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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7화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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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주식 시장으로

매수 체결 알림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강현우는 한성바이오 호가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총 매입 금액 4억 9,999만 5천 원.

잔고에 찍힌 숫자는 메디큐어 선물 거래에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작았다. 그러나 주식 계좌에 처음으로 자리 잡은 종목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달랐다.

현우는 메모장을 열었다.

[한성바이오 60,975주]
[평균 단가 8,200원]
[현재가 8,210원]
[은행 현금성 자산 약 45억 8천만 원]

그는 곧바로 한성바이오의 공시 목록을 열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올라온 자료는 전환사채 발행 결정과 임시주주총회 소집 공고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가총액 1,200억 원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차트는 사흘 뒤부터 다섯 번 연속으로 상한가를 찍고 있었다.

‘가격은 이유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유는 가격이 움직인 뒤에 붙을 수도 있다.’

현우는 공시 내용을 한 줄씩 읽었다. 전환사채의 납입 대상은 이름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투자조합이었다. 임시주총 안건에는 신규 이사 선임과 사업 목적 추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시장에 퍼질 재료는 충분했지만 주가를 단숨에 세 배로 만들 만큼 확실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는 증권계좌로 옮겨 둔 자금이 더 없는지 확인했다. 메디큐어에서 거대한 주문 하나가 미래선을 흔들어 놓는 장면을 이미 보았기에 50억 원을 한 번에 넣지 않았다.

돈이 많아진 순간부터 주문은 흔적이 된다.

현우는 남은 돈을 당장 추가로 이체하지 않았다. 한성바이오가 오를 거라는 확신과 한성바이오를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는 착각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오전 열한 시가 지나자 호가창의 모양이 달라졌다.

8,220원에 1만 5천 주가 걸렸다. 매도 물량만 보면 주가가 그 이상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선명했다. 하지만 8,210원까지 매수 잔량이 줄어들자 매도벽은 갑자기 사라졌다.

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몇 초 뒤 비슷한 수량의 물량이 8,230원에 다시 나타났다.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지만 아래로 밀 생각도 없는 주문이었다.

그는 호가창 옆 메모창에 매도벽의 등장과 취소 시각을 기록했다. 단순한 매도라면 굳이 가격을 따라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는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 머물기를 바라고 있었다.

8,180원까지 매수 잔량이 밀리자 한성바이오의 현재가는 8,190원으로 내려갔다. 호가창에 있던 개인 투자자의 주문 몇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래량은 많지 않았지만 매도 체결음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이어졌다.

현우는 매도 버튼 위에 올렸던 손가락을 거뒀다.

미래선은 여전히 8,000원 부근을 좁게 오가고 있었다. 사흘 뒤 수요일 장 마감부터 솟구치기 시작하는 선도 그대로였다.

‘지금 필요한 건 방향을 맞히는 게 아니다. 누가 내 판단을 흔들려고 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8,200원 아래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졌지만 저가 매수 잔량도 꾸준히 채워졌다. 누군가 높은 곳의 물량을 낮은 가격으로 넘기게 만든 뒤 그걸 받아먹고 있었다.

현우는 세력이라는 단어를 메모장에 적었다가 지웠다. 아직 확정할 수 없었다. 시장에는 우연한 주문도 있고 여러 투자자의 판단이 겹칠 수도 있었다.

다만 우연이라기에는 반복이 지나치게 정교했다.


오후 두 시를 조금 넘겼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서유리]

현우는 화면을 잠깐 바라보다 통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녹음 버튼부터 눌렀다.

“왜 엄마한테 그런 사진을 보냈어?”

유리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당황이 먼저 묻어났다.

“잘못 보냈다고 했잖아.”

“그게 말이 돼? 오십억이 넘는 잔고가 네 계좌에 어떻게 있어? 코인으로 번 거야? 아니면 누가 대신 넣어 준 거야?”

“내 계좌의 돈이 어디서 왔는지는 네가 확인할 일이 아니야.”

“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틀어져야 해? 엄마가 너무 심하게 말한 건 나도 알아. 그래도 천오백만 원 때문에 사람을 죄인 취급하면 안 되잖아.”

현우는 호가창을 보며 대답했다.

“내 돈을 돌려달라는 게 죄인 취급이야?”

“그 돈은 신혼집에 들어간 돈이잖아. 나도 지금 상황이 복잡해. 준석 오빠 쪽에서 결혼 준비 비용을 정리하고 있어서 바로 돌려주기 어렵다고 했어.”

이름이 나오자 현우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그건 너희가 해결할 문제야. 반환 기한은 내용증명에 적힌 날짜 그대로야.”

“현우야. 너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도 계속 이렇게 나오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투자 종목을 묻는 거라면 대답하지 않겠다.”

“뭐?”

“돈이 생겼다는 이유로 네가 내 생활을 다시 들여다볼 권리가 생긴 건 아니야. 보증금은 법대로 돌려받고 투자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현우는 더 기다리지 않고 통화를 끊었다. 곧바로 같은 번호에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 돈으로 우리를 겁주겠다는 거야?]

그는 메시지를 캡처해 증거 폴더에 저장했다. 답장은 하지 않았다.

서유리는 전화를 내려놓자마자 윤준석에게 연락했다. 준석은 회의실 안에서 보고서를 넘기다 말고 그녀의 말을 들었다.

“강현우가 오십억을 가지고 있대. 엄마가 계좌를 직접 봤어.”

“오십억?”

윤준석이 비웃듯 되물었다.

“코인 선물이라도 했겠지. 그런 돈은 하루 만에 사라져.”

“그런데 오늘 한성바이오를 샀다는 말이 있어.”

준석의 손가락이 보고서 위에서 멈췄다.

한성바이오.

그는 책상 옆에 놓인 검은 파일을 바라보았다. 파일 안에는 전환사채 납입 예정 조합과 임시주총 안건을 둘러싼 자금 흐름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 외부로 새어 나가면 안 되는 자료였다.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엄마가 들었대. 현우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준석은 곧바로 금융팀에 전화를 걸었다.

“한성바이오 오늘 개인 계좌 매수 동향 확인해. 강현우라는 이름이 직접 뜨는지 말고 주변에서 갑자기 큰돈이 들어온 흔적이 있는지만 봐.”

“상무님. 그 종목은 예정된 물량이 있어서 장중 수급을 자극하면 곤란합니다.”

“그러니까 확인하라는 거야.”

전화를 끊은 준석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현우가 정말 그 종목을 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현우의 50억 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닐 가능성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수요일 오전 아홉 시 삼 분.

한성바이오의 시초가는 8,160원이었다. 전날 종가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개장과 동시에 8,000원에 3만 주가 쌓였다. 매도벽 아래로 체결량이 밀리자 매수 잔량이 겁먹은 듯 줄었다. 7,980원. 7,920원. 7,850원.

현우의 평가손실이 2천만 원을 넘어섰다.

잔고만 보는 사람이라면 매도 버튼을 누르기 충분한 하락이었다. 하지만 현우의 시야에는 붉은 미래선이 두 겹으로 떠 있었다.

하나는 현재 주문이 만들어 내는 짧은 흔들림이었다. 7,80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오후에 8,100원 근처로 돌아오는 선.

다른 하나는 그 뒤에 길게 이어지는 상승이었다. 수요일 장 마감 무렵 선의 각도가 바뀌고 목요일 아침부터 위쪽 한계선에 부딪히는 봉들이 연달아 솟았다.

현우는 바로 매수하지 않았다.

현재 가격이 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주문을 넣으면 시장에 의도를 알릴 수 있었다. 거래량은 늘었지만 대량 매도 뒤에는 계속 작은 매수 주문이 붙었다.

“겁을 주면서 받아가는군.”

현우는 매도벽의 움직임을 확대했다.

8,000원에 있던 3만 주가 7,900원으로 내려갔다. 곧이어 7,900원 매도벽이 취소됐다. 누군가 팔려는 사람이 아니라 팔고 싶어 보이는 화면을 만들고 있었다.

현우는 7,860원에 5천 주 매수 주문을 넣었다. 금액으로는 4천만 원이 조금 넘었다. 시장을 뒤집기에는 작고 자신의 판단을 시험하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체결 알림이 한 번 울렸다.

[한성바이오 매수 체결: 5,000주]

붉은 미래선이 순간적으로 위로 튀었다. 하지만 그 뒤의 상한가 궤적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현우는 추가 주문을 멈췄다. 미래선이 반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집어넣으면 평균단가를 낮출 수 있었지만 그만큼 차트에 손을 대는 힘도 커진다.

한성바이오는 7,800원대와 7,900원대를 오갔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던진 물량을 누군가는 받아갔고 오후가 되자 매도벽이 옅어졌다.

현재가가 8,020원을 회복했을 때 현우는 매수 물량을 팔지 않았다.

이익을 확정하고 싶은 마음은 컸다. 그러나 지금의 반등은 목적지가 아니라 흔들기의 끝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메모장에 새로운 원칙을 적었다.

[싼 가격은 매수 이유가 아니다.]
[오를 이유를 확인한 뒤에도 주문은 작게 나눈다.]
[흔들림을 견디는 것도 포지션의 일부다.]


수요일 오후 네 시 오십 분.

장 마감 직전 한성바이오의 거래량이 갑자기 늘었다.

증권사 뉴스 알림이 화면 한쪽에 떴다.

[한성바이오 임시주주총회 안건 일부 변경 공시]

현우는 공시 원문을 열었다. 신규 이사 후보의 이름이 추가되었고 사업 목적에는 신약 연구와 해외 기술 수출이 함께 적혀 있었다. 내용만 보면 기대를 키울 만했지만 실제 계약이나 매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호가창에는 매수 주문이 빠르게 쌓였다.

8,100원.

8,200원.

8,300원.

사람들이 공시를 읽기 전에 숫자부터 따라붙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었거나 알고 있는 것처럼 시장을 밀고 있었다.

현우는 차트의 끝을 확대했다.

수요일 장 마감 봉 뒤에 가느다란 붉은 선이 솟았다. 그 선은 다음 날 개장 직후 위쪽 가격 제한선에 닿았다. 거래량 표시 아래에는 평소보다 훨씬 두꺼운 매수 대기 띠가 생겼다.

은행 계좌에는 아직 45억 원이 넘는 돈이 남아 있었다. 전부 투입하면 호가창 자체를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미래선은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일 주문 계획을 세 줄로 적었다.

[개장 직후 시장가 금지]
[매수 잔량과 체결 속도 확인]
[필요한 만큼만 여러 가격에 분할]

현우는 공시 PDF를 다시 열었다. 전환사채 납입 대상 조합의 업무집행사무소 주소를 법인 정보와 대조하자 윤준석이 근무하는 회사가 여러 계열사와 함께 쓰는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주소가 같다고 같은 자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성바이오의 폭등과 준석의 검은 파일이 같은 시기에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우연으로 넘기기는 어려웠다.

현우는 주소를 따로 저장했다.

복수는 화가 풀릴 때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상대가 설계한 규칙을 알아내고 그 규칙 안에서 상대의 출구를 막는 일에 가까웠다.

장 마감 알림이 울렸다.

한성바이오 종가는 8,240원.

아직 폭등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이 닫힌 호가창 한쪽에는 내일을 기다리는 수만 주의 매수 잔량이 검은 벽처럼 쌓여 있었다.

현우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앞의 붉은 선을 바라보았다.

“내일 아침엔 누가 먼저 문을 열까.”

그는 증권계좌의 이체 한도를 열었다. 50억 원 전부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옮길 준비를 했다.

다음 날 장이 열리면 한성바이오의 상한가 주문과 자신의 첫 추가 매수가 같은 호가창에서 부딪힐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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