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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71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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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남겨진 자들

대성당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제단 뒤 통로 앞에는 레오나가 서 있었다. 칼집 끝이 바닥의 경계선을 가리켰다. 누구든 선을 넘으려 하면 그녀가 먼저 막을 자리였다.

“교주님을 확인해야 합니다.”

귀족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마렌이 기록판을 들어 올렸다.

“공개 관측은 천창 위의 빛의 형상입니다. 카일의 실제 위치는 직접 확인 전입니다. 승천과 사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빛이 하늘로 올라갔는데도 승천이 아니란 말이오?”

“빛의 형상이 올라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형상이 실제 교주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졌다. 누군가는 교주를 돌려 달라고 외쳤고 누군가는 하늘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귀족 대표가 품에서 금색 문서를 꺼냈다.

‘영원한 교주 셀레스티알. 모든 의식과 운영의 최종 수령자.’

“이 문서를 봉헌문으로 선포합시다. 교주님은 신이 되어 우리 위에 계십니다. 이제 빈자리를 영원한 자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레오나의 검집이 낮게 울렸다.

“그 문서에 교주님의 서명이 있나?”

“모두의 뜻을 모은 문서요.”

“모두가 누구인지 말해라.”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마렌이 손을 내밀었다.

“작성자와 서명자를 나눠 적겠습니다.”

“그런 절차가 지금 중요하오?”

“지금이라서 중요합니다.”

마렌은 문서를 받지 않고 광장을 바라봤다.

“교주님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과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운 사람은 다릅니다. 두 마음을 한 문장으로 묶으면 어느 쪽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레오나는 통로 안쪽을 보았다. 카일의 마지막 부탁이 들린 자리였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다. 그 한마디 때문에 그녀는 통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찾지 않을 겁니까?”

누군가 울먹이며 물었다.

“찾는 것과 몰아넣는 것은 다르다. 교주님은 사람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분이 승천하셨다면 그 말도 시험이었을 겁니다.”

“그 해석은 네가 기록해라. 내 입으로 말하지 마라.”

마렌은 레오나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대성당 안에는 빈 의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의자 위에서 카일의 얼굴을 찾았지만 빛도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거울 너머의 에단이 입을 열었다.

“성별교의 운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교주님의 부재를 승천으로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황궁 지하 봉인실의 기록판이 물거울 표면에 비쳤다. 라시안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동쪽 접견실의 문도 닫히지 않은 채 멈춰 있었다.

도렌이 광장 가장자리를 돌아왔다.

“배급소 앞에 사람이 몰렸습니다. 장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빵을 먹어야 합니다.”

울음소리 사이로 아이가 기침했다.

레오나는 빈 의자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들었다.

“세 기둥 회의를 엽니다. 봉헌을 하더라도 사람을 수령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대성당 옆 기록실에는 네 개의 의자가 놓였다. 카일의 자리는 일부러 비워 두었다.

도렌은 식량 장부를 펼쳤다.

“배급소를 미루면 각 지방 대표들이 자기 지역의 물자를 먼저 가져가려 할 겁니다.”

“사람들은 기록보다 비어 있는 자리를 먼저 봅니다.”

마렌이 대답했다.

에단은 금색 문서의 한 줄을 가리켰다.

“셀레스티알을 영원한 교주로 선포하면 불안은 잠잠해질 겁니다. 하지만 최종 수령자라는 문장까지 받아들이는 순간 교단의 모든 판단이 돌아오지 않는 권한이 됩니다.”

“그럼 명칭만 남기고 수령자는 비웁니다.”

에단이 문서에 검은 줄을 그었다.

마렌은 기록판에 칸을 만들었다.

“봉헌자. 발화자. 직접 관측. 해석. 수령자.”

“수령자는 공란. 운영 주체는 공동 기록.”

도렌이 말했다.

“배급과 피난처는 담당자 셋이 계속 맡겠습니다.”

레오나는 빈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 등받이에는 누군가 밤새 가져다 놓은 별 모양 천이 걸려 있었다.

“봉헌은 교주님을 붙잡는 의식이 아니다. 남은 사람들이 무엇을 맡을지 말하는 의식으로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울음을 멈출까요?”

도렌이 물었다.

“멈추게 하지 마라. 울면서도 배급표를 들고 서게 해.”

에단은 봉헌문의 첫 줄을 새로 썼다.

‘영원한 교주 셀레스티알.’

그 아래에는 다른 문장이 놓였다.

‘승천의 직접 관측: 확인되지 않음.’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카일이 살아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죽었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도렌은 배급소의 열쇠를 챙겼고 마렌은 빈 기록판을 준비했다.


해가 기울 무렵 광장에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대성당의 제단 앞에는 빈 의자가 놓였다. 누구도 그 위에 왕관을 올리지 않았다. 별 모양 천만이 등받이에 걸려 있었다.

마렌은 사람들을 세 줄로 나누었다. 첫 줄은 봉헌할 이름을 말할 사람들. 둘째 줄은 내일 맡을 일을 말할 사람들. 셋째 줄은 직접 본 것만 증언할 사람들이었다.

“교주님을 영원한 교주로 봉헌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마렌이 이름을 묻자 남자는 자신을 이렌이라고 밝혔다.

“교주님이 실제로 신이 되었다고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그분이 남긴 이름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마렌은 두 말을 다른 칸에 적었다. 봉헌하고 싶다는 뜻과 승천을 증명할 수 없다는 진술이었다.

다음 사람은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는 내일 무료 진료소에 서겠습니다. 교주님이 돌아오지 않아도 아이를 돌보겠습니다.”

도렌이 그 사람의 손에 배급소 표를 건넸다.

광장 한쪽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교주님이 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레오나가 제단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천창 너머의 빈 어둠을 바라봤다.

“나는 승천을 보지 못했다. 그분이 통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내가 직접 본 것은 교주님이 사람을 보내지 말라고 부탁한 것과 내가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뿐이다.”

레오나는 칼집을 바닥에 세웠다.

“나는 그분을 찾는다는 이름으로 누구도 통로 안으로 밀어 넣지 않겠다. 그분이 돌아오면 직접 말하게 하겠다. 돌아오지 않아도 이 경계를 지키겠다.”

울음소리가 커졌다. 이번에는 레오나도 고개를 숙였다. 검을 쥔 손의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에단이 앞으로 나왔다.

“나는 에단이다. 영원한 교주 셀레스티알을 봉헌 명칭으로 읽는다.”

그는 문서를 내려다봤다.

“이것은 내가 본 승천의 증언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각자가 선택한 애도의 이름이다. 승천의 직접 관측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분을 신으로 믿어도 됩니까?”

누군가 물었다.

“믿음은 당신의 말입니다. 그 믿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신 쓰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몸을 수령했다고 말하지도 마십시오.”

마렌의 붓이 빠르게 움직였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한 명씩 자기 이름을 말했다. 어떤 이는 카일이 자신을 구했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빛의 형상을 보았다고 말했다. 누구도 모든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고 적지 않았다.

봉헌문 마지막 줄은 에단이 읽었다.

“영원한 교주 셀레스티알. 봉헌자 각자. 운영 주체 공동 기록. 수령자 공란.”

그 순간 대성당 지하에서 아주 작은 진동이 올라왔다.

제단 아래의 검은 점이 움직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렌은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도렌은 의식이 끝나기도 전에 배급소로 뛰어갔다. 사람들은 울면서 줄을 섰다. 빈 의자를 향해 기도하던 손이 식량표를 받으려고 내려왔다.

카일의 위치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첫날의 운영은 그렇게 시작됐다.


북쪽 길에서는 저녁 바람이 불었다.

카일은 돌무덤을 지나며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올렸다. 길가의 여행자 둘이 마차 옆에서 떠들고 있었다.

“황도의 교주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더군.”

“신이 됐다는 말도 있던데. 영원한 교주로 봉헌됐다지.”

카일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속으로는 금화를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손에는 금화 한 닢밖에 없었다. 그것마저 버리면 바렌은 첫날부터 굶게 된다.

길 끝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낡은 간판에는 ‘마른별’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성별교의 별도 황실 문장도 없었다.

카일은 안도했다.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을 입구의 여관 겸 술집 앞에 작은 장부가 놓여 있었다. 주인은 손님이 드나들 때 이름을 적는 대신 빈 칸에 표시만 남기고 있었다.

“이름을 쓰지 않는 겁니까?”

“쓰려고 하면 다음 날 글자가 없어져요. 손님이 이름을 안 쓴 걸로 해야 서로 덜 무섭죠.”

카일의 눈이 장부에 머물렀다.

빈 칸 아래에 가느다란 검은 선이 있었다. 회나루의 장부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선은 북쪽으로 이어진 듯했고 끝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 갈래에는 흐릿한 이름이 남아 있었다.

‘셀레스티알.’

다른 갈래는 비어 있는 칸으로 향했다.

카일의 주머니 속 금화가 뜨거워졌다.

“빈 칸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모릅니다. 어제부터 저래요.”

“이 술집에서 일손을 구합니까?”

여자가 그를 훑었다.

“그릇을 깨지 않고 손님을 쫓아내지 않으면 구해요. 이름은요?”

카일은 잠시 멈췄다.

“바렌입니다.”

그가 말하자 장부의 빈 칸에 검은 획이 하나 더 생겼다.

‘다음 기록자: 바—’

문장은 그 자리에서 끊겼다.

카일은 손을 뻗지 않았다. 검은 선을 먹어 치우려면 더 큰 통증을 감당해야 했다. 이번에는 발화자도 수령자도 확인하지 못했다.

―받아라.

파멸의 별이 속삭였다.

―네 이름을 하나로 만들면 편해진다.

‘내 이름은 하나가 아니야.’

카일은 장부에서 시선을 떼었다.

“일은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오늘 묵을 건가요?”

“하룻밤만.”

그는 금화를 꺼내지 않고 술집 한쪽의 빈 의자에 앉았다.

등 뒤의 장부에서 검은 획이 천천히 길어졌다.

‘다음 기록자: 바렌—’

카일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자신이 떠난 곳에는 빈 의자가 교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한 곳에는 빈 칸이 바렌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친 대가는 이름이 아니라 이름 사이에 생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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