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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7화

성좌들의 스폰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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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마도사의 눈물

서아린은 아스트라의 등록증을 책상에 내려놓자마자 태블릿을 켰다.

“아카샤의 이의 신청서입니다.”

화면에는 강서 제3폐정수장 지하 복합 게이트의 공략권 번호와 붉은 문자열이 떠 있었다.

“이게 계약번호예요. 협회 양식에는 없는 식별 방식입니다.”

“공략권을 막는 데 성좌 계약번호가 왜 필요하죠?”

“공략권이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서아린은 협회 공개 계약서와 아카샤의 신청서를 겹쳐 놓았다. 표면의 문장은 비슷했지만 고대 문자로 덧씌워진 한 줄이 달랐다.

“‘관측자의 담보’라고 읽혀요. 공략권을 양도받는 동안 특정 성좌의 후원 수익과 권능 전수권을 담보로 잡는 계약입니다.”

성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아카샤는 헌터의 전리품만 빼앗은 게 아니었다. 성좌의 권능까지 계약서 안에 가두고 있었다.

“번호를 추적할 수 있습니까?”

“가능해요. 다만 협회 서버가 아니라 성좌 채널의 폐쇄 관측층으로 연결됩니다.”

서아린이 접속 버튼을 누르자 검은 창이 떠올랐다.

[폐쇄 채널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접근 좌표: 관측층 77-마도 계열]
[접속 조건: 후원 의사 증명]

“얼마죠?”

“최소 후원 100신성.”

성우는 휴대폰을 꺼냈다. 잔액은 280이었다. 무신의 황혼의 VIP 마켓에는 5,000신성짜리 권능과 8,000신성짜리 신기가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손도 댈 수 없었다.

“100이면 열 수 있군요.”

“남은 게 180이 됩니다. 첫 공략권도 묶인 상태에서 후원부터 하는 건 위험해요.”

“백전의 갑주는 버틸 수 있지만 공격 수단은 아직 부족합니다. 첫 공략에서 아카샤의 장치를 상대하려면 원거리 수단이 필요하죠.”

성우가 접속 조건을 눌렀다.

“낭비인지 확인하고 판단하겠습니다.”

[100 신성을 후원합니다.]

흰빛이 방 안을 채웠다. 태블릿 화면이 꺼지고 두 사람의 시야가 검은 우주로 뒤집혔다.


별빛이 없는 공간에 부서진 탑 하나가 떠 있었다.

탑 꼭대기에는 은빛 머리카락의 여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검은 로브에 남은 별자리 무늬는 몇 개뿐이었다. 손에 든 지팡이는 가운데가 부러져 있었다.

“또 왔군.”

“후원자를 반기는 말투는 아니네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은하수처럼 가느다란 빛이 눈동자에서 흘렀다.

“후원자라면 늦었다. 내 관측탑은 닫혔고 내 이름은 성좌 목록에서 지워지고 있다.”

“은하의 마도사.”

그 이름을 듣자 여자의 표정이 굳었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아카샤의 계약번호를 따라왔습니다. 권능을 사러 왔고요.”

“지구의 헌터에게는 더 이상 마법을 팔지 않는다.”

“저는 권능의 원문과 조건을 확인하고 삽니다. 숨은 담보 조항도 넣지 않겠습니다.”

성우가 거래창을 열었다.

[성좌: 은하의 마도사]
[신격 복원율: 2%]
[폐쇄 권능: 1건]
[담보 설정: 계약번호 77-13-04]

서아린이 화면을 읽었다.

“폐쇄 권능의 이름은 무영창 대폭발. 아카샤 계약번호가 일부를 담보로 잡고 있어요.”

마도사는 부러진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아카샤는 내 관측탑을 유지해 주는 대가로 그 권능의 전수권을 가져갔다. 나는 지정된 계약자에게만 마법을 내려야 했지.”

“그 계약자를 왜 버렸습니까?”

“버린 건 내가 아니다.”

마도사의 손끝에서 별빛이 떨어졌다. 빛 속에서 검은 갑옷의 헌터들이 마법진을 가동했다. 그들은 마도사의 힘으로 게이트를 돌파했지만 부상자를 버리고 도망쳤다. 뒤이어 검은 선이 관측탑으로 뻗어 신격을 빨아들였다.

마도사가 빛을 꺼 버렸다.

“헌터는 죽었고 아카샤는 내 이름으로 다른 계약을 만들었다. 무영창 대폭발은 내 심장과 같다. 그것을 팔면 나는 더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

“권능을 구매하면 담보권도 넘어옵니까?”

“아니. 담보는 아카샤에 남는다.”

“그럼 담보를 분리해서 사겠습니다.”

마도사가 눈을 크게 떴다.

“네가 계약을 끊을 수 있다고?”

“제가 사는 권능에 숨은 조항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아카샤가 성좌를 담보로 수익을 만들었다면 그 수익 구조부터 끊죠.”

탑 아래로 검은 금이 번졌다. 쇠사슬 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없다. 다섯 분이면 탑이 무너진다.”

서아린이 끼어들었다.

“성우 씨. 구매한 권능의 소유권과 철회권을 명시하세요. 아스트라와 아카샤 어느 쪽에도 귀속되지 않는다고요.”

성우는 곧장 조건을 적었다.

[구매 권능의 소유권: 윤성우 개인]
[숨은 담보 조항: 무효]
[성좌의 후원 철회권: 구매자에게 있음]
[권능 판매 이후 성좌의 자율성: 보장]

마도사가 거래창에 손을 올렸다.

“나는 은하의 마도사다. 내 권능을 네게 팔겠다. 단 한 번이라도 내 이름을 남겨 준다면.”

“이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겠습니다. 다시 쓰이게 하죠.”


성우가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은하의 마도사에게 100 신성을 후원합니다.]
[계약번호 77-13-04의 담보권을 확인했습니다.]
[구매자의 철회권이 적용되었습니다.]
[담보권이 권능에서 분리됩니다.]

검은 쇠사슬이 끊어졌다. 탑을 뒤덮던 금이 멈췄다.

[성좌 '은하의 마도사'가 마지막 등록 권능을 판매합니다.]

마도사가 지팡이를 들었다. 부러진 끝에서 작은 은하가 피어났다.

“무영창 대폭발.”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주문도 소리도 없었다. 검은 우주의 한 점이 둥글게 밀려나더니 안쪽부터 하얗게 타올랐다. 폭발은 소리 없이 공간을 지웠고 그 자리에 새 별 하나가 생겼다.

[신화급 권능 '무영창 대폭발'을 구매합니다.]
[가격: 160 신성]
[VIP 후원 할인: 50%]
[최종 가격: 80 신성]

성우의 잔액이 100으로 줄었다.

마도사는 무릎을 꿇었다. 탑에는 빛이 돌아왔지만 얼굴은 더 창백해졌다.

“권능을 떼어 냈다. 당분간 이 마법을 쓸 수 없다.”

“후원금으로 버틸 수 있습니까?”

“관측탑은 버틴다. 네가 보낸 신성이 내 이름을 붙잡았다.”

그때 금빛 균열이 열렸다. 무신의 황혼이 거대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위대한 VIP 후원자여! 또 다른 성좌에게 돈을 쓰다니! 내 마켓에는 아직 사지 않은 상품이 산처럼 쌓여 있거늘!”

“마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저 가녀린 마도사에게 먼저!”

“가녀리다고?”

마도사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아니, 은하처럼 장엄하다는 뜻일세.”

“방금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성우는 두 성좌를 번갈아 보았다.

“둘 다 제게 필요한 권능을 팔면 됩니다. 경쟁은 상품으로 하세요.”

무신의 황혼은 즉시 거래창을 띄웠다.

[VIP 전용 추가 할인 쿠폰이 발급되었습니다.]
[다음 구매부터 무신 계열 권능 10% 추가 할인]

“이 정도면 만족하겠는가?”

“후원금은 계속 들어갑니다. 대신 구매 조건은 계속 공개돼야 합니다.”

무신의 황혼이 잠시 굳었다.

“물론이지.”

은하의 마도사가 성우를 바라보았다.

“아카샤의 계약번호는 내 권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폐정수장 아래에 관측 장치를 심었다. 게이트의 마력과 헌터들의 공포를 모아 성좌 결사에 보내는 장치다.”

서아린의 얼굴이 굳었다.

“그들이 공략권을 묶은 건 장치를 회수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군요.”

“계약번호 77-13-04는 그 장치의 열쇠다.”

마도사는 손바닥에 작은 은빛 눈을 띄웠다.

“내 관측의 눈이다. 한 번만 쓸 수 있다. 연결된 장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우가 그것을 받았다.

[특수 관측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사용 횟수: 1회]

“빚을 진 건 아니겠죠?”

“후원자는 빚을 지지 않는다.”

마도사가 희미하게 웃었다.

“다음에는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라.”

“은하의 마도사.”

그녀는 처음으로 눈을 피하지 않았다.


현실로 돌아온 순간 성우는 원룸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 위에 보이지 않는 힘이 뭉쳐 있었다. 작은 움직임만으로 창문이 떨리고 컵에 금이 갔다.

[무영창 대폭발이 불안정하게 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폭발 범위를 지정하십시오.]

“성우 씨!”

서아린이 달려들었지만 방 한가운데에 하얀 점이 먼저 생겼다. 점은 소리 없이 부풀었다. 성우는 백전의 갑주를 활성화했다.

[치명적 충격을 감지했습니다.]
[백전의 갑주가 충격을 무효화합니다.]

성우는 폭발의 중심을 손가락 끝으로 모았다. 하얀 점이 콩알만 해지고 바닥 타일 하나가 검게 녹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군.”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아린이 벽을 확인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첫 사용에 건물부터 날릴 뻔했어요.”

“다음에는 범위를 먼저 정하겠습니다.”

태블릿 화면이 저절로 켜졌다.

[계약번호 77-13-04의 접속 흔적이 감지되었습니다.]
[외부 관측자가 사용자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추적 신호예요.”

문자열이 빠르게 늘어났다. 성우가 성좌 채널에 접속한 순간 아카샤가 위치를 읽은 것이다.

성우가 은빛 눈을 화면 위에 올렸다.

원룸의 바닥과 서울의 건물들이 투명해졌다. 수십 킬로미터 아래 강서 제3폐정수장 지하가 드러났다. 게이트 중심부에는 검은 원반이 박혀 있었고 그 표면에 계약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서아린이 문자를 읽다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장치가 살아 있습니다. 공략권을 가진 사람의 신성을 빨아들이도록 설계됐어요. 아카샤가 공략권을 되찾으면 우리 계좌와 성좌 계약까지 묶을 수 있습니다.”

성우의 잔액은 100이었다. 그래도 손해를 본 기분은 들지 않았다.

마도사는 살아남았고 권능은 자신의 것이 됐다. 이제 그 권능을 시험할 표적도 생겼다.

“협회에 긴급 점검 공략을 신청하죠.”

“심사 전이라 거부될 겁니다.”

“정식 공략이 아니라 장치 점검입니다. 우리가 직접 고장 난 장치를 확인하겠다고 하죠.”

“고치는 게 아니라 부수겠다는 거죠?”

“아카샤의 계약은 돈으로 끊었습니다. 장치는 직접 부숴야겠네요.”

서아린이 신청서를 열었다.

“작전명은요?”

성우의 손끝에 소리 없는 백색 불꽃이 피어났다.

“무영창.”

전송이 끝나자 답신이 도착했다.

[아카샤 운영법인이 긴급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심사 담당자가 현장 확인을 위해 파견됩니다.]
[현장 진입까지 남은 시간: 3시간]

서아린이 태블릿을 움켜쥐었다.

“아카샤가 먼저 움직였어요.”

“그럼 우리도 늦기 전에 도착해야죠.”

성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에는 폭발이 방 안에 머물렀다.

하지만 강서 제3폐정수장 아래에서는 검은 원반이 먼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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