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12화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AD
스폰서 광고

12화: 아카데미 경진대회

표적석이 다시 울리기 전에 카엘은 총기를 내려놓았다.

"내일 아침 첫 종까지 사격장에 입장해라."

심의관이 대여 장부를 탁자에 펼쳤다.

"여기 있는 장비는 쓸 수 있다. 파손분은 출품자 부담이다."

엘레나가 창밖을 보았다. 해가 벌써 본관 지붕 뒤로 기울고 있었다.

"몸을 만들고 적응까지 끝내려면 밤을 새워도 빠듯해요."

카엘은 장부보다 빈 은판을 먼저 끌어당겼다. 계약 상대의 이름을 적을 자리에 '미상. 표적석의 사격 잔향'이라고 새겼다.

삼십 보 이내의 시험 사격. 낮은 반동부터 조정할 것. 사수가 원하면 발사를 멈추고 표적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그가 조건을 읽자 돌 안에서 가느다란 떨림이 일었다.

"접촉에 동의하시면 두 번 두드려 주십시오. 원치 않으시면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딱. 딱.

카엘은 은판 끝을 돌의 조준 구멍에 댔다. 퇴로를 남긴 세각 룬이 밝아졌다. 은판을 타고 자갈 긁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뒤는."

엘레나가 렌즈를 돌렸다.

"뒤를 보라는 뜻인가요?"

"비었나."

레오노르가 벽 맞은편에 놓인 의자를 옮겼다. 조준 구멍 너머에 빈 벽만 남았다. 돌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카엘은 은판에 한 줄을 더 새겼다.

"표적 뒤를 확인하기 전에는 쏘지 않는다. 이 조건도 넣겠습니다."

이번에는 답이 빨랐다.

딱. 딱.

"성함은 기억나십니까?"

긴 침묵이 흘렀다. 약한 파형이 총기 윗부분으로 뻗었다. 엘레나가 렌즈로 그 끝을 짚었다.

"가늠쇠를 보고 있어요."

"이름을 떠올리실 때까지 가늠쇠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두 번의 진동이 은판에 남았다.

카엘은 호칭을 적은 뒤 계약 조건을 다시 읽었다. 끝까지 듣고 난 잔향이 두 번 응답했다.

레오노르가 검집을 작업대 아래에 기대 놓았다.

"새 몸을 얻어도 쏘지 않을 수 있다. 기억해 두어라."


엘레나는 대여 장부에 마도 총기 한 정과 연습용 관절 프레임, 소형 코어, 태엽 송탄기를 적었다. 은판과 청휘석은 두 사람의 재료함에서 꺼냈다.

"크로스보우까지 맞출 시간은 없어요."

"총기부터 검증합니다. 다리도 잠그겠습니다."

카엘은 무릎의 굽힘 기어를 빼고 고정쇠를 끼웠다. 회전하는 허리 위에 가느다란 흉곽과 두 팔이 올라갔다. 머리를 대신한 청휘석 렌즈가 총열 위로 길게 뻗었다.

단일 코어의 가는 빛이 감각로를 채웠다. 엘레나는 총열 아래에 세 발짜리 탄창을 물렸다. 태엽 송탄기가 다음 탄환을 밀어 올릴 공간을 확인한 뒤 덮개를 조였다.

카엘은 표적석에서 인형의 손잡이 아래까지 은선을 이었다. 열린 퇴로가 돌과 새 몸 사이에서 빛났다.

"준비되셨습니까?"

두 번의 진동 뒤에 인형의 손가락이 닫혔다.

엘레나는 총기 출력을 낮추고 사로 끝의 모래 상자를 확인했다. 레오노르가 빈 사로에서 물러난 뒤 첫 시험탄이 장전됐다.

탁!

탄환은 모래 상자의 윗테를 때렸다. 가늠쇠의 머리가 뒤로 꺾였다. 렌즈를 채우던 빛이 흐려지더니 은선을 따라 돌로 빠져나갔다.

카엘은 손잡이를 잡으려다 멈췄다. 인형은 빈 채로 서 있었다.

"눈이. 없어졌다."

표적석에서 짧은 말이 새어 나왔다.

엘레나는 측정판을 카엘 앞에 밀었다. 발사 순간 반동 파형이 조준 파형을 뒤덮고 있었다.

"완충판이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을 조준선까지 같이 번역했어요. 시야가 통째로 흔들린 거예요."

"반동을 더 죽여 보겠습니다."

카엘이 조정 나사를 집자 돌이 한 번 울렸다.

"쐈는지. 알아야."

그는 나사를 내려놓았다. 없애야 할 것은 감각 전체가 아니었다.

엘레나가 은판 위에 두 갈래 선을 그었다.

"조준선은 여기로 따로 보내요. 어깨에는 작은 진동만 남기고요."

카엘은 감각로 하나를 긁어 내고 어깨 뒤로 새 홈을 냈다. 은가루가 손등에 쌓였다. 그가 퇴로의 폭을 확인하는 동안 엘레나는 완충판의 복귀 속도를 재었다.

새 룬을 설명한 뒤 두 사람은 기다렸다.

잠시 후 돌에서 빠져나온 빛이 다시 인형의 렌즈에 모였다.

두 번째 탄환은 모래 상자 중앙에 박혔다. 렌즈는 목표를 놓치지 않았다. 가늠쇠의 왼손이 제 어깨에 닿았다.

"여기. 맞다."

엘레나가 숨을 길게 뱉었다. 벽의 시험용 계시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완충판이 돌아오려면 이 속도로 세 박자예요. 그전에는 조준이 틀어져요."

시험 거리를 열 보에서 삼십 보까지 늘리는 동안 창밖이 검어졌다. 장전할 때마다 가늠쇠는 뒤를 확인했다. 레오노르는 말없이 사로의 빈자리를 보여 주었다.

카엘은 마지막 시험탄을 빼고 관절 덮개를 닫았다.

엘레나의 장부에는 빌린 부품의 값 아래로 지운 룬의 수와 깨뜨린 은판의 값이 늘어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사격장 양쪽 관람석에 서로 다른 색의 학과 깃발이 걸렸다.

사환술학과 학생들은 카엘의 인형을 내려다봤다. 연금학과 학생들은 옆에 선 엘레나를 먼저 알아봤다.

"수석이 왜 저쪽 출품작에 이름을 올렸지?"

"시체 대신 총을 세워 놓으면 사환술이 된다는 건가."

카엘은 출품표를 고정했다. 제작자 칸에는 자신의 이름이 있었고 반동·탄도 공동 검증 칸에는 엘레나의 이름이 있었다.

그녀는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계약 사수. 가늠쇠.

심사위원이 사로 끝을 가리켰다. 삼십 보 너머에 붉은 목제 원반 세 개와 청색 사람 모양 판들이 걸려 있었다.

"표적 배열은 시작 직전에 추첨한다. 붉은 원반만 맞혀라. 청색 보호판을 손상하면 감점이다. 탄환이나 화살은 세 발씩 지급한다. 제한 시간은 계시종 삼십 박자다."

점수가 같으면 먼저 끝낸 쪽이 이겼다. 원반과 보호판은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 움직였다. 시험 중에는 조종자의 말과 마력 신호가 모두 금지됐다.

앞선 사환술학과 참가자가 시체 사수를 세웠다. 가죽끈 아래에서 썩은 손목이 드러났다. 학생이 미리 새긴 명령식에 마나를 채우자 사수가 크로스보우를 들었다.

열한 번째 종이 울리기 전에 붉은 원반 세 개가 흔들렸다.

관람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곧 심사위원이 청색 판 하나를 뒤집었다. 가장자리에 화살이 스친 홈이 나 있었다.

"세 표적 적중. 보호판 한 곳 손상."

참가자의 턱이 굳었다. 기록은 빨랐지만 보호판이 들어오는 순간까지 명령을 바꾸지는 못했다.

카엘의 차례가 됐다.

그는 고정 다리를 사대에 잠그고 퇴로를 이은 표적석을 프레임 발밑에 놓았다. 엘레나가 지급받은 세 발을 탄창에 채웠다. 두 사람은 감독관 앞에서 시험용 측정선을 뽑았다.

바르토스가 관람석 맨 앞에서 인형의 무릎을 보고 있었다.

"걷지도 못하는 몸이군."

카엘은 대꾸할 시간을 관절 확인에 썼다. 가늠쇠의 어깨가 한 번 움직였다. 준비됐다는 표시였다.

차단선 밖으로 물러난 카엘의 양 손목에 감독관이 측정 고리를 채웠다. 엘레나도 같은 고리를 받았다.

감독관이 봉인 통에서 배열표를 뽑았다. 가림막 뒤에서 표적 걸쇠들이 자리를 바꿨다.

계시종이 시험실에서 듣던 간격으로 울렸다.

붉은 원반이 드러났다. 가늠쇠가 총구를 돌렸다.

그러나 쏘지 않았다.

두 번째 종. 세 번째 종.

붉은 원반 뒤로 청색 판의 팔이 천천히 지나갔다.

"고장 났어?"

관람석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카엘의 엄지가 장갑 안으로 말려들었다. 여기서는 한마디만 해도 검증이 끝났다.

그는 입술을 다물었다.

아홉 번째 종과 함께 청색 팔이 사선 밖으로 빠졌다.

탁!

첫 원반의 중앙이 뚫렸다. 뒤편 보호판은 흔들리지 않았다.

딸깍. 송탄기가 다음 탄환을 올렸다.

가늠쇠는 어깨의 진동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완충판이 돌아오자 허리가 돌았다. 열다섯 번째 종에 두 번째 원반이 깨졌다.

마지막 원반은 청색 판의 가슴과 겹쳐 있었다.

총구가 그 앞에서 멈췄다.


스물네 번째 종이 울렸다.

청색 판은 마지막 원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조금 벌어진 틈은 곧 다시 닫혔다. 카엘은 겹쳐진 두 궤도를 바라봤다.

엘레나가 기록판 가장자리를 세게 쥐었다.

"남은 시간 여섯 박자."

감독관의 목소리가 사대에 떨어졌다.

가늠쇠의 총구가 원반보다 조금 앞을 향했다. 두 판이 벌어지는 속도는 느렸다. 방아쇠에 얹힌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물일곱 번째 종.

청색 판의 어깨가 조준선 밖으로 벗어났다. 푸른 렌즈가 가늘게 빛났다.

탁!

붉은 나뭇조각이 흩어졌다. 청색 판은 상처 하나 없이 그 사이를 지나갔다. 탄환은 뒤편 모래벽에 박혔다.

심사위원이 종을 멈췄다. 감독관은 카엘과 엘레나의 측정 고리를 차례로 확인했다.

"외부 신호 없음."

가늠쇠는 마지막 원반이 달렸던 고리를 한 번 더 살폈다. 총구를 내린 뒤 빈 탄창을 열었다.

"지정 표적 세 개 적중. 보호판 손상 없음. 본선 진출."

연금학과 쪽에서 먼저 의자가 밀렸다. 누군가 사격 간격을 적은 종이를 옆 사람에게 내밀었다. 사환술학과 학생 둘은 고개를 빼고 인형의 열린 손잡이 밑을 보았다.

"저 틈으로 영혼이 나가면 어떻게 하지?"

"안 나갔잖아."

엘레나는 기록판에 마지막 탄착점을 찍었다. 펜촉이 조금 떨렸다.

"반동이 조준선을 덮지 않았어요. 세 발 모두요."

모르가트가 심사석에서 내려와 결과표에 서명했다.

"이 기록은 소유권 심의에 추가한다. 최종 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카엘은 결과표를 받아 증거함에 넣었다.

"이번에는 확인할 것이 늘었군요."

그가 사대 고정쇠를 풀려고 몸을 낮추자 가늠쇠의 손이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뒤에. 아무도."

"예. 아무도 맞지 않았습니다."

가늠쇠는 더 말하지 않았다. 렌즈를 덮던 푸른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바르토스가 사대 옆으로 다가왔다.

"발을 박고 쏠 때는 제법이군. 내일 본선에서는 사대 밖에서도 그럴 수 있겠나?"

그가 건넨 대진표에는 이동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카엘은 인형의 잠긴 무릎을 내려다봤다.

밖에서 무거운 차륜 소리가 났다. 여섯 사람이 미는 반입 수레가 대회장 문턱을 넘었다. 수레 옆에는 바르토스 로엔의 출품표가 매달려 있었다.

검은 덮개 밑에서 단 냄새와 방부액 냄새가 함께 밀려왔다.

수레가 멈췄다. 덮개 아래의 거대한 발 하나가 바닥을 짚었다.

레오노르의 손이 검자루에 얹혔다. 엘레나가 가늠쇠를 옮길 운반대를 사대 옆으로 밀어 왔다.

카엘은 마지막 사대 고정쇠를 풀었다.

"그럼 이번에는 설 자리부터 만들겠습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