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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8화

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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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아스트라 길드

성우는 원룸 현관문을 잠그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현장 진입까지 남은 시간: 2시간 47분]

서아린은 계단을 내려가며 태블릿을 살폈다.

“협회에서 긴급 점검 공략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아카샤가 이의를 유지하고 있어서 정식 공략권은 아직 우리에게 없습니다.”

“그래서 점검을 하러 가는 겁니다.”

“점검 중 사고가 나면 아카샤는 우리에게 무단 침입과 공략권 침해를 동시에 씌울 겁니다.”

“그럼 사고가 나지 않게 하면 되겠네요.”

성우는 차 문을 열었다. 아린은 운전석에 앉기 전에 그를 돌아보았다.

“대표님. 운영 준비금은 이백칠십만 원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협회가 요구하는 긴급 안전 보증금은 이백만 원입니다. 전부 내면 사무실 임대와 장비 대여를 시작할 돈이 거의 남지 않아요.”

“아스트라의 첫 지출이군요.”

성우는 잠시 생각한 뒤 태블릿을 내밀었다.

“납부하세요.”

아린의 손이 멈췄다.

“정말 전부요?”

“공략권을 얻기 위한 보증금이 아니라 계약 장치를 확인할 권리를 사는 겁니다. 아카샤가 숨긴 조항을 공개하면 공략권보다 더 큰 자산을 얻을 수 있겠죠.”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요?”

“그때는 비싼 점검 비용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아린은 태블릿을 두드렸다.

[아스트라 운영 준비금에서 2,000,000원을 긴급 안전 보증금으로 이체합니다.]

“조건을 붙였습니다.”

“뭡니까?”

“현장 기록 전체 공개. 원본 장치의 협회 보관. 아카샤와 협회 담당자 모두 현장 입회. 셋 중 하나라도 거부하면 보증금은 반환되는 조건입니다.”

아린은 대꾸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차가 마포의 골목을 빠져나가 강서 외곽으로 향했다.

폐정수장 통제소 앞에는 협회 차량 두 대와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먼저 와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려 성우 일행을 보자 시계를 확인했다.

“아스트라 대표 윤성우 씨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카샤 운영감사팀 최민석입니다. 이의 신청 심사 전까지 게이트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긴급 점검도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뒤에서 한지민이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성우 씨. 신청은 접수됐지만 최민석 씨가 현장 위험을 이유로 보류를 요구했습니다.”

아린은 곧장 서류를 펼쳤다.

“보류 근거를 확인하겠습니다. 일반 공략권 분쟁이라면 점검 자체를 막을 권한은 협회에도 아카샤에도 없습니다.”

최민석이 비웃었다.

아린이 태블릿 화면을 돌려 보였다. 아카샤의 이의 신청서와 협회 공개 양식이 나란히 떠 있었다.

“여기에는 ‘관측자의 담보’라는 고대 문자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협회 표준 양식에는 없는 문구죠. 이 조항의 원문과 승인자를 공개하지 않으면 아카샤가 보유한 공략권 자체가 불법 담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지민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계약 문자를 확인하더니 최민석을 바라보았다.

“아카샤가 이 조항을 협회에 신고한 기록이 없습니다.”

“기업 내부 계약입니다.”

“공적 보증으로 넘겨진 게이트에 기업 내부 계약을 근거로 출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최민석의 표정이 굳었다.

아린은 마지막 페이지를 내밀었다.

“긴급 안전 보증금은 이미 납부했습니다. 이의 신청이 장치 점검을 막는다면 아카샤가 장치의 원본을 보관하고 있다는 뜻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성우는 최민석의 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공략권을 훔치러 온 게 아닙니다. 아카샤가 공략권에 숨겨 둔 돈줄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막고 싶다면 협회 앞에서 장치가 없다고 말하면 됩니다.”

최민석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지민이 출입 단말기에 손을 올렸다.

“긴급 점검을 승인합니다. 현장 영상은 협회 서버에 실시간 저장하고 담당자 전원이 서명하겠습니다.”

“한지민 씨!”

“규정에 따른 결정입니다.”

게이트 봉인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녹색 안개가 흘러나왔다.

아린이 그를 막아섰다.

“현장 기록 장비는 협회 것만 사용합니다.”

성우가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세요. 대신 손대면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최민석도 이를 악물고 뒤를 따랐다.


폐정수장 지하의 통로는 지난번보다 훨씬 조용했다.

마수의 울음소리 대신 벽마다 검은 문양이 이어져 있었다. 문양은 심장처럼 느리게 맥동했고 바닥을 걷는 사람들의 발밑으로 가느다란 빛을 흘렸다.

아린이 무릎을 굽혀 바닥을 살폈다.

“이건 길 안내가 아니에요. 발자국의 무게와 마력량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찾는 거죠?”

“계약번호 77-13-04에 연결된 사람입니다.”

최민석이 뒤에서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윤성우 씨가 먼저 나가야 합니다. 계약번호의 당사자가 들어오면 장치가 방어 모드로 전환될 수 있어요.”

아린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방어 모드가 아니라 증거 인멸 모드겠죠.”

그 순간 벽의 문양이 동시에 붉게 변했다.

[계약 담보의 원 소유자가 접근했습니다.]
[무단 권능 회수 시도를 감지합니다.]
[담보 집행을 시작합니다.]

바닥에서 검은 사슬이 솟구쳤다. 성우는 아린의 어깨를 잡아 뒤로 밀었다.

쩌엉!

사슬이 성우의 가슴을 후려쳤다. 백전의 갑주가 붉은 빛을 토하며 충격을 받아 냈다. 반사된 힘이 사슬의 고리를 튕겨 냈지만 바닥의 문양은 더욱 짙어졌다.

성우가 몸을 낮췄다.

두 번째 사슬이 머리 위를 스쳤다. 그는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사슬의 끝이 허공에서 꺾여 발목을 노렸다.

“왼쪽 세 번째 문양을 밟지 마세요!”

아린이 소리쳤다.

성우는 발을 멈추고 바닥을 박찼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서 검은 가시가 솟아났다.

문양 사이의 틈에서 검은 짐승이 기어 나왔다. 개와 비슷했지만 머리 대신 계약서 뭉치 같은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 금속판마다 헌터의 이름과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담보 사냥개.”

아린이 숨을 삼켰다.

“계약자의 수익을 추적하는 감시 마수예요. 숫자가 높은 쪽부터 물어뜯습니다.”

사냥개가 성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성우의 손바닥 위에 하얀 점이 생겼다.

[무영창 대폭발이 활성화됩니다.]
[범위를 지정하십시오.]

그는 사냥개의 가슴에 박힌 검은 핵만 바라보았다.

“반경 삼 센티미터.”

하얀 점이 사라졌다.

소리 없는 폭발이 사냥개의 몸 안에서 터졌다. 가죽도 뼈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금속판 사이의 핵만 산산이 부서졌다. 사냥개는 성우의 발끝 앞에서 힘없이 주저앉았다.

아린이 눈을 크게 떴다.

“범위를 지정할 수 있었네요.”

“지금 배웠습니다.”

최민석이 사냥개의 잔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성우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바닥의 문양을 살폈다.

사냥개의 몸에서 검은 실선 하나가 뻗어 지하 깊은 곳으로 이어졌다.

“저쪽입니다.”

아린이 일어섰다.

“장치가 게이트 중심부에 있어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뭐가요?”

“사냥개가 우리만 공격한 게 아니에요.”

아린은 금속판 하나를 집어 들었다. 표면에는 이름 대신 숫자와 작은 성좌 문양이 빼곡했다.

“게이트에 들어온 모든 계약자의 공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투 중인 헌터의 후원 수익도 함께 계산하고 있어요.”

성우의 표정이 식었다.

“사람이 다칠수록 장치가 돈을 버는 구조군요.”

“그리고 그 돈이 성좌 결사로 흘러갑니다.”

성우가 통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수익원을 끊읍시다.”


통로 끝에는 거대한 검은 원반이 박혀 있었다.

원반의 테두리마다 수십 개의 계약번호가 빛났고 중앙에는 77-13-04가 새겨져 있었다. 원반 주변의 공기는 게이트 안쪽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소용돌이쳤다.

아린이 원반 앞에 손을 뻗었다.

“접근 권한을 요구합니다.”

[담보 제공자의 인증이 필요합니다.]
[계약자 윤성우의 신성 잔액을 확인합니다.]
[잔액: 100 신성]
[강제 회수 절차를 시작합니다.]

검은 원반에서 빛의 실이 뻗어 나왔다. 이번에는 사슬이 아니라 성우의 손목으로 파고들었다.

“성우 씨!”

아린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실은 더 깊게 파고들었다. 머릿속으로 숫자가 흐르기 시작했다.

[강제 회수 누적 시도: 10 신성]
[강제 회수 누적 시도: 20 신성]
[강제 회수 누적 시도: 30 신성]

성우는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잔액 100 신성은 그대로였다. 장치는 회수를 시도했을 뿐 실제 차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아린이 즉시 대답했다.

“자폭 문장이 올라오고 있어요. 삼 분 안에 기록을 전부 태웁니다.”

아린이 고대 문자를 빠르게 읽었다.

“여기 있습니다. ‘담보 대상 권능의 원 소유자만 철회할 수 있다.’ 그런데 권능은 성좌의 것이지 성우 씨의 것이 아니잖아요.”

성우는 손목의 실을 붙잡았다.

“은하의 마도사에게서 무영창 대폭발을 구매했고 소유권은 제게 있습니다. 아카샤가 담보로 잡은 건 그 권능의 전수권이었죠.”

아린이 그를 보았다.

“구매한 권능으로 계약 장치의 연결을 끊을 수 있다는 겁니까?”

성우는 무영창 대폭발을 손끝에 모았다. 이번에는 점이 아니라 가느다란 실 한 가닥을 겨냥했다.

“반경 일 밀리미터.”

빛이 실을 따라 움직였다.

폭발은 원반을 건드리지 않았다. 검은 실만 하얗게 타오르며 하나씩 끊어졌다.

[담보 연결부가 절연됩니다.]
[권능 소유권이 확인되었습니다.]
[강제 회수 절차가 중지됩니다.]
[신성 잔액: 100 신성]

손목에 남은 숫자가 멈췄다. 원반의 중심에 새겨진 77-13-04가 금이 가며 빛을 잃었다.

“됐어요.”

아린이 곧장 협회 저장 장치를 꺼냈다.

아린은 원반의 표면에 손가락을 대고 문자를 읽었다. 빛의 줄기가 저장 장치 안으로 흘러들었다.

파일 목록이 빠르게 늘어났다.

[계약자 01: 성좌 후원 수익 18% 공제]
[계약자 02: 권능 전수권 영구 담보]
[계약자 03: 사망 시 잔여 수익 자동 귀속]

열일곱 번째 파일까지 같은 구조가 반복되었다. 공략 중 사망한 헌터의 이름에는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열일곱 팀입니다. 모두 이 조항에 서명했어요. 아니요. 서명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표준 계약서만 봤습니다.”

“승인자는요?”

“아카샤 운영법인. 그리고 별도 성좌 계약번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린이 화면을 확대했다.

검은 문양이 원반 안쪽에서 피어났다. 지구의 계약번호와 달리 끝이 없는 고리 모양이었다.

“이건 아카샤의 번호가 아니에요.”

“성좌의 번호입니까?”

“아직 읽을 수 없습니다. 너무 오래된 문자예요.”

그때 원반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외부 관측층에서 회수 실패 신호를 수신했습니다.]
[최종 기록을 전송합니다.]

검은 선 하나가 원반에서 천장 너머로 솟구쳤다.

성우가 손을 뻗었지만 선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아린이 저장 장치를 품에 넣었다.

“아카샤는 이 장치를 잃었고 우리는 열일곱 팀의 원본 증거를 얻었습니다.”

성우는 꺼져 가는 원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식이 도착했겠죠.”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알아내면 됩니다.”

게이트의 마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녹색 안개가 걷히며 통로의 벽이 드러났다.

성우가 돌아섰다.

“공적 보증 게이트 안에 설치된 불법 장치의 계약 연결부를 끊었습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원본 계약부터 공개하시죠.”

최민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린이 저장 장치를 들어 올렸다.

“열일곱 팀의 계약자들에게도 같은 자료를 보내겠습니다. 숨은 공제율과 사망 후 귀속 조항까지 전부요.”

“헌터의 생명과 후원 수익을 담보로 잡은 조항은 기밀이 아니라 고지 대상입니다.”

성우는 그 말을 듣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트라의 첫 원칙으로 정하죠. 모든 계약은 공개합니다.”

아린이 그를 바라보았다.

“길드 운영 규정에 넣겠습니다.”


통제소로 돌아왔을 때 바깥에는 협회 직원과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한지민이 봉인 해제 확인서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게이트 마력 수치가 안정됐습니다. 긴급 점검 성공을 확인하겠습니다.”

아린은 태블릿을 협회 단말기에 연결했다.

“그 전에 이 원본을 확인해 주세요.”

계약 기록이 통제소 화면에 펼쳐졌다. 열일곱 팀의 이름과 수익 공제율이 차례로 떠올랐다.

기자들 사이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한지민이 화면을 읽다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 조항들은 협회에 제출된 표준 계약서에 없습니다.”

“아카샤 내부 계약입니다.”

아린이 바로 받아쳤다.

“그 내부 계약이 공적 보증 게이트의 공략권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협회가 승인하지 않은 담보 조항으로 헌터들의 수익을 가져간 겁니다.”

성우는 운영 준비금 잔액을 확인했다.

[아스트라 운영 준비금: 700,000원]

그는 남은 금액 중 일부를 협회 원본 검증 비용으로 이체했다.

[계약 기록 공적 검증 비용 500,000원을 이체합니다.]

최민석이 비웃었다.

“그 돈으로 여론을 살 생각입니까?”

“아니요. 기록을 살 겁니다. 돈을 받은 사람이 확인 결과에 책임지게 만드는 비용이죠.”

한지민은 이체 내역과 원본 파일의 해시값을 함께 확인했다. 그녀의 손이 승인 버튼 위에서 멈췄다.

“협회 규정상 긴급 점검에서 불법 장치가 확인되고 게이트 위험도가 해소되면 공략 성공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공략권이 분쟁 중이어도 점검 수행자에게 임시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어요.”

한지민이 승인 버튼을 눌렀다.

[강서 제3폐정수장 지하 복합 게이트 긴급 점검 공략 성공]
[공략권: 아스트라 길드 임시 우선권]
[조건: 계약서 원문 및 수익 배분표 공개]

통제소 벽면의 공지 화면이 바뀌었다.

아스트라라는 이름이 협회 공략 기록 첫 줄에 올라갔다.

아린은 그 글자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사무실도 장비도 없고 운영 준비금은 칠십만 원으로 줄었지만 가슴은 가벼웠다.

성우는 기자들이 찍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아스트라가 어떤 길드인지 알려졌습니다.”

“계약을 공개하는 길드.”

아린이 그를 흘겨보았다.

“남은 운영금이 칠십만 원입니다.”

“그럼 다른 공략을 찾으면 됩니다.”

성우가 웃는 순간 휴대폰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외부 성좌 채널의 비공개 공지가 등록되었습니다.]
[지구 계약번호 77-13-04의 담보 회수가 실패했습니다.]
[신규 관측 대상: 신성 통장 관리자 윤성우]

서아린은 그 문구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기자들에게 계약 공개 절차를 설명하느라 등을 돌리고 있었다.

성우만이 마지막 줄을 읽었다.

화면 아래에 낯선 고리 문양이 떠올랐다. 은하의 마도사가 보여 준 것과 같은 오래된 형태였다.

그 순간 성좌 채널 전체에 짧은 문장이 퍼졌다.

[지구의 계좌가 깨어났다.]

성우는 휴대폰을 닫았다.

아스트라의 첫날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주가 자신의 길드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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