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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6화

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

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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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쥐새끼와 해커

관제실 문이 안쪽으로 휘어졌다.

금속을 긁는 소리가 이빨 사이로 파고들었다. 태현은 중앙 콘솔에 손을 얹은 채 북서쪽 유지보수 통로의 도어를 바라봤다.

통로까지는 열두 걸음이었다. 지금 다리로는 멀었다.

“오류 개체 119번에게 고지한다.”

문 너머에서 확성기 음성이 울렸다.

“신위 데이터의 훼손을 막기 위해 생체 회수 절차를 실시한다. 저항하면 캡슐 구역의 산소 공급을 차단한다.”

태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협박이 아니었다. 저들은 정말로 사람들을 죽일 생각이었다.

문 표면을 타고 세 개의 인증 신호가 번졌다. 첫 번째는 잠금 위치를 읽고 두 번째는 격벽 압력을 낮췄다. 마지막 신호가 없어서 문이 버티고 있었지만 오래 가지 못할 터였다.

태현은 콘솔의 현장 통신 창을 열었다. 방금 전 자신이 흘린 가짜 영상의 위치 신호가 수색대의 헬멧에 남아 있었다.

그는 가짜 신호를 북쪽 폐기 통로로 옮겼다.

[오류 개체 위치: 7구역 북쪽 폐기 통로]

수색대의 통신망이 바로 반응했다.

[제1조 회수팀: 북쪽 진입]

문 밖의 발소리가 흔들렸다. 일부 대원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관제실을 여는 팀은 남아 있었다.

태현은 관리자 인증 신호의 끝을 잡아당겼다. 세 번째 키가 현장 지휘관의 장갑에서 나왔다. 키의 통신 대역은 중앙 관제망과 달랐다. 아주 낮은 주파수로 다른 회선에 붙어 있었다.

127번 캡슐에서 흘러나왔던 낡은 통신 패킷과 같은 대역이었다.

‘플러그아웃.’

태현은 그 회선에 자신의 위치를 얹었다. 북서쪽 도어의 잠금 상태와 관제실 바깥의 수색대 숫자를 짧은 데이터로 보냈다.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문을 열지 마라]

태현은 도어 패널을 봤다.

“이미 열리고 있다.”

그는 콘솔 위에 손가락을 눌렀다.

관제실 문이 열리는 순간에 맞춰 잠금 코일의 전류를 반대로 돌렸다. 넓게 덮어쓰지 않았다. 한 겹의 코일만 꺾었다.

쾅!

문이 절반쯤 열리다 멈췄다. 틈 사이로 검은 방호복을 입은 대원의 팔이 들어왔다. 전자기검이 번쩍이며 콘솔 쪽을 겨눴다.

태현은 대원의 장갑에 연결된 관리자 키를 타고 신위를 밀어 넣었다.

[현장 무장: 안전 잠금]

검의 푸른 날이 꺼졌다. 동시에 대원의 팔이 굳었다.

태현은 멈춘 팔을 붙잡아 문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두 번째 대원이 뒤에서 밀고 들어왔다. 문틈은 다시 벌어졌다.

태현은 북서쪽 도어를 열었다. 도어가 열리며 낡은 공기와 먼지가 밀려 나왔다.

그는 벽을 짚고 통로로 들어섰다.

뒤에서 총성이 터졌다. 전자탄이 벽을 스치며 금속을 녹였다.

태현은 북서쪽 도어를 닫지 않았다. 대신 도어 제어선을 수색대의 통신망에 물렸다.

[유지보수 통로: 폐쇄 예약]

뒤따르던 대원이 통로 안으로 뛰어드는 순간 문이 내려왔다. 대원의 어깨가 문 아래에 끼었다.

태현은 전력선을 끊었다. 문이 멈추며 대원을 완전히 가두지는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유지보수 통로는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었다. 천장에는 산소관과 냉각관이 겹쳐 있었고 바닥에는 녹슨 케이블이 물처럼 널려 있었다. 비상등은 세 칸마다 하나씩만 켜졌다.

태현은 벽에 손을 대고 한 걸음씩 옮겼다.

뒤쪽에서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수색대가 다시 따라오고 있었다.

그때 벽면 안쪽에서 작은 빛이 깜빡였다.

태현은 멈춰 섰다. 빛은 통신 단자에 꽂힌 가느다란 광섬유에서 나오고 있었다. 단자 주변에는 손톱만 한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도구로 패널을 열었다.

옆쪽 배관의 수동 밸브에는 검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태현이 테이프를 떼자 희미한 문양이 드러났다.

동그라미 안에 끊어진 선 세 개.

127번 캡슐의 통신 패킷에 붙어 있던 표식이었다.

태현은 광섬유를 따라 신호를 읽었다. 외부 침입자는 127번 캡슐의 산소 압력을 아주 조금씩 흔들어 통신 장치를 깨웠다. 두드림처럼 보이는 파형을 만든 뒤 오래된 회선으로 패킷을 보낸 것이다.

산소를 과하게 낮추지 않은 것은 생존 확인을 위한 조절이었다. 캡슐 속 사람이 반응할 때만 다음 패킷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최소한 저들은 캡슐 속 사람을 단순한 자산 번호로 부르지 않았다.

통로 끝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손 떼.”

태현이 고개를 들었다.

수동 분배기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 아래로 날카로운 눈이 빛났다. 한쪽 눈에는 얇은 사이버네틱 글래스가 걸려 있었고 손에는 소형 전자식 권총이 들려 있었다.

총구가 태현의 가슴을 겨눴다.

“한 발짝 더 오면 쏜다.”

태현은 여자의 손가락과 분배기 사이의 선을 훑었다. 권총은 분배기와 같은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뿐 아니라 통로의 냉각 밸브도 함께 움직인다.

그는 시선을 총구에서 내리지 않은 채 말했다.

“네가 127번에 신호를 보냈나.”

여자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남긴 회선이 말해줬다.”

“회선을 읽었다고?”

여자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글래스 위로 푸른 숫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럼 넌 더 위험하네. 콥의 회수용 개조체야?”

“그들이 나를 회수하려 한다.”

“그건 대답이 아니지.”

“내가 그쪽이라면 지금 네 목에 전자침을 꽂았을 거다.”

“회수팀은 캡슐 안 사람들의 산소를 끊겠다고 했어.”

“그래서 네가 먼저 쏘겠다는 건가.”

여자의 입술이 굳었다.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쏴야 하니까.”

그 말 뒤에 피로가 묻어 있었다. 태현은 권총을 든 손보다 여자의 왼쪽 팔을 먼저 봤다. 소매 아래에서 피가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 혼자 통로에 들어온 뒤 이미 무언가에 긁힌 모양이었다.

“127번을 확인하러 온 이유는?”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그렇다면 나도 네 통로를 쓸 이유가 없다.”

태현은 몸을 돌렸다.

여자의 총구가 움직였다.

“멈춰.”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여자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통로 안쪽에서 금속음이 울렸다.

위이잉.

수색대의 정찰 드론이 좁은 통로로 들어오고 있었다. 렌즈의 붉은 빛이 두 사람을 훑었다.

[비인가 생체 신호 2건]

[신위 데이터 반응 확인]

여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네가 놈들을 여기로 끌고 왔어?”

“가짜 위치를 흘렸다. 네 통신망이 그 신호를 덮었다.”

“그래서 둘 다 잡히게 생겼네.”

드론의 하부에서 전자침이 펼쳐졌다. 좁은 통로에서는 피할 공간이 없었다.

여자가 분배기 옆의 케이블을 잡아당겼다.

“내 신호를 세 갈래로 나눌게. 네가 문을 열어.”

“명령하지 마라.”

“협상은 살아남은 다음에 해.”

글래스에서 쏟아진 데이터가 통로 벽면을 타고 퍼졌다. 드론의 렌즈가 세 개의 가짜 열원으로 갈라졌다. 붉은 조준점이 허공을 따라 흔들렸다.

태현은 바닥 전력 레일에 손을 댔다. 드론을 멈출 수는 없었다. 통로 전체를 덮어쓰면 산소관이 같이 끊긴다.

그는 격벽 잠금 코일 하나만 골라냈다.

[북서 유지보수 격벽: 잠금 코일 1번]

[권한 덮어쓰기: 개방]

손끝이 타들어 갔다. 코일 안쪽의 얇은 선이 푸르게 물들었다.

철컥.

격벽이 열렸다. 여자가 먼저 몸을 낮춰 안으로 미끄러졌다.

“너도 들어와!”

태현은 드론의 전자침을 피해 격벽 안으로 몸을 던졌다. 침 끝이 어깨를 스치며 살을 찢었다.

그는 격벽 제어선을 놓지 않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 드론의 추진 회로를 붙잡았다.

[정찰 드론 추진 출력: 0]

드론이 허공에서 꺾이며 바닥에 처박혔다. 철제 몸체가 통로를 긁었다.

여자는 냉각 가스 밸브를 열었다. 하얀 안개가 격벽 바깥으로 쏟아졌다. 뒤따라오던 대원들의 기침 소리가 퍼졌다.

두 사람은 어두운 격실 안쪽에 몸을 숨겼다.

태현이 손을 떼자 격벽이 완전히 닫혔다. 머리가 다시 울렸다. 시야 가장자리에 검은 점이 번졌다.

여자는 총구를 내리지 않은 채 태현을 살폈다.

“방금 그건 해킹이 아니야.”

태현은 어깨의 상처를 눌렀다.

“너도 평범한 침입자는 아니다.”

“플러그아웃 소속 서연우.”

여자가 짧게 말했다.

“이름부터 말해. 네가 누구인지 알아야 다음 격벽을 열어줄지 정할 수 있으니까.”

태현은 닫힌 격벽 너머에서 수색대의 발소리를 들었다. 손에 쥔 합금 공구가 미세하게 떨렸다.

연우의 글래스에는 격벽의 회로도가 떠 있었다. 잠금 코일 세 개가 붉게 막혀 있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눌렀지만 경고음만 돌아왔다.

“이 문은 네 기술로만 열 수 있겠네.”

그녀가 낮게 말했다.

태현은 닫힌 문과 그녀의 권총을 번갈아 보았다. 도망칠 통로는 하나 더 있었지만 혼자 열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열 수 있다.”

“그럼 이번에는 대가를 말해.”

문 바깥의 절단 장치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태현은 여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강태현.”

서연우의 글래스에 푸른 경고 문장이 떠올랐다.

[신원 데이터 없음]

바로 그 순간 격벽 바깥에서 대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두 생체 신호를 확인했다. 안쪽 격실을 열어.”

연우는 태현을 향해 총구를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강태현. 네가 문을 열 수 있지?”

태현의 눈동자 안에서 푸른 룬이 다시 돌았다.

아직 누구도 서로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수색대는 두 사람 모두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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