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눈떠보니 바이오 벙커의 보안 관리자6화

눈떠보니 바이오 벙커의 보안 관리자

눈떠보니 바이오 벙커의 보안 관리자

AD
스폰서 광고

6화: 수동 잠금

붉은 선이 철제 비상문 아래 좁은 틈으로 뻗어 해나의 발끝을 훑었다.

서진은 해나를 문 옆 벽으로 당겼다. 그녀가 서 있던 바닥에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탄환 세 개가 박혔다.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억제된 발사음 뒤로 금속을 파먹는 소리만 남았다.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쏘잖아.”

“문틈의 생체 감지기다. 몸을 낮춰.”

해나는 보조 산소 팩의 마스크를 바로잡았다. 푸석한 얼굴에 피가 조금 돌아왔지만 두 걸음만 옮겨도 호흡이 거칠어졌다. 품속의 은색 캡슐만은 놓지 않았다.

비상문 관찰창은 가로로 손바닥 하나 너비였다. 서진은 창의 한쪽 끝으로만 3구역을 살폈다. 천장에 고정된 레일을 따라 드론 한 대가 급식 통로를 왕복하고 있었다. 회전 포탑 아래 탐색광이 바닥을 일정한 폭으로 잘랐다. 급식 카트와 배식대 사이에 검은 띠 같은 사각이 생겼다 사라졌다.

드론이 끝점에서 방향을 바꾸는 데 열두 초. 카트 뒤 그늘이 열리는 시간은 네 초.

“권한으로 해제한다더니.”

해나의 목소리에 비웃음보다 두려움이 더 많았다.

서진은 팔찌를 문 옆 단자에 댔다.

[3구역 경계 수동 접근]
[시설 전력 13% / 산소 31일 치 / 중앙 식량 장부 47일 치]
[냉동 수면실 냉각: 녹색]

그가 문을 손가락 둘 너비만큼 당겼다. 철판 안쪽에서 센서가 짧게 울었다.

[경계 통과 감지: 등록 관리자 1 / 미등록 생체 1]
[3B 방어 드론: 살상 수칙 유지]
[원격 정지: 구역 통신 단절]

천장 스피커에서 이사벨 렌의 음성이 새어 나왔다. 구역 방송선만은 살아 있었다.

《관리자 백업 복구를 승인하면 동반 인원의 분류를 재검토할 수 있습니다.》

“승인하지 않는다.”

문 안쪽 레일에서 모터음이 높아졌다. 서진은 즉시 문을 닫았다. 탄환이 철판에 두 번 부딪혔다.

“네 팔찌는 읽었네.” 해나가 말했다. “그런데 난 표적이야.”

“맞아. 내가 앞에 서도 네 분류는 바뀌지 않는다.”

“그럼 나한테 여기 있으라고 할 거야?”

서진은 다시 관찰창을 들여다봤다. 레일 끝에는 드론용 정비함이 있었다. 낡은 노란 표식 아래 손으로 내리는 셔터 손잡이가 보였다. 네트워크가 끊겨도 손잡이와 잠금 핀은 움직인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레일을 잠근다. 넌 문을 닫은 채 움직이는 방향을 봐줘. 네가 원하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는다.”

해나는 먼지가 떠다니는 연구 2구역 복도를 돌아봤다. A-12가 무너진 쪽에서 아직도 배관이 삐걱거렸다.

“다른 길이 어디 있는데.”

“없을지도 몰라.”

그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대답은 십 년 전에 했어야지. 들어가. 대신 내 눈으로 확인할 거야.”

서진은 문 하단의 수동 걸쇠를 한 칸만 풀었다. 문을 어깨 폭만큼 열고 몸을 미끄러뜨린 뒤 곧바로 닫았다.


3구역 공기는 묵은 기름 냄새가 났다.

드론이 레일 반대편으로 돌아설 때까지 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붉은 선이 급식대 끝을 넘어가는 순간 바퀴가 굳은 카트를 밀어 몸 앞에 세웠다.

끼익.

굳은 바퀴가 너무 크게 울었다. 드론의 탐색광이 되돌아왔다.

[관리자 한서진: 권한 3등급 확인]
[동반 미등록 생체: 방어 대상 아님]

포탑이 서진의 어깨 너머 문 쪽으로 돌아갔다. 그가 관리자 팔찌를 들어 광선 안에 넣자 조준점이 잠깐 멈췄다. 그러나 드론이 그를 지나쳐 해나가 있는 철판을 다시 겨눴다.

“관리자 정비 요청.”

팔찌의 옆면을 눌렀다.

[3B 레일 정비 복귀 요청 접수]
[무장 해제 명령 거부: 현장 생체 분류 불일치]

드론이 반대편 레일 끝에서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정비 요청은 들었지만 무장을 풀지는 않았다. 서진에게 허용된 것은 드론을 정비함 앞까지 불러오는 짧은 동선뿐이었다.

“몇 초야?” 해나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정비함 앞에서 멈추는 건 세 초. 내가 셔터를 내리면 핀 구멍을 봐.”

“네가 가려서 안 보여. 난 관찰창에서 광선만 볼 수 있어.”

“그걸 봐줘. 포탑이 문을 향하면 바로 말해.”

그는 급식 카트를 조금씩 밀었다. 카트 위로 깨어진 식판들이 떨렸고 금속 진동이 통로를 흘러갔다. 드론이 내는 낮은 모터음이 그 진동에 맞춰 가까워졌다.

정비함까지 세 걸음.

카트의 그림자가 끝났다. 서진은 장갑 낀 손으로 노란 손잡이를 잡았다. 낡은 사용 설명에는 글씨가 반쯤 벗겨져 있었다.

3B 레일 정비 시 무장 셔터 하강. 주의: 기계식 핀 체결 전 격리 불완전.

“지금 왼쪽!”

해나의 외침과 함께 붉은 광선이 카트 바퀴를 스쳤다. 서진은 몸을 바닥에 내던졌다. 바퀴 축이 총탄에 끊어졌다.

쾅!

카트가 한쪽으로 주저앉으며 식판을 쏟았다. 드론이 소음 쪽으로 포탑을 돌렸다. 서진은 바닥을 밀고 일어나 정비함의 노란 손잡이를 당겼다.

드론은 아직 정비 구간 밖이었다. 셔터를 지금 내리면 놈은 반대편에서 자유롭게 왕복한다.

“서진! 아직이야!”

해나가 관찰창에 얼굴을 바싹 붙인 채 외쳤다. 산소 마스크에 낀 성에가 보였다. 서진은 당기려던 손을 멈췄다.

붉은 선이 식판 위에 머물다 천천히 이동했다. 모터가 정비함 바로 위에서 세 번 딸깍거렸다.

“지금!”

서진이 손잡이를 끝까지 당겼다.

철컹!

레일 양옆의 강철 셔터가 내려와 드론을 좁은 정비 구간에 가뒀다. 그러나 셔터가 반동으로 다시 위로 튀려 했다. 서진은 정비함에 매달린 손바닥 길이의 고정 핀을 빼냈다.

핀 끝이 구멍을 찾지 못했다. 안쪽에서 드론이 셔터를 들이받았다. 쇠가 떨리며 구멍 두 개가 어긋났다.

“오른쪽으로 반 칸!”

해나가 창 너머의 표시선을 읽었다. 서진은 셔터를 어깨로 누르고 핀을 오른쪽으로 비틀어 밀었다.

철컥.

[3B 레일 기계식 정비 잠금]
[사격선 차단 / 드론 본체 가동 중]

셔터 안쪽에서 붉은빛이 발버둥쳤다. 얇은 틈새로 탄환 하나가 튀어나와 서진의 장갑을 긁었다. 잠금 핀의 둥근 머리가 충격마다 조금씩 떨렸다.

서진은 비상문으로 달려갔다. 해나는 그가 문을 열기 전에 수동 걸쇠를 직접 풀었다.

“핀은 얼마나 버텨?”

“보장 못 해. 식량만 챙기고 물류로로 나간다.”

“네가 만든 장치인데도?”

“그래서 더 알아. 이건 영구 봉쇄가 아니야.”

해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지나쳤다. 다리가 아직 흔들렸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창고 첫 줄의 식량 팩은 터져 있었다. 바닥에 굳은 검은 내용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해나가 팩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곧바로 버렸다.

“밀봉선이 들떴어. 산패했을 거야.”

“유효한 것만.”

서진은 양쪽 선반을 살폈다. 안쪽 철제 상자에 저장 식량과 물이 있었다. 그는 선반 밑에서 접이식 운반 자루 두 개도 꺼냈다. 해나가 손톱으로 봉합선을 눌러 확인하는 동안 서진은 현장 장부를 열었다.

[3구역 현장 가용: 장기 보존 식량 18팩 / 밀봉 식수 24리터]

“이건 보존 기한이 아직 일 년 남았어. 바깥 포장만 젖었고 안쪽은 멀쩡해.”

해나가 팩을 빛에 비춰 안쪽 밀봉층을 확인했다. 눌러도 공기가 새지 않았다. 서진은 그제야 식량을 운반 자루에 넣었다.

“네 몫부터 골라.”

“배급은 네 권한이 아니야.”

“그래. 네가 고르는 거다.”

해나는 잠시 그를 노려보다 식량 네 팩을 자기 운반 자루에 넣었다. 서진은 나머지 네 팩을 맡았다. 물은 각자 3리터씩 나눴다. 해나의 산소 팩까지 고려하면 그녀의 짐이 더 무거워지지 않게 해야 했다.

[현장 잔량: 식량 10팩 / 식수 18리터]
[휴대 반출: 식량 8팩 / 식수 6리터]
[중앙 식량 장부: 47일 치 / 소비 전]

서진이 수치를 기록했다. 중앙 장부의 식량은 장소가 바뀌었을 뿐 아직 소모되지 않았다. 통제실로 돌아가지 못해도 손에 쥔 보급으로 며칠은 버틸 수 있었다.

정비 셔터를 때리는 소리가 다시 울렸다.

쾅. 쾅.

핀 머리가 흔들리는 금속음이 창고 천장을 타고 전해졌다.

“우회로.” 해나가 말했다.

서진은 창고 안쪽 지도에서 냉장 물류로를 찾았다. 식당으로 돌아가는 복도는 드론 레일과 만났다. 반면 물류로는 두꺼운 수동문을 지나 냉동 수면실의 후면 점검 통로로 이어졌다.

“저기로 간다.”

“수면실?”

“냉각 계통 옆이라 통로가 분리돼 있다. 나가는 쪽 문부터 확인하지.”

둘은 물류로의 무거운 문을 밀었다. 냉기가 손등을 훑었다. 서진은 수동 잠금 막대를 걸어 뒤따라오는 사격선부터 끊었다.


물류로는 예상보다 짧았다. 선반 사이를 지나자 두꺼운 단열벽에 작은 점검창이 나타났다. 창 너머 청색 조명이 한 줄로 켜져 있었다.

[냉동 수면실 후면 점검 통로]
[냉각: 녹색 / 동면 인원: 1]
[해동 조작: 현장 수동 승인 필요]

해나가 걸음을 멈췄다.

“사람이 있어?”

“한 명. 아직 자고 있어.”

해나는 산소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점검창에 손을 댔다. 그녀의 손바닥 뒤로 캡슐의 은색 끝이 보였다.

“너는 그걸 알고 있었어?”

“냉각 상태는 확인했다. 여기로 이어지는 길은 방금 찾았어.”

“이 사람도 네가 문 닫고 남겨둔 거야?”

서진은 답을 지어내지 않았다.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확인해야 한다.”

해나는 점검창 안쪽에서 희미하게 맥박치는 녹색등을 보았다. 바로 뒤에서는 잠금 셔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

“우리가 데리고 갈 수 있어?”

“지금 깨우면 산소와 식량을 세 명이 나눠야 해. 그대로 두면 이곳에 두고 가는 거고.”

해나가 서진을 돌아봤다. 그녀의 눈에는 구조받은 사람의 감사 대신 낡은 문 앞에서 누군가를 고르는 사람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이번에도 네가 혼자 결정할 거야?”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