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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의 탑에 피어난 장미3화

배신자의 탑에 피어난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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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장미 뿌리의 서명

리아는 결계사의 쪽지를 봉인하지 않았다. 손으로 쓴 문장은 그가 직접 보낸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의 양면을 기록하고 잉크와 필체의 특징을 적었다. 카엘은 이름을 알아봤다. 결계사 에드윈은 7년 전 탑의 봉인 장치 점검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는 오빠의 실종을 조사했나요?” 리아가 물었다.

“수로 명령을 점검했다. 네 오빠의 기록과 같은 시기에 왔을 거다.”

“그걸 왜 이제 말하죠?”

“그가 누구인지 방금 확인했다.”

리아는 그 답을 기록했다. 카엘은 처음부터 숨기려 한 게 아니라 최근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장을 검증할 방법은 없었다. 그녀는 공식 질의서에 에드윈의 이름을 추가하고, 증언을 허락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탑의 문양에 신호를 보낸 지 하루가 지나도록 답신은 오지 않았다. 리아는 에드윈에게 직접 쪽지를 보내기 위해 전달관을 열고 싶었다. 카엘은 봉인을 건드리면 왕실 저수지의 수압이 탑으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린은 검은 장미의 뿌리 주변이 이미 말라 가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먼저 물의 흐름을 측정했다.

리아는 장미 뿌리의 흙을 채취해 다른 화단의 흙과 비교했다. 검은 꽃이 핀 자리에만 금속성 냄새가 났다. 흙에는 작은 철편이 박혀 있었고, 표면에는 왕실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마법의 열이 아니라 물길을 조절하는 장치의 일부였다.

“장미가 수맥을 기억한 게 아니라 장치가 뿌리 밑에 묻혀 있었어요.”

“식물은 장치를 감싸며 자랐다.” 오린이 말했다. “매년 열이 달라진 걸 꽃이 먼저 보였지.”

리아는 철편을 봉인해 보관했다. 카엘은 그 장치가 수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밸브라고 설명했다. 왕실 저수지로 물을 끌어가려면 이 장치를 조정해야 했다. 반역 혐의가 씌워진 이유는 카엘이 밸브를 잠갔기 때문일 수 있었다.

“그럼 당신은 실제로 수로를 막았군요.”

“왕실이 수맥을 빼앗지 못하도록 잠갔다.”

“그 행동이 북부 마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었나요?”

“당시엔 탑의 물이 먼저 말라 가고 있었다. 다른 수원과 연결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을에도 위험이 갔습니다.”

카엘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 내가 선택했고, 결과를 모두 설명하지 않았다.”

리아는 그의 책임을 감찰 기록에 적었다. 카엘은 탑을 지키려 했지만, 마을의 물을 막은 사실도 있었다. 반역 혐의가 조작됐다고 해서 그 선택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린은 장미 뿌리 아래에 오래된 나무 상자가 묻혀 있다고 했다. 상자는 금속 밸브에 걸려 있어 억지로 당기면 수로가 갑자기 열릴 수 있었다. 리아는 탑의 구조도를 펼쳐 안전한 지지점을 찾았다. 카엘은 열을 낮추고 오린은 뿌리를 걷어 냈다. 리아는 밸브 위치와 압력계를 읽었다.

상자가 드러나자 안에서 낡은 필사 노트가 나왔다. 표지에는 리아의 오빠 다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트의 첫 장에는 ‘왕실 수로 명령은 탑의 물길을 빼앗는다’고 쓰여 있었다. 다음 장에는 카엘이 밸브를 잠그기로 동의한 날짜가 적혔다.

“그는 당신과 함께 있었군요.” 리아가 말했다.

“그랬다.”

“그가 사라진 날은요?”

카엘은 한 페이지를 펼쳤다. “이 기록 다음 날.”

리아는 노트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 “밸브를 잠그고 나면 누군가 봉인을 열러 올 것이다. 그때 탑의 기록을 밖으로 보내라.”

“그가 살아남았을까요?”

“모른다.”

리아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종이가 찢겨 나가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검은 꽃가루가 묻어 있었다. 오린은 다른 꽃밭에서 같은 가루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검은 장미는 노트를 감싸 보호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탑의 봉인 문양이 꺼졌다. 바깥문이 열리는 대신 계단 위쪽 잠금이 풀렸다. 누군가 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세 사람은 입구 홀에서 기다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문 아래에 금속 장치 하나가 놓였다. 그것은 탑의 밸브와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었다.

오린은 장치를 들고 물러났다. “수맥을 강제로 열려고 가져온 겁니다.”

리아는 표면의 서명을 확인했다. 왕실 결계사의 이름은 에드윈이 아니었다. 그 마법사는 왕실 저수지 설계에 참여한 사람이었다.

“그가 직접 탑에 온 걸까요?”

카엘은 대답을 미뤘다. “혹은 누군가 그의 이름을 사용했다.”

탑의 통신 문양이 세 번 울렸다. 에드윈이 답을 보내는 신호였다. 리아는 전달관을 열어 쪽지를 받았다. ‘나는 증언하겠다. 하지만 다엘은 살아 있다. 그의 위치를 왕실에 알리지 말라.’

리아의 손이 굳었다. 동생이 살아 있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위치를 숨겨야 한다는 조건은 수사를 복잡하게 했다. 그녀는 에드윈에게 답을 보냈다. ‘증언 공개 범위와 다엘의 동의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카엘은 리아가 동생을 찾아가려면 탑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봉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는 봉인을 열 수 있지만, 수맥이 탑으로 밀려오면 장미와 온실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리아는 장치와 노트를 번갈아 보았다. 먼저 증거를 기록고로 보내고, 그 뒤 봉인을 조정하기로 했다. 탑의 기록을 한 장씩 전달관에 밀어 넣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넣으려 할 때 바깥에서 왕실의 공식 명령이 도착했다.

‘탑의 반역자를 처형하고, 수로 밸브를 즉시 개방하라.’

서명자는 황제의 인장이었다. 그러나 문서의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았고 발신 시간은 황제의 공표보다 앞서 있었다. 누군가 황제의 명령을 위조했거나, 황제보다 먼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카엘은 밸브 장치를 내려놓았다. “문을 열면 탑과 마을이 위험해지고, 열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를 처형하러 올 거다.”

리아는 감찰 기록에 임시 판단을 적었다. ‘증거 사본을 먼저 전송하고, 주민 위험을 평가할 때까지 수로 개방을 보류한다.’ 그녀는 왕실 명령을 거부하는 책임을 기록에 남겼다.

탑의 겨울 장미가 다시 꽃을 피웠다. 꽃잎 안쪽에 다엘의 마지막 메모가 드러났다. ‘왕실 명령의 발신자는 황제가 아니다. 황후도 아니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감찰관.’

리아는 문장을 읽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덮었다. 다음 조사 대상은 자신이었다.

리아는 꽃잎에 남은 메모를 읽고 곧바로 오린을 바라봤다. “제가 그 이름을 아는 이유를 알고 있나요?”

“네 오빠가 편지에 적어 둔 적이 있었소. 하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말라고 했지.”

“왜요?”

오린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엘이 실종되기 전날 밤, 탑의 입구에서 왕실 감찰관과 다투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감찰관의 이름은 기록에 없었지만, 배지에는 리아의 가문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리아는 오래된 감찰 배지를 꺼내 문양을 확인했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려준 배지와 같은 모양이었다.

“그럼 우리 집안 사람이 다엘을 조사했을 수도 있겠네요.”

“혹은 도우려 했을 수도 있다.” 카엘이 말했다.

“당신은 늘 가능성을 남겨 두는군요.”

“내가 본 것과 추측을 섞지 않기로 했으니까.”

리아는 그가 자신에게서 배운 원칙을 되돌려 준 것을 알아차렸다. 그 말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를 조금 더 믿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감찰 기록을 물어보기로 했다. 편지가 왕실을 거치면 누군가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공개 봉인 대신 개인 암호를 사용했다.

밤이 깊어지자 탑의 온실에는 바람이 들지 않았는데도 장미 잎이 흔들렸다. 카엘은 수맥이 다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리아는 무리해서 봉인을 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온실의 물길을 세 갈래로 나누고, 장미 뿌리에서 멀리 흐르도록 돌을 쌓았다. 오린은 오래된 배수구를 찾아 물을 탑 아래 빈 저수조로 흘려보냈다.

그 일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카엘은 몇 번이나 손의 통증 때문에 주저앉았지만, 리아가 중단을 말할 때마다 그는 마법을 멈췄다. 그녀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확인했고, 그가 다시 일어날 때마다 차가운 물을 건넸다. 둘 사이에 말은 거의 없었지만, 서로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아침에 리아의 손등에는 긁힌 상처가 남아 있었다. 카엘은 약초 연고를 내밀었다. 그는 직접 발라 주지 않고, 그녀가 받기를 기다렸다. 리아는 연고를 받아 상처에 문질렀다.

“고맙습니다.”

“상처가 곪으면 조사에 방해가 된다.”

“그건 걱정이 아니라 실무 보고인가요?”

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오린은 일부러 자리를 비웠다. 리아는 그 침묵을 놀리지 않았다. 그가 마음을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탑의 정문에서는 왕실 사절이 도착했다. 봉인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문 아래로 처형 명령서와 수로 개방 명령이 동시에 들어왔다. 두 문서의 도장은 같았지만, 종이와 잉크의 날짜는 달랐다. 하나는 새벽에 작성됐고, 다른 하나는 이틀 전에 서명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리아는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서명은 황제의 것이었지만, 도장을 찍은 압력은 같았다. 누군가 황제의 손을 본떠 문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카엘은 왕실에 즉시 답하자고 했다. 리아는 먼저 사절에게 봉인과 서류를 밖에 두고 가라고 요청했다.

“그 사람을 탑 안으로 들이면 안 됩니다.”

“그가 증인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누구 편인지 몰라요.”

“네 판단을 따르겠다.”

리아는 사절의 발자국이 눈 위에 남도록 창문 틈으로 확인했다. 그는 서류를 두고 가지 않고 돌아갔다. 대신 처형 명령의 봉인은 문턱에 떨어뜨렸다. 누군가 그를 뒤따르며 문서를 바꾼 흔적은 없었다.

에드윈의 이름이 적힌 필사 노트는 왕실 명령서와 같은 잉크로 서명돼 있었다. 리아는 두 문서의 잉크가 같은 병에서 나왔는지 검사했다. 탑 안의 철분 잉크와 달리, 명령서에는 은 가루가 섞여 있었다. 서명자는 탑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왕실 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 분노를 명령서에 쏟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카엘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을 감옥에 가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 명령을 거부하고 있어요. 이 사실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

“후회하더라도 제 선택을 당신 탓으로 돌리지는 않겠습니다.”

카엘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 선택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밸브 장치 앞에 섰다. 리아는 감찰 배지를 벗어 탁자에 올려놓았다. 잠시 동안 그녀는 왕실의 감시관이 아니라, 탑 안에서 자기 의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처형 명령을 봉인해 두고, 먼저 증거를 밖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때 장미의 검은 꽃잎이 열렸다. 안쪽에 감춰진 문장은 이전과 달랐다. ‘감찰관이 탑을 열면, 기억은 왕실로 돌아간다.’

리아는 문장을 읽고 숨을 멈췄다. 봉인의 열쇠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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