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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5화

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

100층을 깨부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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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비상 경보

관제실의 모든 화면이 붉게 물들었다.

태현은 비상용 합금 공구를 내려놓고 중앙 콘솔에 손을 짚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미세한 진동이 올라왔다. 보관소 전체의 회로가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며 떨고 있었다.

[상위 관제망 접속 중]

[오류 개체 위치 고정: 7구역 중앙 관제실]

[특수안전부 제3타격 수색대 도착 예정: 06분 42초]

6분.

태현은 화면 구석의 생체 수치를 확인했다. 바이오 생체 젤 덕분에 뇌사 경고는 사라졌지만 근육 손상 수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다리에 힘을 넣을수록 종아리 안쪽에서 뜨거운 피가 번졌다.

신위를 펼치면 수색대의 도착 시간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관제실의 권한을 한 번 더 크게 덮어쓰면 자신이 먼저 쓰러질 가능성도 있었다.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로그 창을 열었다.

가장 최근의 명령부터 거꾸로 읽었다. 정화 시퀀스. 폐기 준비. 오류 개체 이첩. 그 아래에는 자신이 캡슐에서 깨어난 뒤 발생한 짧은 기록들이 이어져 있었다.

[비인가 운동 신호 감지]

[신경 접속 우선권 변조]

[신위 데이터 노드 반응 가능성: 0.03%]

마지막 문장 위에 푸른 선이 멈췄다.

태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0.03%라는 수치는 그의 권능을 이해한 결과가 아니었다. 중앙 통제 센터는 아직 신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색대를 보냈다.

그들은 사람을 회수하러 오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가지러 오는군.”

태현은 화면의 다음 항목을 눌렀다.

[회수 우선순위]

[1순위: 비인가 권한 데이터]

[2순위: 생체 기록]

[3순위: 보관 자산 잔여물]

보관 자산 잔여물.

자신을 부르는 명칭은 달라지지 않았다. 캡슐 안에 누운 사람도 관제실을 점거한 자신도 그들에게는 버릴 수 있는 물건이었다.

태현은 분노를 눌렀다. 감정은 아직 몸보다 빨랐다. 그 속도를 그대로 두면 신위가 과하게 튀어나온다.

그는 화면을 세 갈래로 나눴다. 하나는 외부 감시 영상. 하나는 저장소 도어 제어. 마지막 하나는 캡슐 생체 순환이었다.

붉은 점 하나가 저장소 외벽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제3타격 수색대 선발 강하정 진입]

화면 속 어둠에서 검은 수송정 세 대가 내려왔다. 수송정의 하부에는 다리 대신 원형 절단 장치가 달려 있었다. 착륙할 생각이 아니었다. 외벽을 잘라 바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장비였다.

수송정 한 대의 내부 영상이 자동으로 열렸다.

검은 방호복을 입은 대원들이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등에 멘 장치는 소형 대포처럼 보였지만 총구 안쪽에는 푸른 마력 회로가 겹겹이 박혀 있었다.

수송정 바닥에는 접이식 고정침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침마다 저장소 외벽의 두께와 내부 배관 위치를 계산하는 센서가 달려 있었다. 이들은 문을 찾는 부대가 아니었다. 벽 자체를 지도처럼 읽고 가장 약한 곳에 칼날을 꽂는 부대였다.

태현은 센서가 보내는 수치를 훔쳐보았다. 절단 장치가 외벽을 세 겹으로 나누고 있었다. 첫 겹은 장갑판이고 두 번째 겹은 전력 배관이었다. 세 번째 겹을 뚫으면 캡슐 구역의 산소 순환관이 노출된다.

수색대가 빠른 이유가 보였다. 사람을 살리려면 조심해야 하지만 물건을 꺼내려면 벽을 부수면 된다.

대원 한 명이 헬멧을 썼다.

“현장 생체 반응은 몇 개지?”

“정상 유지 자산 143기. 오류 개체 1기입니다.”

“정상 유지 자산은?”

“회수 과정에서 손실될 수 있습니다.”

“질문에 답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시합니다.”

태현은 영상 속 목소리를 기억했다. 냉정하고 낮았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생존자의 숫자보다 회수할 권한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외부 감시 화면에 손가락을 올렸다.

감시 카메라의 신호는 중앙 통제 센터로 이어져 있었다. 화면을 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신호가 끊기면 오히려 위치가 확정된다.

태현은 자신이 서 있는 관제실의 영상을 한 장면씩 읽었다. 깨진 캐비닛. 쓰러진 콘솔. 합금 공구를 쥔 자신의 손. 그리고 벽면 왼쪽의 예비 냉각관.

그는 실제 화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웠다.

신위의 푸른 선이 카메라 회로로 흘렀다.

[현장 영상 출력: 정상]

[오류 개체 식별: 관제실 중앙]

문장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영상 속 태현의 몸이 한 박자 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반복되고 손을 드는 장면이 겹쳤다.

감시자는 가짜 영상을 보고 진짜 위치를 찾게 될 것이다.

태현은 곧바로 저장소 도어 제어를 열었다. 중앙 통로로 이어지는 격벽은 모두 네 곳이었다. 세 곳을 닫으면 수색대의 진입이 늦어진다. 그러나 마지막 한 곳을 닫는 순간 캡슐 구역의 전력 분배가 끊길 수 있었다.

그는 배관 지도를 겹쳐 놓았다.

전력은 도어 옆의 주 레일을 지나 캡슐 구역으로 내려갔다. 전류를 완전히 끊으면 생체 유지 장치도 멈춘다. 대신 전압의 방향만 바꾸면 외벽 도어의 잠금 코일에 힘을 몰아줄 수 있었다.

태현은 이를 악물고 명령을 밀어 넣었다.

[7구역 외부 도어 1~3번: 폐쇄]

[캡슐 구역 생체 전력: 유지]

[외부 도어 잠금 코일: 과전압 대기]

푸른 글자가 한 줄씩 박혔다.

머리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코피가 흘러 콘솔 위로 떨어졌다. 시야 한쪽이 흐려졌다.

“아직이다.”

태현은 손을 떼지 않았다.

1번 도어가 닫혔다. 이어서 2번 도어의 금속 볼트가 잠겼다. 3번 도어가 내려오는 순간 외벽에서 굉음이 터졌다.

쿠우웅!

관제실 벽면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외벽 절단 시작]

[수색대 진입까지 04분 11초]

예정보다 빨랐다.

태현은 세 번째 도어의 전압을 끌어올렸다. 외벽의 절단 장치가 저장소 전력 레일을 물고 있었다. 그는 그 연결부를 따라 수송정의 회로를 찾았다.

신호가 너무 거칠었다. 넓게 덮어쓰면 캡슐 구역까지 손상된다. 태현은 손끝을 좁혔다. 가상세계에서 검 한 자루의 칼끝으로 적의 갑옷 틈을 찌르던 감각을 떠올렸다.

한 줄.

딱 한 줄만 바꾼다.

[절단 장치 출력: 외벽 방향]

[전력 회수 방향: 수송정 내부]

절단 장치의 푸른 원이 흔들렸다. 수송정 내부에서 경보가 터졌다.

“출력 역류다!”

“현장망에 누가 들어왔다?”

태현은 신호를 끊었다. 수송정의 절단 장치는 멈췄지만 다른 두 대가 곧바로 속도를 높였다.

바로 그때 중앙 통제 센터에서 새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3타격 수색대 전원에게 전달한다. 대상은 보관 자산 119번이 아니다.”

화면 속 지휘관이 고개를 들었다.

“신위 권한 보유 가능 개체다. 생체 손실은 허용한다. 권한 데이터의 파괴만 금지한다.”

태현의 손가락이 멈췄다.

신위.

그 이름을 현실의 누군가가 입에 올렸다. 아카샤의 최상층에서만 존재해야 할 권한이었다. 중앙 통제 센터는 그 단어를 알고 있었다.

태현은 화면을 확대하려 했다. 지휘관의 얼굴은 헬멧에 가려져 있었다. 목 아래로 드러난 검은 갑주에는 은색 선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얼굴 대신 장비의 통신 규격을 읽었다. 관리자 인증 키가 수색대원들의 장갑에 분산되어 있었다. 지휘관에게는 현장 도어를 열 권한이 있고 중앙 통제 센터에는 전체 명령 권한이 있었다.

서로의 키가 없으면 관제실까지 바로 들어올 수 없다.

태현은 그 사실을 기억했다.

외벽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캡슐 구역 쪽에서 생체 경고음이 울렸다.

[127번 캡슐: 산소 압력 불안정]

태현의 시선이 그 문장에 고정됐다.

톡.

아주 작은 소리가 관제실의 수신 스피커를 타고 들어왔다.

톡. 톡.

그는 캡슐 127번의 생체 회선을 확대했다. 단순한 손가락 경련이라면 일정한 전기 파형만 남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신호에는 외부 통신 패킷이 섞여 있었다.

127번 캡슐 안에서 보낸 신호가 아니다.

누군가 외부에서 캡슐 회선으로 접속해 두드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태현은 통신 패킷을 열었다. 낡은 암호가 몇 겹이나 걸려 있었지만 중앙 통제 센터의 표준 규격과는 달랐다. 누군가는 이 저장소의 내부 구조를 알고 있었고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오래된 통신망을 쓰고 있었다.

오래된 통신망은 이미 죽은 선로로 분류되어 있었다. 태현은 관제 콘솔의 회로 목록에서 그 선로를 찾았다. 127번 캡슐의 산소 보조선과 연결된 가느다란 케이블이었다. 누군가 산소 압력을 아주 조금 흔들어 수신 장치를 깨우고 그 틈으로 패킷을 밀어 넣은 것이다.

태현은 그 손길이 구조 신호인지 함정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다만 통신을 보낸 사람은 캡슐 속 사람을 자산 번호가 아니라 살아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마지막 패킷이 열렸다.

[PLUGOUT]

[127번 상태 확인 완료]

[관제실의 깨어난 사람에게: 문을 열지 마라]

태현은 짧은 문장을 읽었다.

곧바로 다음 문장이 나타났다.

[그들이 당신을 찾는 이유를 알아냈다]

[외벽 북서쪽 유지보수 통로로 오면 접속 경로를 안내한다]

좌표가 하나 떠올랐다. 동시에 127번 캡슐의 산소 압력이 더 내려갔다.

태현은 패킷을 닫았다. 플러그아웃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신호가 수색대의 미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관제실에 남아 있으면 결과는 같았다. 수색대는 모든 캡슐을 무시한 채 자신을 회수할 것이다.

화면 하단의 127번 산소 수치가 다시 한 칸 내려갔다. 수색대가 외벽의 두 번째 겹을 자르는 순간 보조선이 끊길 가능성이 컸다. 태현이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탈출구 하나가 아니었다. 관제실에 남아 도어를 붙들고 있으면 127번을 잃고 좌표를 따라가면 다른 캡슐의 전력이 흔들릴 수 있었다.

그는 두 선택의 손실을 비교했다. 지금 이곳의 제어권을 유지하는 것보다 먼저 외부 통신망을 장악하는 편이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 플러그아웃이 적이라 해도 수색대의 키를 빼앗을 기회는 그쪽에 있었다.

태현은 벽에 기대어 몸을 세웠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릎이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문을 열지 말라고?”

그는 북서쪽 통로의 도어를 바라봤다.

“그럼 내가 연다.”

관제실 바깥에서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첫 번째 격벽이 뚫렸다. 검은 방호복을 입은 대원의 그림자가 붉은 연기 너머로 길게 늘어졌다.

“오류 개체 119번을 회수한다.”

대원의 장갑에서 짧은 빛이 번쩍였다. 분산된 관리자 인증 키가 관제실 문에 순서대로 접속했다. 첫 번째 키가 잠금의 위치를 찾고 두 번째 키가 격벽의 압력을 낮췄다. 세 번째 키가 없어서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금속 표면이 안쪽으로 휘기 시작했다.

태현은 콘솔에서 플러그아웃의 좌표를 자신의 신경망에 새겼다. 신위의 푸른 빛이 눈동자 안에서 다시 타올랐다.

이번에는 도망치기 위해 힘을 쓰지 않았다.

자신을 찾으러 온 사냥꾼의 통신망을 타고 저장소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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