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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5화

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

뼈만 치료하는 정골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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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차가운 손가락의 무게

어둠 속의 속삭임

“내 뼈를 돌려줘.”

어린아이의 울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것은 귀가 아니라 뼈마디를 타고 골수 안쪽에서 서늘하게 울렸다.

약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가라앉았다. 등불 심지가 떨리며 벽면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흐흑…… 으으……!”

침상에 누운 토마가 입술을 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떨었다. 아이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두 손은 시트를 찢어질 듯 쥐어뜯었다.

도윤은 시선을 내렸다.

토마의 오른쪽 정강이 붕대 위로 검은 안개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칠흑 같은 형체는 손가락 다섯 개를 지닌 작은 손 모양이었다.

그 손가락들이 토마의 부러진 정강이뼈를 억세게 틀어쥐고 있었다. 손가락이 닿은 자리마다 살갗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하얗게 질려 갔다.

“비켜서요!”

리에나가 날카롭게 외치며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소독액 병과 약초를 베는 은제 단도가 들려 있었다.

“단순한 환각이 아니군요. 당장 저걸 떼어내야 합니다.”

그녀가 은제 칼날을 검은 손가락 쪽으로 겨누는 순간 도윤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가로막았다.

“안 됩니다. 칼을 대지 마십시오.”

“도윤 씨! 아이 다리가 얼어붙고 있어요!”

“억지로 떼어내면 토마의 뼈가 먼저 부서집니다.”

도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저 손가락은 살이 아니라 어긋났다가 겨우 맞물린 정강이뼈의 골절면에 매달려 있습니다. 억지로 베거나 뜯으면 뼛조각이 다시 비틀리고 혈관과 신경이 찢어집니다.”

리에나가 숨을 삼키며 칼을 멈췄다.

“그럼 이대로 보란 말입니까? 저건 악귀예요!”

“악귀가 아닙니다.”

도윤은 무릎을 꿇고 토마의 눈을 마주 보았다.

“토마. 내 목소리 들리니?”

“아저씨…… 다리가 얼음 속에 파묻힌 것 같아요. 누가 다리를 잡아 뜯으려고 해요…….”

“겁먹지 마라. 숨을 천천히 들이쉬어. 내가 저 손을 만질 거다. 허락해 주겠니?”

토마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곁의 누나도 떨리는 손으로 토마의 손을 잡으며 도윤을 간절히 바라보았다.

“제발 토마를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도윤은 오른손의 가죽 장갑을 벗었다.

그는 검은 손가락을 완력으로 쥐지 않았다. 손바닥을 잔상 위 한 뼘 거리에 띄운 채 천천히 마력의 파동을 흘려보냈다.

골흔을 읽는 감각. 뼈에 새겨진 마지막 고통을 더듬는 이능이 검은 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도윤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너는 누구냐. 왜 이 아이를 붙잡고 있지?”

순간 검은 손가락이 거세게 진동했다. 방 안의 온도가 떨어지며 도윤의 시야 너머로 거친 기억의 파편이 쏟아져 들어왔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밤.

누더기를 걸친 어린아이가 약초 골목 돌계단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굶주린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주우려고 오른손을 뻗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거대한 마차가 거칠게 골목으로 들이닥쳤다.

쇠 테를 두른 거대한 바퀴가 계단 모서리를 스치며 질주했다. 마차를 몰던 자의 거친 장화가 아이의 손을 짓밟았다.

우지끈!

가냘픈 손가락 뼈마디가 산산이 으스러지는 파열음.

아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곧이어 흰 망토를 두른 자들이 나타나 숨진 아이를 짐짝처럼 수레에 실었다.

하지만 짓이겨져 부러진 작은 손가락 뼛조각 하나가 계단 돌 틈 진흙탕 속에 떨어져 남겨졌다.

수레는 떠났고 뼛조각은 버려졌다.

‘내 뼈…… 돌려줘…….’

아이는 죽어서도 잃어버린 손가락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계단에서 정강이뼈가 부러진 토마를 마주친 것이었다.

골절의 통증과 비명이 돌 틈에 잠든 원혼을 깨웠고 아이는 토마의 부러진 뼈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필사적으로 매달린 것이었다.

도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손목 안쪽이 뻐근하게 조여들었지만 눈빛은 차분했다.

계단 밑의 파편

“토마의 뼈를 빼앗으려는 게 아닙니다.”

도윤이 입을 열었다. 리에나와 토마의 누나가 숨을 죽였다.

“이 잔상은 잃어버린 자신의 뼈를 찾고 있는 어린아이의 혼입니다.”

“아이의 영혼이라고요?”

“약재 궤짝이 쓰러졌던 돌계단 밑에서 손가락이 짓밟혀 목숨을 잃은 아이입니다. 시신을 실어간 자들이 부러진 손가락 뼛조각 하나를 진흙탕 속에 버려두고 갔습니다.”

도윤은 검은 손가락 잔상을 내려다보았다.

“토마가 그 계단에서 넘어지며 뼈가 부러졌을 때 강한 통증이 버려진 뼛조각의 골흔을 깨운 겁니다. 이 아이는 토마의 부러진 뼈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착각하고 돌려달라며 붙잡고 있는 겁니다.”

설명을 듣던 토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이의 시선이 작은 검은 손가락으로 향했다.

“나처럼 다쳤던 아이예요?”

“그래. 너보다 훨씬 춥고 외로운 곳에서 다친 아이다.”

토마는 아픈 다리를 참으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검은 안개를 향해 속삭였다.

“미안해…… 나는 네 뼈를 훔치지 않았어. 너도 정말 많이 아팠겠구나…….”

토마의 말에 살갗을 쥐어짜던 검은 손가락의 악력이 미세하게 풀렸다.

한기가 누그러졌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토마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돌아갈 뼈가 없이는 미련을 끊어낼 수 없었다.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단으로 가야겠습니다.”

“지금 나가겠다고요?”

리에나가 도윤의 앞을 막았다.

“밤이 깊었어요. 순찰 종소리가 멎었다 해도 성당 사제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들키면 약방도 끝장이에요.”

“아이의 뼛조각을 찾아오지 않으면 저 영혼도 토마도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합니다. 토마의 다리는 괴사할 것이고 저 영혼은 원망 속에서 고통받을 겁니다.”

도윤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환자를 맡은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리에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서랍에서 덮개 등잔과 쇠칼을 꺼내 건넸다.

“빛을 절대 위로 비추지 마세요. 십 분입니다. 십 분 안에 안 오면 문을 잠글 겁니다.”

“알겠습니다.”

도윤은 약방 문을 열고 밤안개 속으로 나섰다.

처마 끝 젖은 돌계단. 토마가 미끄러졌던 자리였다. 도윤은 계단 세 번째 칸 앞에 엎드렸다.

등잔 덮개를 살짝 열어 틈새를 비춘 뒤 장갑 벗은 손을 진흙 바닥에 얹었다.

‘어디에 있느냐.’

손끝으로 마력을 흘려보내자 차가운 진흙 속에서 희미한 맥동이 잡혔다. 버림받은 작은 뼈가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도윤은 쇠칼로 깨진 돌계단 사이의 굳은 흙을 파냈다. 마침내 검붉은 흙탕물 속에서 작은 무언가가 드러났다.

어린아이의 새끼손가락 마디뼈였다.

어른 손톱만 한 크기였다. 뼛조각 한가운데에는 짓눌려 으스러진 분쇄 골절흔이 선명했다.

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뼈를 집어 올렸다.

저 멀리 남쪽에서 순찰대의 쇠종 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도윤은 뼛조각을 품에 넣고 어둠 속을 달려 약방으로 돌아왔다.

죽은 자를 위한 정골

약방 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렸다.

도윤은 탁자로 다가갔다. 토마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검은 잔상은 무릎까지 침범하려 꿈틀거렸다.

도윤은 깨끗한 흰 무명천을 넓게 펼쳤다. 진흙 묻은 작은 뼛조각을 그 한가운데에 경건히 올려놓았다.

리에나가 거즈와 물을 건넸다. 도윤은 뼛조각의 진흙을 닦아냈다. 어긋난 뼈의 단면들이 드러났다.

도윤이 침상 쪽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 뼈를 가져왔다. 차가운 진흙 속에 버려졌던 너의 진짜 손가락이다.”

토마의 정강이를 옥죄던 검은 손가락들이 멈칫했다.

검은 안개가 서서히 다리에서 떨어져 나와 탁자 위의 흰 천으로 다가왔다.

손가락 잔상은 부러진 뼛조각 주위를 맴돌며 흐느끼듯 떨렸다. 뼈가 부러진 채로는 온전한 안식을 찾을 수 없었다.

도윤은 두 손을 모았다.

“내가 너를 고쳐 주마.”

도윤의 손끝에서 푸른빛의 가느다란 마력 실이 피어올랐다.

어긋난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고통을 멎게 하려는 정골사의 손길이었다. 마력 실이 작은 뼛조각을 감쌌다.

도윤은 으스러진 뼈의 파편들을 정렬했다. 관절의 각도를 맞추고 어긋난 면을 축에 정렬시켰다.

“아무도 네 이름을 묻지 않았고 아무도 네 아픔을 돌아보지 않았지만 너는 버려진 물건이 아니다.”

도윤의 음성이 방 안에 퍼졌다.

“이제 아무도 너를 밟지 못한다. 부러진 손은 모두 맞추었으니 더는 아파하지 마라.”

딱.

맑고 가벼운 소리와 함께 작은 손가락 뼈가 완벽하게 맞물렸다.

그 순간 검은 안개가 눈부시게 맑은 은회색 빛무리로 변했다. 한기가 녹아내리며 봄날 같은 온기가 감돌았다.

은빛 작은 손의 형상이 도윤의 손등 위를 살포시 스쳤다. 고맙다고 손을 맞잡아 주는 따스한 감촉이었다.

‘……고마워요.’

아이의 맑은 속삭임이 귓가를 스쳤다. 은빛 손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먼지처럼 하얗게 부서져 흩어졌다.

방 안에는 고요만이 남았다.

“아…….”

침상에서 토마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정강이를 덮고 있던 냉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피부에 혈색이 돌았고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리에나가 토마의 발등을 짚었다.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혈색도 온도도 회복됐습니다.”

토마의 누나가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흘렸다. 토마는 통증이 가신 얼굴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도윤은 숨을 골랐다. 손목이 뻐근했지만 불길한 피로는 없었다. 맑은 평온이 손바닥을 감싸고 있었다.

동트는 약방

창살 틈으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도윤은 간이의자에 등을 기댔다. 리에나는 흰 천 위에 정골된 작은 뼛조각을 살폈다.

그녀는 선반 구석에서 단단한 나무 상자 하나를 꺼내왔다. 마른 약초를 깔고 흰 천으로 싼 뼛조각을 경건히 뉘었다.

“이 골목에서는요.”

상자 뚜껑을 닫으며 리에나가 입을 열었다.

“해마다 이름 모를 아이들이 수십 명씩 죽어요. 성당은 시신을 수거해 가지만 무덤을 만들어 주지는 않죠.”

그녀는 나무 상자를 선반의 안전한 자리에 올려놓았다.

“죽은 아이의 뼈마디 하나까지 찾아와 맞추어 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뼈가 부러진 채 버려진 것을 둘 수는 없었을 뿐입니다.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아픔은 같으니까요.”

“사령술사라는 자들은 모두 시체를 찢어 병기로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리에나가 안경을 닦으며 도윤을 보았다. 눈빛에는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당신의 기술은 달라요. 목적이 파괴가 아니라 치유군요.”

그녀는 카운터 아래에서 성당 장부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그리고 한 페이지를 펼쳤다.

“이걸 보세요.”

장부에는 빈민들의 이름 옆에 굵은 먹선이 그어진 항목들이 있었다.

‘복합 분쇄 골절 환자. 골흔 공명 확인. 백은성당 지하 3구역 이송 완료.’

‘회수’라는 단어 옆에 적힌 주석이었다.

“성당은 뼈가 복잡하게 부러지고 강한 골흔이 남은 환자들만을 골라 어디론가 보내고 있어요. 성당 지하 통로가 황궁의 거대한 지하 공동으로 이어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순간 도윤의 셔츠 안쪽 부적이 은은하게 진동했다. 묵직하고 서늘한 파동이 황궁 깊은 곳을 향해 공명하고 있었다.

‘성당이 골절 환자를 모으는 이유가 황궁과 연결되어 있다.’

도윤은 부적을 지그시 눌렀다.

그때 리에나가 뒷방 구석의 낡은 칠판을 닦아내며 말했다.

“도윤 씨. 사흘만 일하기로 한 계약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무슨 뜻입니까?”

“성당의 감시를 피하면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려면 이런 구석방 하나로는 부족해요. 산 자의 뼈를 맞추고 억울한 자들의 뼈를 쉬게 하려면 우리만의 거점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칠판에 분필로 선을 그었다.

“이 뒷방을 정식 치료소로 꾸미죠. 돈 없는 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 환자의 허락 없이는 손대지 않는 곳으로요.”

도윤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좋습니다.”

“그럼 이름부터 정해야겠군요. 산 자와 죽은 자의 뼈를 모두 이어 붙이는 곳……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도윤은 자신의 뼈마디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답했다.

“마디.”

“마디……?”

“뼈와 뼈가 만나 이어지는 자리를 마디라고 합니다. 부러진 곳이 다시 붙어 삶으로 이어지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리에나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마디…… 마음에 드네요.”

창밖으로 붉은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며 약방 바닥을 비추었다.

빈민가의 낡은 약방 구석에서 진정한 정골 치료소의 첫 번째 뼈대가 세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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