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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마수, 말로 합시다!10화

어이 마수, 말로 합시다!

어이 마수, 말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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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벽 너머의 목소리

지맥석이 손바닥 안에서 차갑게 식었다.

유진우는 굴각이 돌아간 흙더미 앞에 서서 지하 1,000미터 방향을 바라봤다. 발파 준비는 멈췄고 굴착기 엔진도 꺼졌지만 땅속 어딘가에서는 낮은 울림이 일정한 간격으로 올라왔다.

쿵…….

신아린이 그의 옆에 섰다.

"방금 들었습니까?"

"굴각의 진동입니까?"

"아닙니다. 굴각이 움직일 때는 흙이 먼저 흔들립니다. 방금 것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왔습니다."

오세만이 젖은 안전모를 벗으며 다가왔다.

"토룡이 협약을 맺었고 사람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배수만 확인하면 오후부터 공사를 재개할 수 있습니다."

"발파는 중지입니다."

신아린의 말이 단호하게 떨어졌다.

"신 팀장님. 굴각이 한 계절 동안 사람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 공사를 영원히 멈추라고 한 건 아니잖습니까? 하루 손실이 수억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손실 계산서에 숫자 하나 더 적으면 끝납니까?"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위험은 토룡 둥지 하나뿐입니다."

진우는 주머니 속 지맥석을 움켜쥐었다. 결정 안쪽의 빛이 지하를 향해 가늘게 기울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아래에 뭔가 있습니다."

오세만이 비웃었다.

"또 마수의 말을 들었다고 하실 겁니까?"

"괴물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아래에 오래된 구조물이 있습니다."

진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젯밤 들은 목소리는 굴각의 포효와 달랐다. 소리가 아니라 생각이 귀 안쪽에 직접 닿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내 말을 들을 자가 나타났구나.

신아린이 그의 손을 봤다.

"지맥석이 반응합니까?"

"그것도 있고…… 저한테만 들린 목소리도 있습니다."

"혼자 들은 소리를 혼자 해석하다가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면 경호 계약 위반입니다."

그녀는 진우를 탓하지 않았다. 대신 오세만을 향해 단말기를 들었다.

"제 권한으로 조사 구간을 봉쇄합니다. 공사 재개를 시도하는 장비는 압수하겠습니다."

현장 작업등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오세만이 항의했지만 신아린은 돌아보지 않았다.

진우는 지맥석을 주머니에 넣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같이 계산하죠."

잠시 뒤 관리국 차량이 공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회색 작업복을 입은 여자가 도면 가방을 들고 내렸다.

"지질 조사관 박은채입니다. 토룡 둥지 아래에서 별도 공명이 올라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박은채가 도면을 펼치자 공사선과 둥지 아래를 잇는 붉은 선이 보였다.

"이건 지진파가 아닙니다. 세 번의 마력 반응이 같은 수직 축을 가리킵니다. 자연 동굴이라면 넓게 퍼져야 하는데 이 반응은 한 줄로 올라왔다가 둥지 아래에서 꺾였습니다."

"누군가 길을 만든 것처럼요?"

"그렇게 보입니다."

진우는 흙더미 너머의 굴각을 향해 확성기를 들었다.

"굴각. 아래에서 올라오는 울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고 있나?"

굴각이 머리를 내밀고 앞발로 땅을 눌렀다.

[저 울림은 내 굴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내 굴 아래에 다른 바닥이 있다.]

"어떤 바닥이지?"

[돌도 흙도 아니다. 차갑고 매끈하다. 발톱으로 긁으면 소리가 오래 남는다.]

"안쪽의 것이 말을 하나?"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한다. 하지만 벽을 칠 때마다 내 새끼들이 운다. 안쪽의 것이 울림을 타고 올라온다.]

박은채가 위치를 표시했다.

"가장 가까운 접근로는 옛 환기용 수직 갱도입니다. 현재 확인 지점에서 삼백 미터 아래까지는 장비를 내릴 수 있습니다."

오세만이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다.

"그럼 소형 천공기로 시료를 채취하면 되겠군요. 자연물이 아니면 설계에 반영하고 공사를 재개하면 됩니다."

"천공은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신아린이 잘라 말했다.

"검사용 천공입니다."

"검사라면 중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중단할 수 있습니다."

오세만이 뒤쪽 작업자에게 손짓했다. 곧 조사 구역 바깥에서 작은 천공기의 시동이 걸렸다.

"누가 가동하라고 했습니까?"

"검사팀에서 안전 확인을 위해……"

"전원 끄세요."

신아린의 명령보다 드릴 소리가 먼저 커졌다. 진우의 주머니 속 지맥석이 얼음처럼 식었다.

쿵.

지하 깊은 곳에서 응답이 돌아왔다.

쿵. 쿵.

굴각이 포효했다.

[그 소리를 멈춰라! 잠든 바닥이 눈을 뜬다!]

진우의 시야에 푸른 문장이 겹쳤다.

[비정상 마력 공명 상승]

"천공기 당장 멈추세요!"

콰드득!

지면이 갈라졌다. 천공기 옆으로 금이 뻗으며 작업자 둘이 휘청거렸다. 신아린이 검기를 펼치자 푸른 막이 바닥과 천장 사이에 세워졌다.

"모두 뒤로!"

천장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검기에 부딪혀 부서졌다. 갈라진 틈 너머로 흙과 콘크리트가 아닌 매끈한 회색 면이 드러났다.

벽이었다.

벽 한가운데에는 가느다란 세로 금이 뻗어 있었다. 금 양쪽의 푸른 선은 진우의 눈앞에 자막이 나타날 때 생기는 파동과 닮아 있었다.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너는 들을 수 있구나.]

진우의 목이 말랐다.

"누구십니까?"

신아린이 그를 돌아봤다.

"누구에게 묻는 겁니까?"

"벽 안쪽입니다."

푸른 선이 벽 위에서 꿈틀거렸다. 신아린도 이상을 느꼈는지 검기를 한 겹 더 세웠다.

진우는 벽 가까이 다가갔다. 신아린이 그의 팔을 잡았다.

"접근하지 마세요."

"질문하고 답을 듣겠습니다."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진우는 벽을 향해 물었다.

"당신은 굴각의 집 아래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잠시 뒤 목소리가 돌아왔다.

[나는 기다리고 있다.]

"누구를요?"

[내 말을 들을 자를.]

"왜 저입니까?"

[네가 내 말을 훔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푸른 선 몇 개가 문양으로 이어졌다. 진우의 관자놀이가 쿡 찔렸다.

"훔쳤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너는 소리를 뜻으로 바꾸고 있다. 오래전에도 그런 자들이 있었다.]

진우는 더 묻고 싶었지만 발밑의 균열이 넓어졌다. 신아린이 그의 팔을 당겼다.

"지금은 나가야 합니다."

벽 안쪽의 존재가 낮게 울렸다.

[곁에 선 칼은 네 말을 듣지 못하는구나.]

진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신아린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얼굴이었다.

"굴각에게 왼쪽 아래를 세 번 치라고 하겠습니다. 이 틈으로 압력이 빠질 겁니다."

"굴각이 잘못 치면 벽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제가 말해야 합니다."

신아린은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검기를 천장 쪽으로 넓혔다.

"삼십 초입니다. 그 안에 끝내세요."

진우는 확성기를 굴각에게 돌렸다.

"굴각! 왼쪽 아래의 밝은 선을 세 번만 쳐. 위쪽은 절대 건드리지 마!"

[또 나에게 굴을 가르치느냐.]

"이번에는 벽이 터지면 물이 아니라 마력이 쏟아집니다."

굴각은 불만스럽게 코를 울렸지만 진우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쿵!

첫 타격에 갈라진 바닥 아래에서 푸른 빛이 솟았다. 작업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쿵!

두 번째 타격에 천공기 드릴이 뒤로 튕겨 나왔다. 오세만이 바닥에 넘어졌다.

쿵!

세 번째 타격과 함께 벽 주변의 진동이 잦아들었다. 세로 금은 닫히지 않았지만 더 벌어지지도 않았다.

신아린이 소리쳤다.

"전원 철수!"

이번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검기가 낙석을 밀어내는 동안 사람들은 한 명씩 조사 갱도 밖으로 빠져나갔다.

진우도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벽 안쪽에서 마지막 문장이 들렸다.

[다음에는 네 곁의 칼도 데려와라.]

"왜요?"

[그 칼은 문을 자를 수 있다. 아직은 듣지 못하지만.]

신아린이 그의 팔을 거칠게 당겼다.

"유진우 씨. 지금입니다."

진우는 더 묻지 못하고 갱도 밖으로 뛰었다.

지상에 올라오자 조사 구간 전체에 차단막이 세워졌다. 박은채는 기록기의 메모리 카드를 분리하며 말했다.

"벽은 찍혔습니다. 짧지만 분명하게요."

"벽 안의 소리도요?"

"영상에는 검은 균열만 남았습니다. 소리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오세만은 얼굴의 흙을 털며 다가왔다.

"천공기를 몰래 돌린 건 제 지시가 아닙니다. 검사와 무단 천공은 다릅니다."

신아린이 단말기를 내밀었다.

"현장 기록은 모두 보존됩니다. 공사 재개를 시도한 책임과 조사 구역 붕괴 위험을 함께 적겠습니다."

오세만은 입을 다물었다.

신아린이 진우를 향해 돌아섰다.

"이제 말해 주세요. 벽이 뭐라고 했습니까?"

진우는 잠시 망설였다. 목소리를 공유하면 신아린까지 위험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벽은 이미 그녀를 알아봤다.

"저를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통역하는 자들이 있었다고 했고요."

신아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신의 능력을 알고 있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검도요?"

"다음에는 당신을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신아린은 검집의 끈을 다시 확인했다.

"그럼 다음 조사에도 동행하겠습니다."

"경호 계약에 지하 1,000미터 탐사까지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

"위험 수당을 올리죠."

진우는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올릴 생각입니까?"

"당신이 살아서 돌아오면 협의하겠습니다."

그 순간 지하에서 아주 가느다란 울림이 올라왔다.

쿵…….

지맥석이 진우의 손 안에서 빛났다. 푸른 선 하나가 결정 표면에 나타나 아래를 가리켰다.

그리고 진우의 귀에만 이름과 비슷한 음절이 반복됐다.

[진……우……]

그는 차단막 아래의 어둠을 바라봤다.

벽 너머의 목소리는 이제 그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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