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없는 세자의 밥상

2화: 수라상에 섞인 타향 소금
유분이는 소금 항아리 셋을 나란히 놓았다. 어제 받은 것, 열흘 전에 받은 것, 상궁이 따로 쓰는 묵은 것. 모두 해안 소금이라고 적혔다. 그녀는 같은 양의 물을 각각 종지에 담고 소금을 녹였다. 새 항아리에만 회색 알갱이가 남았다.
“더러운 소금이면 버려야지.”
최은솔이 말했다. 분이는 종지를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회색 소금도 손질하면 쓸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을 보낸 사람이 다른 산지를 적었다는 사실이었다. 버리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보여 줄 물건도 없어졌다.
상궁 박옥련이 작은 천을 가져왔다. 고운 체에 걸러 남은 알갱이와 소금물을 따로 남기자고 했다. 분이는 세 항아리에 번호를 달았다. 맛을 보기 전에 어느 것인지 모르게 종지의 순서를 바꿨다. 자기 고향 소금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다르게 느끼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상궁이 세 물을 차례로 입에 대고 뱉었다. 둘째가 끝맛이 더 길다고 했다. 은솔도 둘째를 골랐다. 새 항아리였다. 분이는 결과를 장부에 적었지만 독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산지가 다른 것과 사람을 해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납품 담당 내관이 와서 오늘 공물 감사를 한다고 말했다. 정득보가 직접 별궁의 식사량과 재료를 확인한다는 명이었다. 분이는 이른 감사가 소금 때문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내관이 들고 온 표에는 세자가 음식을 남기는 양이 너무 많다고 적혀 있었다.
“부실한 납품을 하는 마을의 감면 약속을 검토하신다.”
분이는 순무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고향에서 공물이 올라온 까닭은 감면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미 정해진 양보다 많은 순무를 보냈고 가족도 겨울 식량을 줄였다. 세자가 먹지 않은 것이 마을이 잘못 보낸 이유로 바뀌었다.
상궁은 내관에게 감사 전에 납품 원표를 가져오라 했다. 내관은 감사관이 갖고 온다고 답했다. 주방에는 복사한 표만 있었다. 분이는 거기에 소금의 무게가 원래 항아리보다 많게 적혔음을 발견했다. 빈 항아리를 빼지 않은 무게였다.
“그릇까지 먹으라는 뜻인가 봅니다.”
은솔이 작게 말했다. 상궁이 웃음을 참으며 그녀를 한번 봤다. 분이는 웃지 못했다. 그 빈 항아리의 무게도 마을이 보냈다는 수량에 들어가면 다음번에는 더 많이 요구받았다.
그녀는 수라상의 메뉴를 바꾸자고 했다. 상궁은 감사날 갑자기 바꾸면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이는 두 상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하나는 받은 소금을 쓰고 하나는 원래 소금을 썼다. 순무도 같은 것, 만두 껍질도 같은 두께로 맞춰 차이를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
“세자 저하가 두 상을 다 남기시면?”
“저하께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드신 양을 거짓으로 적지 않을 겁니다.”
분이는 장부를 들고 세자의 방으로 갔다. 이휘는 어제 돌려보낸 빈 사발 대신 작은 찻잔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자 오늘의 만두가 어제와 또 다르냐고 물었다. 분이는 오늘은 두 종류라고 답했다.
“나는 여섯 개도 못 먹는데 열두 개를 올리겠다는 건가?”
“두 개입니다. 나머지는 배식합니다.”
그녀가 소금의 차이를 말하자 이휘는 직접 종지를 가져오라 했다. 방 안에서 소금을 맛보고 눈을 찌푸렸다. 새 소금은 끝에서 흙맛이 아주 조금 남았다. 그는 고향 해안 소금을 먹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분이는 그 말이 더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어떤 것이 고향 것인지 몰라도 차이는 느낄 수 있었다.
“정득보를 파직하면 되는가?”
이휘가 물었다. 분이는 놀라 손을 멈췄다. 세자 호칭만 남았다지만 그의 말은 아직 관원을 움직였다. 파직될 사람이 생기면 기록을 태우고 다른 마을에게 책임을 넘길 수 있었다.
“누가 바꾸었는지 아직 모릅니다. 먼저 받은 경로를 보게 해 주세요.”
그는 잠시 분이를 보더니 내관을 불렀다. 오늘 감사에 공물 운반자도 참석시키라 했다.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받았는지 직접 말할 수 있게 하라는 명이었다. 분이는 소금 종지를 치우면서 오늘은 만두를 반만 드셔도 된다고 말했다.
“먹지 않은 것을 먹었다고 적지만 않으면 됩니다.”
이휘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먹는 일로 거짓말까지 하게 한 줄은 몰랐다.”
분이는 그 말에 바로 위로하지 않았다. 오늘 상이 돌아왔을 때 기록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말보다 빈 그릇표가 먼저 바뀌어야 했다.
정득보는 정오 직전에 왔다. 공물 운반자 둘과 장부를 든 서리가 뒤따랐다. 관원은 주방의 좁은 문을 보며 위생을 지적했다. 장작이 벽 가까이 쌓였다는 말도 했다. 상궁은 불을 건드리지 말고 장부부터 보자고 했다. 요리 중에 장작을 옮기면 불이 흔들렸다.
정득보는 빈 그릇표를 펼쳤다. 어제부터 먹은 양과 배식 양이 나뉘어 있었다. 그는 나인들이 세자의 음식을 마음대로 나눴다고 말했다. 상궁이 세자의 허가를 보여 줬다. 관원의 눈이 허가 칸에서 잠깐 멈췄다.
“마을의 공물이 좋았다면 저하께서 직접 드셨겠지요.”
“드실 분의 사정도 있지 않습니까?”
상궁이 답했다. 정득보는 먹지 않은 순무 만두의 숫자를 가리켰다. 분이는 그 옆에 따로 놓은 소금 표를 내밀었다. 관원은 순무 이야기인데 왜 소금을 꺼내느냐고 했다.
“만두를 남긴 이유를 말씀하시니, 어떤 간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분이는 받은 소금과 원래 소금을 각각 보여 줬다. 운반자 중 하나가 새 항아리는 중간 창고에서 바꿔 받았다고 말했다. 항아리 하나가 깨져 같은 무게의 소금으로 보탰다는 설명이었다. 정득보는 허가된 교체라고 말했다.
“그 허가가 표에 없어서 여쭙습니다.”
상궁이 장부를 밀었다. 운반자는 정득보의 창고에서 받았다고 덧붙였다. 관원은 얼굴색을 바꾸지 않았다. 자기 창고가 운송을 돕는 것은 정상이라고 했다. 소금이 달라도 무게가 같으면 납품에 문제없다는 말이었다.
분이는 항아리의 빈 무게를 보여 줬다. 마을에서 보낸 항아리는 얇고 궁에 들어온 항아리는 두꺼웠다. 같은 총무게로 바꾸면 소금 양은 줄었다. 운반자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어디서부터 수량표를 고쳐 받았는지 말했다. 서리가 적기 시작하자 정득보가 손을 들었다.
“지금은 음식의 품질 감사다.”
분이는 기다리던 두 만두를 접시에 담았다. 같은 순무, 같은 껍질, 다른 소금. 조리한 사람의 기대가 섞이지 않도록 접시 아래에 표시하고 위에서는 구분되지 않게 놓았다. 상궁이 그 순서를 바꿨다. 정득보는 둘을 먹어 보라는 말에 불쾌해했지만 맛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뒤였다.
그는 첫 만두를 먹고 두 번째를 먹었다. 두 번째에서 턱이 멈췄다. 약간의 쓴 끝맛이 남았다. 관원은 분이가 일부러 망쳤다고 말했다. 상궁이 자신이 순서를 바꾸고 같은 속을 넣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서리도 찜통에서 꺼내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휘가 주방 문밖에 나타났다. 모두가 허리를 굽혔다. 세자는 큰 수라상이 아니라 작은 접시를 들고 있었다. 분이가 따로 보낸 만두 한 개의 반이 남았다. 그가 직접 먹은 자리였다.
“맛이 다르더군.”
그는 정득보에게 말했다. 관원은 입을 다물었다. 이휘가 어떤 것을 먹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접시의 표시는 아래에 있었다. 세자는 접시를 상에 놓고 자신이 남긴 반을 분이에게 보였다.
“오늘은 반 개 먹었다. 나머지는 먹지 않았다고 적어라.”
분이는 장부에 그대로 적었다. 그 한 줄은 고향의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납품 불량으로 단정할 수 없게 했다. 세자는 더 파직을 말하지 않았다. 원표와 창고 교체 기록을 내일까지 제출하라는 명만 냈다.
정득보는 운반자를 데리고 떠나려 했다. 상궁은 그들이 짐을 옮길 때 쓴 끈을 납품 확인물로 남기라 했다. 분이는 어린 짐꾼이 말한 먼지 묻은 삼끈을 확인했다. 해안의 수레에서 넘어온 물건은 중간 창고에서 한 번 더 묶였다. 원산지와 궁의 주방 사이에 기록되지 않은 손이 있었다.
감사가 끝난 뒤 은솔이 세자가 정말 반을 먹었다며 기뻐했다. 분이는 그 반 개보다 두 만두가 어디서 달라졌는지 보여 준 일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입가에 묻은 들깨를 보며 웃었다. 이휘는 아직 매운 장국을 못 먹었고 따뜻한 물만 달라고 했다. 어려운 세자의 입도 결국 사람의 입이었다.
상궁은 남은 만두를 새 소금과 묵은 소금으로 나눠 담았다. 새 소금도 물에 녹여 체에 걸러 쓰면 괜찮았다. 버릴 필요는 없었다. 거짓으로 적힌 장부를 바꾸는 것과 먹을 것을 버리는 것은 달랐다. 분이는 여섯 그릇의 저녁을 준비했다.
그때 뒷문에서 어린 짐꾼이 뛰어왔다. 분이에게 고향에서 편지가 왔다고 했다. 평소 아버지의 편지는 순무 씨 주머니와 함께 왔는데 이번에는 관청 봉투였다. 겉면에 가족이 사는 마을 이름과 분이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다.
은솔이 열어 보라고 했다. 분이는 봉투의 풀 바른 자리를 살폈다. 한 번 열었다 다시 붙였다. 안에는 아버지의 짧은 편지와 밀명이라는 글자가 찍힌 종이 한 장이 있었다. 내일 창고 교체가 처음부터 마을의 요청이었다고 증언하라는 지시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물 감면을 없애고 이번 겨울 순무를 전부 징발한다는 말이 아래에 붙었다. 분이는 칼을 쥔 손을 놓았다. 냄비 속의 맑은 장국이 끓었다. 그녀는 먼저 불을 낮췄다. 가족의 마을을 지키려 해도 오늘 저녁을 태울 수는 없었다. 밀명은 젖은 손이 닿지 않는 마른 도마 위에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