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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9화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파혼당하고 주식으로 대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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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세력과의 심리전

금요일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한성바이오의 예상 체결가가 13,920원에 붙어 있었다.

강현우는 밤새 책상 위에 펼쳐 둔 체결 기록을 한쪽으로 밀었다. 모니터에는 상한가 매수 대기 수량이 분 단위로 늘고 있었다. 48만 주. 67만 주. 몇 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 90만 주를 넘겼다.

전날 자신이 9,600원과 9,700원에서 사들인 5만 주도 저 줄 맨 앞에 팔려고 내놓으면 즉시 체결될 터였다. 그러나 그는 주문창을 열지 않았다.

매수 대기 숫자는 약속이 아니었다. 장이 열리기 전에는 클릭 한 번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전날 동시호가에 쌓인 허수 주문이 어떻게 걷혔는지 현우는 직접 보았다.

그는 다른 화면에 보유 잔고를 띄웠다.

[한성바이오 보유 수량: 115,975주]
[총 매입 금액: 1,020,295,000원]
[증권계좌 예수금: 19,005,000원]

은행에 남은 현금은 40억 원이 넘었다. 상한가가 확실하다면 돈을 더 옮겨 사는 편이 이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에 자신이 거액을 밀어 넣으면 미래 차트가 달라질 수 있었다.

현우는 눈앞에 나타난 붉은 궤적을 살폈다. 금요일의 캔들은 상한가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 뒤의 선도 다음 주 초반까지 위로 뻗었다. 지금 보이는 그림은 자신이 가만히 있을 때의 시장이었다.

"오늘은 내 돈보다 저쪽 돈이 먼저 움직이게 둔다."

그는 메모장에 짧게 적었다.

[추가 매수 없음. 매도 주문 없음.]
[대기 잔량과 실제 체결을 구분할 것.]

오전 여덟 시 오십구 분.

90만 주를 넘던 매수 대기가 한꺼번에 줄었다. 54만 주. 31만 주. 예상 체결가가 잠깐 13,900원으로 내려오자 커뮤니티 창에 빨간 경고 글이 쏟아졌다.

현우는 그 글을 닫았다. 아직 한 주도 거래되지 않았다. 누군가 겁을 주고 싶어 만든 화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바닥에는 이미 땀이 배었다. 자신이 가진 주식은 작은 개인 계좌치고는 너무 많았다. 상한가 벽이 얇아질수록 그 물량을 들고 있는 무게가 또렷해졌다.

시계가 아홉 시를 가리켰다.

첫 체결음이 울렸다.

[한성바이오 시초가: 13,920원]

가격은 상한가였다. 아래 호가에 찍힌 체결은 없었다.

현우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매도 주문 8만 주가 상한가에 쏟아졌다. 매수 대기가 물량을 받아냈다. 26만 주로 시작한 잔량은 순식간에 18만 주가 되었다.


"풀리는 거 아냐?"

현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왔다.

상한가에 줄 선 매수자가 모두 주문을 취소한다면 다음 매도 물량은 아래 호가를 때릴 수 있었다. 그러면 점상한가를 믿고 몰려든 투자자들이 서로 먼저 팔겠다고 나설 터였다.

모니터 구석의 수익률은 환하게 붉었다. 평가이익이 단 하루 사이 몇억 원씩 불어났다. 팔 버튼 한 번이면 그 돈의 일부를 확정할 수 있었다.

현우는 마우스 포인터를 매도 탭 위에 올렸다.

상한가 매수 대기 18만 주. 자신의 보유 물량은 11만 5,975주. 전량을 던지면 남은 벽의 절반 이상을 혼자 허물 수 있었다. 누군가 그 반응을 기다린다면 현우가 스스로 손을 들어 위치를 알리는 셈이었다.

그는 포인터를 옮겨 체결 내역을 확대했다.

매도 8만 주는 여러 주문으로 나뉘어 상한가에서 전부 체결됐다. 그 뒤에는 13,920원보다 낮은 체결가가 없었다. 호가창의 그림은 위태로웠지만 실제 거래 가격은 아직 한 칸도 내려가지 않았다.

또 6만 주가 상한가에 들어왔다. 체결음이 연달아 울리고 매수 대기는 12만 주까지 얇아졌다.

현우의 목 뒤가 서늘해졌다. 여기에 자기 물량을 보태면 상한가가 풀릴 가능성이 있었다. 전날 9,600원대에서 5만 주를 받아간 개인이 겁을 먹었는지 확인하려는 시험이라면 지금이 가장 싼 시험대였다.

붉은 미래선이 시야에 겹쳤다. 오늘의 캔들은 여전히 가격 제한선에 붙어 있었다. 월요일 아침의 선도 높았다. 다만 현우는 그 선을 보증서로 여기지 않았다. 자신이 주문을 넣으면 시장과 함께 그림도 바뀔 수 있었다.

그는 매도 탭에서 손을 떼었다.

"가격이 무너진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아."

십여 초 동안 체결음이 끊겼다. 얇아진 매수벽 너머로 주문 한 건이 새로 붙었다. 이어 또 한 건. 12만 주가 19만 주가 되고 19만 주가 37만 주가 됐다.

누군가는 팔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주식을 계속 받았다. 그 과정에서 13,920원은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현우는 호가창 옆에 시간을 적었다. 처음 벽이 사라진 시각. 매도 물량이 쏟아진 시각. 다시 잔량이 채워진 시각. 숫자를 나란히 놓자 우연한 주문 취소라고 보기 어려운 간격이 보였다.

상한가를 유지하면서 보유자만 겁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전날 체결된 자신의 5만 주를 메모에서 동그라미 쳤다. 9,600원과 9,700원에 나뉘어 들어온 주문. 시장 전체에 비하면 작은 조각이어도 누군가 계획한 매도 구간에서는 튀는 조각이었다. 현우는 그 조각을 다시 호가창에 내놓지 않았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매수 잔량은 50만 주를 넘어섰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셈이었다. 하지만 몇억 원의 이익을 눈앞에 두고도 상대가 정한 박자에 맞춰 팔지 않는 것 역시 선택이었다.

그가 전날 가져간 물량을 세력이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증권사 창구의 집계만으로 개인 계좌를 지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 크게 사들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추론은 가능했다.

현우는 휴대폰에 뜬 새 주식 알림을 밀어냈다. 화면마다 떠드는 소문보다 체결가 한 줄이 더 정확했다.


같은 시각 성우그룹 사옥.

윤준석은 금융팀장이 내민 종이를 책상 위에 던졌다.

"어제 그 5만 주. 팔았어?"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 계좌의 매매 내역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창구에서 오늘 오전에 그만한 규모의 매도가 한꺼번에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잘게 나눠 팔 수도 있잖아."

"그렇습니다. 창구 자료만으로는 같은 사람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준석은 대답 대신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침에 거둬들인 매수벽과 상한가에 내놓은 물량은 예상보다 빨리 소화됐다. 잔량이 12만 주까지 줄었을 때도 겁먹은 대량 매도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금융팀장에게 턱짓했다.

"증권사 쪽은?"

팀장은 휴대폰을 들어 스피커를 켰다.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자 몇 차례 신호음 뒤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입니다. 한성바이오 쪽 키움 창구 말입니다. 어제 오전 9,600원대에서 크게 산 고객이 있는지 확인만 부탁드립니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 정보는 드릴 수 없습니다. 고객 계좌 명의와 주문 내역은 내부에서도 권한 없이 조회하면 기록이 남습니다."

"이름 말고 고객 유형이라도요."

"그것도 안 됩니다. 공개된 창구별 수급만 보셔야 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금융팀장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엎었다.

준석은 책상 끝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창구에는 수많은 고객의 주문이 섞여 있었다. 5만 주를 받아 간 개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길이 막혔다.

머릿속에 서유리의 말이 남았다.

강현우에게 오십억 원이 있다. 그가 한성바이오를 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에는 허풍이라고 여겼다. 이제 그 말은 짜증 나는 가능성이 됐다. 그렇다고 현우를 매수자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다른 거액 개인도 시장에는 얼마든지 있었다.

"월요일엔 더 많이 던져볼까요?" 금융팀장이 물었다.

준석은 고개를 저었다.

"계좌 하나 알아보자고 우리 물량을 소모할 순 없어. 장 시작 전에 벽이 얇아지는지만 지켜봐."

그는 휴대폰 연락처에서 강현우의 번호를 찾았다.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를 맴돌았다.

"증거가 없으면 직접 물어보면 되지."

준석은 통화 대신 짧은 문장을 입력했다. 상대가 무슨 대답을 하든 반응 속도와 말투를 볼 생각이었다.


오후 세 시 삼십 분.

한성바이오는 13,92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초가와 종가가 같았다. 장중 체결은 모두 상한가에서 이뤄졌다.

현우는 마감된 잔고 화면을 열었다.

[한성바이오 보유 수량: 115,975주]
[종가: 13,920원]
[평가액: 1,614,372,000원]
[매입금 대비 평가수익: 594,077,000원]

거의 6억 원의 이익이었다. 하지만 계좌에 들어온 현금은 아니었다. 매도하지 않은 주식의 가격이 오른 만큼 장부에 찍힌 숫자였다.

현우는 잠시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결혼 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자신을 비웃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 돈보다 훨씬 큰 수익이 화면에 있었지만 손끝은 오히려 신중해졌다.

상한가를 두 번 맞힌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자기 물량을 내놓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에 거의 30퍼센트씩 불어나는 종목은 언제든 반대 방향으로도 사람을 밀어낼 수 있었다.

그는 월요일 개장 전 확인할 항목을 적었다. 미래선의 방향. 실제 체결량. 상한가 대기 주문이 빠지는 시간. 그리고 수요일에 자신보다 먼저 출구를 찾을 물량의 크기.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 번호 미저장: 강현우 씨. 한성바이오 아직 갖고 있나? — 윤준석]

현우는 문자를 두 번 읽었다. 준석이 계좌 주인을 알아냈다면 이런 식으로 묻지 않았을 것이다. 질문 자체가 미끼였다.

그는 화면을 캡처해 저장했다. 답장 창에는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

호가창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으면서 이 짧은 질문 앞에서 보유 물량을 털어놓을 이유는 없었다.

현우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월요일 아침 준석이 다시 매수벽을 걷는다면 그가 기다리는 대답은 문자보다 먼저 호가창에 나타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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