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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의 바둑판1화

거지왕의 바둑판

거지왕의 바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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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판에 없는 손

매화가 거지왕의 자리에 앉은 첫날 밤, 바둑판에는 흰 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판의 네 모서리는 아무 표시도 없었고, 바둑돌은 중앙에서 두 칸 떨어진 자리를 차지했다. 늙은 기보꾼 두치는 그 돌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내일 누가 사라지겠군.”

매화는 판보다 방 안의 사람들을 살폈다. 골목 아이 네 명이 문에 기대 서 있었고, 문선은 약상자를 품에 안은 채 순찰표를 펼쳤다. 누구도 돌을 놓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누가 정보를 가져왔습니까?”

두치는 눈을 감았다. “오늘 장터에서 말이 돌았어. 동쪽 골목에 관청 군졸이 더 붙었다고.”

“누가 봤죠?”

“글쎄.”

새 거지왕은 첫 명령으로 바둑판을 덮었다. 아이들이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바둑 수를 지우면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출처를 모르는 정보에 따라 움직이면 무고한 사람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매화는 아이들에게 오늘 어디에서 밥을 얻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물었다. 그중 열다섯 살 난 동구가 동쪽 골목에서 얼굴에 흉터가 있는 포졸을 봤다고 했다. 그 포졸은 아이들에게 짐을 나르면 동전을 주겠다고 했고, 한 아이가 따라갔다.

“누가 따라갔지?”

“복돌이요.”

매화는 바둑판의 흰 돌을 다시 봤다. 그 자리는 복돌이가 잠자던 골목을 가리켰다. 하지만 돌을 놓은 사람이 복돌이를 알고 있었는지, 누군가의 이름을 일부러 올린 건지는 모른다. 매화는 동구에게 복돌이를 찾아가자고 했다.

문선은 순찰표의 동쪽 골목에 작은 표시가 반복된 걸 발견했다. 매일 밤 한 명씩 순찰 인원이 바뀌고, 새로 들어온 포졸은 골목을 두 번 돌았다. 그 시간에 아이 하나가 사라졌다. 문선은 포졸이 아이를 데려간 게 확실하다고 보지 않았다. 표의 흔적은 수상했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지나갔을 수 있었다.

“정보를 확인하기 전에는 판에 올리지 말자.” 매화가 말했다.

두치는 그 말을 듣고 바둑돌을 쓸어 담았다. 매화는 그를 막았다. “지우지는 마세요. 누가 놓았는지 표시해 두죠.”

두치는 돌 아래에 작은 쪽지를 밀어 넣었다. 거기에는 ‘동쪽 골목, 아이 하나, 확인 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매화는 처음으로 바둑판의 수가 명령이 아니라 질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세 사람씩 나뉘어 동쪽 골목으로 갔다. 문선은 순찰을 피하지 않고 포졸과 대화했다. 매화는 아이들 잠자리와 빈집을 확인했고, 두치는 바둑을 두는 상인들의 말을 들었다. 동구는 복돌이가 따라간 포졸이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는지 기억하려 했지만, 밤에 본 건 낡은 붉은 천 조각뿐이었다.

골목 입구에서 붉은 천 조각이 바람에 흔들렸다. 매화는 천을 만지지 않았다. 천 아래에는 쌀 한 줌이 흩어져 있었고, 발자국이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관청 쪽, 다른 쪽은 버려진 우물로 이어졌다.

“복돌이가 우물로 갔을까요?” 동구가 물었다.

“아직 몰라. 먼저 발자국이 얼마나 되었는지 봐야 해.”

문선은 쌀알이 젖은 정도와 흙이 굳은 모양을 살폈다. 발자국은 한 사람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작은 발자국과 성인 둘의 발자국이 함께 있었고, 성인 하나는 왼쪽 신발 뒤축이 닳아 있었다. 동구는 그 모양을 알아봤다. 포졸이 아니라 장터의 국밥 장수 발이었다.

국밥 장수는 그날 복돌이에게 밥을 팔고, 빈 우물 옆 창고로 길을 알려 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를 숨겨 준 게 아니라, 군졸이 빼앗아 간 음식 자루를 찾으러 간다고 생각했다. 복돌이가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는 몰랐다.

매화는 우물 주변을 둘러봤다. 밧줄은 끊기지 않았고, 안쪽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우물에 내려간 흔적은 없었다. 대신 돌벽에 거지표가 새겨져 있었다. 세로로 긴 선 하나와 오른쪽에 점 둘. 그 표식은 ‘사람을 들이지 말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표식은 매화가 어릴 때부터 알던 규칙과 달랐다. 누군가 거지표를 바꿔 쓰고 있었다. 문선은 그 사실을 기록하려 했지만, 매화가 손을 들어 멈췄다. 표식을 공개하면 그걸 쓴 아이가 드러날 수 있었다.

우물 안쪽에서 작은 기침이 났다. 매화는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문선과 매화야. 나와도 되고, 여기 있어도 돼. 네가 결정해.”

잠시 뒤 복돌이가 우물 옆 작은 공간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을 따라오라던 포졸이 실제로는 포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복돌이에게 거지표를 읽는 법을 물었고, 대답을 거부하자 밥과 동전을 주겠다고 했다. 복돌이는 불안해져 숨었다.

“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니?”

“제가 표를 잘못 읽어서 두치를 곤란하게 했다고 생각했어요.”

매화는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스스로 숨기로 한 선택을 존중하면서, 다음에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정했다. 복돌이는 오늘 밤은 우물 옆에서 자고 싶다고 했고, 동구가 그와 함께 있기로 했다.

문선은 관청 순찰표의 날짜와 복돌이가 본 남자의 옷차림을 비교했다. 그 남자는 포졸이 아니라 청률의 문파에서 돈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이었다. 청률은 바둑으로 세력 움직임을 읽는 고수였지만, 그가 거지 아이를 고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치는 그날 밤 다시 바둑판 앞에 앉았다. 매화는 흰 돌을 치우지 않았다. 대신 옆에 검은 돌을 하나 놓고 ‘확인됨’이라고 표시했다. 판 위에는 아이가 사라졌다는 소문과 실제로 숨은 장소가 함께 남았다. 그 둘을 같은 정보처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바둑판의 모서리에는 아무도 두지 않은 빈 점이 있었다. 매화는 그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는 비워 둡시다. 말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머물 자리로.”

두치는 그 생각에 반대했다. 바둑판은 수를 읽기 위해 채워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매화는 비어 있는 곳이 있어야 아이들이 거짓으로 돌을 놓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빈 점을 남겨 둔 채 판을 덮었다. 새벽이 오기 전, 판 아래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종이에는 복돌이의 이름이 다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글씨는 누구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매화는 동쪽 골목 바깥에서 누군가 판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밤 놓인 돌은 거지왕의 수가 아니었다. 판에 없는 손이 거지 아이들의 이름을 움직이고 있었다.

매화는 복돌이를 우물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그곳에 있고 싶다면 동구가 함께 남되, 둘이 정해 둔 표식으로 아침에 연락하기로 했다. 동구는 돌담 안쪽에 세 번 긁힌 선을 남겼다. 그 표식은 ‘괜찮다’는 뜻이었다. 문선은 위치를 장부에 적지 않고, 자신만 아는 약초 항아리의 높이로 기억했다.

그들이 거지왕의 방으로 돌아오자 두치는 바둑판을 뒤집고 있었다. 판 아래에는 새 쪽지가 한 장 더 붙어 있었다. 매화는 누구도 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쪽지를 떼었다. ‘복돌이를 찾지 말 것. 그 아이는 이미 판 위에 있다.’

문선은 글씨의 먹이 아직 젖어 있다고 했다. 쪽지를 붙인 사람은 방 안에 있었을 수도 있다. 매화는 아이들이 머무는 곳을 알아낸 자가 거지 조직 안에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문을 잠그는 대신, 모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누군가가 아이를 겁주려 한다면 숨기기보다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두치는 바둑판을 원래대로 돌려 놓았다. 그는 판을 비우면 정보가 사라진다고 걱정했다. 매화는 아이의 위치를 적지 않은 것이 정보를 버린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 아이가 살아 있고 자신이 정한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은 기록하지 않아도 지켜야 했다.

“그럼 누가 판을 움직였는지 어떻게 찾아?” 두치가 물었다.

매화는 판의 각 모서리 아래를 살폈다. 먼지 위로 손가락이 지나간 자국이 하나 있었다. 손가락은 바둑판 동쪽 귀퉁이에서 출발해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나 문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창문 아래에서 자국이 끊겼다.

문선은 창문 밖의 빗물을 살폈다. 땅에 젖은 발자국은 없었다. 누군가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가 옆집 지붕으로 건너갔을 수 있었다. 매화는 추적을 멈췄다. 지붕 위를 쫓는 동안 골목의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동구에게 약속한 신호를 보내고 싶었지만, 그 표식을 바깥 사람이 본다면 우물 위치가 드러날 수 있었다. 대신 문선을 통해 국밥 장수에게 밥 한 그릇을 맡겼다. 그 밥그릇 밑에 작은 돌 두 개를 놓으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국밥 장수는 매화가 찾아온 걸 보고 안색이 굳었다. 자신이 복돌이에게 길을 알려 준 일이 문제가 된 줄 알았다. 매화는 그를 탓하지 않는 대신, 다음부터 아이가 묻지 않은 곳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장수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동전을 받은 남자가 청률 문파의 심부름꾼이라고 들었지만, 이름은 몰랐다.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습니까?”

“왼쪽 귀가 찢겨 있었소. 손에는 향 냄새가 났고.”

문선은 그 정보만 적었다.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도 기록했다. 매화는 거지 조직에 향 냄새를 쓰는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두치는 밤바둑을 다시 두었다. 이번에는 흰 돌을 놓지 않았다. 매화가 검은 돌을 한 개 놓고, 문선은 그 옆에 빈 점을 남겼다. 두치는 돌을 놓지 않은 빈 점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걸 인정했다.

새벽에 국밥 장수가 빈 그릇을 돌려보냈다. 그릇 아래에는 돌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약속된 두 개보다 하나가 많았다. 문선은 그게 도움을 더 원한다는 뜻인지, 누군가가 그릇을 바꿔 놓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매화는 그릇을 들고 우물로 직접 가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그릇이 지나온 골목을 살폈다. 돌 세 개에 흙이 묻은 방향이 각각 달랐다. 한 개는 장터, 다른 한 개는 우물길, 마지막은 관청 앞에서 떨어진 흙을 묻혔다.

누군가 세 장소를 거쳐 그릇을 전달했다. 그건 거지표를 아는 내부자의 움직임이었다. 매화는 그를 찾기 위해 판의 돌을 더 놓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다음 밤까지 관찰할 사람을 각 골목에 배치하고, 자신의 이름을 감추지 않은 채 기다리기로 했다.

판 위의 빈 점은 이제 단순한 공백이 아니었다.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을 보호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자리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채워지려 한다면, 매화는 돌을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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