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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의 바둑판2화

거지왕의 바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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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지워진 수의 주인

세 개의 돌이 묻힌 흙을 문선이 비교했다. 장터 흙에는 생선 비늘, 우물길 흙에는 말라붙은 약초, 관청 흙에는 붉은 벽돌가루가 섞여 있었다. 누군가 세 장소를 거친 뒤 밥그릇을 국밥 장수에게 건넸다. 그가 전달했을 수도 있고, 그를 미행한 사람이 돌을 바꿨을 수도 있었다.

매화는 돌을 바둑판에 올리지 않았다. 돌이 어느 골목에서 왔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치는 바둑판이 비어 있으면 상대가 먼저 수를 둘 것이라고 걱정했다. 매화는 누가 먼저 두는지보다, 아이들이 안전한지가 우선이라고 했다.

문선은 관청의 순찰표를 꺼냈다. 붉은 벽돌가루가 묻은 시간에 순찰을 맡은 포졸은 세 명이었다. 그중 하나는 얼굴에 흉터가 있고, 왼쪽 귀가 찢어져 있었다. 국밥 장수가 기억한 사람과 비슷했지만, 포졸의 손에는 향 냄새가 없었다. 문선은 그가 일부러 향을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심만으로 이름을 판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매화가 말했다.

그녀는 세 골목에 감시자를 배치하되, 아이를 미끼로 쓰지 않도록 명했다. 각자는 자기가 지켜볼 곳을 정했고, 신호를 보낼 방법을 선택했다. 동구는 장터에 남고 싶다고 했다. 복돌이는 우물에 머물겠다고 전해 왔다. 매화는 둘 다 허락하되, 위험하면 정해 둔 돌 세 개의 신호로 떠나도록 했다.

두치는 자신의 옛 기보를 펼쳤다. 밤바둑이 시작된 지 스무 해 동안, 몇몇 수는 설명 없이 지워져 있었다. 그가 제자였던 시절, 거지왕은 특정 골목의 정보를 적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두치는 그 수를 지우면서도 이유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 제자가 누구죠?” 문선이 물었다.

“내 제자였어. 이름은 소율.”

두치는 소율이 실종된 뒤 기보의 몇 장을 태웠다. 그 수들이 실종과 관계있을까 봐 두려웠다. 매화는 그가 숨긴 기록을 공개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소율의 가족에게 먼저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두치는 자신이 소율을 찾지 않고 기억만 지킨 척했다고 털어놨다.

그들은 옛 기보에서 지워진 흔적을 비춰 보았다. 종이에는 돌을 놓았던 눌림이 남아 있었다. 흰 돌은 관청 담장 아래, 검은 돌은 강변 창고를 가리켰다. 지금 순찰표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경로와 겹쳤다. 누군가 기보를 훔쳐 그대로 쓰고 있었다.

청률이 그날 밤 방에 들어왔다. 그는 바둑판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문선은 그가 제삼의 손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청률은 거지 조직에 정보를 제공한 적은 있지만, 아이의 이름을 직접 판에 올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 바둑판의 수를 누가 바꿨습니까?” 매화가 물었다.

“수는 항상 누군가가 바꿔.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이미 바뀌지.”

“누가 책임집니까?”

청률은 답을 피했다. 그는 자신이 세력 간 충돌을 막으려고 일부 정보를 제한했다고 인정했다. 거지들의 관찰을 문파에 전달해 강호의 움직임을 바꾼 적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이름을 숨겼다.

매화는 그에게 판을 관리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당신이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선택까지 가진 건 아니에요.”

청률은 매화의 말에 불쾌한 듯 웃었다. 그는 내일 새벽 관청이 강변 창고를 수색할 거라고 알려 줬다. 거기에는 소율이 남긴 물건이 있을 수 있었다. 그 정보를 공개하면 포졸이 먼저 도착해 흔적을 지울 수 있다고 했다.

매화는 창고를 지키러 갈지, 골목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지 선택해야 했다. 복돌이는 우물에 남아 있겠다고 했지만, 매화는 그가 혼자 위험을 감수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설명하고, 함께 이동할지 남을지 물었다. 복돌이는 다른 골목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그들은 창고를 향해 밤길을 걸었다. 동구가 앞에서 관청 순찰을 살피고, 문선은 포졸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다. 두치는 기보를 가슴에 품고 뒤따랐다. 청률은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매화는 그가 알고 있는 정보를 먼저 기록하게 했다. 그는 자신이 본 것과 추정한 것을 나눠 썼다.

강변 창고의 자물쇠는 열려 있었다. 안에는 거지표가 찍힌 낡은 천과 바둑돌 주머니가 남아 있었다. 두치는 주머니를 보고 소율의 물건이라고 알아봤다. 매화는 손대기 전에 사진 대신 스케치를 그려 상태를 기록했다.

창고 벽에는 세 개의 바둑판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관청의 이동, 하나는 문파의 움직임, 마지막 판에는 아무 돌도 없었다. 그 빈 판 한가운데에 ‘소율’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두치는 이름을 만지려다 손을 거뒀다. 매화는 그가 먼저 소율의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이름을 지우면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운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수를 둘 수 있었다.

강변 밖에서 횃불이 켜졌다. 관청 포졸들이 창고를 포위했다. 문선은 그들이 수색하러 온 게 아니라,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왔다고 판단했다. 신고자가 제삼의 손인지, 청률인지, 아니면 자신들 중 한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매화는 창고의 뒷문을 열어 두었다. 모두에게 나갈지 남을지 물었다. 두치는 소율의 주머니를 안고 남겠다고 했다. 문선은 그를 혼자 둘 수 없다고 했지만, 매화는 그 선택을 다시 확인했다. 두치는 포졸 앞에서 자신의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결심했다.

청률은 창고 안쪽 판에 흰 돌 하나를 놓았다. 매화는 그가 처음으로 판에 직접 참여한 걸 보았다. 돌은 소율의 이름 위에 놓이지 않았다. 출구를 가리키는 곳에 놓였다.

“이제는 사람을 빼내는 수로 읽자.”

바깥에서 포졸이 문을 두드렸다. 매화는 돌을 집지 않았다. 그 수를 따라 나갈지, 다른 길을 택할지는 아직 모두가 정해야 했다.

두치는 기보 주머니를 품에 넣지 않았다. 그는 창고 바닥에 내려놓고, 포졸이 들어오면 먼저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가 손을 떼자 낡은 바둑돌 하나가 굴러 매화의 발 앞에 멈췄다. 돌 아래에는 작은 종이쪽지가 끼어 있었다.

‘말하지 않은 사람을 대신해 말하지 마라.’

문선은 그 글씨가 소율의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두치는 글씨를 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율은 기보를 쓰기 전 항상 왼쪽 끝을 비워 두었다. 글씨의 마지막 획이 그 버릇과 닮았지만, 누군가 흉내 냈을 수도 있었다.

“이걸 판에 올리면 안 돼.” 두치가 말했다.

매화는 동의했다. 그들은 쪽지를 따로 봉투에 넣고 발견한 장소와 시간을 적었다. 이름을 추정하지 않고 보관하기로 했다. 소율의 가족이 원한다면 보여 주고, 원치 않으면 열지 않는다. 두치는 자신이 오래전 지워 버린 기록도 같은 기준으로 다루기로 했다.

포졸들이 창고 문을 열자 문선이 먼저 앞으로 나갔다. 그녀는 과거 포졸이었기에 순찰표를 확인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는 그녀를 알아보고 한 발 물러났다. 문선은 이 창고에서 거지 아이들의 물건을 찾았다고 설명했고, 기록을 임의로 압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포졸 대장은 두치의 기보를 보자마자 가져가려 했다. 매화는 그 기보가 누구의 소유인지 묻고, 포졸이 답하기 전까지 내주지 않았다. 대장은 관청이 조사 중인 장소의 물건은 관청 소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창고의 문서에는 상인 조합의 임대 표시가 있었다.

“그럼 조합에 입회인을 불러 확인하죠.” 매화가 말했다.

포졸 대장은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기보를 빼앗으려 했지만, 동구가 문 앞에서 세 명의 이웃을 데려왔다. 그들은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들이었고, 물건을 가져가기 전에 목록을 쓰라고 요구했다. 포졸은 결국 기보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 순간 창고 뒤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났다. 복돌이가 나타났다. 그는 우물에서 사라진 뒤로 줄곧 창고 근처를 지켜보고 있었다. 매화는 그를 야단치지 않았다. 먼저 혼자 온 것이 안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다음에는 누군가와 함께 오자고 했다.

복돌이는 벽에 새겨진 빈 판을 가리켰다. “여기 소율 누나가 숨어 있었어요.”

두치는 숨을 삼켰다. 복돌이는 자신이 직접 본 게 아니라, 이전 거지왕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소율은 사라지기 전 밤마다 이 창고에서 바둑을 두었고, 한 번은 자기 이름을 판에 놓지 말라고 부탁했다. 아이는 그 말의 이유를 몰랐지만, 이름이 찍힌 판을 볼 때마다 무서웠다고 했다.

매화는 복돌이에게 그 기억을 공개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야기를 남겨도 된다고 했다. 문선은 복돌이의 말을 그대로 기록하고, 출처를 ‘복돌이가 들은 이야기’라고 적었다.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창고를 나가기 전에 각자 선택을 했다. 두치는 기보를 가지고 나가 소율의 가족에게 보여 주기로 했다. 문선은 포졸 대장과 함께 물건 목록을 만들고, 관청이 가져갈 수 있는 것과 가져갈 수 없는 것을 구분했다. 청률은 포졸에게 직접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정보 전달에 참여했던 사실을 진술하겠다고 했다.

“지금 말하면 네가 처벌받을 수도 있어.” 문선이 말했다.

“아이들을 이용한 일이면 처벌받아야지.”

청률은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모든 정보를 조작했다는 건 부인했다. 그는 관청에 전달한 소문 중 무엇이 사실이었는지 다시 확인할 책임도 맡겠다고 했다. 매화는 그의 진술을 판에 올리지 않고, 문서로만 남겼다. 권력의 책임은 수로로 바꿔 놀 수 있는 돌이 아니었다.

해가 뜨기 전, 포졸 대장은 창고의 바둑판을 덮었다. 그는 거지들이 정보판을 조작해 도성을 흔들었다고 의심했지만, 그날 밤에는 아이의 이름을 빼앗지 않겠다고 했다. 매화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다음 날에도 같은 규칙을 지키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두치는 기보 주머니를 안고 소율의 가족을 찾아갔다. 그는 자신이 기보를 태웠던 일과 그 이유를 먼저 말했다. 가족은 소율이 살아 있다고 믿지 않았지만, 그 이름이 판에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두치는 쪽지와 빈 판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들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화는 밤바둑으로 돌아와 빈 점 옆에 작은 표시를 남겼다. 이 점에는 아무 정보도 놓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음에 누군가 이곳에 돌을 놓으려면, 먼저 해당 골목 사람들에게 물어야 했다. 판에 없는 손을 찾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더 적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 밤 새 수가 들어왔다. 동쪽 골목에서 관청 수레가 바뀌었다는 소식이었다. 매화는 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 돌을 놓지 않았다. 두치가 처음에는 답답해했지만, 이번에는 기다렸다. 빈 점이 지켜졌다는 사실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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