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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8화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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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바이오 작전주

목요일 아침 여덟 시 삼십 분.

강현우는 책상 앞 모니터 세 대를 켜고 자리에 앉았다. 창밖에는 출근길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방 안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다.

화면 가운데에는 한성바이오의 예상 체결 호가창이 떠 있었다.

동시호가가 접수되기 시작하자마자 붉은 글씨가 번쩍였다.

[예상 체결가: 10,710원 (+30.00%)]
[예상 체결 수량: 48,200주]

전일 종가 8,240원에서 곧바로 상한가로 치솟은 숫자였다. 매수 잔량 칸에는 십 분 만에 30만 주가 넘는 대기 물량이 겹겹이 쌓였다.

초보 투자자라면 당장 시장가 매수 버튼을 누를 만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현우는 호가창 아래를 차분히 살폈다.

'허수 주문이다.'

동시호가 매수 잔량의 절반 이상은 개장 직전 취소될 가짜 벽이었다. 세력은 상한가 기세를 과시해 개미들을 끌어들이면서도 장 초반 시초가를 낮춰 물량을 쓸어 담으려 하고 있었다.

현우는 은행 앱을 켜 증권계좌로 5억 원을 추가 이체했다.

기존 예수금 5천 원에 5억 원이 더해져 증권계좌 잔액은 정확히 5억 5천 원이 되었다. 은행 계좌 세 곳에는 여전히 40억 4천만 원의 현금이 남아 있었다.

현우의 시야에 붉은빛이 번졌다.

전지적 차트 시스템이 그려내는 미래선이 캔들 위로 선명하게 내려앉았다.

예상 체결가는 개장 직전 10,710원에서 내려앉아 9,700원 선에서 시초가를 형성할 궤적이었다. 이어 개장 직후 십 분간 9,500원대까지 짧은 투매성 낙하가 이어졌다.

개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손절 물량을 털어낸 뒤 단숨에 상한가로 말아 올리는 흔들기였다.

"던지는 물량을 받아먹고 올리겠다는 뜻이군."

현우는 주문창을 열고 9,600원과 9,700원 호가에 각각 2만 5천 주씩 분할 매수 주문을 예약했다.

합산 5만 주. 금액으로는 약 4억 8천만 원 규모였다.

세력이 파놓은 함정의 깊이를 안다면 공포는 가장 확실한 기회가 된다.

초침이 여덟 시 오십구 분을 지나자 동시호가 상한가 잔량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예상 체결가가 9,700원대로 내려앉았다.

현우는 숨을 고르며 마우스에 손을 얹었다.


오전 아홉 시 정각.

요란한 알림음과 함께 거래소가 열렸다.

[한성바이오 시초가: 9,720원 (+17.96%)]

개장과 동시에 체결창이 무섭게 쏟아져 내렸다.

전날 공시를 보고 뛰어든 개미들의 매수세와 전날 저가에 잡은 단타 세력의 차익 실현 매물이 부딪쳤다.

순식간에 10만 주가 넘는 거래량이 터졌다.

9,720원.
9,680원.
9,610원.

파란색 매도 체결창이 연달아 번쩍이며 주가가 가파르게 꺾였다.

순간 9,580원까지 밀리자 일반 매수 잔량이 겁을 먹고 무너졌다. 종목 토론방에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상한가 간다더니 시초가 띄우고 설거지하네!
  • 털렸다 탈출해라!
  • 하한가 직행이다!

개미들이 패닉에 빠져 던진 투매 물량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현우의 스피커에는 경쾌한 체결음이 울렸다.

타타타탕!

[매수 체결 완료: 한성바이오 25,000주 (체결가: 9,600원)]
[매수 체결 완료: 한성바이오 25,000주 (체결가: 9,700원)]

예약해 둔 5만 주의 분할 매수가 단 삼 분 만에 전량 체결되었다.

총 매입 금액 4억 8,100만 원.

현우의 한성바이오 총 보유 수량은 65,975주에서 115,975주로 늘어났다. 총 매입 자금은 10억 2천만 원을 넘어섰다.

투매가 바닥을 찍은 오전 아홉 시 십이 분.

갑자기 9,600원 아래로 20만 주에 달하는 거대한 매수벽이 받쳐졌다.

개미들의 손절 물량을 쓸어 담은 작전 세력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것이었다.

"시작됐군."

현우가 읊조렸다.

세력의 자금이 시장가 매수 버튼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9,800원.
10,000원.
10,400원.

주가는 순식간에 치솟으며 호가창의 매도 물량을 집어삼켰다. 주저하던 개미들이 뒤늦게 매수 버튼을 눌렀으나 이미 호가는 저 멀리 달아난 뒤였다.

오전 아홉 시 이십오 분.

[한성바이오: 10,710원 (+29.98%)]
[상한가 도달]

10,710원 상한가 호가에 80만 주가 넘는 매수 잔량이 문을 걸어 잠갔다.

현우는 계좌 잔고 창을 열었다.

[한성바이오 보유 수량: 115,975주]
[평균 단가: 8,797원]
[현재가: 10,710원 (상한가)]
[평가 손익: +221,797,250원 (+21.74%)]
[총 평가액: 1,242,092,250원]

평가수익 2억 2천만 원 돌파.

오늘 하루 만에 늘어난 평가이익만 2억 원을 웃돌았다.

눈앞의 붉은 미래선은 여전히 굳건했다. 자신이 집어넣은 5억 원의 추가 자금은 세력의 통제선 안에서 흡수되어 차트의 큰 흐름을 흔들지 않았다.


오전 열 시 삼십 분.
서울 강남구 성우그룹 본사 상무실.

윤준석은 가죽 소파에 앉아 태블릿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한성바이오의 상한가 체결 현황이 떠 있었다. 임시주총 안건에 신약 조항을 넣고 장 초반 흔들기로 개미를 턴 뒤 상한가에 닫는 계획은 순조로워 보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사모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금융팀장이 들어섰다.

"상무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상한가 잘 닫혔잖아."

"장 초반 투매 유도 구간에서 수급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윤준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상?"

"저희가 9,500원 부근까지 주가를 밀며 개인 손절 물량을 회수하려 했는데 특정 개인 창구에서 5만 주를 가로챘습니다."

"5만 주? 금액으로 치면 5억 가까운 돈인데. 기관이 아니라 개인이라고?"

"키움증권 단일 계좌입니다. 9,600원과 9,700원에 분할로 받쳐두고 저희가 유도한 투매 물량을 삼켰습니다."

금융팀장의 말에 윤준석의 미간이 좁아졌다.

"우리가 흔들 줄 알고 정확히 길목을 지켰다는 소리잖아. 내부에서 정보가 샌 건가?"

"전환사채 조합 명단은 철저히 묶어뒀습니다. 우연히 배짱 좋은 슈퍼개미가 걸려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윤준석은 턱을 괴었다.

우연. 시장에서 가장 믿지 말아야 할 말이었다.

그때 며칠 전 서유리가 전했던 말이 스쳤다.

'강현우가 오십억을 가지고 있대. 한성바이오를 샀다는 소문도 있어.'

윤준석은 헛웃음을 쳤다.

결혼 전날 신부와 보증금을 빼앗기고도 아무 말 못 하던 무능한 놈이었다. 그런 놈이 50억 원을 쥐고 작전의 길목을 지켜 물량을 가로챘다는 것은 상식 밖이었다.

하지만 불쾌한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계좌 주시해. 상한가가 풀릴 때 털고 나가는지 끝까지 쥐고 가는지 추적해."

"알겠습니다."

팀장이 나가자 윤준석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

한성바이오는 그룹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띄우는 종목이었다. 어떤 불순물도 끼어들어서는 안 되었다.

"누구든 내 판에 숟가락을 얹은 대가는 치르게 될 거다."


오후 두 시 십 분.

원룸 안에서 기업 공시를 검토하던 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서유리였다.

현우는 통화 녹음 버튼을 켠 뒤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지."

낮은 음성이 나가자 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이어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우야. 바빠?"

"용건만 말해."

"걱정돼서 전화했어. 너 오늘 뉴스 봤어? 한성바이오 상한가 쳤다면서? 경제 면에 도배가 됐더라."

서유리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어제까지 50억 잔고를 사기라며 따지던 모습은 없었다. 목소리 밑바닥에 깔린 욕심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종목을 알았어? 사실 나 요즘 잠이 안 와. 우리가 삼 년 동안 얼마나 좋았는데 이렇게 끝나는 게 맞나 싶고."

"서유리."

현우가 말을 끊었다.

유리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준석 오빠랑은 일 때문에 잠깐 흔들렸던 거야. 오빠 집안이 엄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아. 현우야 우리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전세금 천오백만 원도 내가 엄마 설득해서……."

역겨움이 올라왔다.

상무의 재력에 눈이 멀어 자신을 버렸던 여자가 이제 돈 냄새를 맡고 다시 접근하고 있었다.

현우는 차갑게 말했다.

"헛소리 집어치워."

"현우야……."

"네가 누구와 어떤 관계이든 내 알 바 아니다. 그리고 천오백만 원은 설득해서 줄 돈이 아니라 법적으로 당장 반환해야 할 내 돈이다."

"너 왜 이렇게 매정해? 돈 좀 벌었다고 사람이 변한 거야?"

유리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너희 모녀의 바닥이지."

현우는 못을 박았다.

"반환 기한은 다음 주 금요일이다. 단 일 원이라도 모자라면 신혼집 전세보증금에 바로 가압류를 걸 테니 윤준석에게 빌리든 알아서 마련해."

"야! 강현우!"

비명을 뒤로하고 현우는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서유리의 번호를 수신 차단 목록에 넣었다.

구걸과 회유가 통하지 않을 때 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다. 하지만 현우에게 저들은 더 이상 신경 쓸 가치가 없는 존재였다.


오후 세 시 삼십 분.

주식시장이 마감했다.

한성바이오 호가창은 개장 직후 잠긴 상한가 10,710원을 유지한 채 장을 끝냈다. 장 마감 시점까지 쌓인 상한가 매수 대기 잔량만 120만 주였다.

팔려는 사람은 없고 사려는 사람만 줄을 선 형국이었다.

현우는 HTS 화면을 보며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한성바이오 매매 결산]

  • 보유 수량: 115,975주

  • 총 매입 금액: 1,020,295,000원

  • 평균 단가: 8,797원

  • 종가: 10,710원 (상한가)

  • 총 평가액: 1,242,092,250원

  • 당일 평가수익: +221,797,250원

  • 잔여 현금:

    • 증권계좌 예수금: 19,005,000원
    • 은행 계좌 분산 보관: 4,043,110,000원
    • 총 순자산 가치: 약 53억 4백만 원

이천만 원으로 시작했던 돈이 코인 선물을 거쳐 주식 상한가 첫날 만에 53억 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차트를 길게 늘려 잡았다.

붉은 미래선은 내일 금요일 아침 시초가부터 점상한가로 직행하는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장 시작과 동시에 문이 닫혀 거래량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 상승의 구간이었다.

그리고 그 궤적의 끝.

다음 주 수요일 5연속 상한가를 찍는 3만 원 선 위에는 거대한 절벽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세력이 차명 계좌로 쥐고 있는 전환사채 수백만 주를 개미들에게 떠넘기고 빠져나갈 자리였다.

현우는 전환사채 납입 조합의 주소지가 적힌 메모를 내려다보았다. 윤준석이 일하는 성우그룹 사옥의 주소와 정확히 일치하는 기록이었다.

"윤준석. 네가 정성껏 차려놓은 판이다."

현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단물은 내가 마시고 빈 껍데기 폭탄은 네 손에 쥐여주마."

금요일 아침이 오면 2연속 점상한가가 터질 터였다. 그리고 세력이 준비한 잔치의 끝에서 현우는 상대의 숨통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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