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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34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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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세 번째 긁힘

세 번의 긁힘이 끝난 뒤에도 금속은 떨리고 있었다.

마렌의 펜 끝이 철판 위에서 멈췄다. 잉크가 마지막 글자의 아래로 번졌다.

카일은 점검구를 보며 손을 들었다.

“아무도 하렌이라는 이름을 다시 말하지 마십시오.”

총서기관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들은 이름을 적는 것조차 위험하다는 겁니까?”

“위험하다고 확정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반복하면 발화자의 말인지 우리의 기록인지 섞입니다.”

마렌은 철판의 빈 칸을 나눴다.

‘점검구 내부에서 하렌 발화 직후 금속 긁힘 세 회.’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현장 인원 중 해당 이름의 반복 발화 없음.’

세르단 사제가 봉인끈을 가리켰다.

“이제 닫아야 합니다.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인지 장치의 모방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닫지 않습니다.”

카일은 침상과 점검구 사이의 빈 철판을 두드렸다.

“닫으면 소리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라시안 전하의 호흡과 내부 반응이 함께 사라지는지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라시안이 침상에서 눈을 떴다.

“내가 동의한 범위 안에서 확인하라.”

도르반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악화되면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그 조건도 적으시오.”

마렌이 명령을 기록하는 동안 카일은 포로 둘 사이의 흰 재 선을 확인했다. 앞에 묶인 남자의 입술이 하얗게 말라 있었다.

레오나가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

“왜 떨지?”

남자의 시선이 마지막 홈으로 향했다.

“하렌이라는 이름을 다시 부르지 마라. 아래가 사람을 센다.”

“직접 들었나?”

카일이 물었다.

“봉인실의 서기관이 마지막 칸을 읽을 때 그 이름을 썼다.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돌아와야 하는 기록을 표시하는 소리였다.”

“서기관의 이름은?”

“모른다. 종이에 적힌 걸 봤지만 그 종이는 찢겼다.”

카일은 마렌을 보았다.

“전언과 직접 확인을 나눠서 적어.”

마렌은 곧바로 문장을 만들었다.

‘포로의 진술에 따르면 하렌은 마지막 칸과 함께 사용된 표식으로 보임. 서기관과 문서 원본은 미확인. 하렌의 생사와 위치는 모름.’

“하렌이 안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

포로가 덧붙였다.

“그건 네가 정할 결론이 아니야. 다만 모른다는 말은 기록하겠다.”

마렌의 펜이 다시 움직였다.

그때 점검구 안쪽에서 짧은 마찰음이 났다. 이번에는 세 번이 아니었다. 금속판 뒤에서 무언가가 오른쪽으로 밀렸다.

마렌이 고개를 들었다.

“긁힌 위치가 달라졌어요. 마지막 홈의 중앙이 아니라 아래쪽입니다.”

카일은 세르단을 보았다.

“원본 장부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세르단은 점검구를 노려보다가 20년 전 장부를 꺼냈다.

“훼손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보이는 것만 확인하겠습니다.”


마렌은 원본 장부 아래에 새 철판을 받쳤다. 세르단은 20년 전 16번 통풍구 폐쇄 항목을 펼쳤다. 담당자 이름이 있어야 할 칸에는 두꺼운 먹물이 칠해져 있었다.

옆광이 먹물 위를 스치자 한 줄은 칼로 긁혔고 그 아래에 짧은 획 세 개가 눌려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마렌은 점검구 안쪽의 긁힘을 그 옆에 옮겨 그렸다.

“방향은 비슷합니다.”

“동일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르단이 말했다.

“시기도 다르고 재질도 다릅니다.”

“그래서 유사성으로만 적습니다.”

마렌은 문장을 남겼다.

‘20년 전 담당자 칸 아래의 짧은 눌림 세 개와 점검구 안쪽의 긁힘 세 회는 방향이 유사함. 동일 제작자·동일 인물·동일 시점 여부 미상.’

먹물 가장자리 아래에서 첫 획 하나가 더 드러났다. 하처럼 보일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머지는 칼자국에 묻혀 있었다.

‘담당자 칸의 첫 획은 하로 읽힐 가능성이 있으나 판독 불가.’

마렌은 그렇게 적고 펜을 멈췄다.

“담당자 이름을 되찾을 수 있습니까?”

“지금 억지로 읽으면 들은 이름에 맞춰 기록을 꾸미게 됩니다.”

카일의 대답에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가 낮게 웃었다.

“이름을 돌려보내라더니.”

레오나의 손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무슨 말이지?”

“그 표식은 기록을 제자리로 돌리는 명령이다. 찢긴 종이에서 봤다. 마지막 칸으로 돌려보내라는 문장만 남아 있었다.”

“무엇을 돌려보내는지 알고 있나?”

“모른다.”

“사람인지 기록인지도?”

“모른다.”

“하렌이라는 글자를 직접 봤나?”

포로의 눈이 마지막 홈으로 향했다.

“이름처럼 들었다. 글자를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다.”

마렌은 그 말을 전언 아래에 덧붙였다.

‘포로는 하렌의 글자를 직접 판독하지 못함. 이름의 출처와 최초 독자는 미상.’

세르단이 장부를 덮었다.

“이제 그 이름은 더 불확실해졌군.”

“불확실하다고 버리는 건 아닙니다. 확인된 정도에 맞는 자리에 두는 겁니다.”

그 순간 마지막 홈 뒤에서 금속이 밀리는 소리가 났다.

공기가 점검구 안쪽에서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등불의 불꽃이 치료실 쪽으로 누웠다가 돌아왔다.

도르반이 라시안의 손목을 잡았다.

“열세 번째 호흡에서 다시 불규칙합니다.”

라시안의 목 아래 검은 선이 가늘게 뛰었다.

총서기관이 경비를 향해 손을 들었다.

“점검구를 닫아라.”

카일은 라시안을 보았다.

“틈을 한 손가락 너비만 열어 안쪽을 확인하겠습니다. 호흡이 더 흐트러지면 즉시 닫고 치료를 우선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라시안은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

“조건을 기록하라. 열어 보시오.”


바렌이 석회층 가장자리에 얇은 쇠막대를 끼웠다. 카일은 손을 대지 않고 각도만 지시했다. 석회가 크게 깨지면 내부의 공기와 검은 선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었다.

“손가락 하나만.”

금속판이 아주 조금 들렸다.

레오나는 포로 둘의 뒤를 맡았다. 세르단은 외부 봉인끈의 인장을 눌렀다. 마렌은 거울과 측정 줄을 들고 점검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위치를 말하세요.”

“카일. 점검구 정면.”

“레오나. 포로 뒤.”

“세르단. 외부 봉인끈.”

“도르반. 라시안 전하 곁.”

마렌은 자신의 위치도 적었다.

“성별교 기록 담당. 거울과 측정 줄을 들고 점검구 앞.”

거울이 틈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등불의 반사만 보였다. 조금 더 기울이자 금속판 뒤의 좁은 공간이 드러났다.

“수직 통로는 아래로 이어져요. 바로 아래에 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렌은 측정 줄 끝에 작은 금속 고리를 달아 틈 아래를 확인했다.

고리가 안쪽에 닿자 두 개의 소리가 연달아 났다. 마른 천이 금속에 스치는 소리와 철제 고리가 당겨지는 소리였다.

“두 방향입니다.”

마렌이 말했다.

“하나는 마지막 홈 아래에서 내려와 안쪽 판의 왼쪽으로 갑니다.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꺾여 복도 쪽 고리에 연결된 것처럼 보여요.”

카일은 설비판 뒷면의 문장을 떠올렸다.

‘16번 회수 대상 둘.’

파멸의 별이 손목 안쪽에서 뜨거워졌다.

―둘을 한 번에 삼키면 안쪽이 조용해진다.

‘모르니까 먹지 않는다.’

카일은 검은 흔적에서 손을 떼고 빈 철판을 틈 앞에 세웠다. 흰 재는 철판 앞에서 끊겼다.

“천 쪽과 철제 고리를 건드리지 마.”

마렌이 측정 줄을 회수했다. 끝의 고리에는 회색 천 조각이 걸려 있었다. 낡은 천에는 붉은 실 한 줄이 남아 있었다.

레오나가 한 발 다가왔다.

“예전에 하렌의 붕대와 함께 확보했던 천 조각과 짜임이 비슷해.”

마렌은 천을 직접 만지지 않고 철판 위에 옮겼다.

‘색·짜임·붉은 실이 과거 확보물과 유사함. 동일한 천이거나 하렌의 물건이라는 판정 불가.’

총서기관이 숨을 삼켰다.

“그럼 하렌이 안에 있을 가능성이—”

“가능성과 증거는 다릅니다.”

카일이 잘랐다.

“지금 확인된 건 두 갈래 흔적과 천 조각 하나입니다.”

라시안의 숨이 열다섯 번째에서 흔들렸다.

검은 선 하나가 금속판 아래에서 솟아올라 천 조각이 걸린 왼쪽으로 움직였다. 다른 선은 복도 쪽으로 당겨졌다. 세르단의 인장이 달린 봉인끈이 팽팽하게 튕겼다.

“닫겠습니다.”

“열여섯 번째를 확인합니다.”

복도 바깥에서 마른 발소리가 한 번 났다.

라시안이 열여섯 번째 숨을 들이마셨다.

천 조각 쪽 검은 선이 침상 아래로 끌려갔다. 오른쪽 선은 복도 봉인끈을 한 번 더 튕겼다.

카일은 손을 뻗지 않았다.

“동시에 일어났다고 적어.”

“인과관계는요?”

“미상.”

라시안의 숨이 빠져나왔다. 검은 선은 목 아래에서 멈췄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카일은 점검구 틈을 원래 폭으로 낮췄다. 세르단이 외부에서 봉인끈을 잡고 바렌이 금속판을 받쳤다. 아무도 흰 재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

황실 경비가 복도에서 보고했다.

“흰 재를 밟은 자국 하나가 있습니다. 두 걸음째부터 끊겼습니다.”

“도주자다.”

총서기관이 경비를 돌아보았다.

“궁 밖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찾아라.”

“발자국 하나로 수와 방향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카일은 문 안에 선 채 말했다.

“고리와 같은 시각에 움직였다는 사실만 적으십시오.”

경비가 바닥을 가리켰다.

“옆에 이것도 있습니다.”

녹슨 금속 조각이었다. 낡은 종의 가장자리처럼 보였고 표면에는 세 갈래 흠집이 있었다.

마렌은 복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철판 위에 모양을 그렸다.

“갈고리 골짜기 수레 하부 홈과 유사합니다. 동일 제작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천 조각과 금속 조각은 서로 다른 봉인 종이에 넣었다. 황실 경비와 세르단과 마렌이 차례로 서명했다.

포로가 천 조각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레오나가 그의 턱을 붙잡았다.

“누구의 것이지?”

“모른다. 복도 고리는 우리에게 받은 표식과 같은 방식으로 묶여 있었다.”

“만든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마렌은 그 말을 적었다.

카일은 총서기관을 향해 말했다.

“궁 안쪽에서 움직인 사람과 궁 밖으로 도망친 사람을 같은 명단에 넣지 마십시오. 확인된 건 흔적 하나뿐입니다.”

라시안이 열여섯 번째 호흡 뒤 눈을 떴다.

“카일의 구분을 따르시오.”

그가 말했다.

“점검구는 지금 폭보다 넓히지 마라. 새벽까지 황실 경비와 세르단 사제와 성별교 기록 담당자가 번갈아 감시하라.”

세르단이 낮게 물었다.

“신전의 조사 권한은?”

“세 부 기록에 적으십시오. 옛 자격패와 무언실의 기록은 신전이 조사할 수 있습니다. 안쪽의 천 조각과 두 연결은 황실과 성별교가 함께 확인합니다. 어느 쪽도 단독으로 가져가지 않습니다.”

세르단은 카일을 한동안 보았다.

“당신은 아무것도 결론 내리지 않는군.”

“결론을 내릴 때가 오면 냅니다. 지금은 하렌이 안에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마렌은 마지막 기록을 읽었다.

“하렌의 이름. 포로의 전언. 20년 전 장부의 눌림. 두 갈래 흔적. 천 조각의 유사성. 복도 발자국과 종 조각. 확인된 정도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따로 보관하는 겁니다.”

그때 복도 반대편에서 봉인 종이 울렸다.

한 번.

치료실 안의 사람들이 문 쪽을 보았다.

세르단이 봉인끈을 확인했다.

“내가 잡은 줄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바렌의 얼굴이 굳었다.

“그 종은 이 복도에 없습니다.”

마렌의 펜이 다시 철판 위에서 멈췄다.

아직 기록되지 않은 출입자가 궁 안에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점검구가 아니라 복도 끝에서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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