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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4층 이웃은 발소리로 올라온다3화

반지하 4층 이웃은 발소리로 올라온다

반지하 4층 이웃은 발소리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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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물보다 먼저 차오른 발소리

맨 위 계단에는 물기가 없었다. 그런데 계단 아래서 올라오는 발소리는 젖은 채였다. 백다은은 비상등을 켜고 유라와 현수를 올려보냈다. 최경자는 라디오를 품에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르신, 여기 계시면 안 돼요.”

“남편이 저 아래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물이 들어와요.”

경자는 라디오를 꽉 쥐었다. “그 사람은 물보다 발소리가 먼저 올라온다고 했어.”

다은은 펌프실의 수위를 확인했다. 경보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펌프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집수정으로 유입되는 물이 더 많았다. 역류방지 밸브가 완전히 열려 있었다. 밸브 손잡이에는 현수의 열쇠 꾸러미에 달린 황동 열쇠가 들어갈 만한 홈이 있었다.

“현수 씨, 밸브 열쇠 주세요.”

“제가 연 게 아닙니다.”

“그럼 누가 열었죠?”

“모릅니다.”

다은은 손을 내밀었다. “열쇠를 주세요.”

현수는 주머니를 더듬다가 열쇠가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얼굴이 바뀌었다. “문에 꽂아 둔 적 없습니다.”

“지금은 누가 가져갔는지 찾을 시간이 없어요. 주민부터 올려보내야 합니다.”

유라는 이미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지상 출입구가 잠겼어요!”

“관리실 열쇠는요?”

“문이 안 열려요. 바깥에서 잠갔어요.”

현수는 열쇠 꾸러미에서 다른 키를 골라 위층으로 뛰었다. 다은은 유라에게 주민들이 어느 층에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그녀는 경자를 부축하려 다가갔다. 경자는 물러섰다.

“라디오를 두고 못 가.”

“그럼 라디오를 들고 가세요.”

“이게 남편 목소리를 붙잡고 있어.”

“목소리가 아니라 물에 젖은 장비일 수 있어요.”

“네가 들었잖아.”

다은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도 계단 아래에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장비가 고장이라고 단정하면 경자의 기억을 모욕하게 되고, 귀신이라고 믿으면 물의 방향을 놓칠 수 있었다.

“라디오를 들고 올라가요. 하지만 문은 열지 말아요.”

그녀는 경자의 팔을 잡았다. 경자는 한 걸음씩 계단을 올랐다. 중간 층에서 발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첨벙, 첨벙. 발소리마다 계단 아래의 물이 실제로 한 치씩 올라오는 듯했다. 수위계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그 발소리가 누구예요?” 유라가 위층에서 물었다.

“모른다.” 다은이 말했다.

“그럼 우리한테 왜 따라와요?”

“따라오는 건지, 우리가 소리를 향해 가는 건지 아직 몰라.”

현수가 출입문을 열었다. “이쪽으로 올라오세요. 누군가 바깥에서 자물쇠를 걸어 놓았는데, 걸쇠가 오래돼서 부러졌습니다.”

주민들이 계단 위로 몰려나왔다. 지하 3층 세입자 둘은 옷가방을 챙기려다 유라가 말렸다. 반지하에 사는 노부부는 TV를 끄지 않고 전원선만 뽑았다. 다은은 사람들을 두 줄로 나누어 경사로로 보냈다. 그러나 경자는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라디오 밧데리가 떨어졌어.”

“새 배터리를 가져올게요.”

“안 돼. 안에 남편 목소리가 있어.”

“그럼 같이 올라가서 확인해요.”

“그건 녹음이 아니야.”

다은은 손전등을 경자의 집 안으로 비췄다. 라디오 주파수는 꺼져 있었고, 배터리 칸은 비어 있었다. 그런데 스피커 안에서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경자는 그 소리를 듣고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어르신, 저 목소리가 무슨 말을 했어요?”

“이번엔 혼자 오지 말라고.”

“그럼 혼자 내려가면 안 되는 거예요.”

경자는 그제야 라디오를 다은에게 건넸다. “네가 같이 가겠니?”

“아니요. 지금은 다 같이 올라가야 해요.”

“내 남편을 두고?”

“남편분이 어르신을 기다리는 거라면, 여기서 기다릴 수 있어요. 지금 내려가면 어르신도 돌아오지 못할 수 있어요.”

경자는 라디오를 놓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네가 어릴 때도 누군가를 두고 올라왔니?”

다은의 손이 굳었다. 물이 차오르던 저수지 집에서, 그녀는 동생과 함께 지붕으로 올라갔었다. 어머니는 먼저 나왔지만 아버지는 뒤에 남았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돌아가려다 구조대원에게 끌려 나왔다. 아버지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랬어요.”

“그래서 이 일을 해?”

“다른 사람을 더 빨리 나오게 하려고요.”

“그런데 네가 늦으면?”

“그럼 다시 내려가겠죠.”

경자는 라디오를 품에 안고 다은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위층 출입문 바깥에서 빗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문틈으로 진흙물이 들어와 발목을 적셨다. 주민들은 경사로 끝에서 기다렸다. 밖으로 나가면 빗물과 하수물이 뒤섞여 있었다.

반지하 주민 하나가 문턱 안으로 돌아가려 했다. “장롱 밑에 아내 유골함이 있어요. 그거만 가져오면 돼요.”

다은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지금 들어가면 문이 닫힐 수 있어요.”

“아내를 두고 어떻게 나갑니까?”

“안에 있는 건 유골함이에요. 선생님이 살아 있어야 다시 꺼낼 수 있어요.”

남자는 다은을 노려보다가 문 너머를 바라봤다. 물은 아직 무릎까지 오지 않았지만, 계단 아래쪽은 이미 어두워졌다. 유라가 남자의 손에 열쇠를 쥐여 줬다. “제가 집 위치를 알아요. 물이 빠지면 같이 들어가요. 지금은 제 손을 잡으세요.”

남자는 열쇠를 쥐고 한참 망설이다 유라의 손을 잡았다. 다른 주민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우산을 들었다. 누군가는 신발을 놓고 나왔다. 한 명이 멈추면 뒤의 사람도 멈췄다. 다은은 체육관으로 가는 길을 설명하며, 각자 앞사람의 옷소매를 잡도록 했다.

경자는 라디오를 들고 맨 뒤에 섰다. “사람들이 다 나갔는지 세었어?”

“열둘.”

“나는 열세 명을 봤어.”

다은은 계단 안쪽을 돌아봤다. 지하 3층 원룸의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 안에서 유라의 녹음기가 켜져 있었다. 유라는 대피하면서 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놓고 왔다.

“유라 씨, 네 전화가 안에 있어.”

“그건 두고 가도 돼요. 녹음은 이미 들었어요.”

“왜 안 가져가?”

“오늘은 제가 들을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들었으니까.”

현수는 출입문을 확인하다가 열쇠 꾸러미를 떨어뜨렸다. 그는 물속에 손을 넣으려 했지만 다은이 막았다. “손대지 마세요. 제가 확인할게요.”

“열쇠가 없으면 관리실을 못 열어요.”

“관리실 안에 뭐가 있어요?”

“기록과 설계도가 있습니다.”

“주민보다 중요해요?”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대답을 못한 것은 기록이 필요했기 때문인지, 자기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인지 다은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녀는 현수에게 사람들을 먼저 보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어디로 대피하죠?” 유라가 물었다.

“언덕 위 체육관으로 가요. 관리실에서 우회로를 열어야 해.”

현수는 키를 돌려 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 빗장이 걸렸어.”

“누가 잠갔죠?”

“모릅니다.”

다은은 문 앞의 바닥을 확인했다. 빗물은 계단으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문이 막힌 이유는 잠금쇠만이 아니었다. 바깥쪽에 무거운 무언가가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공구가방에서 쇠지렛대를 꺼냈다.

“다 같이 뒤로 물러서세요.”

그녀는 문 아래 틈에 지렛대를 넣어 조금씩 들었다. 바깥에서 부딪힌 물건이 움직이며 문이 손가락 하나만큼 열렸다. 유라와 현수가 힘을 보탰다. 틈이 넓어지자 물이 한꺼번에 들어왔고, 주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문을 닫을까요?” 현수가 외쳤다.

“아니요. 지금 닫으면 다시 못 열어요. 한 사람씩 나가요!”

주민들은 물살을 건너 언덕 쪽으로 이동했다. 다은은 가장 마지막에 경자와 함께 나갔다. 그녀는 공구가방을 놓지 않은 채 어깨에 멨다. 가방이 문틀에 걸리자 몸이 뒤로 당겨졌다. 유라가 손목을 잡았고, 현수가 어깨끈을 잘랐다. 공구가방은 물속으로 떨어졌다.

“장비!” 다은이 소리쳤다.

“다시 사면 돼요!” 유라가 다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은은 빈 어깨를 한 번 움켜쥐었다. 가방 안에는 수분계와 밸브 렌치, 오래된 아버지의 공구가 들어 있었다. 그 공구는 아버지가 홍수 날 집으로 돌아가며 두고 간 것이었다. 그녀는 언덕을 올라가면서도 몇 번이나 뒤돌아봤다.

“그 공구가 중요했어요?” 유라가 물었다.

“일을 하려면 필요했어.”

“그것만은 아니었죠.”

“아버지 물건이야.”

“그러면 물에서 아버지를 다시 꺼내는 것 같았어요?”

다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라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자기 휴대전화가 없는 손을 다은의 손목에 겹쳐 쥐었다. 둘은 같은 속도로 언덕을 올랐다. 빗소리는 뒤에서 따라왔다.

다은은 한 번 더 물을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경자가 라디오를 가슴에 안고 언덕을 올랐다. 빗속에서 라디오는 꺼져 있었는데, 스피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소리는 그들 뒤가 아니라, 다은의 주머니 안에서 울렸다.

그녀는 젖은 옷 안쪽에 손을 넣었다. 손에 닿은 것은 낡은 구리 열쇠였다. 현수의 열쇠 꾸러미에서 사라진 황동 열쇠였다.

“이게 왜 제 주머니에 있죠?”

현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건 지하 4층 문 열쇠입니다.”

경자의 라디오가 켜졌다. 남자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말했다.

“백다은, 이번에는 네가 문을 열어.”

다은은 열쇠를 놓지 않았다. 뒤쪽 은하빌라 지하창에서 노란 불빛이 켜졌다. 물보다 먼저 올라오던 발소리가, 이제는 건물 밖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금속은 비에 젖지 않았는데도 손바닥에 달라붙을 만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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