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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65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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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교단의 주인은 없다

에단의 목소리가 물거울 안에서 끊겼다.

“다음 공개 기록은 교단의 운영 주체를—”

검은 물결이 거울 표면을 덮었다. 북부 초소의 피난민들은 숨을 죽인 채 카일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그는 수레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그 눈물의 뜻을 묻지 않았다. 모두가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누가 부상병을 치료할지.

누가 식량을 나눌지.

누가 귀환할 사람의 길을 열지.

질문은 세 갈래였지만 시선은 한 곳에 모였다.

카일에게.

턱 아래의 검은 흔적이 뜨겁게 당겼다.

―지금 말해라.

파멸의 별이 웃었다.

―네가 모두의 주인이라고.

‘주인이 되면 네가 가장 먼저 나를 먹겠지.’

카일은 수레에서 내려왔다. 발이 눈 속에 빠졌다.

“마렌. 빈 장부 세 권을 가져오십시오. 표지에 내 이름은 쓰지 마십시오.”

“무슨 장부입니까?”

“사람을 살리는 장부. 사실을 남기는 장부. 돌아갈 힘을 만드는 장부.”

마렌의 눈이 가늘어졌다. 카일은 군중을 향해 말했다.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다친 사람을 눕힐 곳을 정하고 가진 물자를 세십시오. 떠날 사람은 돌아갈 길과 필요한 것을 직접 말하십시오.”

“교주님께서 정하시는 겁니까?”

카일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면 모든 결정이 자신의 손으로 모인다. 아니라고 하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

레오나가 칼집을 끌어 눈 위에 선을 그었다.

“부상자는 오른쪽 천막으로 옮긴다. 무기를 든 자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 선 안에서 허락 없이 누구도 다른 사람을 만지지 않는다.”

그녀는 카일을 보지 않았다.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마렌이 첫 장부를 펼쳤다.

“경계 설정자 레오나. 작성자 마렌. 카일의 승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음.”

“그대로 두십시오.”

카일이 말했다.

천막 안에서 소년의 울음이 터졌다. 도렌은 수레를 열어 붕대와 약병을 꺼냈다.

“붕대 열두 묶음. 해열제 세 병. 물 두 통입니다.”

“부상자 수부터 세십시오. 물자 수량과 사람의 이름은 같은 칸에 넣지 마십시오.”

도렌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자신의 말을 적으려는 마렌의 손을 막았다.

“내 말은 제안입니다. 담당자가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운영 명령이 아닙니다.”

그때 물거울이 다시 흔들렸다.

“교단의 운영 주체를 말해 달라.”

이번에는 에단이 직접 말했다.

“질문은 기록하십시오. 답을 대신 쓰지는 마십시오.”

카일은 거울 너머의 황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운영 주체는 카일이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렀다.

“셀레스티알님이 아니면 누가 우리를 이끕니까?”

카일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자신에게서 책임을 떼려는 말이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세 기둥입니다. 구휼. 증명. 자립.”


“경계와 보호는 내가 맡겠다.”

레오나가 말했다.

마렌이 물었다.

“단독 처분 권한은 있습니까?”

“없다. 무기를 든 사람을 내보낼 수는 있다. 기록 없이 처벌하지는 않는다. 카일의 이름을 빌려 명령하지도 않는다.”

마렌이 두 번째 장부를 들었다.

“공개 기록과 이의 제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발화자와 작성자를 분리하고 제 기록도 다른 사람이 확인하기 전에는 확정하지 않겠습니다.”

도렌은 약품 상자를 자기 발밑에 두었다.

“물자와 귀환 운송을 맡겠습니다. 수량을 먼저 공개하고 배분 뒤 남은 양을 다시 적겠습니다. 사람을 물자처럼 넘기라는 명령은 받지 않겠습니다.”

카일은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봤다.

자신이 각자의 어깨를 잡고 축복한다면 군중은 훨씬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열여섯 번째 판에는 ‘다음 기록자: 손’이 남아 있었다.

카일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

“세 역할은 서로 확인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레오나가 문을 닫아도 마렌이 이유를 기록하지 않으면 임시 조치입니다. 마렌이 사실을 적어도 도렌이 물자를 확인하지 않으면 배분 명령이 아닙니다.”

마렌이 물었다.

“최종 결정은 누가 합니까?”

카일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세 사람이 모두 자기 항목을 직접 확인할 때만 효력이 생깁니다. 생명이 급하면 먼저 행동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유와 범위를 즉시 공개하십시오.”

“카일의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까?”

“내 확인은 의견입니다. 운영의 조건이 아닙니다.”

북부 판의 빈 공간에 검은 획이 생겼다.

‘운영 주체: ’

하렌으로 불린 남자가 판에서 물러난 채 말했다.

“이런 빈칸에는 이름을 넣으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름을 넣은 사람은 다음 칸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건 직접 기억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지금 장치에도 적용된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구분까지 기록하십시오.”

마렌의 붓이 움직였다.

레오나는 세 장부 사이에 경계를 세웠다. 마렌은 각 사람의 말을 따로 적었다. 도렌은 붕대 한 묶음마다 수량을 확인했다. 카일의 이름은 어느 장부의 책임자 칸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카일을 잠시 안심시켰다.


황궁 지하 봉인실에서 에단도 기록판을 세 칸으로 나눴다.

‘운영 주체.’

‘공개 기록자.’

‘이동 동의.’

총서기관이 비웃었다.

“황실 승인 없이는 변방 교단의 운영 주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승인한 사실과 운영 주체는 다른 항목입니다.”

에단은 총서기관의 말을 그대로 적었다.

“황실 승인 의사. 발화자 총서기관. 라시안의 이동과 인계 동의는 확인되지 않음.”

총서기관의 손목에 묶인 검은 선이 팽팽해졌다.

“황태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가 대표해야 한다.”

라시안이 벽에 기대어 입을 열었다.

“내 안전을 이유로 내 이름을 대표자 칸에 넣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기침을 삼킨 뒤 말을 이었다.

“황실의 물자 지원은 검토하겠다. 그것은 내 이동과 인계를 승인하는 말이 아니다.”

에단은 두 줄로 나눠 적었다.

‘황실 물자 지원: 검토 의사.’

‘대표자 지정 및 이동·인계: 동의하지 않음.’

총서기관이 황실 인장을 판 위로 내리쳤다. 금속음이 물거울을 넘어 북부까지 울렸다.

검은 획이 세 칸을 가로질렀다.

‘대표 기록자: ’

에단이 인장을 밀어내려다 멈췄다.

라시안이 낮게 말했다.

“그 손도 내 동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에단은 인장을 건드리지 않은 채 적었다.

“기록자의 손과 수령자의 손은 다르다.”

그 순간 북부의 공동 철필이 흔들렸다.

카일은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레오나. 경계의 범위를 말하십시오.”

“북쪽 천막과 장부 세 권 사이. 강제 접촉과 무단 이동을 막는다.”

“마렌.”

“발화자와 작성자를 분리한다. 이의 제기 칸을 비워 둔다.”

“도렌.”

“물자와 귀환 목록을 따로 공개한다. 사람을 수령물로 적지 않는다.”

“유르.”

유르가 놀라 눈을 깜빡였다.

“나는 세 사람이 자기 말을 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대신 그들의 결정을 대신하지 않겠습니다.”

“그대로 증언하십시오.”

레오나와 마렌과 도렌이 공동 철필의 손잡이를 잡았다. 유르는 접촉 시각과 위치를 읽었다. 카일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철필 끝이 열여섯 번째 판에 닿았다.

‘운영 주체: 공동 기록.’

검은 점들이 판 가장자리로 흩어졌다. ‘수령 대기’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한곳에 모이지도 않았다.

마렌이 숨을 내쉬었다.

“장치가 공동 운영을 승인한 겁니까?”

“표기가 바뀐 사실만 기록하십시오.”

카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우리가 회수를 늦췄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자신이 없어도 이름이 이어졌다. 레오나의 손과 마렌의 붓과 도렌의 장부가 카일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카일은 정말로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공동 철필 안쪽의 검은 점이 다시 맥박쳤다.

세 장부에서 뻗은 가느다란 선이 하나로 모였다.

‘대표 기록자: 한 손.’

이번에는 목소리가 없었다. 마렌은 즉시 적었다.

‘발화자: 없음. 작성자: 장치로 추정. 직접 진술: 없음.’

군중 사이에서 누군가가 카일을 가리켰다.

“교주님의 손을 쓰면 됩니다.”

레오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 말은 당신의 의견입니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두의 이름을 대신 말하지 마십시오. 원하는 것은 각자 직접 말하고 기록하십시오.”

레오나는 카일의 손목을 잡지 않았다. 대신 군중과 장부 사이에 자신이 만든 경계를 세웠다.

카일은 그 모습을 바라봤다.

예전의 레오나라면 자신을 위해 손목을 잘라 내놓았을 것이다. 지금의 레오나는 자신의 손을 지키는 동시에 카일의 손도 지키고 있었다.

“대표는 수령자가 아닙니다.”

카일이 말했다.

“대표해서 말하는 범위와 그 사람을 넘기는 동의는 따로 기록하십시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바닥이 타올랐다.

검은 선 하나가 공동 철필에서 빠져나와 그의 손가락을 향했다.

카일은 손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밀지도 않았다.

“도렌. 철필을 놓지 마십시오. 마렌. 지금 나타난 문장을 그대로 적으십시오. 레오나. 선이 사람의 몸에 닿지 못하게 하십시오.”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번에는 카일의 말이 곧 운영이 되지 않았다. 각자는 자기 역할 안에서만 행동했다.

카일은 검은 선 전체를 끌어당기지 않았다. 공동 철필과 세 장부 사이의 가장 가느다란 연결 한 가닥만 손끝으로 잡았다.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검은 흔적이 턱 아래에서 입술 옆으로 번졌다.

―한 손이면 충분하다.

파멸의 별이 속삭였다.

―네 손이면 전부 네 것이 된다.

‘그래서 한 손으로 만들지 않는 거다.’

카일은 연결 한 가닥을 끊었다.

철필이 멈췄다. 검은 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판 위의 문장 아래에 작은 글자가 하나 더 떠올랐다.

‘대표는 수령자가—’

뒤는 비어 있었다.

운영 주체는 공동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장치는 대표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황궁에서는 총서기관의 인장이 다시 판을 긁었다. 북부에서는 공동 철필의 검은 점이 황궁 쪽으로 향했다.

두 장소의 선이 물거울 위에서 한순간 겹쳤다.

“카일! 두 기록이 같은 대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에단의 외침이 울렸다.

카일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피부 아래의 검은 문장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문장을 끝까지 쓰지 않았다.

“빈칸은 빈칸으로 기록하십시오.”

마렌이 붓을 들었다.

그 순간 열여섯 번째 판의 검은 선이 공동 철필과 황실 인장을 동시에 향했다.

이번에는 어느 쪽이 먼저 닫힐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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