 인부가 벽으로 다가갔다.

“공사장 장부의 3-16과 같은 표식입니다.”

빈 걸쇠 아래에서 망치 소리가 났다.

세 번.

그리고 한 번.

작업 인부가 안을 살폈다. 바닥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없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순간 벽면에 검은 글자가 번졌다.

‘수령 완료: 3-16.’

주인이 숨을 들이켰다.

“누가 완료했다는 거죠?”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카일의 손목이 뜨거워졌다.

빈 걸쇠에서 검은 선 하나가 뻗어 나왔다. 선은 젊은 인부의 붕대 감긴 손목을 향했다.

장부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렸다.

“받겠습니다.”

젊은 인부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말한 게 아닙니다.”

“손을 내밀지 마십시오.”

카일이 그의 앞을 막았다.

“한 걸음도 빈 걸쇠 쪽으로 가지 마십시오.”

―네가 받으면 된다.

파멸의 별이 속삭였다.

―이름 없는 자보다 네가 훨씬 좋은 그릇이다.

카일의 눈 뒤가 타들어 갔다. 선은 젊은 인부의 손목에 닿기 직전 멈춰 있었다. 문턱과 빈 걸쇠 사이에는 가장 얇은 가닥 하나가 남아 있었다.

카일은 그 가닥의 끝에 손가락을 댔다.

통증이 팔꿈치까지 치솟았다.

그는 선 전체를 끌어당기지 않았다. 문턱을 넘은 얇은 가닥만 잡아당겨 끊었다.

벽의 글자가 일그러졌다.

‘귀환 위치: 마른별.’

‘기록자: 바렌.’

두 줄은 곧 흐려졌다. 검은 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젊은 인부의 손목에서 문턱 쪽으로 물러났다.

카일은 무릎을 짚었다.

주인이 그를 붙들려 하자 카일은 고개를 저었다.

“잡지 마세요. 누가 누구를 받았다는 기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주인은 손을 거두고 젊은 인부 앞에 섰다.

“당신은 이 방에서 나가겠다고 직접 말해요.”

젊은 인부가 빈 걸쇠를 바라봤다.

“나는 이 방의 수령자가 아닙니다. 지금 내 발로 나가겠습니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검은 글자가 바뀌었다.

‘수령자: 확인 전.’

방은 사람을 붙잡지 못했다. 아무것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북쪽 다리 위에 감독이 서 있었다.

그는 일행의 손에 들린 철제 태그를 보자 얼굴을 굳혔다.

“그건 공사장 물품이다. 내려놓으시오.”

주인이 태그를 내려다봤다.

“확인한 물건입니다.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어요.”

“확인했다면 돌려줘야지.”

“누구에게요?”

카일이 물었다.

감독은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은 방을 직접 열지 않았습니다. 태그를 받을 사람이라는 지시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넘기지 않습니다.”

작업 인부가 말했다.

“안에는 열여섯 걸쇠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말한 사람 번호와 같은 표식도 있었습니다.”

감독은 다리 위로 돌아섰다.

“네가 그 방을 봤다는 걸 잊지 마라.”

“저는 본 것을 적을 겁니다.”

카일이 대답했다.

“그 이상은 적지 않습니다.”

마른별로 돌아온 뒤 주인은 철제 태그를 손님들이 보는 탁자 위에 놓았다. 열쇠 항아리 옆이었다.

카일은 쪽지에 적었다.

‘확인한 물건: 세 줄과 16이 새겨진 철제 태그.’

‘확인 장소: 북쪽 다리 아래의 철문 안.’

‘소유자: 확인 전.’

‘수령자: 확인 전.’

주인은 항아리 옆에 손가락을 눌렀다.

“열쇠를 누가 확인할지는 다음에 직접 정해요.”

카일도 그 옆에 손가락을 찍었다.

장부가 바스락거렸다.

‘귀환 위치: 마른별.’

그 아래에서 끊겼던 문장이 이어졌다.

‘다음 기록자: 바렌.’

북쪽에서 작은 두드림이 열여섯 번 이어졌다.

열쇠 항아리 안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카일의 손등에 남은 검은 흔적이 천천히 열쇠 쪽으로 향했다.

―돌아왔네.

카일은 빈 이름 칸과 철제 태그와 자기 손을 차례로 바라봤다.

이번에는 도망칠 길이 북쪽에 있지 않았다.

술집 전체가 그를 기다리는 귀환 위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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