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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50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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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대륙의 스승

검은 불빛 세 개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카일은 북쪽 도로 한가운데서 발을 멈췄다. 레오나는 검자루를 잡았고 마렌은 기록판을 펼쳤다. 도렌은 수레 뒤에서 불빛 사이를 살폈다.

“대기선이 열렸습니다. 표가 북쪽으로 사람을 부르는 겁니다.”

“표는 황궁 안에 있습니다.”

카일은 도로 바닥을 가리켰다.

“불빛과 표를 같은 것으로 적지 마십시오.”

세 불빛 아래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등불이라면 심지가 흔들려야 했고 흙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야 했다.

마렌이 물그릇을 내려놓았다. 수면은 불빛이 아니라 오른쪽 배수 홈을 향해 기울었다.

“바람은 오른쪽에서 붑니다. 그런데 불빛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불빛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카일은 수레를 도로 가장자리로 붙였다.

“구휼 수레는 가운데에 둡니다. 피난민은 왼쪽. 레오나는 오른쪽 둑을 막으십시오.”

“교주님은요?”

“제일 덜 위험해 보이는 곳에 있겠습니다.”

레오나가 그를 보았다.

“그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뜻입니까?”

“대체로 그렇습니다.”

열네 번째 박자에 첫 번째 불빛이 꺼졌다. 열다섯 번째 박자에 두 번째 불빛이 꺼졌다. 열여섯 번째 박자에 세 번째 불빛이 꺼지며 낮은 종이 울렸다.

동시에 수레 앞바퀴가 아래로 푹 꺼졌다.

“배수 홈입니다!”

마렌의 외침과 함께 수레가 기울었다. 홈 안의 물 표면에는 실처럼 가느다란 검은 선이 떠 있었다.

“손으로 물을 만지지 마십시오. 물통과 사람을 분리합니다.”

카일은 철판을 바퀴 아래로 밀어 넣었다. 도렌이 얼어붙은 얼굴로 물었다.

“저게 표가 부르는 길입니까?”

“모릅니다.”

카일은 손바닥의 열을 느꼈지만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흰 재로 수레와 물통 사이에 선을 긋고 바람의 방향을 기록했다.

그때 오른쪽 둑 아래에서 신음이 들렸다.

레오나가 둑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뒤 그녀는 뒤집힌 곡물 수레와 찢긴 천막 사이에서 다친 경비와 노파와 아이 둘을 끌어 올렸다.

노파는 더 아래를 가리켰다.

“길목 안쪽에 가족이 남았어요.”

“살아 있는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카일이 말했다.

“검은 물은 나중입니다.”

고지 위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왔다. 레오나의 검이 화살대를 쳐냈다. 두 번째 화살은 물통을 향했지만 도렌이 철판을 세워 막았다.

“고지에 셋. 뒤쪽에 둘입니다.”

레오나가 말했다.

검은 망토를 입은 사내들이 둑 위에 나타났다. 가슴에는 낡은 태양신전 문양이 달려 있었다. 앞선 사내의 칼자루에는 세 갈래 절개가 남아 있었다.

“물통을 내놓아라!”

그가 외쳤다.

“그 안의 것은 돌아가야 한다!”

“무엇이 돌아갑니까?”

카일이 피난민과 사내들 사이에 섰다.

“기록고에서 빼앗은 것들이다.”

“명령자의 이름은요?”

대답 대신 세 명이 둑을 내려왔다.


레오나는 좁은 둑 위에서 첫 번째 공격자의 칼날을 흘려 보낸 뒤 손잡이로 그의 턱을 쳤다. 다른 둘이 달려들자 한 사람의 발목을 걷어차고 다른 사람의 팔꿈치를 눌렀다.

“무기를 내려놓으면 기록하고 살려 둡니다.”

카일이 말했다.

“피난민과 물통을 분리하십시오.”

“살려서 데려오라는 명령은 없었소!”

공격자 하나가 소리쳤다.

“그래서 제가 명령을 바꿉니다.”

레오나의 검끝이 앞선 사내의 목 앞에서 멈췄다. 마렌은 쓰러진 칼과 사내들의 위치를 기록했다.

“이름과 역할을 말하십시오.”

“우리는 회수대다!”

“회수 명령의 발신자는?”

사내들은 입을 다물었다.

도렌은 물통을 끌어당기려다 손을 멈췄다. 아래쪽에서 검은 실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철판이 필요합니다.”

카일이 철판을 밀어 주었다.

“당신은 공동 기록 보조자입니다. 물건을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도렌은 철판으로 물통을 막았다. 손목의 붉은 자국이 검게 번지는 듯했지만 그는 끝까지 손을 대지 않았다.

붙잡힌 사내가 낮게 웃었다.

“대기자는 결국 수령자가 된다.”

카일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박혔다.

“그 문장을 누가 가르쳤습니까?”

“검은 불빛이 길을 보여 줬다. 불빛을 따라가면 안에 있는 것들이 돌아온다고 했다.”

사내의 눈에는 명령자를 아는 사람의 확신보다 이용당한 사람의 공포가 먼저 떠올라 있었다.

“태양신전의 공식 부대입니까?”

“우리는 버려진 사람들이다.”

“그건 소속이 아닙니다.”

카일은 마렌에게 고개를 돌렸다.

“직접 들은 말과 추정을 나눠 기록하십시오. 공식 부대라고 확정하지 않습니다.”

물통 아래의 검은 막이 철판 가장자리를 타고 경비의 장갑으로 향했다. 카일은 손끝을 대어 막의 일부만 끌어당겼다.

손바닥의 열이 팔 안쪽을 타고 쇄골까지 번졌다.

“제한 흡수입니다. 남은 물질은 그대로 둡니다.”

레오나가 그의 손을 보았다.

“더 하지 마십시오.”

“하지 않습니다.”

카일은 곧바로 손을 감쌌다.

“사람부터 북문으로 돌려보냅니다.”


새벽이 밝기 전까지 세 번째 길목에서 구조된 사람은 열두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은 곡물 수레 뒤에서 발견됐고 네 명은 물 저장통을 피해 도랑에 숨어 있었다. 나머지 셋은 고지 뒤의 폐창고에서 나왔다.

검은 불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세 갈래 절개가 있는 말뚝 세 개가 남아 있었다. 말뚝 아래의 검은 가루는 바람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카일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위치만 기록했다.

“다친 사람과 포로와 오염된 물통을 따로 이동합니다.”

카일은 빈 수레 앞에 새 이동표를 세웠다.

“수령자를 임의로 만들지 않습니다. 이동자와 관측자와 귀환 위치를 적습니다.”

노파가 물었다.

“우리 가족을 누가 데려갑니까?”

카일은 구휼 연락소의 젊은 여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귀환 확인자입니다. 북문 안쪽 대기선까지 함께 갑니다.”

“교주님은요?”

“뒤에 남은 사람을 확인합니다.”

노파는 붕대 아래로 비치는 카일의 검은 흔적을 보았다.

“그럼 꼭 돌아오셔야 해요.”

카일은 이동표의 수령자 칸을 비워 둔 채 말했다.

“사람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록하겠습니다. 누구도 당신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북문 쪽에서 검은 천 위의 별 깃발이 올라왔다. 그 뒤로 붉은 테두리의 남쪽 역참 천과 푸른 줄의 동쪽 상단 천과 흙빛 북부 마을 천이 나타났다.

마렌이 말했다.

“각 지방 연락관들입니다. 황도에 있던 사람들로 보입니다.”

첫 번째 연락관은 남쪽 역참의 수레지기였다.

“역참 열두 곳이 빈 수레와 기록관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동쪽 상단의 장부 담당자가 말했다.

“물자 약탈을 막는 조건이라면 창고 수량을 공개하겠습니다. 사람을 강제로 성별교에 들이지 않는다는 조항이 필요합니다.”

북부 마을의 교사는 피난민 명단을 안고 있었다.

“마을 일곱 곳이 별 깃발을 세웠습니다. 신도가 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레와 우물과 피난처의 규칙을 같이 쓰겠다는 뜻입니다.”

카일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은 기적보다 수레의 빈칸과 물자의 숫자를 먼저 보고 있었다.

그 점이 오히려 두려웠다.

황실 경비 부관이 봉인된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카일은 봉인을 열기 전에 마렌에게 두루마리의 위치와 손을 기록하게 했다.

“황실은 북문 구휼 절차를 제국 각 지방에 임시 기준으로 전파한다고 합니다.”

마렌이 읽었다.

“공용 창고를 구휼과 증명과 자립의 세 장부로 나눈다. 귀환 위치를 정하지 않은 이송은 보류한다. 성별교의 깃발을 공동 구호 표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동쪽 연락관이 빈 수령자 칸을 보았다.

“교주님이 받으시면 가장 빠르지 않습니까?”

“빠른 건 아닙니다. 나중에 돌려보낼 사람이 사라집니다.”

카일은 붓을 들지 않았다.

도렌이 앞으로 나왔다.

“귀환 확인자 칸은 제가 맡을 수 있습니다. 수령자는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손목 자국을 감추지 않았다.

“표를 잡지도 않겠습니다. 돌아갈 위치를 확인하겠습니다.”

카일은 그 선택을 기록판에 옮겼다.


그 순간 북쪽 하늘에서 검은 빛 하나가 솟았다.

두 번째 빛이 산맥 뒤에서 켜졌고 세 번째 빛이 훨씬 먼 곳에서 나타났다. 세 빛을 잇자 북쪽으로 뻗는 긴 선이 되었다.

북부 마을의 교사가 입술을 떨었다.

“마경 입구입니다. 몇 달 전부터 우물이 검게 변했고 밤마다 종이 울렸습니다.”

그는 봉인된 종이를 내밀었다.

“마경 입구에 남은 사람들이 보냈습니다. 성별교의 깃발이 오면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카일은 종이를 바로 받지 않았다.

“발신자는 확인했습니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북부 초소의 봉인은 남아 있습니다.”

“그 사실만 기록하십시오.”

마렌이 봉인을 살폈다. 낡은 태양신전 문양 아래에 세 갈래 절개가 남아 있었다.

카일의 손바닥이 뜨거워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른다. 저 빛을 먹으면 모두가 네 아래로 들어온다.

카일은 북문으로 돌아가는 수레를 보았다. 수레 뒤의 아이는 서툰 별이 꿰매진 검은 천 조각을 들고 있었다.

“선생님. 다음에는 어디로 가요?”

카일은 대답하지 못했다.

마렌이 낮게 말했다.

“이제 사람들이 당신을 대륙의 스승이라고 부르겠군요.”

“누가 그런 이름을 붙입니까?”

“이미 붙였습니다.”

북부 마을의 교사가 말했다.

“사람을 살릴 방법과 기록할 방법을 가르쳐 주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주변에서 목소리가 번졌다.

“대륙의 스승.”

카일은 그 호칭을 부정하려다 아이의 풀린 실밥을 보았다. 그는 무릎을 굽혀 실밥을 묶었다.

“나는 길을 모릅니다.”

카일이 말했다.

“그래도 어디에 사람이 있었는지는 적을 수 있습니다. 그 기록을 따라가면 됩니다.”

그는 새 이동표를 펼쳤다.

‘북부 마경 입구. 생존자 확인 및 귀환 경로 확보.’

수령자 칸은 비워 두었다.

레오나가 수레 손잡이를 잡았다.

“출발합니까?”

“먼저 수레를 돌려보냅니다.”

카일은 북쪽의 검은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다음 마경으로 갑니다.”

성별교의 별 깃발이 북문과 집결지와 남쪽 역참의 천 위에 차례로 세워졌다. 동쪽 상단의 푸른 줄 옆에도 작은 별이 걸렸고 북부 마을의 흙빛 천에는 서툰 별이 더해졌다.

제국 곳곳에서 같은 기록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북쪽 산맥 너머의 검은 불빛들은 하나의 길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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