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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66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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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대표 기록자는 누구인가

열여섯 번째 판의 검은 선이 공동 철필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황궁 지하 봉인실의 인장이 뒤집혔다. 총서기관의 손목을 붙든 그림자가 판을 긁으며 황태자 동쪽 접견실을 향했다.

“두 장소의 선이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에단의 목소리가 물거울을 넘어왔다.

카일은 공동 철필을 잡은 레오나와 마렌과 도렌과 유르를 보았다. 검은 선은 네 사람의 손을 지나 카일의 손바닥과 황실 인장을 향해 뻗고 있었다.

“잡고 있는 사람은 자기 손의 위치만 말하십시오. 누구도 더 잡지 마십시오.”

마렌이 곧장 붓을 들었다.

“작성자 마렌. 북부 초소 서쪽 돌담 아래 공동 귀환 위치. 직접 관측. 검은 선이 공동 철필과 카일의 손바닥 사이에 있음. 카일의 접촉은 없음.”

에단도 황궁의 상황을 적었다.

“총서기관이 인장을 잡고 있습니다. 인장이 판을 긁고 귀환 위치 문구가 짙어졌습니다. 라시안의 수령자 표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총서기관이 이를 드러냈다.

“황실을 대표하는 손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변방의 임시 기록이 황실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다.”

“그 손이 누구의 동의를 받았습니까?”

에단의 질문에 라시안이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나는 황궁 지하 봉인실에 있다. 황태자 동쪽 접견실을 귀환 위치로 유지한다. 그곳으로 이동하거나 총서기관에게 인계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목 아래 검푸른 선이 꿈틀거렸다. 기침을 삼킨 라시안은 같은 문장을 끝까지 반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

에단은 두 항목을 나눠 적었다.

‘귀환 위치: 황태자 동쪽 접견실.’

‘이동·인계 동의: 없음.’

북부의 피난민 사이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교주님의 손을 쓰면 되지 않습니까?”

파멸의 별이 카일의 머릿속에서 웃었다.

―한 손이면 충분하다.

카일은 손바닥의 검은 흔적을 바라봤다. 자국은 입술 옆까지 이어져 있었다.

‘저 손을 내놓으면 네가 수령자가 되겠지.’

“카일의 손은 수령자가 아닙니다.”

카일이 군중을 향해 말했다.

“내 손을 내놓는다고 라시안이 동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확인된 것은 두 장소에서 같은 귀환 위치가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열여섯 번째 판에 검은 획이 떠올랐다.

‘대표 기록자: 한 손.’

카일은 문장을 노려봤다.

“한 손이 사람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카일은 공동 철필 앞의 철제 고리를 가리켰다.

“도렌. 손을 대지 않고 철필을 움직일 수 있습니까?”

“끈과 도르래를 달고 추를 매달면 됩니다. 너무 세면 판이 부서집니다.”

“부서지는 것도 기록하십시오.”

도렌은 수레에서 가느다란 끈을 꺼내 고리에 묶었다. 돌담의 말뚝에 작은 도르래를 걸고 반대편에는 눈을 담은 자루를 매달았다.

마렌이 자루를 바라봤다.

“눈이 녹으면 무게가 바뀝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변하는 힘이 어떤 표기를 만드는지 볼 수 있으니까요.”

레오나는 칼끝으로 사람과 도구 사이에 선을 그었다.

“추를 놓은 뒤에는 누구도 철필을 잡지 마십시오. 사람이 끌려가려는 순간에만 제가 선을 넘겠습니다.”

카일은 그녀를 바라봤다. 예전의 레오나라면 검으로 철필을 부쉈을 것이다. 지금의 레오나는 먼저 경계를 만들고 실패할 때만 움직이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렌으로 불린 남자가 열여섯 번째 판을 보며 말했다.

“빈칸에 이름을 넣으면 다음 칸을 확인하게 된다는 명령은 있었습니다. 손이 누구의 것인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 손을 본 기억은 있습니까?”

“손만 있습니다. 얼굴은 없습니다. 장치의 기억인지 제 기억인지도 모릅니다.”

마렌은 그 말까지 기록했다.

‘하렌으로 불린 남자의 진술: 빈칸에 이름을 넣는 손이 있었음.’

‘동일성·발행 주체: 확인되지 않음.’

황궁의 물거울에서 에단이 말했다.

“북부에서 손 없는 기록을 시험한다면 황궁에서도 인장을 더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총서기관이 비웃었다.

“인장은 이미 황실의 손에 있다.”

“인장을 잡은 손과 기록의 수령자는 다른 항목입니다.”

에단은 인장에 손대지 않은 상태를 별도로 기록했다. 총서기관의 손목은 떨렸고 인장은 혼자 판 쪽으로 끌렸다.

라시안이 낮게 말했다.

“내 이름을 대신 쓰지 마라.”

그 정지가 인물의 의지 때문인지 선의 변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에단은 멈춘 사실만 남겼다.


“준비됐습니다.”

도렌이 마지막 매듭을 확인했다.

카일은 공동 철필에서 네 사람이 물러나게 했다. 철제 손잡이는 허공에 매달렸고 펜촉은 열여섯 번째 판을 향했다.

“마렌은 시각을 적으십시오. 유르는 사람의 접촉 여부만 말하십시오. 뜻은 해석하지 마십시오.”

“카일은요?”

“나는 선의 움직임을 봅니다. 내가 해석한 문장은 추정 칸에 넣으십시오.”

도렌이 눈 자루를 받친 지지대를 걷어 냈다.

자루가 내려가며 끈이 팽팽해졌다. 철제 고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인간 접촉 없음.”

유르가 외쳤다.

펜촉이 한 뼘 떠올랐다. 검은 점이 고리에서 펜촉으로 흘렀다. 철필은 어느 손의 힘도 받지 않은 채 판 위에 첫 획을 그었다.

‘대표 기록자: 한 손.’

마렌이 숨을 삼켰다.

“표기가 같습니다.”

“사람의 이름이라고 쓰지 마십시오.”

카일이 말했다.

황궁에서도 검은 선이 움직였다. 에단이 인장에 힘을 주지 않았는데 인장이 혼자 판을 긁었다.

‘귀환 위치: 황태자 동쪽 접견실.’

문장이 이전보다 깊어졌다.

총서기관이 소리쳤다.

“황실의 손이 대표 기록을 맡았다. 이제 수령을 진행하면 된다.”

라시안이 벽을 짚고 일어섰다.

“그 손은 내 동의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동과 인계에 동의하지 않는다.”

에단은 인장과 라시안의 말을 따로 적었다. 물거울 위에서 북부의 철필과 황궁의 인장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꺾였다.

두 선은 라시안의 몸이 아니라 동쪽 접견실이라는 문구를 향했다.

카일의 직관이 차갑게 반응했다.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같은 장소를 금고처럼 가리키고 있다.’

그는 단정하지 않고 마렌의 기록판에 추정으로 남겼다.

“공통 대상 추정. 라시안의 신체가 아니라 귀환 위치 문구.”

검은 선 하나가 북부의 철필에서 빠져나와 물거울 표면을 가로질렀다. 황궁 쪽 선과 겹치며 가느다란 매듭을 만들었다.

‘수령 대기.’

이번에는 글자가 장소 아래에 붙었다.

카일은 손을 펼쳤다. 파멸의 별이 귀 뒤를 핥았다.

―장소를 열어라. 안에 있는 것은 전부 네 것이 된다.

‘장소와 사람을 한 줄로 묶는 선만 끊는다.’

―그 선을 끊으면 무엇이 남는지 아느냐?

‘모르니까 한 가닥만 한다.’

카일은 물거울 위의 매듭 중 가장 얇은 선만 손끝으로 끌어당겼다.

통증이 손바닥에서 팔꿈치까지 솟았다. 검은 흔적이 입술 옆에서 뺨 쪽으로 번졌다. 카일은 선 전체를 삼키지 않았다.

“레오나. 사람이 선을 넘으면 막으십시오. 도렌. 추의 위치만 확인하십시오. 마렌. 내 행동도 사실과 추정을 나눠 적으십시오.”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카일이 선을 끊자 황궁의 인장이 판에서 튕겨 나왔다. 총서기관의 손목을 감싼 그림자가 뒤로 밀렸다. 북부의 철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라시안!”

에단이 외쳤다.

라시안의 목 아래 선이 잠깐 옅어졌다. 그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고 귀환 위치 문구도 지워지지 않았다. 인장만 더 이상 문장을 깊게 파지 못했다.

에단은 숨을 고르며 적었다.

‘인장 움직임 중단. 라시안의 위치 변화 없음.’

‘인과 관계: 확인되지 않음.’

카일은 눈 위에 한쪽 무릎을 댔다. 손바닥의 검은 자국은 더 선명해졌다.

“더 흡수하지 마십시오.”

레오나가 다가왔다.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얼굴입니다.”

“원래 나는 위험할 때마다 모르는 얼굴을 했습니다.”

카일은 굳은 입술로 웃었다.

“이번에는 그 얼굴로 사람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철필이 떨어진 자리에서 검은 글자가 갈라졌다.

‘대표 기록자: 한 손.’

그 아래에 작은 글자가 번졌다.

‘인간 접촉: 없음.’

마렌이 판을 향해 숨을 삼켰다.

“장치가 우리 기록을 따라 쓴 겁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한 손이 특정 인간의 직접 동의를 증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록할 수 있습니다.”

에단이 물거울 너머에서 말했다.

“대표 기록자는 사람의 직책이 아니라 한 번의 작동을 뜻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가능성입니다. 확정하면 또 다른 인장을 찍는 셈입니다.”

카일은 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수령 대기는 그대로입니다.”

검은 선이 판의 가장자리를 훑었다. 지워진 이름들이 있던 열다섯 칸 중 하나에서 희미한 획이 떠올랐다.

‘오르단.’

도렌의 얼굴이 굳었다.

“그 이름은 명찰에서 봤습니다.”

“명찰과 이 판의 이름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마렌이 곧장 받아 적었다.

하렌으로 불린 남자는 이름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기억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본 장부의 가장자리와 획이 닮았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오르단’ 아래에 새 획이 움직였다.

‘두 번째는 문을—’

문장은 거기서 멈췄다.

황궁 지하 봉인실의 물거울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손잡이를 잡지 않았는데 황태자 동쪽 접견실의 문이 손가락 하나만큼 열렸다.

라시안이 문틈을 보며 말했다.

“나는 그곳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당신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은 열렸습니다.”

에단이 확인했다.

총서기관의 인장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손목에는 검은 선이 남아 있었다. 문 안쪽은 방의 벽인지 통로의 끝인지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파멸의 별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두 번째 수취인은 아직 오지 않았다.

카일의 손바닥 아래에서 미완성 문장이 다시 뛰었다.

‘대표는 수령자가—’

카일은 손바닥을 감췄다.

“문을 연 사람을 기록하십시오.”

마렌이 붓을 들었다.

“발화자?”

“없음. 접촉자도 없음. 수령자도 확인되지 않음.”

열여섯 번째 판의 검은 선이 문틈 안쪽으로 천천히 뻗었다.

이번에는 북부의 아무 손도 가리키지 않았다.

황태자 동쪽 접견실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먼저 기록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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