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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51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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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마경의 귀환로

새벽 안개가 북문 안쪽 대기선 위로 내려앉았다.

세 번째 길목에서 데려온 사람은 열두 명이었다. 부상당한 경비 둘과 노파 한 명과 아이 둘이 수레 안쪽에 앉았다. 나머지는 서로의 이름과 목적지를 확인하며 끈으로 묶은 표찰을 목에 걸었다.

카일은 명단의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이름과 목적지를 말하십시오. 제가 듣지 못한 사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노파가 손을 들었다.

“북문 안쪽 대기선까지 갑니다. 거기서 딸을 찾을 겁니다.”

“딸의 이름은요?”

“모릅니다. 길목에서 떨어졌어요.”

카일은 빈칸에 목적지만 적었다.

‘북문 안쪽 대기선. 가족 확인 전까지 귀환 보류.’

“이름을 모른다고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확인 전까지 찾는 사람으로 기록합니다.”

도렌이 수레 옆에서 손목을 감쌌다.

“귀환 확인자는 제가 하겠습니다.”

“표를 잡지 않는 조건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수레가 어디에 멈추는지만 보겠습니다.”

도렌은 자신의 이름과 역할을 기록판 아래에 직접 적었다. 글씨는 떨렸지만 중간에 지우지 않았다.

북문이 열리자 바깥 도로의 검은 불빛 세 개가 안개 사이에서 번졌다. 어제와 같은 자리였다. 이번에는 불빛 사이에 얇은 검은 선이 놓여 있었다.

선은 가장 앞 수레의 빈 수령자 칸을 향했다.

“수레를 멈추십시오.”

레오나가 고삐를 잡았다.

“저 선을 끊을까요?”

“끊지 마십시오. 어디까지 오는지 먼저 봅니다.”

카일은 물그릇을 도로 양쪽에 놓았다. 왼쪽 물은 북문 쪽으로 잔물결을 냈고 오른쪽 물은 선의 방향으로 떨렸다.

마렌이 열세 번째 박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네 번째 박자에 첫 번째 불빛이 낮아졌다. 열다섯 번째 박자에 선이 수레바퀴 밑으로 기어들었다. 열여섯 번째 박자에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저 목소리예요. 밤에 저를 불렀어요. 이름은 아니었어요. 확인자라고 했어요.”

선의 끝이 아이가 아니라 도렌의 표찰로 꺾였다.

“제가 대답하면 됩니까?”

“아니요.”

카일은 흰 재로 도로 위에 두 줄을 그었다.

“귀환 위치를 먼저 말합니다.”

그는 기록판을 들었다.

“이 행렬의 귀환 위치는 북문 안쪽 대기선입니다. 수령자는 정하지 않습니다. 확인자는 도렌이며 물건을 받지 않습니다.”

도렌이 같은 문장을 읽었다.

검은 선이 멈췄다.

레오나가 철판을 수레바퀴 앞에 밀어 넣었다. 선은 철판 가장자리를 타고 북쪽으로 흘렀다. 수레는 흰 재로 만든 우회선을 지나 북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카일은 표찰과 이동표를 대조한 뒤 마지막 칸에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어간 시각과 멈춘 위치를 적으십시오. 제가 받았다고 쓰지 마십시오.”

구휼 연락소의 젊은 여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누가 책임집니까?”

“기록에 적힌 사람들이 함께 책임집니다. 한 사람의 이름으로 모두를 삼키지 않게 하십시오.”

카일이 문밖으로 돌아섰을 때 산맥 뒤에서 세 번째 불빛이 켜졌다.

북부 마을 교사가 숨을 삼켰다.

“초소의 봉인에도 같은 절개가 있었습니다.”

카일은 북쪽 길을 보았다.

“그럼 봉인을 확인하러 갑니다.”


북부 초소는 정오가 되기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산맥 아래에 붙은 낮은 돌벽이었다. 깃발을 걸었던 쇠막대는 부러졌고 출입문은 반쯤 열린 채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마당의 발자국은 열여섯 번째 돌 앞에서 모두 끊겨 있었다.

문 안쪽에서 신음이 들렸다.

“역할과 목적을 말하십시오.”

카일이 외치자 그림자 속의 남자가 대답했다.

“북부 초소 감시병입니다. 이름은 유르. 안쪽 사람을 지키다 다쳤습니다.”

유르는 피 묻은 손으로 봉인된 종이를 내밀었다.

“사람들이 아래에 있습니다. 밤마다 종이 울리고 한 명씩 내려갔습니다. 내려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카일은 종이를 철판 위에 올리게 했다.

“이 문서는 누가 썼습니까?”

“제가 아닙니다. 안쪽에서 배수 틈으로 밀어냈습니다.”

“안쪽에 몇 명이 있습니까?”

“아홉 명입니다.”

대답이 끝나자 초소 밖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레오나의 검이 화살대를 쳐냈다.

돌벽 위에서 검은 외투를 입은 사내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칼자루에는 세 갈래 절개가 남아 있었다.

“봉인 문서를 내놓아라! 안쪽의 것은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위치는 어디입니까?”

카일이 물었다.

사내가 잠시 굳었다. 그 사이 두 번째 화살이 유르를 향했다. 레오나가 몸으로 막아 화살대를 검집으로 부러뜨렸다.

“문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카일이 유르에게 말했다.

“밖에 선 사람은 초소를 넘지 못합니다.”

카일은 마렌에게 등불 세 개를 가져오게 했다. 초소 뒤의 바위에 철판을 세우고 등불을 비추자 돌벽 위로 긴 그림자가 솟았다. 별 깃발을 나란히 걸자 그림자는 지원 병력처럼 보였다.

회수자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지원 병력이 왔다.”

“그림자일 뿐이다.”

“그림자라면 왜 깃발이 움직이지 않지?”

카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초소의 귀환 위치는 정해졌습니다. 문서와 사람을 가져가려는 자는 이름과 목적지를 기록하십시오.”

레오나가 문턱 밖으로 나갔다.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앞선 사내가 달려들었다. 레오나는 칼날을 흘려 보내고 손잡이로 그의 손목을 꺾었다. 두 번째 사내가 옆에서 베어 오자 돌벽을 밟고 몸을 돌려 무릎을 걷어찼다.

카일은 쓰러진 사내의 장갑 안쪽을 보았다. 가느다란 검은 실이 초소 지하로 이어지고 있었다.

열세 번째 박자가 시작됐다. 열네 번째 박자에 실이 팽팽해졌고 열다섯 번째 박자에 초소 아래에서 종이 울렸다. 열여섯 번째 박자에 실이 폐쇄 창고 방향으로 당겨졌다.

“이 사람을 살려 두십시오.”

레오나가 적의를 드러냈다.

“명령자를 말하지 않을 겁니다.”

“말하지 못하는 얼굴입니다. 그래도 실이 어디로 가는지는 봐야 합니다.”

레오나는 사내의 팔을 등 뒤로 묶었다.

카일은 지하로 내려가는 돌계단 앞에 철판을 세웠다.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귀환 위치를 만들 겁니다.”


폐쇄 창고의 문에는 자물쇠가 없었다. 문틈에는 검은 밀랍과 흰 재가 겹쳐 있었다.

카일이 문 앞에 서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열지 마십시오.”

“이름과 역할을 말하십시오.”

“우리는 돌아갈 사람이 아닙니다.”

유르가 문에 기대었다.

“종이 울릴 때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카일은 마렌과 도렌을 좌우에 세웠다.

“문 안쪽 관측자와 바깥 관측자를 나눕니다. 문을 여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렌이 문 아래 틈으로 종이와 붓을 밀어 넣었다.

“이름을 적어 주십시오. 모르면 역할과 상태만 적습니다.”

잠시 뒤 아홉 개의 이름과 상태가 적힌 종이가 돌아왔다. 열다섯 번째 줄에는 초소 경비와 주민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줄만 비어 있었다.

마렌이 종이를 보았다.

“열여섯 칸입니다.”

하단에는 다른 문장이 눌린 채 남아 있었다.

‘첫 번째가 안에 있으면 두 번째는—’

뒤는 검게 문질러져 있었다.

도렌이 숨을 삼켰다.

“이 문장은 교육에서 들었습니다. 뒤를 말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문 안쪽의 여자가 물었다.

“우리를 어디로 데려갑니까?”

“북부 초소 서쪽 돌담 아래입니다. 그곳에서 이름과 상태를 다시 확인합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산길로 가지 않습니다.”

“수령자는 누구입니까?”

“없습니다.”

카일은 기록판에 적었다.

‘공동 귀환 위치: 북부 초소 서쪽 돌담 아래. 개인 수령자 없음. 귀환 확인자: 도렌. 관측자: 마렌. 차단 및 호위: 레오나.’

도렌이 문밖에서 같은 내용을 읽었다.

잠금이 없는 문이 안쪽에서 한 번 흔들렸다.

“열여섯 번째까지 세지 마십시오.”

누군가 속삭였다.

“열여섯 번째까지 세야 무엇이 반응하는지 압니다. 다만 문을 여는 건 당신들이 선택합니다.”

문이 조금 열렸다. 아홉 명의 생존자가 차례로 문턱을 넘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확인한 뒤 서쪽 돌담 아래로 이동하기로 했다.

마지막 사람이 나오는 순간 초소 안쪽에서 검은 장부가 펼쳐지는 소리가 났다.

열세 번째 박자가 시작됐다. 열네 번째 박자에 창고 바닥 아래에서 검은 선이 솟았다. 열다섯 번째 박자에 선이 사람들의 발목 쪽으로 뻗었다.

레오나가 검을 뽑아 길 앞을 막았다.

“뒤로 물러서십시오.”

카일은 흰 재를 선 앞에 뿌렸다.

열여섯 번째 박자에 검은 막이 재 위에서 갈라졌다. 한 줄은 창고 안으로 돌아갔고 다른 한 줄은 공동 귀환 위치를 향했다.

파멸의 별이 카일의 손바닥에서 속삭였다.

―전부 먹어라. 저들을 살리고 문을 닫아라.

‘전부 먹으면 문이 아니라 내가 닫힌다.’

카일은 철판을 검은 막의 앞에 세웠다. 막이 철판에 닿는 순간 가장 얇은 부분만 손끝으로 끌어당겼다.

열기가 손목을 타고 올라갔다. 팔 안쪽의 검은 흔적이 쇄골을 넘어 목 아래로 번졌다.

카일은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

“제한 흡수입니다. 남은 선은 철판 밖으로 넘지 않습니다.”

레오나는 아무 말 없이 생존자들 앞에 서서 돌담까지 이어지는 길을 만들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한 사람이 멈추면 모두 멈춥니다.”

생존자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반복했다. 이름이 이어질 때마다 검은 선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카일은 기록판을 들었다.

“이 행렬의 귀환 위치는 북부 초소 서쪽 돌담 아래입니다. 누구도 누구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돌아갈 사람이 돌아갈 곳을 확인할 때까지 표를 비워 둡니다.”

도렌이 그 문장을 따라 읽었다.

검은 막이 멈췄다.

그 순간 초소 지하에서 돌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벽 아래의 검은 문이 조금씩 열렸다. 문 안쪽에는 산맥 너머로 이어진 세 개의 불빛이 있었다. 그 사이에는 하나의 불빛이 꺼진 채 검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

낮은 목소리가 문 안에서 흘러나왔다.

“첫 번째는 돌아왔다.”

유르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누가 돌아왔습니까?”

대답 대신 문턱 바닥의 마지막 빈 칸에 검은 글자가 번졌다.

하렌.

카일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이름인지 표식인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하렌이라는 글자가 마지막 칸에 나타났습니다.”

마렌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람 이름이라고 단정하지 마.”

카일은 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네 번째 불빛이 아주 느리게 켜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번 목소리는 더 가까웠다.

검은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카일은 생존자들을 돌담 아래에 세운 뒤 문턱으로 한 발 다가갔다. 바깥에는 아홉 명이 있었고 안쪽에는 자신이 모르는 빈 칸이 있었다.

“문을 닫지 마십시오.”

어둠 속의 목소리가 웃었다.

“이번에는 네가 확인자다.”

검은 문이 열여섯 번째 박자에 걸렸다.

산맥 안쪽의 네 불빛이 동시에 사람의 눈처럼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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