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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없는 세자의 밥상3화

왕관 없는 세자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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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궁 밖 가족에게 온 밀명

유분이는 밀명을 이휘에게 곧장 가져가지 않았다. 먼저 아버지의 편지를 세 번 읽었다. 글씨가 평소보다 컸고 획 끝이 번졌다. 추운 방에서 떨리는 손으로 쓴 글이었다. 딸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있고, 무엇을 증언하겠다는 답은 없었다.

그녀는 봉투를 가져온 짐꾼에게 어디서 받았는지 물었다. 아이는 중간 창고의 마부에게서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직접 보낸 것이 아니라 아버지 편지와 관원의 지시가 같은 창고에서 합쳐졌다. 분이는 그 경로를 빈 그릇표가 아닌 별도 종이에 적었다.

박옥련 상궁이 편지를 읽고 문을 닫았다.

“내일은 네 아버지가 불려올 수도 있다.”

“거짓말 안 하시면 마을을 거둔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을 하셔도 그 약속이 지켜진다는 말은 없구나.”

분이는 손을 무릎에 올렸다. 자신이 아버지 대신 관원에게 사정하면 조용히 끝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산지를 바꾼 일을 덮으면 다음 공물도 줄고, 부족한 양은 다시 마을에서 나왔다. 이번 밀명은 한 번의 거짓말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앞으로도 입을 다물라는 뜻이었다.

상궁은 은솔에게 주방 일을 맡기고 분이와 함께 세자의 방으로 갔다. 이휘는 밀명의 도장을 한참 보았다. 왕실의 인장이 아니라 공물 담당 관청의 도장이었다. 봉투에 밀명이라 썼다고 왕이 직접 내린 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득보가 넘겨받은 권한보다 큰 일을 적었다.”

이휘가 말했다.

“그래도 제 마을에서는 도장만 보면 따라야 합니다.”

분이는 답했다. 권한이 없다는 설명으로 가족의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관원이 토지를 거둔다고 하면 농부는 누가 취소해 줄지 알 수 없었다. 이휘는 아버지를 별궁으로 부르라 했다. 그는 가족을 협박한 일을 추궁하려 했으나 분이는 마부도 함께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만 오시면 제가 부른 자리에서 다시 증언하셔야 합니다. 실제 운송한 사람이 같은 말을 해야 합니다.”

세자는 내관에게 그 명을 내렸다. 마을의 감면을 검토하던 감사는 기록을 확인할 때까지 중지됐다. 분이는 그 중지가 마을에도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휘는 내관을 하나 더 보내 관원의 밀명과 다른 명이 함께 도착하지 않게 했다.

그날 밤 분이는 별궁에서 처음으로 고향 만두를 큰 솥 가득 빚었다. 감사에 참석할 사람과 주방 사람, 짐꾼까지 모두의 아침을 만들었다. 메밀을 체에 치자 굵은 가루가 남았다. 버리지 않고 끓는 물에 풀어 묽은 죽을 따로 만들었다.

은솔이 주걱을 잡고 물었다.

“저하 드실 것은 따로 빚습니까?”

“같은 솥에서 찔 거야.”

“접시는?”

“따로. 저하는 손이 작으시니까 작은 걸로.”

은솔이 웃음을 터뜨렸다. 왕관을 잃은 세자의 손이 실제로 작은 것은 아니었다. 적게 먹는 사람에게 큰 접시를 줘서 남기는 양만 커 보였던 것이다. 분이는 여섯 만두가 놓이던 접시 대신 두 개가 놓일 작은 접시를 골랐다.

아버지 유대식은 동이 틀 무렵 도착했다. 밤길을 달려 옷에 순무 밭의 흙이 아직 묻어 있었다. 분이는 문 앞에서 그를 안으려다가 궁녀의 인사를 먼저 했다. 아버지는 어색하게 모자를 벗었다. 둘은 주방의 따뜻한 화로 앞에서 잠깐 앉았다.

“네가 음식 잘한다고 소문이 났더라.”

아버지가 말했다.

“그 소문은 누가 냈습니까?”

“밀명 가져온 사람이. 세자가 한 개씩 비우신다고.”

분이는 만두를 꺼내 아버지에게 줬다. 그 한 개를 세자가 먹었다는 소문도 관원이 만들었다. 좋은 재료를 보냈다고 자랑할 때는 그 소문을 쓰고, 감면을 없앨 때는 대부분 남겼다는 기록을 썼다. 같은 밥상이 필요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됐다.

아버지는 뜨거운 만두를 손바닥으로 굴리고 반을 먹었다. 속이 두꺼워졌다고 했다. 분이는 씹는 맛이 있어야 좋다고 답했다. 잠시 두 사람은 마을의 물 높이와 올해 순무 크기를 말했다. 궁과 관원의 이름이 없는 대화는 짧았지만 분이의 손을 덜 떨리게 했다.

마부는 해가 떠서야 들어왔다. 정득보가 수레를 점검해야 한다며 붙잡았다가 세자의 두 번째 내관이 직접 데려왔다. 마부의 수량표에는 해안 항아리가 깨졌다는 말이 없었다. 대신 중간 창고에서 항아리를 모두 내려놓고 다른 항아리를 받았다는 운송 메모가 있었다.

그는 그 메모를 관원에게 제출하지 않았다. 운반 품삯을 받으려면 짐을 갈아 실은 횟수를 증명해야 했다. 자신에게 남겨 둔 기록이 납품 산지를 확인할 증거가 됐다. 분이는 그 종이를 보면서 어제 받은 항아리 셋의 번호와 맞췄다.

정득보는 서리 둘과 들어왔다. 아버지가 주방에 앉은 것을 보고 먼저 분이와 무엇을 말했는지 물었다. 유대식은 만두가 맛있다고 말했다. 관원은 장난하러 온 자리가 아니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자기 딸이 만든 음식을 먹었으니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이휘가 나타났다. 그는 모두를 주방 밖 넓은 식당에 앉혔다. 그릇을 세우는 큰 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먹을 낮은 상이었다. 분이는 만두와 장국을 놓고 납품표를 그 옆의 마른 판 위에 폈다. 먹으면서 문서를 더럽히지 않도록 자리를 나눴다.

정득보는 산지의 작은 차이로 왕실의 일을 흔드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분이는 산지가 다른 소금도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잘 걸러 쓰면 오늘의 장국에도 넣을 수 있었다. 다만 다른 원산지와 다른 양으로 바꾼 것을 원래 것이라 적으면 누가 부족한 공물을 냈는지 거짓이 된다는 말이었다.

“맛이 나쁘지 않으면 된 것 아닙니까?”

정득보가 물었다. 이휘가 작은 접시를 앞으로 놓았다. 만두는 한 개 반이 남았다.

“내가 반만 먹었다면 나머지 한 개 반은 나쁜 음식인가?”

관원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이휘는 자기 식사량이 적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위장의 사정도 있고 별궁에 오며 식욕이 줄었다고 말했다. 수라간과 납품 마을의 잘못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분이는 빈 그릇표를 펴 실제 먹은 양과 반출 양을 보여 줬다. 은솔이 아이들에게 보낸 음식도 숨기지 않았다. 세자의 허가 전 사흘은 자신이 몰래 보냈다고 나인이 직접 말했다. 이휘는 자신이 알고도 말하지 않은 책임을 적게 했다. 나인 혼자 훔친 일로 남기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소금의 교체 경로가 확인됐다. 마부가 받은 항아리와 내린 항아리를 설명했고 고향 마을에서 보낸 수령표가 나왔다. 유대식은 자기 마을이 교체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명은 그에게 다른 말을 시키려 내려온 것이었다.

정득보는 밀명이 위조됐을 수 있다고 했다. 분이는 봉투를 전달한 마부를 가리켰다. 마부가 관청의 내관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서리 하나가 도장을 확인하고 관원 본인의 문서함에 있는 인장과 같다고 답했다. 그의 깨끗한 손에서 오늘 처음 잉크가 묻었다.

이휘는 바로 파직을 외치지 않았다. 별궁 납품 기록을 상급 관청에 넘기고, 조사 동안 정득보의 창고를 거치는 운송을 중지하라고 했다. 마을의 감면은 원래 약속대로 이번 겨울 적용하게 했다. 그 명에는 날짜와 대상 마을을 적었다. 막연히 봐주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분이는 명이 완성된 뒤 아버지에게 한 부를 건넸다. 아버지는 종이를 접기 전에 정확히 읽어 달라고 했다. 겨울 순무를 전부 내지 않아도 되는지, 어느 수레를 쓰면 되는지, 담당자가 바뀌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이휘는 내관에게 그 답도 별도로 적어 주게 했다.

감사가 끝나자 만두가 식었다. 분이는 식은 만두를 다시 오래 찌지 않았다. 껍질이 터졌다. 대신 넓은 팬에 참기름을 바르고 밑면만 구웠다. 메밀 껍질이 바삭해지고 들깨 향이 다시 올라왔다. 같은 음식을 두 번 먹어도 다른 맛이 됐다.

이휘는 구운 만두를 보고 젓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한 개를 다 먹었다. 은솔이 장부에 적으려 하자 분이가 먼저 저녁 배식을 확인하라고 했다. 하나 먹었다고 세자가 낸 반응을 소문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휘의 귀가 붉어진 것을 보고 장국의 고춧가루를 더 넣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먹어도 고향 음식인가?”

그가 물었다.

“고향 사람도 남은 만두는 굽습니다.”

“그럼 매일 새것을 만들 필요는 없겠군.”

“날마다 남길 계획부터 세우시면 곤란합니다.”

이휘가 처음으로 짧게 웃었다. 분이는 그 웃음보다 작은 접시가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을 오래 봤다. 궁의 높은 자리를 잃은 사람도 입맛 하나를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오늘 장부에 ‘한 개’라고 적고 먹은 이유는 적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직접 말할 일이었다.

아버지는 낮 수레를 타고 돌아갔다. 고향으로 보낼 만두를 감싼 종이 안에 분이가 짧은 편지를 넣었다. 올해 남은 순무는 시장에도 팔고, 공물만 생각하며 밭을 늘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딸의 손등을 보고 다음에 좋은 칼집을 보내겠다고 했다. 궁녀가 된 뒤에도 딸의 일은 손으로 하는 일이었다.

정득보의 장부를 정리하던 내관이 밤에 분이를 불렀다. 이전 수라간의 운송표 한 장이 별궁 납품 기록에 섞여 있었다. 이휘가 폐위되기 전날 받은 음식의 재료표였다. 소금의 원산지와 수레를 갈아탄 창고가 오늘 확인한 장소와 같았다.

분이는 그 한 장으로 폐위 음모를 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이휘가 고춧가루 앞에서 귀를 붉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가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묻는 일은 전보다 덜 막막했다. 그녀는 장부를 덮고 내일의 작은 접시를 씻었다. 빈 밥상 하나를 처음으로 다음 식사의 약속으로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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