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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3화

심장외과 천재의 분초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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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첫 집도의 조건

하린의 심전도는 정상 굴심방조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전원 기록을 확인했다. 혈압 108에 70. 산소포화도 98퍼센트. 전기 충격 직후의 반동성 빈맥도 나타나지 않았다. 숫자만 보면 이제 중환자실로 보내도 되는 상태였다.

“전해질 결과 나왔습니다. 칼륨 3.4, 마그네슘 1.7입니다.”

오유라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마그네슘 보충하고 전원해요. 이동 중에는 제세동 패드 그대로 붙여 두고요.”

“선생님은 같이 올라가실 거죠?”

하린의 어머니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안도보다 두려움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

도윤은 하린의 얼굴을 보았다. 소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손가락 하나가 이불 위에서 움직였다.

“중환자실까지 같이 가겠습니다. 거기서 심장내과 선생님에게 현재 상태를 다시 설명할 겁니다.”

“또 멎을 수도 있나요?”

이번에는 하린이 물었다.

도윤은 쉽게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한 번 죽음을 본 뒤에는 그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없었다.

“재발하지 않게 원인을 찾을 겁니다. 가슴이 다시 빠르게 뛰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참지 말고 바로 말해 줘요.”

“노래 연습은요?”

“의사 선생님들이 허락하면 조금씩 해요.”

“약속은 지키시는 거죠?”

도윤은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확인할게.”

하린은 그제야 눈을 감았다. 도윤은 손목의 맥박을 다시 짚었다. 빠르지만 일정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맥박이었다.

그때 서진이 차트 패드를 들고 다가왔다.

“전원 동의서는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록은 누가 입력했죠?”

서진이 검사 의뢰서 한 줄을 가리켰다. 사전검사 항목 옆에 작은 코드가 붙어 있었다.

R-7 사전 선별.

도윤의 시야가 갑자기 하얗게 번졌다. 관자놀이 안쪽에서 망치가 다시 울렸다. 그는 침대 난간을 잡아 몸을 세웠다.

“도윤 쌤?”

“괜찮습니다.”

서진의 눈썹이 올라갔다.

“괜찮은 사람이 난간을 그렇게 세게 잡지는 않는데요.”

“잠을 못 자서 그렇습니다.”

도윤은 차트로 시선을 돌렸다. 코드 옆에는 세림바이오 협력기관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하린의 어머니가 말했던 사전검사가 떠올랐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그런 자료를 본 적은 없었다.

“이 코드가 뭡니까?”

“저도 그걸 묻는 겁니다.”

서진이 종이를 뒤집었다.

“하린 양의 학교 검진 기록에는 부정맥 가족력만 표시돼 있어요. 그런데 의뢰서에는 세림바이오 선별군으로 체크되어 있습니다. 입력 시간은 오늘 오후 4시 12분. 담당자는 박재현 이사실로 되어 있고요.”

도윤은 대답 대신 하린을 보았다. 소녀는 자신이 어떤 목록에 올랐는지 알지 못했다.

“환자에게는 아직 묻지 마세요.”

“왜요?”

“지금은 심장 리듬을 안정시키는 게 먼저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던지면 불안만 커집니다.”

서진은 차트를 닫지 않았다.

“그 말은 맞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이 코드를 보자마자 알아본 사람처럼 반응했어요.”

도윤의 머릿속에 푸른 선이 스쳤다. 심정지 직전의 화면. 정상 리듬으로 돌아온 직후의 화면. 그리고 아직 설명하지 못한 잔상.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처음 본 사람 같지 않네요.”

전원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윤은 대답할 시간을 벌 듯 침대 옆으로 붙었다. 중환자실 복도에 들어서자 하린의 모니터에서 짧은 잡음이 튀었다. 검은 파형 한쪽에 푸른 점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도윤의 발이 멈췄다.

서진도 화면을 보았다.

“방금 보셨어요?”

“전극 접촉 불량일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서진은 간호사에게 전극을 확인해 달라고 말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도윤은 하린이 중환자실 침상으로 옮겨지는 것을 지켜봤다. 더 이상 곁에 머물 명분이 없었다. 호출기가 다시 울렸다.

“한도윤 선생님. 3번 수술실에서 찾습니다. 이태준 교수님이 마취 시작 전 최종 확인하신답니다.”

도윤은 시계를 보았다. 11시 17분.

편두통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른손 검지는 아주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서진 교수님. 하린을 부탁드립니다.”

“수술실에 가기 전에 진통제라도 맞아요.”

“수술 끝나고요.”

“손이 떨리는데 집도를 하겠다고요?”

도윤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떨리는 건 알고 있습니다.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은 선생님 혼자 하지 마세요.”

서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환자에게 칼을 대는 사람의 상태는 환자도 알아야 하니까요.”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도윤은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3번 수술실의 환자는 이미 마취를 앞두고 있었다.

“제가 수술할 수 없는 상태라면 교수님이 막을 겁니다. 먼저 확인받겠습니다.”

그는 중환자실을 나섰다.


3번 수술실 앞에는 강민석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수술 모자를 쓴 그의 눈이 도윤의 주머니 쪽으로 향했다.

“이제 오네. 응급실 환자는 잘 살렸고?”

“살아 있습니다.”

“교수님이 첫 집도를 미루실 수도 있겠어. 손이 그 모양인데.”

민석의 시선이 도윤의 손등에 꽂혔다. 도윤은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떨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환자 상태부터 확인하죠.”

“늘 환자 타령이네. 첫 집도는 준비한 사람이 맡는 겁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 왔습니다.”

문이 열리며 이태준이 나왔다. 회색 수술복 위로 낡은 펜이 꽂혀 있었다.

“둘 다 들어와.”

수술실 안쪽 모니터에는 마취 전 환자 정보가 떠 있었다.

박성호, 58세. 중증 승모판 폐쇄부전. 좌심방 확장. 예정 수술은 승모판 성형술.

태준이 팔짱을 풀었다.

“도윤아. 환자 상태를 30초 안에 설명해 봐.”

“중증 승모판 폐쇄부전으로 좌심방이 확장되어 있습니다. 심방세동 병력이 있고 최근 운동 시 호흡곤란이 악화됐습니다. 성형이 우선이지만 판막 석회화가 예상보다 넓으면 치환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환 기준은?”

“후엽의 접합면을 확보할 수 없거나 성형 후 잔류 역류가 중등도 이상이면 치환을 고려합니다. 환자가 58세라 가능한 한 성형을 우선하겠습니다.”

민석이 끼어들었다.

“경험 많은 교수가 뒤에 있는데 전환 기준까지 복잡하게 잡을 필요가 있습니까? 처음부터 치환을 준비하면 시간도 줄어듭니다.”

태준의 눈이 민석에게 향했다.

“그럼 네가 말해 봐. 왜 성형이 우선이지?”

민석은 입을 다물었다.

도윤은 손끝에 힘을 줬다. 수술 전 초음파 영상이 화면에 반복되고 있었다. 후엽 가운데가 아래로 처진 전형적인 소견. 그런데 영상의 마지막 프레임에서 전벽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늦었다.

“교수님. 이 영상 다시 재생해도 되겠습니까?”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프레임을 멈췄다. 좌심실 벽 일부가 수축 순서를 놓치고 있었다. 단순한 판막 문제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지연이었다.

“국소적인 전도 지연이 있습니다. 수술 전 심전도와 대조해야 합니다.”

“이미 심방세동 병력으로 설명된 소견이다.”

민석이 말했다.

“심방세동만으로 이 부위의 수축 지연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술 중 심폐기를 떼는 시점에 저출력이 생길 위험을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태준은 아무 말 없이 도윤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시험보다 다른 감정이 먼저 지나갔다.

“준비실로 따라와.”

태준은 도윤만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


빈 준비실 책상 위에 누렇게 변한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2016년 9월이라는 날짜와 한진우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윤은 봉투 앞에서 굳었다.

“이걸 왜 지금 줍니까?”

“박성호 환자의 영상에서 네 아버지가 예전에 표시했던 패턴을 봤다.”

“아버지가 이 병원에서 그런 연구를 했다는 걸 교수님은 알고 있었습니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제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태준은 봉투를 열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눌렀다.

“네 아버지는 연구를 중단하자고 했다. 그런데 박재현은 계속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리듬-7이라는 이름이 붙었지.”

“아버지는 연구를 버리고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믿게 만든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도윤의 관자놀이가 다시 욱신거렸다. 눈앞의 형광등이 두 개로 갈라졌다. 그는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태준의 시선이 손으로 내려갔다.

“집도할 수 있겠나?”

도윤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손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하린의 맥박과 박성호의 영상이 동시에 남아 있었다.

“환자를 포기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건 대답이 아니다.”

“수술 중 제가 판단을 놓치면 교수님이 바로 들어오십시오. 대신 지금 계획은 제가 다시 세우겠습니다.”

태준은 한참 동안 그를 보다가 봉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심장 초음파 그림 옆에 푸른색 잉크로 작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도윤의 숨이 멎었다.

하린의 모니터에서 봤던 잔선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 표시가 뭡니까?”

“네 아버지가 남긴 질문이다. 부전도로가 아니라 심장 전체의 전기적 동기화가 무너지는 순간을 표시한 거라고 했다.”

“그럼 리듬-7은 부정맥 약이 아니었습니까?”

“아직 확신하지 마라. 이건 중단 보고서에서 남은 일부 기록일 뿐이다.”

태준이 종이를 도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 자료가 환자 차트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기억해.”

“하린의 의뢰서에는 R-7이 적혀 있었습니다.”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봤지?”

“서진 교수님과 제가 봤습니다.”

“그럼 이미 늦었군.”

태준은 봉투를 다시 닫았다.

“수술부터 끝내. 진실은 환자를 살린 다음에 쫓아도 늦지 않다.”

도윤은 종이의 푸른 선을 기억 속에 새겼다. 아버지의 기록과 하린의 파형이 우연히 같은 모양일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두 환자가 같은 사전 선별 코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우연으로 넘길 수는 없었다.

그는 수술실로 돌아가 박성호의 초음파 영상을 다시 불러왔다. 후엽의 접합면과 좌심실 수축 지연 부위를 표시하고 마취과에 심폐기 이탈 전 경식도 초음파 재평가를 요청했다.

“도윤아.”

태준이 물었다.

“이 환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뭐지?”

“판막을 고치는 겁니다. 그리고 판막만 보고 끝내지 않는 겁니다.”

태준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실 문이 닫혔다. 도윤은 손을 씻고 장갑을 끼었다. 떨림은 미세했지만 분명했다. 마취과 모니터에서 심전도 파형이 움직였다.

정상적인 QRS가 한 번 지나간 뒤 화면 모서리에 푸른 잔선이 번졌다.

도윤은 손을 멈췄다.

이번에는 태준도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

“교수님.”

“봤다.”

수술실 안의 공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환자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었다. 그러나 도윤은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죽음이 오기 전에 그 선이 먼저 나타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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