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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6화

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

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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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굳어 버린 손

회의실 벽시계가 여덟 시 삼십 분을 가리키자 박재현이 문을 닫았다.

서진은 중앙검사실에 검체를 맡기고 곧장 올라온 참이었다. 도윤은 그녀가 품에 안은 이관 확인서를 보았다. 접수 시각과 담당자 서명이 찍혀 있었다.

“환자 안전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박재현이 웃으며 말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연구 자료가 임상 기록에 먼저 들어가면 환자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줄 수 있습니다. 윤하린 양의 보관 시료 결과는 검증이 끝날 때까지 연구센터에서 관리하겠습니다.”

“원자료는 중앙검사실에 봉인돼 있습니다.”

서진이 이관 확인서를 테이블에 놓았다.

“보관 시료와 새 채혈분의 채취 경로도 구분했습니다. 정식 처방으로 진행하는 재검은 진료 기록입니다.”

“이서진 교수님. 저도 그 처방을 막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간 결과의 배포를 조심하자는 거죠.”

박재현의 눈이 도윤에게 향했다.

“특히 임상적 의미를 확인하기도 전에 다른 환자의 부정맥과 연결 짓는 사람이 있다면요.”

도윤은 주먹을 무릎 아래로 내렸다. 오른손 검지가 손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연결됐다고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새 검체에서 같은 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할 겁니다.”

“그렇다면 더 좋군요.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 추측은 자제해 주십시오.”

이태준이 서류철을 덮었다.

“검사 결과에 대한 판단은 주치의와 검사실이 합니다. 이관 경로는 이미 남았고 처방도 제 명의로 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환자에게 필요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박재현의 미소가 얇아졌다.

“교수님 뜻은 알겠습니다. 대신 의료진 적합성도 살펴야겠습니다. 어젯밤 수술에 참여한 한도윤 선생의 손 떨림을 보고받았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멈췄다.

“환자 안전이라면 확인받겠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그 문제로 기록 보존 절차를 바꾸지는 마십시오.”

태준은 도윤을 한 번 보았다. 칭찬도 꾸짖음도 없는 눈이었다.

“도윤이는 오늘 낮 근무에서 뺍니다. 상태를 보고 다음 수술 역할을 정하겠습니다.”

박재현은 아무 말 없이 펜 뚜껑을 닫았다.

회의실 문이 열리자 도윤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서진이 옆으로 붙었다.

“검체는 접수됐어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 말보다 기록이 먼저예요.”

“알고 있습니다.”

“손도 기록하세요.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괜찮다고만 하면 다음에는 내가 막을 겁니다.”

도윤은 손을 펴 보였다. 떨림이 미세하게 이어졌다.

“오늘은 숨기지 않겠습니다.”


밤 여덟 시 사십 분. 당직실 창에는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도윤은 여섯 시간 가까이 잤다. 머리를 쪼개던 통증은 둔해졌지만 오른손 검지는 종이컵의 얇은 가장자리를 잡을 때마다 흔들렸다. 물이 책상에 한 방울 떨어졌다. 아침에는 차트 서명도 어렵지 않았는데 가벼운 컵 하나가 손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컵을 놓고 손목을 책상에 받쳤다.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가 쥐었다. 떨림의 폭은 작아도 없어지지 않았다.

태준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잤나?”

“여섯 시간 정도요.”

“손은.”

도윤은 젖은 컵받침을 가리켰다.

태준은 그 위를 보고 도윤의 손을 다시 보았다.

“오늘 집도는 없다. 수술실에 들어가더라도 네가 쥘 기구는 내가 정한다.”

“네.”

태준의 눈썹이 움직였다. 도윤이 항의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이의 없나?”

“환자 앞에서는 없습니다.”

말은 쉬웠다. 하지만 도윤은 하린의 모니터가 길게 한 줄을 그리던 순간을 여전히 잊지 못했다. 손끝에서 사라진 맥박과 사망을 확인하던 목소리가 잠깐의 정적만 생겨도 되살아났다.

태준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두려우면 수술실 밖에 있어도 된다.”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기록을 쫓느라 놓칠 뻔했던 박성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다 하린의 창백한 입술로 바뀌었다.

“들어가겠습니다. 다만 제 손이 판단을 따라오지 못하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지켜라.”

태준이 일어서려는 순간 호출기가 울렸다.

중환자실 6번 침상. 혈압 74/42. 흉관 배액 급감. 흉부외과 즉시 확인.

“오정숙 환자입니다.”

태준이 문을 열며 말했다.

“낮에 우회술을 받은 분이야.”

두 사람은 복도를 달렸다.

중환자실의 오정숙은 인공호흡기 아래 누워 있었다. 모니터에는 빠른 심박이 찍혔고 동맥압 파형은 낮고 가늘었다. 침상 아래 배액통에는 한 시간 전부터 새로 찬 피가 거의 없었다.

“출혈이 멎은 겁니까?”

민석이 흉관을 따라 손가락을 옮기며 물었다.

“혈압은 반대로 떨어지고 있어요.”

도윤이 초음파 화면을 가리켰다. 심장 뒤쪽에 검은 공간과 그 안의 불규칙한 덩어리가 보였다. 오른쪽 심방이 눌려 있었다.

“밖으로 나와야 할 피가 안에 고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태준이 수술실에 연락했다.

“재개흉 준비. 혈액 준비하고 마취과 호출해.”

침상 옆으로 한 여자가 다가왔다. 환자의 딸이었다. 손에는 어머니가 벗어 둔 안경이 들려 있었다.

“아까는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셨잖아요.”

도윤이 말을 고르는 사이 태준이 먼저 눈높이를 맞췄다.

“수술 뒤 심장 주위에 피가 고여 심장을 누르고 있습니다. 바로 열어 압박을 풀어야 합니다. 지금 수술실로 옮기겠습니다.”

딸의 손에서 안경다리가 작게 떨렸다. 안경테 한쪽에는 낡은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딸은 그것을 쥔 채 수술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 수 있죠?”

“지금 할 수 있는 처치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도윤이 대답했다. 그 이상의 약속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밤 아홉 시 십이 분. 수술실 조명이 오정숙의 가슴을 비췄다.

“혈압 62에 38. 승압제 올립니다.”

마취과의 목소리가 마스크 너머로 들렸다.

태준이 멸균 장갑을 끼며 도윤과 민석을 번갈아 보았다.

“민석이는 오른쪽에서 노출. 도윤이는 왼쪽에서 흡인 보조. 내 지시 전에는 깊이 넣지 마.”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흉골 고정 철사가 하나씩 풀렸다. 태준이 벌림기를 조심스럽게 벌리자 굳은 피가 어둡게 드러났다. 흡인기를 쥔 도윤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

“혈압 48에 26.”

삐, 삐.

감시장치의 간격이 늘어졌다. 도윤의 눈앞에 다른 수술실이 겹쳤다. 하린의 맥박이 손끝에서 끊기던 순간,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던 그 공백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감각은 시간보다 오래 남아 있었다.

이 사람의 심장까지 멎는다면. 도윤은 자신이 다시 그 순간을 똑바로 볼 수 있을지 두려웠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흡인기 끝이 혈종 앞에서 멈췄다.

“도윤아. 움직여.”

태준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도윤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힘껏 움직이려 할수록 손목이 굳었다. 이대로 기구를 밀면 보이지 않는 심장 벽을 건드릴 수도 있었다.

“손이 굳었습니다. 제가 계속 잡으면 위험합니다.”

도윤이 흡인기 손잡이를 민석에게 넘겼다.

민석은 한순간 그를 보더니 손잡이를 받았다.

“왼쪽 흡인 제가 합니다.”

“좋아. 시야만 열어.”

태준이 굳은 피를 조심스럽게 걷어 냈다. 심장이 눌린 자리 아래로 신선한 피가 번졌다. 혈압은 여전히 바닥이었다.

도윤은 한 걸음 물러서 마취과 화면과 수술야를 번갈아 봤다. 기구를 쥐지 않은 손도 여전히 떨렸지만 화면의 위치와 혈압 변화는 읽을 수 있었다. 초음파에서 심장 뒤쪽에 가장 두껍게 보였던 부분이 떠올랐다.

“교수님. 뒤쪽 혈종이 더 남아 있습니다. 거기 압박이 풀려야 심방이 차오를 겁니다.”

“민석아. 시야를 뒤로.”

민석이 흡인 위치를 옮겼다. 태준이 혈종을 들어 내자 압박받던 우심방이 다시 부풀었다.

“동맥압 올라옵니다. 68에 40.”

도윤의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하지만 출혈은 멎지 않았다. 어두운 수술야 한쪽에서 붉은 피가 계속 차올랐다.

“압박을 푼 것뿐이다.”

태준이 말했다.

“출혈점을 찾자.”


민석이 흡인기를 천천히 움직였다. 도윤은 혈액이 다시 차오르는 방향을 눈으로 좇았다.

“오른쪽 우회 혈관 연결부 아래에서 올라옵니다.”

“보인다.”

태준이 가느다란 출혈점을 잡았다. 봉합사 한 땀이 지나가고 손끝으로 눌렀던 거즈가 들어 올려졌다. 다시 번지는 피가 없었다.

마취과가 숫자를 읽었다.

“혈압 91에 56. 맥박 104. 약물 요구량 줄이고 있습니다.”

도윤은 새 배액관으로 혈액이 흘러가는 것을 확인했다. 막힌 흉관 안에는 기다란 혈전이 붙어 있었다. 배액통이 비어 있었던 까닭이 눈앞에 있었다.

수술이 끝났을 때 도윤은 장갑을 벗었다. 오른손 검지는 여전히 조금 떨렸다. 민석이 수술복 끈을 풀며 그 손을 보았다.

“계속 잡고 있었으면 내가 뺏었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줬군요.”

민석은 더 말하지 않았다. 도윤도 변명하지 않았다.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던 딸이 두 사람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는요?”

“심장을 누르던 피를 제거했고 출혈 부위도 봉합했습니다. 혈압은 회복됐습니다.”

도윤은 빈 배액통을 떠올리며 덧붙였다.

“다시 피가 고이지 않는지 밤새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은 중환자실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딸은 안경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고개를 숙였다. 도윤은 그 앞에서 자신의 손을 뒤로 숨기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서진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통화 중인 휴대전화를 내리고 도윤을 보았다.

“외곽 응급센터에서 연락이 왔어요. 대동맥 박리 의심 환자인데 이송차가 아직 출발하지 못했답니다.”

도윤의 손끝이 다시 떨렸다. 그는 벽시계와 서진을 차례로 봤다.

“환자 상태부터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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