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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17화

구원자가 된 악신(惡神)의 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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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밤하늘을 찢는 빛

별의 균열이 문처럼 벌어졌다.

산비탈의 마수들이 동시에 내리달렸다. 돌껍질이 부딪히는 소리가 굴러 내려오는 바위처럼 골짜기를 뒤흔들었다. 가장 앞의 놈이 세 번째 흰 재 선을 밟자 별의 표면이 크게 흔들렸다.

“사람부터 안쪽으로 옮기십시오.”

카일이 외쳤다.

“마수의 길과 사람의 길을 섞지 마세요. 재가 지워져도 선이 있던 곳을 기억하십시오.”

마렌이 주민들에게 같은 명령을 반복했다. 수레를 밀던 광부들이 환자 천막 앞을 비웠고 물 대야를 든 아이들은 벽 쪽으로 물러났다. 하렌의 종이 두 번 울렸다. 움직이라는 신호였다.

에단의 황금빛이 별의 가장자리를 훑었다. 빛이 닿은 안개가 찢어져 마수들의 윤곽을 드러냈다. 그러나 검은 핵은 그대로 뛰었다.

“가장자리가 아니라 선을 비추십시오. 저놈들의 가슴을 잇는 검은 선이 있습니다.”

그의 빛이 방향을 바꾸었다. 거대한 마수의 가슴을 스친 황금빛이 산비탈 아래로 이어진 검은 실을 붙잡았다.

작은 마수 몇 마리가 몸을 비틀었다. 놈들은 별이 아니라 바닥 아래의 길에 끌리는 것처럼 한꺼번에 고개를 돌렸다.

카일의 속이 서늘해졌다.

―길이 많다.

파멸의 별이 속삭였다.

―한꺼번에 먹으면 조용해진다.

‘조용해지는 게 아니라 아무도 남지 않는 거겠지.’

―남길 필요가 있나.

‘있어.’

별의 중심에서 검은 불꽃이 한 번 세게 맥박쳤다.

“레오나. 거대한 놈을 세 번째 선 안쪽에서 붙잡으세요.”

“이미 잡고 있습니다. 오래는 못 버팁니다.”

레오나가 검을 비틀었다. 마수의 앞발이 칼날을 누르며 그녀의 어깨를 땅 가까이 밀어붙였다. 턱 사이에서 검은 진액이 떨어졌다.

“오래 버티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핵이 드러나는 순간 한 걸음만 더 물러나세요.”

레오나는 마수의 턱이 벌어지는 순간 몸을 낮췄다. 앞발이 머리 위를 스쳤고 검끝이 가슴의 돌껍질 틈을 파고들었다.

검은 핵이 세 갈래로 벌어졌다.

카일은 별의 꼬리를 움직였다.


꼬리는 핵으로 곧장 내려가지 않았다. 카일은 핵과 산비탈을 잇는 선 중 가장 가느다란 부분에 빛을 걸었다. 검은 실이 팽팽해지며 마수의 몸 안쪽에서 무언가가 끌려 나왔다.

“지금입니다!”

레오나가 검을 밀어 넣었다. 에단의 황금빛이 마수의 어깨를 눌렀다. 몸이 움직이지 않자 검은 핵이 더 크게 뛰었다.

별의 꼬리가 검은 선을 물었다.

배고픔이 그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한 마리의 분노만 들어오지 않았다. 오래된 갱도에 고인 습기와 마수가 느낀 공포와 누군가 돌을 긁으며 남긴 집착이 뒤섞였다.

카일의 무릎이 흔들렸다.

―더.

‘이것만.’

―저 선 뒤에 수십 개가 있다.

‘그래서 하나씩 한다.’

그는 검은 힘을 좁혔다. 마수의 핵이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줄어들더니 별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돌껍질은 힘을 잃고 무너졌다. 레오나가 검을 빼자 커다란 몸이 흙 위로 쓰러졌다.

산비탈의 마수들이 동시에 비틀거렸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에단이 카일의 손을 보았다. 손목까지 번졌던 검은 선이 팔뚝을 향해 길어지고 있었다.

“방금 네가 핵을 없앴다.”

“없앤 게 아니라 끊었습니다. 지금은 다음 선이 중요합니다.”

카일은 환자 천막 아래를 가리켰다. 검은 실 하나가 흙을 뚫고 침상 밑으로 뻗고 있었다.

“마렌! 침상을 두 줄로 나누세요. 재고는 사람 뒤에 두지 마십시오.”

“성수도 옮깁니까?”

“기존 여유분과 감독 제조분을 섞지 말고 각각 다른 수레에 싣습니다. 표식을 확인하면서 움직이세요.”

마렌은 곧장 사람들을 나눴다. 한쪽 수레에는 기존 여유분 다섯 잔이 놓였고 다른 쪽에는 감독 제조분 열한 잔이 놓였다.


흙이 터졌다.

작은 마수 두 마리가 환자 천막 아래에서 솟구쳤다. 하나는 침상 다리를 물어뜯었고 다른 하나는 환자들의 발치로 몸을 밀어 넣었다.

하렌의 종이 세 번 울렸다.

“부상자입니다! 이름을 부르고 길을 비우세요!”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누군가는 침상을 당겼고 누군가는 물 대야를 들어 마수의 턱을 막았다. 낡은 철판이 부딪히며 거친 소리를 냈다.

에단의 빛이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마수의 털과 돌껍질이 타들어 갔지만 검은 핵은 오히려 더 빠르게 뛰었다.

“빛이 핵을 자극합니다!”

“그러면 네가 해라.”

“빛을 거두지 마십시오. 선을 보여 줘야 합니다.”

에단은 이를 악물었다. 황금빛이 마수의 몸을 태우면서 흙 아래의 검은 실을 드러냈다. 선은 환자 천막 밑에서 갈라져 한쪽은 북쪽 폐갱도로 향했고 다른 쪽은 쓰러진 마수의 핵으로 이어졌다.

카일은 산비탈의 핵을 바라보았다. 그쪽을 먹으면 더 많은 마수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환자 천막 아래의 선을 놓치면 사람들의 숨이 먼저 검은 길에 빨려 들어갈 터였다.

‘사람의 숨은 먹지 마. 이름도 먹지 마. 내가 정한 선만.’

별의 중심에서 낮은 웃음 같은 진동이 일었다.

―이름은 네가 붙인 표식일 뿐이다.

‘그래도 그 표식이 있어야 길을 고른다.’

카일은 별의 꼬리 하나를 환자 천막 아래로 내렸다. 이번에는 핵을 향해 힘을 쏟지 않고 검은 선을 따라 천천히 밀어 넣었다.

마수가 침상 사이에서 몸을 들었다. 레오나가 달려들어 검으로 턱을 받쳤다.

“지금 끊으십시오!”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되지?”

“놈의 몸을 묶으세요. 핵이 움직이지 않게.”

레오나는 검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에단의 빛이 돌껍질을 눌렀다. 그 틈으로 검은 꼬리가 들어갔다.

카일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문이 열렸다. 문마다 비명과 젖은 돌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는 그 안으로 몸을 던지는 대신 가장 가까운 핵 하나만 움켜쥐었다.

검은 핵이 쪼그라들었다.

마수가 턱을 다물지 못한 채 무너졌다. 다른 한 마리는 물 대야를 걷어차고 뒤로 물러났다. 카일은 그 핵을 쫓지 않았다.

“왜 놓쳤지?”

에단이 물었다.

“사람과 너무 가깝습니다.”

“네 힘으로 구분할 수 없는 건가?”

“구분할 수 있으니까 놓친 겁니다.”

카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일부러 힘을 제한하고 있었다.


폐갱도 입구에서 검은 선이 솟구쳤다.

선은 별의 균열과 맞물리며 하늘의 빛을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환각으로 만든 별이 아래로 꺾였다. 주민들이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

별의 균열 너머에 검은 문이 보였다. 문 안쪽에는 빛도 어둠도 없이 배고픔만 있었다.

―문을 열어라.

파멸의 별이 속삭였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모두 먹을 수 있다.

‘모두라는 말에는 사람이 포함돼.’

―사람도 길 위에 있다.

‘그래서 문을 닫는다.’

카일은 손목에서 번진 검은 선을 억지로 붙잡았다. 선은 팔꿈치를 넘어 어깨로 기어가고 있었다. 입 안의 낯선 이빨이 잇몸을 찔렀다.

레오나가 거대한 마수의 앞을 막아섰다. 에단의 황금빛이 그녀의 어깨를 피해 마수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카일! 이 선의 중심은 폐갱도 안에 있다. 네가 힘을 당기면 별까지 무너진다.”

“그래서 사제님이 별을 붙잡아 주셔야 합니다.”

“네가 내 빛을 발판으로 삼겠다는 건가?”

“빛이 아니면 사람들이 보는 방향이라도 빌리겠습니다.”

카일은 일곱 횃불과 물 대야를 보았다. 철판에 반사된 황금빛이 별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이 그 빛을 따라 움직였다. 카일은 그 시선을 하나의 무대로 묶었다.

그는 별의 꼬리를 세 갈래로 나눴다.

첫 번째는 거대한 마수의 핵으로.

두 번째는 환자 천막 아래로.

마지막은 산비탈에서 폐갱도로 모이는 중심선으로.

―이제 모두 먹겠다.

‘아직 아니다. 남은 게 있어야 내가 살아남는다.’

카일은 세 꼬리를 한꺼번에 당겼다.

검은 핵들이 산비탈 곳곳에서 튀어 올랐다. 마수들이 울부짖으며 서로의 몸을 들이받았다. 에단의 빛이 흔들리고 레오나의 검이 거대한 앞발 아래로 밀렸다.

“지금!”

레오나가 검을 비틀어 마수의 턱을 위로 걷어 올렸다. 에단이 모든 빛을 가슴의 검은 핵에 집중했다. 카일의 별이 그 틈을 꿰뚫었다.

검은 선이 끊어졌다.

한 줄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어서 두 번째 줄이 말라붙었다. 산비탈의 마수들이 걸음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나 중심선은 버텼다.

카일의 시야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별의 소리와 자신의 심장 소리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 선을 끌어당겼다. 선 안에 든 마력과 공포가 그의 몸을 통과해 별로 흘러갔다.

그 순간 황금빛과 검은 빛이 밤하늘 한가운데에서 충돌했다.

빛이 찢어졌다.

별의 표면이 갈라지고 검은 틈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 틈을 따라 마수들의 핵이 하나씩 빨려 올라갔다. 핵이 사라질 때마다 아래의 몸이 돌가루처럼 무너졌다.

누군가 카일의 이름을 불렀다.

카일은 그 목소리를 붙잡고 버텼다. 마수의 분노도 폐갱도의 습기도 별의 굶주림도 그 이름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사라져.”

그가 말했다.

“내 사람들의 길에서 사라져.”

검은 틈이 한 번 더 벌어졌다가 닫혔다.

거대한 마수의 가슴이 비었다. 산비탈의 눈들이 차례로 꺼졌다. 환자 천막 아래에서 움직이던 발톱도 흙 속으로 가라앉았다.

마지막으로 폐갱도 입구의 중심선이 끊어졌다.

별의 꼬리가 재처럼 흩어졌다.


골짜기에 소리가 사라졌다.

에단의 빛만이 쓰러진 사람과 마수의 잔해를 비췄다. 카일은 숨을 들이마시려 했지만 가슴 안쪽에 검은 돌이 박힌 것처럼 호흡이 막혔다.

레오나가 그를 붙잡았다.

“교주님.”

“놓지 마세요. 제가 쓰러지면 별이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

레오나는 그의 몸을 지탱하면서 주민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물과 붕대를 가져와라. 무릎 꿇을 시간 없다.”

사람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하늘을 찢었던 별은 사라지고 검은 연기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구원자시여.”

곧 여러 사람이 뒤따랐다.

“별의 교주님께서 우리를 구하셨다.”

카일은 손을 들었다. 손목의 검은 선은 어깨까지 번져 있었다. 에단이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무릎 꿇지 마십시오.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부터 확인하세요. 다친 사람을 옮기고 어느 물자가 남았는지 말하십시오.”

마렌이 그 명령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하렌의 종이 한 번 울렸다. 대답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마렌은 하렌의 이름을 장부 첫 줄에 적고 환자 천막 쪽으로 달려갔다.

에단은 카일의 손목을 보며 낮게 말했다.

“저건 신성력이 아니다.”

“지금은 이름을 확인하십시오.”

“언젠가는 반드시 묻겠다.”

“그때는 장부를 펼쳐 놓고 들으세요.”

에단은 카일을 노려보다가 사람들에게 빛을 비췄다. 그는 카일의 힘을 신성력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환자와 부상자를 먼저 살폈다.

카일은 폐갱도 입구를 바라보았다.

검은 길은 대부분 잿빛으로 변했다. 그러나 가장 깊은 곳에 가느다란 선 하나가 남아 있었다. 별의 균열이 닫히기 직전 그 선에서 낮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카일.

그 목소리는 파멸의 별과 달랐다.

카일의 등골이 굳었다.

폐갱도 안쪽에서 누군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굶주림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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