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 청소팀장이 마지막 흔적을 본다

3화: 청소차가 떠나지 못한 밤
유태식의 청소차는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침대 아래에서 발견된 열쇠고리와 성민의 장갑에서 나온 섬유가 감식 중이었다. 경찰은 침실 구역의 청소를 보류하라고 요청했고, 유족 고은주는 방을 비워야 할 일정이 다가온다고 했다. 태식은 현장 인계 범위가 바뀌었는지 확인하려고 최도현 경위에게 연락했다.
“작업을 멈춰 달라는 건 침실만입니다. 나머지는 진행해도 됩니다.”
“그럼 청소차에 싣는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죠? 침실 물건과 섞이지 않도록 다시 분류해야 합니다.”
“그건 현장에서 판단해 주세요.”
태식은 “현장 판단”이라는 말이 범위를 넓히는 허가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침실 문을 봉인하고, 거실과 복도에서 나온 물건만 따로 실었다. 도현은 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추가 확인이 끝날 때까지 침실로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라희는 작업자들을 복도에서 쉬게 했다. 성민은 장갑에 묻은 섬유 때문에 경찰이 자신을 의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제가 그 열쇠고리를 봤을 때 닦인 자국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오래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손을 댔어?”
“아니요. 그래도 가까이 있었으니까 묻었을 수 있잖아요.”
태식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의심해서도 안 되고, 가능성을 숨겨서도 안 됐다. 그는 성민에게 그날 입었던 작업복과 장갑의 착용 시간을 적게 했다. 성민은 자신이 언제 장갑을 갈았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라희가 교대 체크표를 찾아 시간을 보완했다.
“제가 먼저 말했어야 했습니다.” 성민이 말했다.
“너는 발견한 뒤에 바로 알렸어. 그게 우선이야.”
성민은 안도하지 못했다. 태식은 그에게 현장 밖에서 기다릴지, 팀과 함께 남을지 선택하게 했다. 성민은 자신이 남아야 한다고 했지만, 태식은 그를 감식팀과 대면시키는 대신 장비 정리를 맡겼다. 사건 물건과 업무 장비가 뒤섞이지 않도록 청소차의 상자와 봉인을 다시 점검했다.
유족 은주는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현장에 다시 왔다. 열쇠고리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환이 보류된다는 안내를 들었다. 그녀는 “동생 물건을 찾았는데 또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경찰에 반환 요청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인계 번호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요.” 도현이 설명했다.
“그 번호를 외워야만 제 물건을 찾는 건가요?”
도현은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태식은 은주에게 인계서 사본과 담당자 연락처를 다시 건넸다. 그녀는 종이를 받아 들고도 접지 않았다. “이 종이가 있어도 동생을 돌려주는 건 아니네요.”
“네. 그건 맞습니다.”
은주는 그 대답을 듣고 눈을 감았다. 태식은 억지로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이미 수거된 액자와 셔츠가 안전하게 보관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은주는 그 물건을 언제 가져갈지 다음 날 연락하겠다고 했다.
청소팀은 복도와 거실의 작업을 마쳤다. 침실은 경찰이 제외 구역으로 표시했고, 태식은 문 앞에 작업 중지 표지를 붙였다. 업체 사무실에서는 현장 전체가 끝나지 않았으니 청소차를 비우지 말라고 했다. 차량에 실린 폐기물은 별도 처리 시설로 가져가야 했지만, 경찰 확인이 끝나기 전에는 출발할 수 없었다.
라희는 추가 대기 시간에 대한 인건비를 기록했다. 성민은 “차량이 밤새 여기 있으면 다른 예약에 늦겠네요”라고 말했다. 태식은 그 걱정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물건을 폐기물로 처리하면 안 돼.”
그는 사무실에 현장 보류로 발생한 비용과 이유를 보내고, 청소차 이동 경로를 대기 상태로 유지했다. 회사는 책임 소재를 물었지만, 태식은 현장 인계 요청 시각과 경찰의 추가 확인 지시를 함께 첨부했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기보다 작업이 왜 멈췄는지 명확히 남겼다.
밤이 깊어지자 도현에게서 열쇠고리의 섬유 분석 결과가 왔다. 성민 장갑에서 나온 섬유와 유사했지만, 동일한 소재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섬유는 여러 종류의 청소포와 작업복에서 흔히 발견되는 합성 재질이었다. 열쇠고리 표면의 닦인 자국은 사건 전인지, 구조대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 성민 씨가 만졌다는 뜻은 아니네요.” 태식이 말했다.
“그렇게도 말할 수 없고, 반대로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미확정입니다.”
성민은 그 말을 들으며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그는 계속 현장에 남아 있었지만, 침실 문 앞에는 가지 않았다. 태식은 그를 몰아내지 않고, 자신이 보았던 시간과 거리만 더 진술하도록 했다. 성민은 열쇠고리가 침대 아래로 밀려들어간 각도가 바닥의 눌린 먼지와 맞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누가 거기 두고, 손으로 한 번 밀어 넣은 것 같았어요.”
“그때 그 생각을 기록했어?”
“아니요. 그냥 먼지만 닦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식은 그 진술을 추가로 기록하고 도현에게 전달했다. 청소팀이 수사에 개입하지 않도록, 자신이 본 범위와 추측을 분리했다. 성민은 “제가 말을 괜히 보탠 건가요?”라고 물었다.
“추측도 추측이라고 표시하면 도움이 될 수 있어.”
“그럼 그 물건을 누가 옮겼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직은 모르지.”
은주는 아파트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비워야 할 새 일정을 물었다. 관리인은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룰 수 있다고 했다. 은주는 화가 나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경찰이 방을 막고 있고, 청소팀도 기다리는데 왜 제 탓을 해요?”
태식은 통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은주가 동의한 뒤, 작업 보류 구역과 남은 작업 일정만 관리인에게 설명했다. 그가 보증금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작업이 중단된 이유를 증명하는 확인서를 써 줄 수 있었다. 은주는 그 확인서를 받아 관리인에게 보내기로 했다.
“여기서 오늘 다 끝낼 수는 없어요.” 태식이 말했다. “경찰이 침실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남은 작업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은주는 대답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문 앞에 선 채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태식은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라희가 밖에 나가도 되는지 물었고, 은주는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잠시 뒤 은주는 다시 올라왔다. 집주인이 보증금 문제를 내세워 다음 주까지 방을 비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경찰 확인이 더 늦어지면 동생의 물건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태식은 자신이 보관 장소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남은 물품을 유족이 직접 가져갈 때까지 작업 범위를 고정해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방 안의 물건은 그대로 두는 거죠?”
“경찰이 확인할 때까지 그대로 둡니다. 옮길 수 있는 물건은 목록을 만들고, 보관 가능한 상자에 넣어 잠가 둘 수 있어요. 단, 경찰 동의가 먼저 필요합니다.”
은주는 창고 임대료를 걱정했다. 태식은 센터 피해자 지원 창구에 임시 보관 연계를 문의하겠다고 했지만, 이용 가능 여부를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진호에게 연락해 긴급 보관 상담이 가능한 기관을 확인했다. 은주는 전화 통화에 동의했고, 지원 담당자는 당일 임시 보관함 한 칸을 예약해 주었다. 비용은 면제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당장 물건을 버릴 필요는 없었다.
“동생이 남긴 걸 아무렇게나 넣고 싶진 않아요.” 은주가 말했다.
“포장 전에 목록을 함께 읽고, 당신이 확인한 뒤 봉인하겠습니다.”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라희는 제외 구역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표시하고, 성민은 상자에 물품 번호를 붙였다. 침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그들은 문 밖에서 관찰 가능한 것만 목록에 적었다. 은주는 물건 이름을 대고, 태식은 확인을 반복했다. 목록에는 ‘서랍 안 편지, 미확인’, ‘옷장 셔츠 1점’, ‘바닥 열쇠고리, 경찰 보관’처럼 구체적인 상태가 적혔다.
작업은 빨라지지 않았지만, 은주는 적어도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직접 가져갈 액자와 셔츠를 선택했고, 다른 물건은 경찰 확인 뒤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태식은 그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그날 밤, 청소차는 주차장에 그대로 남았다. 팀원들은 차량 안에서 휴식을 나눠 가며 현장 보류 시간을 기록했다. 새벽 근무를 맡은 성민은 차에서 내려 침실 문을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봉인 상태를 복도 반대편에서 살폈다.
도현은 자정이 넘어서야 다시 도착했다. 경찰은 열쇠고리와 인계 목록을 대조하던 중, 사건 당일 도착한 응급대원 한 명이 물건을 잠시 옮겼다고 진술한 사실을 전했다. 그 대원은 생존자를 찾으려고 침대 밑을 비췄지만, 열쇠고리를 봤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침대 밑 물체의 위치는 구조 과정에서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 우리가 본 흔적은 사고 이전의 것이 아닐 수도 있네요.” 라희가 말했다.
“그래. 그래서 우리는 계속 범위 밖에 머물러야 해.”
도현은 다음 날 오전에 침실을 다시 인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소차가 떠나지 못한 이유와 추가 비용은 인계서에 첨부됐다. 태식은 그 문서를 은주에게 전달하고, 그녀가 도착할 때까지 남은 작업을 보류했다.
차량이 출발하기 직전, 경찰로부터 새 연락이 왔다. 침대 밑에서 발견된 작은 나무 열쇠고리는 피해자의 것이 아니었다. 가족이 기억한 ‘ㅈ’ 표식은 없고, 고리 안쪽에 다른 이름의 첫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태식은 청소차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 물건은 유품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현장에 놓고 간 흔적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